초등학생 때 친구들하고 종종 종이 비행기를 던지면서 놀았습니다.
매번 하교하고서 놀이터나 주차장에서 뭔가 놀이를 만들어내곤 했는데 그 때는 그게 종이비행기였던 것 같네요.
종이 비행기의 특성상 정성껏 정교하게 접어도 맥없이 툭 떨어지는 게 있는가하면
막 접어서 대충 던졌는데 오래 날아다니는 것도 있고해서 내기에 그만한 게 없었습니다. 뭐 내기라고 해봤자 별 거 없었지만..
아무튼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친구들과 일렬로 서서 종이비행기를 던졌는데
한 비행기가 날아가다가 갑자기 기류를 타고 가속을 하더니 아파트 내에 주행중이던 자동차 운전석으로 쓱 들어가더군요.
운전자는 당연히 엄청 놀라 끼이익 소리 날 정도로 급정거를 했고, 저희도 저희대로 놀라서 왁 소리를 질렀습니다.
당시 친구들 한 다섯 명쯤 있었는데 세 명 정도는 순식간에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습니다.
제일 친하던 친구놈이랑 둘이 덩그러니 남았는데, 서로 쳐다보면서 난감한 심정을 공유했죠.
어떡하지? 도망 쳐야돼? 아니야. 가서 죄송하다고 하자.
대충 이런 대화를 하고 난 후 둘이 쭈뼛대면서 자동차로 다가갔습니다. 흰색 세단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
운전석 가까이 가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
"죄송합니다 저희가 종이비행기 던지고 놀았는데 차로 들어갈줄 몰랐어요 일부러 그런거는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이런 사과를 빙자한 변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엔 부모님을 제외한 어른들을 꽤 무서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망쳐도 어차피 잡힐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도망쳤다면 결국 추적 검거 당했을 것 같긴 합니다. 그 동네 모여 노는 초딩들이라고 해봤자 누군지 뻔하니 흐흐)
운전자는 여자분이셨는데 그 때 느끼기에 또래 어린애가 있을법한 엄마 나이대였어요.
본인도 많이 놀랐을텐데 혼내지 않으시더라구요. 그 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저희를 쳐다보면서 숨을 좀 고르시더니
"차 다니는데서 위험하게 놀면 안돼. 알겠지?" 하고 저희 둘 머리 한번씩 쓰다듬고서 쿨하게 떠나셨습니다.
왜 안 혼내지. 생각하고 있으니 숨어서 구경하던 도망자들이 슬금슬금 다시 와서
'어떻게 됐어? 뭐래? 혼났어?' 조잘대길래
위험하게 놀지 말래. 오늘은 비행기 던지지 말자.
이러고서 금방 잊고 다른 놀이를 했습니다. 바다와 육지도 하고 땅따먹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집에 돌아갔는데 엄마를 보니 그 아주머니 생각이 나더군요.
비행기를 던졌는데요. 그게 차 안으로 들어갔어요. 차가 막 끽 소리 내면서 멈췄어요. 쫑알쫑알했는데
어떻게 종이 비행기가 운전하는 차 안으로 들어갔냐며 신기해하시면서
위험하니까 주차장에서 뭐 던지면서 놀지 말라며 짧은 잔소리를 하셨죠.
느닷없이 옛날 일이 떠올랐는데 곰곰이 생각에 잠기게 되더라구요.
그 아주머니는 참 좋은분이셨다 싶습니다. 저라면 화를 안낼 수 있었을까 생각도 들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단 생각을 가지고 살긴 했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착하게 살긴 했나 싶기도 하고..
짧게나마 살아보니,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더라구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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