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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4/19 03:06:24
Name   No.42
Subject   다르빗슈를 통해 본 커맨드의 중요성 - 류, 윤에게 바란다
  지난 스토브리그에 1억1170만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일본의 특급 투수 다르빗슈 유를 영입한 텍사스 레인저스는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요. 마쓰자카 다이스케 영입에 1억3백11만1111달러를 쓴 보스턴의 기분보다 더 난감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현재 다르빗슈는 단 두 경기에 등판했습니다. 첫번째는 같은 일본 출신의 스즈키 이치로가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등판하여 5.2이닝 8피안타 5실점의 부진한 성적을 올렸으나 타선의 도움으로 승수를 챙겼습니다. 두번째는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등판, 5.2이닝 9피안타 1자책첨의 성적을 냈습니다. 1억달러가 넘는 거액을 쏟아부은 투수의 성적으로서는 매우 초라합니다.

  이에 시즌 전과 시범경기때만 해도 기대감과 호기심을 불러모았던 다르빗슈는 서서히 혹평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시즌 전에
다르빗슈의 메이저리그 연착륙 가능 여부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었습니다. 다르빗슈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며 어느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양상을 보였던 그에 대한 예상은 지금 서서히나마 한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다르빗슈의 연착륙을 예상하게 한 긍정적인 측면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그의 빠른 공을 들 수 있습니다. 다르빗슈 유는 일본에서 95마일을 넘나드는 패스트볼을 구사하여 탈동양 급의 파이어볼러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컨트롤도 갖추었다는 평을 들었지요. 그리고 7종이 넘는다는 그의 다양한 레퍼토리 역시
강점으로 꼽혔습니다. 그리고 이란인 아버지의 피를 이어 동양인같지 않은 하드웨어를 지니고 있음이 또한 높게 평가됐지요. 스태미너의
문제와 부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으니까요. 그의 부드러운 딜리버리도 좋은 평을 들었습니다.

  이번엔 그의 성공을 비관적으로 예상하게 한 점들을 꼽아보겠습니다. 이 의견들은 그의 장점에 대한 평가를 반박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일단 다르빗슈의 컨트롤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다르빗슈의 피칭 영상을 보면 결코 핀포인트라고 볼 수 없는 투박한 로케이션이
보입니다. 아무리 봐도 9분할은 커녕 4분할도 제대로 잡히지 않을 때가 잦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와 다른 일본의 스트라이크 존이
그의 로케이션을 적절히 보정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다양한 레퍼토리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달립니다. 7종류의 공을 던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쓰일 수 있는 공을 던져야 한다는 것인데, 다르빗슈는 20-80스케일에서 50언저리의 평범한 공들이 그저 종류수만 늘려준
투수라는 평가가 내려졌죠. 즉, 던지는 건 여러가지지만 제대로 던지는 건 그 중에 몇 없다...는 것. 다음으로 중동계 혼혈인 그의 혈통과
일본에서의 이닝이팅 능력에 기대한 그의 스태미너도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우선 그가 사용하게 될 알링턴 파크는 메이저에서
가장 더운 구장으로 투수들에게 극히 불리한 곳입니다. 한 여름을 지나며 투수의 체력이 급저하될 수 있는 조건이지요. 거기에 메이저리그의
이동거리는 일본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 경기수도 162경기로 늘어나게 되지요. 때문에 느닷없이 달라진 조건에서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것은 미리 무난하다고 평하기 힘들다는 거였습니다. 다음은 그의 강력한 패스트볼에 대해서입니다. 일단 일본의 구속 측정은
상대적으로 후한 편입니다. 때문인지 몰라도 일본인 투수는 메이저에 진출한 이후 구속 저하를 겪는 일이 잦았지요. 그리고 그 벨로시티가
유지된다고 한 들, 워낙 무브먼트가 없는 '깔끔한' 패스트볼이기에 메이저 타자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패스트볼의
3요소는 무브먼트, 벨로시티, 로케이션입니다. 다르빗슈의 패스트볼은 메이저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세모 하나와 엑스 두 개라서 결코
위력적인 무기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멘탈입니다. 그가 메이저에 진출한 것은 별로 개인의 의지에 의한, 의욕적인
진출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계속 일본에 남아있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고, 등을 떠밀려 진출하는 듯한 이상을 남기고 떠났지요.
과연 그런 와중에 얼마나 열정을 다해 메이저에 적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남습니다.

  위의 두 문단의 분량을 보시면 짐작하시겠지만, 저 역시도 다르빗슈의 실패에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주목한 부분은
다르빗슈의 패스트볼에 대한 평가였지요. 사실 투수의 패스트볼이 꼭 빠를 필요는 없습니다. 시속 91마일(145킬로미터 가량) 정도의
패스트볼로도 충분히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마크 벌리는 80마일대의 패스트볼로도 좋은 기록을 내고, 그보다 훨~씬 더
느린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제이미 모이어도 경쟁력을 보입니다. 하지만 벨로시티가 떨어지는 패스트볼은 반드시 로케이션이나 무브먼트가
좋아야 합니다. 아니면 강력하기 그지없는 세컨, 서드 피치의 지원을 받아야 하죠. 과연 다르빗슈는 이런 면을 제대로 갖추었을까요?

