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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7/23 01:56:32
Name 여기에텍스트입력
Subject [일반] 평범하게 살아가는 척
이전글과 이어질지도 아닐지도입니다?

ADHD 치료 중, 피쟐에도 쓴 내용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발적으로 딸자식이 ADHD라 질러버린 후 엄마가 말했던 자기회피성 발언에 대해서였죠.
당시에는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언급했는데, 사실 전 ADHD가 발견된 이후 가족에게 밝히는 일에 대해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어쨌든 발견은 됐고 말은 해야할 거 같은데 주변 사람들 중 이런 사람이 있지도 않고... 우발적으로 지르지 않았더라면 평생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진료 중에도 '딱히 효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인데 이걸 어떻게 말하냐'면서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어... 예,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질질짜고 그런 거 다 무쓸모한 방향으로 나오더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이해는 합니다. 대뜸 딸자식이 나 ADHD라고 지르는데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그 이후에 오빠에게 했다고 하는 말이었던 자신의 책임은 피한 채 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말이 저한테 상처로 남았죠.

예로 든 이 상황 자체는 좀 모호하지만 저는 천성 자체가 예민한 타입입니다. 저랑 비슷한 성격이 저희 아빠인데 이 분은 예민하면서 동시에 말을 극도로 아끼는 분이라 제가 진짜 이런 성격 싫어하는데 점점 제가 닮아가더군요 크크 아, 아부지...

사실 여기까진 빌드업이고, 저번 글에서 등장한 상사(맞나?)가 나오는 일이 본론입니다. 전글에서 밝혔듯 이 사람은 알바인 제가 봐도 '저러다 일에 파묻히는거 아니냐;' 싶을 정도로 바쁜 사람입니다. 그걸 제가 이해해줄 필요는 사실 없긴한데, 가끔 보이는 모습이 참 안쓰럽달지...

여하튼 그래서 그런지, 오래 나온 단기알바들도 이름을 잘 기억못하는 편인데 그 때문에 저를 실수로 잘못 부른 적이 있었습니다. 이름을 잘못 부른 게 아니라 호칭을 잘못 부른 거였는데, 이게 음, 아무리봐도 제가 연하인데 이모라던가 이모라던가 그렇게 불리면 그게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요? 뭣보다 이 호칭을 모를 때 어떻게 상대를 불러야하는가에 대한 매뉴얼까지 있는 곳에서?

여기까진 그냥 '아무리 저 사람이 날 편하게 생각해도 기분이 나쁘다'로 적당히 넘길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제가 ADHD를 가진 사람이란 점이죠. 잡념이 자꾸만 늘어나 '아무리 이름을 몰라도 왜 내가 저런 호칭으로 불려야 하지?'에서 '내가 그런 식으로 불릴려고 여기서 돈버는건가?'싶더라고요. 그리고 생각의 종착지는, 겨우 그렇게 불렸다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저 자신이 싫다였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그렇게 불릴 바엔 잊어먹던 어쩌던 이름을 알려주는게 낫다 싶어서 나름 때를 노리고 있긴한데(?) 이게 또 생각이 꼬리를 물더라고요. 그냥 단순히 알려주면 되겠다 싶긴 한데, 왜냐고 묻는다면 까딱 딥해져서 ADHD 얘기까지 가면 어쩌지,  싶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온갖 가능성을 따지고 보는 망할 잡념이 또 고개를 치켜드는겁니다. 글 보는 분들도 환장하실 거 같은데 제일 환장하는 건 사실 접니다. 아 생각 멈춰!

