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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2/20 03:23:00
Name 아랑
Subject [잡담] 뮤즈
늦은 밤인데도 꽤 여러 분들이 계신 것 같은 pgr 자유게시판..
안녕하세요, 얼마 전 '분꽃'을 소재로 긴 글을 썼던 Lunnette입니다.
읽기 편하게 발음 적어드리면, '루넷'입니다..^^;

뮤즈를 아시나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들이지요. 제우스의 딸로 음악과 예술을 맡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켜주는 존재'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표현이 뮤즈입니다.

저번 글에서 밝혔듯, 전 강민 선수를 좋아합니다.
분꽃같은 강민 선수와 그 플레이를 존경하고 즐깁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강민 선수에 대한 그 애정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제 애정이 그렇게 긴 글을 쓸 정도로 깊었다고 말하기엔 조금 .. 쑥스럽기도 하지만요...^^;

제가 강민 선수에게 본격적인(?) 애정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MBC 게임 스타리그 승자조에서의, 임요환 선수와의 3전2선승제 경기였습니다.
방송경기를 생방으로 보기 굉장히 힘든 저였지만, 어쩌다 보니 그 경기를 생방으로 보게 된 게 참 지금 생각해 봐도 영광이란 생각이 듭니다. 정말 큰 기쁨이었구요.. 그 세 경기를 보면서 전 내내 온몸에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즐겁고 흥분되고 짜릿하고.. 여러가지 감정들이 제 몸을 훑고 지나가는 동안, 단순히 관심만 가졌던 강민 선수가 하나의 우상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시작할 때는 '이겨요, 박서! 무조건 이겨요!' 였던 제가, '강민 선수, 관심가는 선수이긴 하지만 박서를 이기면 미워할지도 몰라요' 라고 생각했던 제가.. 경기가 끝난 뒤엔 그저 멍하니 앉아서 '아니, 어떻게 저런 선수가 있을 수가 있지. 어떻게 저런 플레이가 나올 수 있지'라는 생각만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변해버린 제 모습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 경기를 보고 나서 연습장 한 장을 꽉 메우는 메모를 했습니다. 경기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장면장면을 보며 느꼈던 점들을 꽉꽉 차게 적어나갔죠. B5사이즈의 작은 연습장이었지만 메워지는 건 한순간이더군요. 한 페이지를 넘기고 그 뒷장에 이어지는 메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느낀 점들이 주요 내용이 되더군요.

풀리지 않아 고민하던 이야기 하나가 있었는데(부끄럽지만 전 자유기고가 지망생입니다..; 만화와 일러스트, 그리고 짧은 생각을 담은 동화 등을 쓰는 프리랜서가 장래 희망이에요..^^;), 그 메모 덕택에 마무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완성해 놓고 저장 버튼을 누른 뒤, 흐뭇하게 완성된 텍스트 파일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아- 이 선수는 내 뮤즈가 되어 주었구나, 라고요.

저는 선수들을 보면서 평소에 이런저런 다양한 생각들을 해 보는 편입니다.. 경기에서 보이는 작은 손놀림 실수 하나를 보면서도 '어젯밤에 잠을 설치신 걸까, 방송경기라 떨리시는 걸까, 마우스에 기름이라도 떨어진 걸까, 손에 땀이 많이 차셨나..' 등등 많은 생각들을 하죠. 쓸데없는 잔걱정같지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하는 선수의 하루 일과를 생각해 봅니다. 얼마나 힘들었고, 이 순간을 위해 노력했을까.. 하는 걸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그 순간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의 열정을 생각하며 다짐합니다. 노력하면서 살자, 후회가 최대한 들 남도록 노력하자, 라고 말이죠. 그리고 그런 마음을 그대로 제 이야기에 담으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런 면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제 뮤즈가 되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선수들이 바로 강민 선수, 그리고 임요환 선수입니다. 두 선수의 경기가 있다고 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전 TV 앞에 앉습니다. '무슨 여자애가 게임 중계냐'면서 윽박지르시는 어머니는 뒤로 하고, 귀 막고 TV 앞에 앉아 그들을 지켜봅니다. 어떻게 그들의 플레이를 놓칠 수 있을까요. '아무나 이겨요, 분명히 멋진 경기 보여줄 테니까, 믿어요. 둘 다 파이팅!' 이라고, 정말 100% '아무나 이겨라'모드인 경우는 이 두 선수의 경우밖엔 없습니다(다른 경기들은 죄다, 제가 예측한 승자를 응원하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전 조지명식때 강민 선수가 임요환 선수를 지명하던 그 순간 만세를 불렀습니다. '와, 내 뮤즈들이 2주차에 경기하는구나! 만세!'
이랬던 까닭에, 오늘의 경기는 정말이지 기대기대기대기대기대- 하고 있었던 터였죠.