  일본 시절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파이어볼러, 파워피처로서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었습니다. 타자들은 그의 패스트볼에 대한 부담이
컸기에 브레이킹 볼에 당하는 일도 많아졌죠. 그의 패스트볼은 '자이로볼'이라는 공상과학 구질까지 거론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메이저에 온 마쓰자카는 더 이상 타자를 윽박지를 수 없었습니다. 그의 패스트볼은 '자이로볼'도 무엇도 아닌 그냥 밋밋하고
평범한 패스트볼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마쓰자카는 불리한 볼카운트나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믿고 던지던 패스트볼이 아닌 이런 저런
브레이킹 볼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코너에 몰린 투수는 결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지요. 셋업피치-유인구가 많아지며 이닝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강판되는 일이 잦아져서 일본에서의 무지막지한 이닝이팅 능력은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5이닝용 투수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지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다르빗슈 역시 그런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무지무지 높다는
것입니다. 패스트볼이라는 최대 최강 무기가 쓸모없어지면 파이어볼러는 피칭 그 자체가 뿌리채 흔들리게 됩니다. 바로 '커맨드'가
망가지게 되는 것이죠.

  사실, 미국에서 쓰이는 베이스볼 용어에는 야구용어로 번역할 수 없는 묘한 것들이 몇몇 있습니다. 로케이션은 결코 제구력으로
번역할 수 없는 단어이고, 무브먼트 역시 구위나 볼끝이 만족스러운 번역은 아닙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커맨드가 가장 애매한
용어가 아닌가 합니다. 애정남이라도 불러야 할 판이지요. 커맨드라는 것은 각각의 상황에 대응하여 타자를 의도한대로 압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스타에서 빌드와 심리전으로 상대의 빌드와 플레이를 강제해서 그에 대한 맞춤 전략으로 승을
쌓아나가는 운영능력과도 비슷합니다. 투수가 이렇게 원하는 '빌드', 즉 볼카운트나 그 전에 보여준 셋업피치를 이용해서 피니시를
날리는 데에는 당연히 중심 레퍼토리의 존재가 필수불가결입니다. 마치 이제동에게 뮤탈, 저글링, 정명훈에게 벌쳐가 있는 것처럼 상대가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무기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다수 투수의 중심 레퍼토리는 패스트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박찬호 선수의 첫 선발 등판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본토 커맨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그 경기의 박찬호 선수의 피칭을
보시면 상황별로 타자를 상대하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 날, 박찬호의 무기는 바로 커터였지요. 1회에 높은 공에 인색한
스트라이크 판정을 알게 된 박 선수는 존을 낮게 잡으면서 두산 타자들에게 커터를 인식시키기 시작합니다. 주자가 1루에 있을때는 낮은
커터로 땅볼을 유도하려는 피칭을 했고, 이는 많이 적중합니다. 그리고 주자가 없을 때는 바깥쪽 낮은 볼을 인지시킨 후에 몸쪽 높은 커터로
삼진, 혹은 스트라이크를 잡아냈습니다. 그리고 커터를 지나치게 의식하게 된 타자의 경우에는 커터에 이어 들어오는 커브에 속아 헛스윙을
하기도 합니다. 바로 고영민 선수의 삼진장면이 그렇지요. 타자들이 커터에 당한 것에는 살아서 꿈틀대는, 역회전성 무브먼트가 일품이었던
패스트볼과 타이밍이 느리고 브레이킹이 좋은 커브의 조력이 있었습니다.

  다시 다르빗슈로 돌아가서, 다르빗슈의 현재 모습은 커맨드의 실종으로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일단 그의 패스트볼 역시 아직은 일본과
같은 벨로시티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89~92마일을 오가는 그의 패스트볼은 패스티스트도 93~4마일을 찍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투수들의 벨로시티가 제대로 올라올 시기는 아니기에 그에 대한 우려는 조금 미뤄도 될 듯 합니다. 그래도 그의 무브먼트와 로케이션은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이른바 홈런 존에 들어가는 공도 많을 뿐더러, 움직임도 없이 궤적이 깨끗합니다. 92마일짜리 밋밋한 패스트볼이
존에 들어온다? 안넘어가면 할렐루야입니다. 다르빗슈의 피칭 자체가 조금 가라앉아 있는 것도 문제지만, 상대하는 타자들이 달라진
것도 크나큰 이유가 됩니다. 컨택이나 파워에서 일본과는 현격한 차이가 나는 괴수들이 떼를 지어 나오는 메이저에서 그의 커맨드로는
더 이상 타자들을 제어할 수 없습니다. 이에 그 역시 선배 마쓰자카가 했던 피칭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패스트볼 대신 브레이킹 볼 뒤로
숨는 것이죠. 물론 그것은 더 안좋은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제 달랑 두 경기 지나고서 말하기엔 성급한 감이 있지만, 저는 이번 시즌 다르빗슈가 기대만큼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패스트볼에 속도가 더 붙는다고 한 들, 텍사스의 폭염 속에서 그가 그것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고,
속도가 빨라져봐야 그 막대기같은 무브로는 타자들을 압도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렇게 패스트볼이 무너지게 되면 그의
레퍼토리 중에는 커맨드의 중심을 이뤄줄 무기가 별로 남지 않습니다. 커터와 커브를 제외한 다른 브레이킹 볼이 '별로'라는 딱지가
붙은 채로 반봉인된 상황이지요. 때문에 다르빗슈는 뭔가 획기적으로 폼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기대에 부응할 수 없으리라 봅니다.

