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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1/03/09 12:45:53 |
Name |
카바라스 |
Link #1 |
https://m.blog.naver.com/newds61/222268399212 |
Subject |
[기타] 유동수의원 게임법 관련 입장문 |
지난 주말 제가 대표발의한 게임법과 관련해 놀랄 만큼 많은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먼저 많은 게이머 여러분들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의견들과 관련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이 자리를 빌려 안내드리고자 합니다.
Q1. ‘영업기밀’을 강제로 공개하게 만드는 악법이라 통과되면 게임사들이 다 죽는다는데요?
A.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특정한 상품에 대한 기대편익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공정거래의 가장 기본 원칙입니다. 하지만 시장에만 이를 맡겨둘 경우 판매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 불균형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에 여러 법률은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그 구성확률이 바로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최소한의 정보입니다. 게임사의 영업비밀을 강제적으로 공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타 산업에서는 이미 소비자보호를 위해 ‘당연히’ 적용되고 있는 공정거래의 기본 원칙을 ‘지금이라도’ 게임산업에 적용하도록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Q2. 게임사들이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자율규제로는 해결이 불가능할까요?
A.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업무협약을 맺고 강화된 자율규제를 시행해 온 2018년 이후에도 몇 차례의 확률조작 의심사례들이 발생했습니다. 그 중 몇 건은 ‘물증’이 없어서 단언하지 못할 뿐, 누구나 확률조작이 일어났다고 확신할만한 사례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심에 대해 자율규제는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현행 자율규제는 게임사들이 일방적으로 확률을 공시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 확률이 정확한지에 대한 검증도, 게임사들이 잘못된 확률을 제시했을 때에 대한 처벌도 없습니다.
최근 논란의 핵심이 된 마비노기의 ‘세공’, 메이플스토리의 ‘큐브’와 같은 핵심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도 자율규제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공시해도 아무런 불이익도 없습니다. ‘감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감시’를 하겠다는 주체도 확률형 아이템을 주요한 BM(Business Model)으로 삼고 있는 게임사들 자신입니다. 시장 참여자 각각의 최선의 이익 추구 행위가 공동체 전체의 최선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증명된 사실입니다. 시장의 자율에만 모든 것을 맡기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이미 산업혁명~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게임사들은 자율규제 강화를 선언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의 자율규제 연혁을 살펴보면, 국회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나왔던 말입니다. 지금 게이머들이 분노한 까닭은 더이상 게임사와 자율규제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에서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는 게임사도 정확한 확률을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자율규제를 실시했다며 제시한 확률은 어떻게 나온 수치일까요? 이미 신뢰는 무너졌습니다.
존경하는 이상헌 의원님께서도 강조하신 부분입니다. 게임사들이 정말로 투명하게 자율규제를 시행할 의지가 있었다면, 그것을 법으로 규정하겠다는 논의에 이렇게 필사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부모로부터 공부하라는 말을 들은 자녀가 ‘공부하려고 했는데 공부하라는 말을 들어서 하기 싫다’는 논리와 다른 것이 무엇일까요? 게임사의 반발은 오히려 자율규제의 실효성에 물음표를 더하는 행위일 뿐입니다.
대한민국이 게임산업을 탄압해서 자율규제가 정착할 수 없었단 주장도 있었습니다. 더더욱 어불성설입니다.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을 저렇게 허술한 ‘자율규제’에만 맡겨두고 있었던 것 자체가 게임사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반증입니다.
Q3. 법률에 확률공개 의무를 담는다고 해서 게임사들의 조작 가능성을 모두 없애진 못한다는데요?
A. 제가 대표발의한 법이 게임사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사실은, 면죄부가 아닌 법의 테두리 안에 넣기 위한 첫 걸음이란 점입니다.
법률도 하나의 살아있는 생물과 같습니다. 기존의 법률이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그렇기에 국회는 변화하는 시대상과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해 보다 적확한 대한민국의 법률을 만들어갑니다.
이번에 제가 대표발의한 법안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생각 자체가 너무나도 오만한 발상이겠죠. 다만 이 법안의 통과에는 분명한 의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조작 논란이 있었을 때마다, 게임사는 의도한 사항이 아니라 단순한 기술적 문제였다는 해명과 함께 일정 수준의 보상을 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시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거짓 정보를 제시한 것에 대한 처벌규정도, 의지도 없는 자율규제 체제 하에서는 소비자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근거가 없습니다. 유저들을 기망하기 위한 조작이었는지, 정말로 단순한 실수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게임사의 일방적인 발표와 ‘던져주는’ 체면치레성 보상으로 끝나겠지요.
