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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2/07 19:14:39
Name 불량공돌이
Subject [일반] 단편 판타지 소설의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저는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고등학교때 언어영역 공부는 장르 소설로 다했다고 할정도로 좋아했습지요.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는 하고 있지만, 꽉짜여진 주위환경이 주는 압박감에 잠시나마 탈피하고자 그렇게 많이 읽은듯 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가 주인공이 된것 같고 살짝이나마 해방감을 맛볼수 있었으니까요.

그렇죠. 제가 생각하는 장르소설의 장점 중 하나가 대리만족감입니다.
그렇다보니 많은 장르 소설에서 독자의 이러한 바램(바람?)을 쫓는 내용들이 나옵니다.

한 예로 내가 현실에서 나보다 고학벌에게 치이고 사는데, 소설 속의 주인공은 내 실력으로 고학벌들을 물리쳐야죠
무협 세계에서 고학벌은 바로 9파1방 5대세가 출신 아니겠습니까?
무림맹에 무사로 지원했는데 청룡은 9파1방, 백호는 5대세가, 주작은 여자들. 그래서 나는 찬밥신세인 맨 마지막 현무단.
뭐 이런설정이라던가.
실력은 내가 더 좋은데 약소문파출신이라, 실력도 없이 배경만 믿는 명문정파의 무시를 받는다던가,
그리고 그상황에서 실력을 선보임으로 독자에게 통쾌함을 준다던가. 뭐 자주 보는 상황설정이지요. (어젯 밤에도 읽었습니다. 허허)

그런데 예전에 한번 조금 다른 상황을 설정한 소설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명문정파의 말단제자에게 비무에서진 약소문파 출신의 수제자를 훈계하는 장면인데, 내용이 이렇습니다.

약소문파에 들어간 너와 명문정파에 들어간 네 친구가 처음에 실력이 어떠했는가?
어릴때는 둘다 비슷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네가 네 친구보다 조금 더 나았다.
그런데 지금와서 왜 이렇게 차이가 벌어졌을까?
물론 명문정파는 고급 무공을 가지고 있겠지, 하지만 말단 무사인 네 친구에게 까지 그런 고급무공이 전해졌을까?
너는 명문이 가지는 전통의 힘에 진거다.
오랫동안 문파를 지속해왔다고 전통이 생기는게 아니다. 엄정한 규율과 바른 정신속에서만 전통이 생긴다.
그럼 그 전통의 실체가 무언가. 바로 이상향의 설정이고 목표의 설정이다.
니가 너의 문파에서 수제자로 만족하고 있을때, 너의 친구는 한단계 성장하는 동기들, 앞서나아가는 선배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들과 같이 먹고 같이 자며 같은 꿈을 꾸게 되고, 나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그 모습을 닮아간다는거다.
명문의 힘 전통의 힘이라는게 그런거다.
너에게 필요한건 고급 무공이 아니라 니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이 필요한거다.

뭐 이렇게 훈계를 하며 자신을 따라오면 보여줄수 있는 미래 어쩌고저쩌고 설득을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사실 대학에 붙은 친구나 떨어진 친구나 수능점수로보면 한두문제 차이죠.
근데 거기서 머물러버리느냐 다시 나아가느냐에 따라 그 미래는 완전히 달라지죠.


그리고 이 글의 제목인 비슷한 내용의 단편 소설 한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제목 : 짧은 신입생 환영사

왕립 아카데미 362년도 신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부학장인 카를 드 융 입니다. 우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카데미에 입학한 신입생 여러분을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본교에 입학하기전 우리 왕립 아카데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362년의 전통있는 역사, 훌륭하신 교수진,졸업한 선배들의 활약상 등등 이 모든것들이 우리 아카데미의 자랑이며, 이제 여러분들의 자랑이 될 것입니다.

자. 그런데 이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한 여러분은 과연 선택받은 인간일까요? 본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못한 다른 학생들보다 엄청난 재능과 노력을 했기에 여기에 있는걸까요? 물론 여러분의 입학을 담당하신 교수님들께서는 충분한 안목을 가지신 분들이고, 수천의 지원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재원들을 뽑으셨습니다. 하지만 여기 합격한 신입생 여러분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는 정말 미미합니다. 본교의 교수님들의 우수한 안목이 아니라면 그 차이를 알아차릴수 없을정도로요.

그렇다면 비슷비슷한 출발선상에서 출발하였는데 4년간의 아카데미 생활 이후 너무나도 다른 행로를 걷게 되는것은 무엇일까요? 아카데미에서 얻게 되는 인맥 때문일까요? 물론 그것 역시 우리 아카데미의 자랑중 하나입니다만, 인맥은 기회를 제공 할 뿐 자신이 그에 마땅한 실력없이 성공할수 있을정도로 우리 왕국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신입생 여러분이 남과 다를 수 있는 이유! 그 이유는 바로 이 아카데미에서 여러분의 선배들이, 여러분의 동기들이 성취해 내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듣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보면서 자신 역시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전진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어울려 생활하던 사람이 할수있다면 나도 할 수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자신 역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항상심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는 바로 이 아카데미가 신입생 여러분들이 꿈꾸던 미래였을 것입니다. 이제는 신입생 여러분들이 바로 우리 왕립 아카데미 지원자들이 꿈꾸는 미래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졸업하여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이 바로 여러분들의 미래가 될 것 입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하겠다는 항상심을! 간직한다면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하며 환영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덧) 며칠 학벌에 관한 이야기가 자게에 자주 올라오는데, 좀 비슷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전혀 다른 이야기 같기도 하고해서
관련글 코멘트를 할까하다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새 글로 하나 써봅니다.

