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10년만에 돌아와 지난 2학기 내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시간강사 첫학기를 정신 없이 마쳤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울/수도권 5개 대학을 돌아다니며 6과목 총 18시간을 강의했습니다.
더불어서 제 모교에선 대학원생 석사 논문지도까지 3명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비록 과목으로 배정은 안 되어 있었지만, 그 3명을 데리고 일주일에 4시간 정도 추가로 상담해줘야 했어요.

게다가 처음이라 강의를 고를 수도 없어 배정해주는대로 하는 바람에
6과목 중 교양과목 2개만 겹칠 뿐 나머진 전부 다른 주제였습니다.
따라서 일주일에 3시간짜리 강의교안 5개씩 준비해야 했어요. (전공과목 4개 + 교양과목 1개)
PPT 만들고, 자료 구하고 정말이지 정신없이 한 학기를 보냈지요.

이렇게 부지런히 뛰니까... 한 학기에 1350만원 정도 벌이가 되더군요.
물론 학기중 연구나 논문작업은 꿈도 못 꾸고요.

1. 학생들 수업태도

정말이지 스맛폰 많이 쓰더군요.  수업중 스맛폰 사용이 수업집중도를 떨어뜨려 첨에 고민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거 일일이 기록해서 성적 산출에 반영하겠다고 했더니 그나마 좀 나아지더군요.
학생들이 스맛폰 사용하는 걸 확실하게 체크했는데,
처음에는 학생들도 긴가민가하더니, 나중에 제 출석부에 뭔가 꼼꼼하게 표시되어 있는 걸 보고는 바짝 긴장하더라고요.

4과목은 전공과목이라 20-30명 정도 수강했는데, 이 과목들은 어느 정도 분위기가 통솔되었는데 반해
학생 수가 많은 교양 2과목은 정말이지 엄두가 안나더군요.
처음 2주 동안은 수업 분위기가 안 잡혀 고생 많았어요.
스맛폰하지, 들락날락하지, 친구끼리 앉아서 잡담하지... 한마디로 답이 없더라구요.
저 교양과목을 가르친 2개 대학 모두
100명 넘으면 학교에서 조교까지 두고 지정좌석제 해준다고 하는데,
한 수업은 100명에서 5명 부족하다고,
다른 수업은 70명 정도 밖에 안된다고 지정좌석제 협조가 단칼에 거부당했습니다.
대학 직원들 융통성이라곤 정말이지 쌈 싸먹은 듯.

그래서 개강 3주만에
제가 일일이 의자 줄 맞추고, 좌석표 만들어서 제 스스로 지정좌석제를 관리해야 했어요.
그랬더니 수업분위기는 확실히 바뀌더군요.

2. 성적평가

6과목 중 2과목을 제외한 4개 과목이 상대평가였습니다.
상대평가가 강사를 그리고 학생을 정말 비인간적/몰이해적으로 만들더군요.
함께 잘해서 같이 성적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나만 잘하고 남이 못해야 성적이 올라가는 이기적인 제도.
지금과 같은 기계적인 상대평가가 아닌, 약간 융통성을 둔 상대평가로 바뀌었으면 해요.

상대평가의 경우 최대한 성적 꽉꽉 채워서 줬는데, 그래도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하더라구요.
예를 들어서 A를 받을 학생이 11명이 나왔는데, 상대평가 기준에 맞춰 A를 줄 수 있는 학생수가 10명 뿐이면
그 1명을 B로 내려야 하는 아픔이.
그런데 이 경우 꼭 그 1명한테 B를 주기 미안할 정도로 다른 B 받은 학생과 격차가 있더라는.

3. 강의평가

학생들이 제 열정을 높게 봤는지 성적평가는 나름 좋게나왔습니다.
매우 좋다/좋다/보통/나쁘다/아주 나쁘다로 평가하는 5점 만점평가에서
전공과목은 4.5 내외로, 교양과목에선 4.2 정도가 나왔습니다.
확실히 학생 수 많은 교양과목 만족도가 떨어지긴 하나봅니다.

그런데 절대 다수의 좋다는 말보다는 극소수의 나쁘다는 말이 의외로 상처로 남더라구요.
전공과목은 그렇게 갈린 게 전혀 없었는데,
교양과목에선 학생 2-3명이 "아주 나쁘다" 쪽에 대부분의 표를 던졌더라구요.
제가 뭘 잘못했을까하고 고민하게 만들더군요. 뭐가 더 부족했던 것일까?
맘에 스크래치가 제대로. 흑흑~

4. 다음 학기

3월부터 시작하는 신학기에는 학교 수를 하나 줄였습니다.
교양과목을 가르치면서 비협조적인 교직원 때문에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 대학을 정리했어요.
대신 한 대학에서 2과목씩 맡는 경우가 늘어서 과목수는 7과목으로, 시간은 21시간으로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새학기의 고달픔 보다는 기대감이 앞섭니다.
비록 비정규직이고, 박봉에 시달리지만 수 많은 학생과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꽤 있으니까요.
일단 내년 상반기는 어찌어찌 입에 풀칠은 할 수 있겠구나하는 안도감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