그렇기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시 의무와 함께 공시된 확률과 실제 적용된 확률이 다르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을 때 사실여부를 명확히 확인하도록 하고, 소비자를 기망한 것이 맞다면 부당하게 거둔 이익의 3배 이내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이용자들 자체적으로 커뮤니티나 인터넷 방송을 통해 공시된 확률정보가 정확한지 검증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이 법률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는 것은 분명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제가 대표발의한 게임법도 수명이 다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게임사들이 회피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시장을 그대로 둬야 할까요? 사람이 언젠가는 죽는다고 해서 식사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한 입에 배부른 수저를 만드는 일에 기약없이 매달리는 것보다는, 조금씩이라도 지금보다 나은 법률을 만드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게임법은 지금보다 더 나은 게임산업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4. 기술적 오류로 인한 면책조항은 왜 넣으셨나요? 게임사들이 악용할 것 같은데요
A. 해당 조항을 넣지 않는다면 정말 실수로 벌어진 일에도 게임사들이 처벌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많은 게임사들이 소위 ‘픽 업’ 이벤트를 통해 특정 상품의 확률을 높이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사가 평상시에는 1%로 등장하게 설정된 A라는 상품의 등장확률을 ‘2배’ 높였다고 공지했는데 실제로는 ‘20배’ 높은 확률로 등장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분명히 소비자 기망을 위한 악의적인 확률 조작은 아닙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없다면 이러한 실수도 처벌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프로그램의 특성상 개발사도 의도치 못했던 버그가 발생할 확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법률에 소비자 기망인지 단순한 기술적 오류인지 검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만큼, 해당 조항의 필요성에 대해 납득해 주셨으면 합니다.
Q5. 이 참에 확률형 아이템을 모두 금지하면 안되나요?
A. 많은 분들께서 비판하시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의 밸런스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소위 P2W(페이 투 윈) 형식의 상품입니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2 등과 같이 단순한 치장성 상품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무작위로 판매하는 상품도 있는 만큼 무차별적인 금지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부스터 팩 형식의 상품을 판매하는 TCG 게임들과의 역차별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해 소비자의 기대편익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고,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선에서 개정안을 준비했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Q6. 의원님께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소관하는 정무위원회 소속입니다. 그런데 왜 공정거래법이나 전자상거래법이 아니라 게임산업법으로 발의하셨나요?
A.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9년 12월 확률형 아이템의 구성 확률 공개 의무를 담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최초 발표 당시에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3월 중 공표를 예고했으나, 실제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본 의원의 질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문체부와의 사전 조율 과정에서 해당 고시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 시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이 부여되도록 규정했다고 답했습니다. 각 정부기관이 확률형 아이템의 구성 확률 공개를 법 개정시 문체부의 소관업무로 합의한 만큼, 입법과정에서도 이를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게임은 하나의 ‘산업’이자 ‘예술’입니다. 지금까지 게이머들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앞장서서 반대한 것은 창조성이 바탕이 되는 게임산업에 규제가 도입될 경우, 그만큼 게임산업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만큼은 규제 정도에 대한 이견은 있을지언정 절대 다수의 게이머들께서 규제 찬성을 외치고 있습니다. 폭넓은 자유를 누리며 좋은 컨텐츠 제작에 매진해 줄 것을 기대한 게이머들에게 게임사들은 ‘더 사행성이 강화된’ = ‘더 돈이 되는’ 확률형 아이템에 매진하는 결과로 보답했기 때문입니다.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게이머들을 대하는 게임사들의 태도입니다. 절대다수의 정상적인 기업들은 자사의 상품을 소비하고, 사랑해주는 고객들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크게 회자되는 문구가 ‘불량한 결제태도’일 정도로, 게임사들은 소비자들을 단순히 자신들을 위해 돈을 바치는 존재 정도로 취급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공자는 논어 안연편에서 무신불립의 고사를 남겼습니다. 군대와 식량을 포기하더라도, 신뢰가 없다면 그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는 시대를 관통한 일침입니다.
이 무신불립의 원리는 산업에서도 적용됩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산업과 기업은 절대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배신해 온 국내 게임사들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소비자는 ‘선량한 결제태도’로 기업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국회는 기업의 '정당한' 이익추구를 도울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부당한' 이익추구를 감시하고 제어할 의무도 가지고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법제화는 게임사와 유저간의 신뢰를 되살려 게임산업을 살리는 첫걸음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우리 게임사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영영 시작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입니까? 언젠가는 논의와 입법이 이뤄졌을 일입니다. 단지 그 시점이 지금일 뿐입니다. 이미 세계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논의가 시작되고 있고, 많은 게임사들이 소위 ‘배틀패스’를 비롯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 나가고 있습니다. 설령 이번 게임법 통과를 막아내더라도 확률형 아이템에 집중하는 BM을 벗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 게임산업은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있는 것은 실체도 불분명한 게임 탄압과 게이머들의 불량한 결제태도가 아닌 게임사 자신입니다.
기성 세대에게 게임은 자기 자녀들의 앞길을 막는 ‘사회악’이었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공중파 방송에서 게임 중독자라는 오해를 받은 사고로부터 채 20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서야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조금씩 바뀌며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게임은 다시 사회악이라는 낙인을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법안은 게임산업을 적대하는 법안이 아닌, 게이머를 무시하던 잘못된 태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법안입니다. 잠깐은 아플 수 있겠지만, 건강을 찾기 위해 부득이하게 실시하는 수술입니다. 이제 국회, 게이머, 게임사가 함께 세계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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