  다르빗슈의 메이저 진출 결과를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대표 투수인 류현진, 윤석민 선수의 메이저 진출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기 때문입니다.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이지만, 두 선수는 결코 다르빗슈보다 뛰어난 투수가 아닙니다. 두 선수
모두 다르빗슈의 약점을 몇몇 공유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는 엉망이지요. (이건 대다수 한국 정통파 투수들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만...) 류현진 선수의 서클 체인지업은 퍽 훌륭한 무기입니다만, 나머지 피칭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윤석민 선수의 슬라이더가 그리 훌륭하다던데, 최근에 본 14K 경기에서의 브레이킹과 로케이션은 아찔했습니다. '행잉 슬라이더'는
정말정말 위험한 공입니다... 일단 두 선수의 제구가 다르빗슈에 비해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 않은 듯 한 것은 고무적입니다만, 압도적인
구속이 아니라면 무브먼트가 약한 패스트볼의 경쟁력은 50 스케일을 크게 넘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두 선수가 한국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스트라이크 존의 도움과 타자들의 수준미달 덕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표현은 여기저기서
원치 않는 파이어를 불러왔기에 고민이 좀 됩니다만...) 몸쪽에 아주 후한 판정은 투수에게 퍽 유리해보입니다. 타석 라인을 타고 들어간
공도 심심치 않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더군요. 때문에 현재 한국 프로야구 리그의 기록을 가지고 메이저진출에 청신호를 켜는 것은
극히 성급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류현진 선수는 좋은 기회가 하나 생겼습니다. 메이저 124승 투수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말이지요. 박찬호 선수도 사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그의 커맨드로 타자를 압도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판을 짜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고, 한국 타자들은 아직 그의 공을 요리할 기량을 갖추지는 못했지요. 개인적으로 스태미너의 문제만
극복한다면 올 시즌 거뜬히 선발 10승 넘게 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커터라는 메이저 필수종목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도 있지요.
박찬호 선수가 극복하지 못한 체인지 업이라는 산을 이미 넘어선 류현진 선수이기에 발전의 가능성이 많이 열려있다고 봅니다. 윤석민
선수 역시 좋은 딜리버리(패스트볼과 브레이킹볼, 체인지 업의 딜리버리 차이가 거의 없는...)를 지니고 있기에, '긁는 맛', '채는 맛'을
깨달아 패스트볼에 무브를 줄 수 있으면 어떨까 합니다. 슬라이더는 아직 메이저 진출을 노리기엔 위험해 보입니다. 패스트볼의 속도는
좋으며, 여기에 체인지 업이 있으니, 좋은 세컨 피치를 갖추면 역시 메이저에서 통할 경쟁력을 갖출 수도 있습니다.

  커맨드를 갖춘다...라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스킬을 익힌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커맨드의 중심이 되어줄 강력한 구종의 장착, 그를 보조해
줄 세컨, 서드 피치의 개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줄 로케이션 능력 함양, 거기에 이 레퍼토리들을 상황에 맞게 배열할 수 있게 해주는
냉정함과 노련함... 실로 투수의 풀패키지를 요구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류, 윤 두 선수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많은 부분을 길러내지
않았나 합니다. 재료는 대강 갖추었으니 요리를 해야 한달까요. 물론, 김치를 담그는 것처럼 배추를 조금 더 절이고 속을 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두 선수가 조금 늦게 갈 지언정, 일단 가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사실, 다르빗슈까지 실패로 끝난다면 동양계 투수는 정말 메이저에 발붙일 곳이 없어집니다. 이라부, 사사키, 노모, 마쓰자카 등등
기라성 같은 일본 투수들이 메이저에 도전했지만, 단기적인 임팩트를 보이는데 성공했을 지언정 리그 일류의 자리에서 롱런하진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최고의 동양계 투수는 노모 히데오, 그 다음이 박찬호 선수가 아닌가 합니다. 두 선수의 누적 스탯을 보면 이제 동양 투수들에
대한 기대가 많이 내려간다고 해도 그닥 할 말은 없습니다. 거기에 한국의 괴수, 류, 윤 양 선수의 메이저 진출이 실패로 끝나면 정말
요단강을 건너가게 될 수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제대로 갖추어서 바다를 건너가기를 응원합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4-2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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