오늘도 어머님 잔소리를 뒤로 하고 TV앞에 앉아서 그들의 플레이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답니다.

선수들은 제 뮤즈만 되어주는 게 아니었습니다.
서로에게 뮤즈가 되어주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번 경기 후 임요환 선수가 팬카페에 올린 글에는 죄송하다는 말이 있었지요.
하지만 팬들은 다들 괜찮다고 말합니다. 다음엔 그가 이길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그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그가 박서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박서라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박서이기에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일 테고요.

그런 의미에서 강민 선수는 임요환 선수에게 뮤즈가 되어 주었다고 감히 표현하고 싶습니다.
경기중에, 그리고 경기 후에 그는 그의 플레이뿐만 아니라
그를 상대한 강민 선수의 플레이를 통해 분명 뭔가를 새로 배웠을 겁니다.
새로운 해법에의 영감을 얻어갔을 겁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이기기 위해 - 그가 얻은 영감에서 나온 해법을 들고 나올 테지요.
패배로 인하여 더욱 굳어진 그의 모습을 알기에, 승리한 선수 역시 단단히 대비하고
패배한 선수의 플레이에서 배운 그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나올 것이고요.


서로가 있기에 발전할 수 있는 그들-
그래서 그들은 프로가 아닐까요.
승리와 패배도 중요합니다만,
그들은 서로를 통해 배우고 서로를 통해 존재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프로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세상은 참 많이 따뜻합니다.
그 바탕은 너무나도 차갑지만, 사람들은 서로에게 뮤즈가 되어 줌으로 인해
아름답고 따뜻한 영감으로 이 세상을 꼭꼭 채워나가 따뜻하게 살아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ps 1. 오늘 경기에서 얻은 것들도 잘 메모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연습장 한 바닥밖에 못 채웠어요 ㅡㅜ
ps 2. 오늘의 글은 지난번보다 훨씬 어지러울 것 같습니다..; 시간도 늦었고, 아버님과 함께한 알콜의 영향도 있고...해서요;
ps 3. pgr도 제 뮤즈에요. (...고백했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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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20 04:03
수정 아이콘
뮤즈.. 밴드 뮤즈인줄 알았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중 하나인뎅.;;
최근데 재훈님도 들으시는지 좋은 곡 뭐가 있는지 물어 보시더군요.-0-;
[Random]부활김정
03/12/20 04:22
수정 아이콘
전 인터넷 음악방송국 뮤즈인줄 알았습니다 -0-;;
지금은 문을 닫아서 아쉽지만 ㅠ_ㅠ
항즐이
03/12/20 05:25
수정 아이콘
멋진 표현이네요. 선수들은 틀림없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있을 겁니다. ^^
이카루스테란
03/12/20 09:45
수정 아이콘
pgr도 뮤즈라니..게다가 고백까지...쿨럭...-_- 굿~!
03/12/20 13:00
수정 아이콘
저는 pgr 이 놀이터에요+_+)/
참 지난번 분꽃에 관련된 글 참 잘 읽었습니다.(이제야 감사의 말을-_-;)
03/12/20 13:50
수정 아이콘
plug in baby가 지대죠
힘내ScV♡
03/12/20 22:01
수정 아이콘
헉; 저도 밴드 뮤즈얘긴줄만 알았다던=_=;
03/12/20 23:59
수정 아이콘
저도 강민선수가 벌쳐 게릴라를 막기위해 캐논 만드는것 보고 영감과 전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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