덧2) 저작권 문제는 걱정하실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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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7 19:18
수정 아이콘
판타지소설 제목도 알려주세요!
불량공돌이
13/02/07 19:36
수정 아이콘
무협지는 제목이 기억이 나지않습니다.

단편의 제목은 적힌대로 '짧은 신입생 환영사' 이고, 내용은 이게 답니다
문피아라는 사이트에서 단편란에서 검색하시면 볼수있습니다.
아니다.. 문피아 리뉴얼하면서 없어졌을수도 있습니다.
jjohny=Kuma
13/02/07 19:38
수정 아이콘
소설에 관한 이야기이니 저도 소설 하나 써보자면, 혹시 불량공돌이님께서 쓰신 작품인가요? 헤헤
불량공돌이
13/02/07 19:40
수정 아이콘
날카로운 지적에 난감해하며, 부끄럽고 민망해서 이만 도망칠까 합니다.
jjohny=Kuma
13/02/07 19:48
수정 아이콘
글에서 그런 느낌을 받아서 찔러 봤더니 정말이군요. 헤헤
부끄럽긴요. 이렇게 된 이상 다른 작품들 쓰신 것 있으시면 소개해주시죠. 흐흐
13/02/07 19:48
수정 아이콘
빵 터졌습니다. 크크
아케르나르
13/02/07 20:46
수정 아이콘
대단한 찌르기이신듯..
불량품
13/02/07 23:10
수정 아이콘
이.. 일격필살!
샨티엔아메이
13/02/07 19:47
수정 아이콘
명문이 명문인 이유에대한부분은 출판소설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많이 수긍이 가는부분이었어요.
13/02/07 19:54
수정 아이콘
어머니들이 자식무슨수로라도 명문대 명문고등학교보내려는 이유중하나죠, 분위기랄까...
13/02/07 19:58
수정 아이콘
저는 뭐 딱히... 우리나라에서 저 정도로 선배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이 진짜 최상위 몇개나 될까 싶네요.(게다가 요즘 우리나라 어느 대학생들이던 공부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딱히...) 우리나라 학벌의 시스템이 딱히 그 최상위 대학과 하위 대학으로 나뉘는 것도 아니고...
13/02/07 20:03
수정 아이콘
쌍시옷과 시옷...이 너무눈에밟혀요...

본문에대한 감상은.. 너무 정론이라 감흥이없어요. 원래 이런이야기는 이런장점들과 동시에 갖는단점의 조율이 포인트인데 이건 그냥.. 명문이 왜 좋은가의 일면이라서..달리 말씀드릴게없네요.

아래소설이라면 저도 많이 겪는거지만 인터넷,장르소설,외국번역소설 같은것만 보다보면 문장이 자꾸 닮아가서 곤란해지고는 하지요. 취미가 소설쓰기라면 기존 고전들이 왜 여전히읽히는지 한번쯤 즐겨보시면 새로운 재미를 찾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jjohny=Kuma
13/02/07 20:06
수정 아이콘
맞춤법 지적만을 위한 댓글은 규정 위반입니다. 본문에 대한 감상도 말씀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
13/02/07 20:13
수정 아이콘
수정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불량공돌이
13/02/07 20:31
수정 아이콘
1. 지적감사합니다. 한군데는 수정했는데... 나머지는 못찾겠습니다. 한글에 복붙해서 검사해도 안나오네요..
2. 그 당시 저는 꽤 신선했습니다. 그렇기에 패러디를 한거였고...
3. 사실 문체가 자주접하는 글을 따라가는건 확실합니다. 시오노 나나미 책을 자주 읽을때는 문체가 그사람 닮았다는 말도 들었으니..
취미가 소설쓰기라기보단 예전에 필받을때 끄적여본거죠 마지막으로 해본게 3년전이네요. 요즘은 소설보단 논문을 써야해서..
딸리는 영어로 논문을 쓸 능력이 없어서 고민입니다. 잘 쓴 논문 몇 골라잡고 필사해봤는데 기본기가 없어 글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입니다. 엉엉
13/02/07 23:23
수정 아이콘
저는 필사는 근성이 모자라서.. 진짜 못하겠더라구요.
글쓰는 게 거의 모든 관심사인 친구가 글 공부하는 거 보니까, 괜찮다는 문장이나 표현법을 모은 노트와 그것에 대한 자기 생각을 함께 적어둔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글을 쓸 때 자주 펼쳐본다고.. 시간은 걸리지만 나중엔 보물노트처럼 된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글을 기본부터 배워야 한다는 논리에는 자주 반대하고는 하는데(그게 대중적인 소설이나 취미생활에는 오히려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도서관에있는 각종 글 쓰기 관련 책을 보면 그게 가치없는 일은 아니더라구요. 우리처럼 취미수준에선 크게 신경 안써도 되지 않을까요 크크. 딱히 위에 쓰신것도 어디가 못썼다 이것보단 몇몇 부분이 일본어 번역체처럼 표현되는 부분들이 있을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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