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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29 21:50:43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오늘의 적, 내일의 적 (끝) 또다른 그러나 예측된 적
저는 삼국지의 3대 대전으로 꼽는 것이 관도, 적벽, 낙곡 이 셋으로 한정짓습니다. 이릉대전은 2중끼리 서로 아작을 내서 위의 1강 체제를 굳혀준 격이었죠. 인재풀이 아작난 촉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외견상 형주의 지배권을 구축했던 오 역시도 형주 내부 문제로 상당히 발목을 많이 잡히게 됩니다.

이제 다시 전투로 되돌아가 보죠.



이릉대전에서 유비의 전략은 수군을 후방에 두고 육군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오계만이들이 촉에게 우호적인데다 유표 아래서도 유비는 나름대로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주가 오에게 넘어갔어도 유비가 가진 형주에서의 지지세력은 상당했습니다. 습진과 번주 뿐만 아니라 자귀지역의 호족인 문포와 등개 역시 이민족을 모아 오에 저항했습니다. 육손전에는 육손이 이러한 친촉세력을 토벌해 죽이거나 포로로 잡은 사람이 수만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유비가 형주에서 구축한 지지세력이 많다는 의미였겠죠.

유비는 따라서 형주 관내에 남아있는 지지세력이 각지에서 혼란을 일으켜서 오의 후방을 견제하길 바랬고, 예상대로 습진과 번주와 손을 잡은 오계만이는 일부는 촉군에 병력을 제공하고 일부는 이들과 합세해 형남 4군 지역을 교란했습니다. 촉군과 맞서는 병력을 뺄수도 없었고, 여강군 방면을 지키고 있던 하제를 뺄 수도 없었고, 결국 여릉태수 였던 여대를 교지자사로 보내 보즐과 교대시켜 반준과 함께 습진과 오계만이를 막도록 했죠. 그러나 보즐과 반준은 이릉대전이 끝날때 까지는 장사군 익양을 지키면서 이들이 더이상 동진하지 못하도록 막는 정도였습니다. 결국 형남 4군 중 무릉, 계양, 영릉이 친촉파 반군에게 장악당했다는 의미이도 합니다.



여기서 유비의 실책이 나와버렸죠.

유비는 황권을 진북장군으로 삼고 수군을 이끌면서 혹시 모를 위의 남진을 방어하게 합니다. 육손전에는 육손이 가장 우려하던 것이 있었습니다.

육손 : 신은 처음에 유비가 물과 뭍 양쪽으로 함께 올 것을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배를 버리고 도보로 곳곳에 진영을 만들었습니다.

즉 촉군이 수륙 양면 전략으로 나아간다면 상황이 어려워 질것을 염려했던 것이죠. 정사나 기타 사서에는 촉 수군의 전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나와있지 않습니다만, 육손이 이렇게 경계할 정도면 전력이 오 수군에 뒤지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유비는 이러한 수군을 두갈래로 나눴던 모양입니다. 선주전에는 유비가 장무 2년(222년) 정월에 유비가 이끄는 촉군 본진은 자귀로 나아가고 오반과 진식이 이끄는 수군은 상륙해 장남과 풍습을 후방에서 지원하도록 했고, 황권은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육손은 왜 수륙양진을 이토록 경계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유비가 수륙양진을 통해 수군을 통해 촉군이 형남 3군을 장악하고 있던 친촉 반군과 연결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이죠. 형남 3군의 반군과 촉군 본진이 연결될 경우 이릉 뿐만 아니라 강릉마저도 서쪽과 남쪽에서 동시에 공략당할 위험성이 있었고, 수군을 통해 장사군으로 나아가 오군의 저지선을 격파할 경우 무창마저도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촉의 수륙양진은 육손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릴 수 있었죠.

그러나 유비는 이러한 수륙 양진을 쓰지 않았습니다. 수군 전력은 몰라도 수군의 수전 적응력이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수륙양진이 고려되지 않은 덕분에 육손은 방어로 일관하다가 장기전으로 접어든 촉군의 기세가 누그러들었을때 바로 수로를 이용해 촉군의 진지와 병력을 화계로 몽땅 태워버렸죠. 조비의 말처럼 육군 진영이 길게 늘어져 있어서 서로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장에서의 짬밥 만큼은 조비는 유비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조조 역시도 유비의 전장 경험 만큼은 높게 평가했죠. 오죽하면 한중공방전 당시에는 법정의 전략에 놀아난 나머지 유비가 이러한 계략을 쓸 사람이 아니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효정에서 대패한 유비가 영안 백제성으로 물러난 직후, 보즐과 반준은 형남의 반군들을 모조리 정리하는데 성공합니다. 최후까지 저항하던 습진은 투항을 권고하는 반준의 사자를 활로 쏘면서 끝까지 저항했고, 군량이 바닥난 후 자결하면서 형주 관내의 친촉 호족과 관료들의 저항은 끝이 납니다. 그러나 오계만이 문제는 이후로도 계속 남았죠.

서성을 비롯한 오의 장군들은 이대로 끝까지 유비를 추격하자고 주장합니다. 유비를 잡아서 후일의 불씨를 없애고 익주까지 오가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오군의 수장인 육손과 주연 그리고 능통의 병력을 이어받은 낙통은 이 의견에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조비 때문이었죠.