결국 자기혐오에 기반한 생각이라 그런지, 최근에 했던 생각 중 하나는 '실수야 할 수도 있다 치지만 그걸로 내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 어쩌지?'도 있었습니다. 단순하게는 전글에 나왔던 기계 다루는 일도 있고(하필 하는 일이 일이라 기계 다루다 실수하면 단위가 후덜덜합니다), 멀고 추상적으로 본다면 위에서 나왔던 평범한 사람에게 제 이야기를 하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일 겁니다. 사실 알고 계신 분들은 있긴 한데 제가 밝힌 건 또 아니거든요. 우연찮게 말이 나온 거고 제 입으로 밝힌 건 가족과 친구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단순 지인도 아니고 단기로 나가는 일용직과 정사원의 관계에서 저 얘기가 나온 상황이면? 저는 모르겠습니다 이젠.

그런 일이 있었고 마음의 상처는 있음에도 출근하면 여전히 제 시선은 누군가에게 머물고 있습니다. 정말, 평범하게 살기 힘든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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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대바구니만두
23/07/23 10:0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생각은 감정에 통제당합니다. 부정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인 아이디어 역시 우리의 뇌는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는 아이디어(시나리오)만을 후보군에 올리게 됩니다. 나머지는 자기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다 쳐내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정답을 알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이유입니다. 내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사고가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고, 그런 생각을 하기도 싫다는 단계까지 왔다면, 단 한 단계만이 남아있습니다.
즐거운 생각을 가지려는 노력? 아닙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려는 노력? 아닙니다.
우리의 의식은 세포라는 단순계들이 작용해 창발된 존재이기에, 역으로 우리 몸에게 내릴 수 있는 명령은 정말로 단순한 것 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기쁘다]고 생각하십시오. 쾌락이나 기대와 같은 감정들이 아닌, 현재에 만족하는, 주위 모든 것에서 잔잔하고 고요한 기쁨을 느끼는 자신을 상상하십시오. 기쁨의 경지를 기대하며 상상하지 말고, 아무리 힘들고 더러워도 이 순간을 그저 기쁘다고 여기는 자신을 상상하십시오. 내가 기분이 좋아지길 바래서는, 누군가 무언가 내 기분을 좋게 해주길 바래서는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기쁘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막연하고 힘든 목표지요? 외부의 도움을 받아봅시다. 일생동안, 자신을 가장 편안하고 릴랙스시켜주는 소재를 떠올려 봅시다. 그런게 없다면, 조금의 비트가 있어도 괜찮습니다. 가장 스트레스 없이 앉은 채 적당한 율동을 가지도록 해주던 컨텐츠를 떠올려 보세요. 저는 잔잔한 재즈음악으로 하겠습니다. 눈을 감고, 음악을 즐기며 양팔을 살짝 들어올려 팔꿈치가 공중에 뜨도록 해봅시다. 손가락을 리듬에 맞춰 조금씩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해보세요. 그루브를 타는 겁니다. 한번도 안해봤나요? 상관없습니다. 누구도 당신의 춤사위를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의 춤은 쩝니다. 자뻑에 빠지세요. 그래도 됩니다. 어린아이들처럼, 내가 어린이였을 때처럼 마냥 기분좋아 온몸을 흔들던 때가 있었음을 떠올리세요. 팔꿈치를 들어올린 채 유지하고 있는, 평소 잘 하지 않던 행위의 자극으로 인해, 뇌는 여기에 신경을 쏟게 되고 다른 잡생각이 조금 사라질 겁니다. 뇌는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게 불가능합니다. 심호흡을 하고, 경전을 외우고, 춤을 추고, 취미에 빠지고. 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컨텐츠를 즐기고 있기 때문에 내가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더라도 익숙함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샌가 고요한 기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저녁 늦은 시간, 조명을 낮추고 소파에 편한 자세로 앉아 10분만 투자해보세요. 10분입니다.

마인드 세팅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조급함을 느끼지 말고, 지금 이 시도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해도 나는 손해볼 게 없다는 생각을 가지세요. 기대컨 아시죠? 실패했다면 저를 욕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그리고 10분간 휴식을 취하고자 노력했던, 달라지고자 했던 자신이 남았음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행동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 명상과 뇌과학 상식을 접해보세요. 당신은 단 한번의 지렛대만 당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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