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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2/07 03:12:06
Name Alan_Baxter
Subject [일반] 1987년 일본 코카콜라 광고로 생각해본 ‘행복이란 무엇인가’


1987년 일본에서 방송된 코카콜라 광고입니다.
일본인 누구나가 여유롭게 코카콜라를 마시며 여가를 즐기는 모습은 1980년대 일본 경제 황금기를 오롯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봐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화면에 모든 모델들이 ‘평등하게’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는 것을 바라보자면 ‘저 모습이 바로 우리가 꿈꾸어오던 유토피아구나!’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대로 차용되어 CF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CF모델은 심혜진입니다.)

하지만, 저러한 행복도 3년 뒤에 거대한 ‘불행’으로 돌아왔습니다. 계속 늘어나는 국채를 떠안아야 하는 국가의 현실을 놓고 생각하더라도 반토막이 된 주택 가격, 몇 십년동안 고스란히 남아있는 대출금을 짊어진 개인의 불행은 불과 몇년전의 유토피아 같은 행복의 대가 마냥 무겁고 거대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역사책에 오를만한 경제 위기 이전에는 짧거나 긴 ‘행복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러한 행복의 시기 때문에 경제 위기가 닥쳐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997년 찾아온 대한민국의 외환 위기도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기’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전세계를 뒤흔들어놓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또한 월가에 있는 상위 1% 투자회사와 금융회사들이 자본주의 가장 큰 행복인 ‘많은 돈’을 얻기 위한 탐욕으로 인해 비롯된 사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처럼, 행복은 마냥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행복 뒤에 찾아오는 대가를 치뤄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때론 그러한 행복을 위해 다른 이의 희생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마르크스는 ‘잉여가치의 독점을 통한 노동자의 소외’로 설명했고, 헨리 조지는 ‘토지의 불로소득’로, 제레미 리프킨은 ‘육식 식습관’을 통해 설명하는 등 많은 학자들이 행복의 독점에 따른 다수의 희생을 막기 위한 여러 해법을 내놓았고 현재까지 많은 논쟁이 오가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첫걸음마를 뗄정도로 입문에 지나지 않은 입장에서 ‘모든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자기 인생의 평생을 바치면서까지 더 나은 세상 위한 방안을 찾아왔던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들 조차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전세계는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의 덫 속에서 아직까지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라는 전제하에 생각해보면 우리들 스스로도 ‘한방 신화’와 ‘남이 못해야 내가 잘 된다’는 생각이나 행복은 그냥 주어진다는 생각에 매몰되기 보다는 ‘지금 공부해야 대학생되서 애인이랑 잔디밭에서 놀 수 있다’는 우스갯 소리와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 처럼 ‘행복이란 불행이란 대가가 수반된다. 행복이란 자기가 노력한 만큼 얻어진다’는 아주 순수하고도 단순한 문장 속에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재차 말씀드리지만 ‘나의 노력을 착취하는 자’ 를 없애려는 정부와 범지구적인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하지만, 유튜브 댓글을 보면 많은 일본인들은 아직까지 이 시대를 그리워하며 감상에 젖어 있는데 과연 저 때의 행복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 많이 듭니다.


제목이 되게 심오하고 철학적인데 비해서 내용은 많지 않은 것 같네요... 여러분과 같이 한번 생각해볼 문제 같아서 올려봅니다.


PS. 1987~1989 일본 I FEEL COKE 광고 모음



1988 한국 난 느껴요 코카콜라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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射殺巫女浅間
13/02/07 03:26
수정 아이콘
근데 진짜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살기좋은 꿈동산 같은 화면이네요(...)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3/02/07 03:56
수정 아이콘
광고보는 동안 한순간 몽환에 빠지는 듯 했네요 광고가 끝나니 급우울해짐....
13/02/07 08:12
수정 아이콘
글 내용과는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코카콜라는 광고스토리보드가 전세계공통인가보네요. 1987년 저 광고를 한국에서 똑같이 했어요. 맨발로 얕은 물에서 발길질하는 아가씨 역할이 심혜진씨였죠.
광고내용은 똑같은데 그당시 한국광고를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거의 안들었죠. 모든 광고가 현실과는 다른 행복을 보여주니 그닥 차이를 못느꼈나봅니다. 일본과 한국의 추억이 다른거겠죠.
퀘이샤
13/02/07 08:20
수정 아이콘
심혜진 리즈 시절이네요.
저시절 이미지 때문에 유하의 시에도 나온...
Practice
13/02/07 10:55
수정 아이콘
이미 몸 속에 우환이 자리 잡고 있는 사람이, 그 사실도 모른 채 마약을 한 사발씩 들이키면서 행복해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네요.

그래도 저는 저 '행복의 시대'를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은 곧 미국조차 제치는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었고(적어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사회적인 레벨에서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현재만을 즐기며 살아간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니... 솔직히 부럽게 느껴져요. 그 이후 펼쳐진 기나긴 추락을 생각하더라도 말이에요.
13/02/07 11:08
수정 아이콘
행복이란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삶의 방식에 관한 문제다
라고 최근에 이동진씨가 팟캐스트에서 말하는데 참 공감이 가더군요
13/02/07 12:30
수정 아이콘
잃어버린 20년, 30년이라 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거품에 취해보고싶긴합니다.
아 근데 88올림픽 일본 제치고 어찌 개최했죠? 크크크
13/02/07 19:36
수정 아이콘
당시 일본은 승리를 완전히 확신했기 때문에 프리젠테이션에 영어를 전혀 못하는 연사를 세울 정도였던 반면, 한국은 정부/기업 할 것 없이 총력을 다해 엄청난 성의를 보였습니다. 우선 '올림픽을 한번도 안 해본 국가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논리가 먹혔고, 일본엔 미즈노/아식스 등 자국의 유명 스포츠 브랜드가 많았던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았으므로 관련사업 수주를 노린 유럽권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죠. 서방국가들로선 당시 정점에 달했던 일본의 기세를 견제하고 싶었으며, 제3세계 국가들에겐 전세기 제공 등의 편의는 물론, 정치/경제적으로 한국과 비슷한 입장이라 설득이 쉬웠습니다. 후일 전두환이 '올림픽 유치를 도와준 제3세계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무리하게 해외순방을 나섰다가 벌어진 참사가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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