조비도 조비 때문이지만 육손이나 주연은 오가 촉을 먹는 것을 불가능이라고 본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촉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 한가태수로 있던 황원은 자신의 처지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켜 임공현을 불태우고 성도로 진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제갈량은 당시 성도에 없었고, 익주치중종사로 있던 양홍은 태자인 유선을 설득해 진홀과 정작에게 유선의 친위군을 주어 파견했고 진홀과 정작은 오와 통하는 지역을 차단해 황원을 잡아 죽입니다. 이후로 남중의 반란을 제외하면 촉 관내에서는 유비에게 반대하는 반란은 일체 일어나지 않았죠.

유비가 익주를 장악할 당시, 유언과 유장 부자가 일으킨 호족 숙청작업으로 인해 익주 관내의 유력 호족들은 유비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익주 관내의 호족들의 적극적 협력에도 유비가 익주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것은 마초의 도움을 받고도 3년이나 걸렸죠. 손권은 유장과 유천을 보내 촉 내부의 구 유장 지지파가 내부에서 유비에게 반대하길 원했지만, 유비는 이미 익주 관내의 호족들을 몽땅 포섭했고, 심지어는 유장의 심복이라는 방회마저도 유비 옆에 붙어서 유장의 아들인 유순을 촉에 억류하도록 권고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육상 전력이 약한 오가 내부 지지세력 없이 촉을 집어 삼킨다는 것은 말도 안되죠. 이러한 난관은 이후로도 쭉 계속됩니다.이건 뭐 나중에 나올 글에서 더더욱 언급하겠습니다.

한창 촉군으로 인해 상황이 나빠지던 221년 말, 무창에 위의 사자가 옵니다. 조비는 사자를 보내서 손권에게 아들인 손등을 작위를 주고 세공을 바치게 합니다. 손권은 아들 손등의 봉작은 거부하지만 조비가 요구한 세공은 보내줍니다. 손권전에 주석으로 인용된 강표전에 나온 조비가 요구한 세공 물목은 명주(고운 빛이 나는 구슬), 작두향(향부자의 뿌리 줄기로서 약재로 쓰임),대패(큰 조개껍질),상아,장명계(길게 우는 닭),비취,서각(무소 혹은 코뿔소 뿔, 한약재로 코뿔소 뿔이 쓰이는 것을 보아 아마도 코뿔소 뿔인듯 합니다.),공작,투압(오리 싸움에 쓰이는 오리) 였죠. 손권의 신하들은 이것들은 오의 영역에서 나는 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보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손권은 그 말을 물리치고 세공 물목을 마련해 보내주죠. 이후로도 조비는 이러한 무리한 세공 물목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모양입니다.

이릉대전이 끝난 222년 6월 조비는 시중으로 있던 신비와 상서로 있던 환계를 오로 보내 손권에게 아들을 임자(任子)로 보내라고 합니다. 임자는 부모형제로 인해 벼슬을 하는 사람인데 이것은 말이 벼슬이지 인질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죠. 20년 전인 202년 조조는 손권에게 인질을 보낼것을 요구합니다. 부자가 20년 텀을 두고 인질 보내라고 난리치니 안그래도 세공으로 뜯어가는 것도 많은데 이제는 인질까지 보내라는 이러한 위의 요구에 빡이 친 손권은 이 제안을 거부합니다.

이미 20년 전의 전례가 있는데 손권이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일 일이 없죠. 조비는 아마 이걸 알고 인질을 보내라고 했겠죠. 남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222년 9월 조비는 군을 3개로 나눠 남군, 유수오, 동구로 진격하게 합니다. 남군은 조진, 하후상, 서황, 장합을 유수오에는 조인, 왕쌍, 상조, 장제를 동구에는 조휴, 윤로, 장패, 장료를 파견합니다.



조비 : 오나라 놈들 유비랑 싸우느라 전력이 아작났겠다? 이참에 오를 완전하게 먹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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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3/01/29 22:0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WindRhapsody
13/01/29 22:39
수정 아이콘
매번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러게 손제리는 형주를 왜 먹어서..;
Marionette
13/01/29 23:09
수정 아이콘
항상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또 많이 배우고 갑니다
적벽대전으로 연장방송된 삼국지를 다시단축시키게 만든 손제리의 형주침공+이릉전투가 이제야 끝났군요
13/01/29 23:14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13/01/29 23:20
수정 아이콘
맨손으로 태어나 마성의 매력으로 온 사내들을 휘어잡던 유비가 새파란 육가 애송이에게 져서 꿈을 꺽이다니....삼국지 참 많이 읽었지만 전 이부분이 가장 슬프더라고요.
순서상도 한중전투가 끝나고 이제 막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보나 싶은데 바로 관우가 죽고 장비 죽고 유비가 져버리니까요.
고생고생 하다가 약간의 행복뒤에 끝모를 추락을 겪는 기분이랄까요. 애초에 행복을 주지말던가.....
13/01/30 06:00
수정 아이콘
후추통님의 글을 읽어보니 연의에서의 묘사와 다르게, 실제 육손은 새파란 애송이까지는 아니었나 봅니다. 대외적으로 유명하진 않아도 나름대로 공도 많이 세웠고 이릉대전 당시의 나이가 마흔 정도는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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