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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2/20 14:47:17
Name 물빛노을
Subject 창공을 날아가는 독수리, St.Eagle을 회상하며.
아래에 스카이배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와있더군요. 그 글에 댓글로 달려던 글인데, 끝없는 센티멘털리즘의 파도 속에 저도 모르게

글이 너무 길어져버려 이렇게 새로운 글로 씁니다. 한번 썼다가 날렸습니다-0- 마음을 가다듬고 한글에서 다시금 작성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실 수 있길 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댓글만 많이 달았었는데...

게시판에 글을 써보기는 참으로 오랜만이군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스카이배는 제게 김대건 선수가 있었기에 소중한 대회로 기억됩니다. 예선전에서 김동우 선수를 격파하고 올라왔다는 점에 깊은

의미가 있었죠. 평생 그의 발목을 잡았던 말은 "반쪽 테란". 메카닉의 황제라는 가슴 한편이 시린 별명...

그러나 KIGL에서 수없이 그의 앞을 막아섰던(KIGL의 황제는 김동우, KIGL의 황태자는 김대건이라는 얘기가 있었죠-_-)김동우 선수를

꺾음으로써 어느 정도 그 불안감을 날려버렸습니다.

신규맵 사일런트 볼텍스. 나중에 저그 죽는 맵으로 판명났지만(네오 버전 이후는 이야기가 달라지지만요)개막전에서 천하의 박서가

신예였던 박정석 선수에게 격파당하면서, "조이기라인에 터렛을 못 짓는데 테란이 어떻게 이기냐"라는 말이 난무했던 맵입니다.

당시 김대건 선수의 조에는 테란 잡이 저그라는 이재항 선수(IS 테란들의 바이오닉이 뛰어난 것은 이재항, 성학승, 박효민 선수와 같은

테란잡이 저그들에게 하도 혹독하게 단련되어서라는 얘기가 있죠), 정체불명이지만 역시 테란 상대로는 자신있다는 안형모 선수,

그리고 '마법사' 기욤 패트리 선수가 있었습니다. 김대건 선수의 바이오닉에서의 약점을 감안하면(아무리 좋아졌다지만) 기욤

선수와의 경기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인큐버스에서 특유의 졸린듯이, 그러나 숨막히게 조여가는 조이기를 통해 기욤 선수를 잡아냅니다.

크림슨 아이슬에서 이재항 선수를 "김대건의 Eagle 편대"로 제압했지만 안형모 선수에겐 버티고에서 좀 원사이드하게 졌습니다.



2승 1패인 세 선수의 재경기. 그런데 기욤 선수와의 맵은 바로 사일런트 볼텍스... 그의 메카닉을 잘 알고 또 믿지만 상대가 기욤

이기에, 셔틀에 있어서 당시 최고의 프로토스이기에 불안감은 더욱 컸습니다.

경기 전 그가 남겼다는 자신감 넘치는 한 마디.


"어려운 맵입니다. 하지만, 타이밍을 하나 찾아왔습니다."


프로토스가 제 2멀티를 가져가는 타이밍에 본진에 난입하는 벌쳐 게릴라. 당시 팀도 없이 무소속인 채 이글 까페 회원분들과 연습했다던

그가 어떻게 저런 타이밍을...경악에 함성이 터져나오는 입을 막으며 저는 열광했습니다. 테란이 플토 상대로 물량전하면 필패라던 맵에서

벌쳐게릴라에 이은 물량으로 제압한 경기였죠. 그러나 안형모 선수에게는 또 패-_- 재재경기 끝에 어렵사리 8강 진출.

(기욤 선수 또 격파, 안형모 선수에게는 또 패. 안형모 선수가 기욤선수를 잡아냄으로써 조 2위로 진출)

안형모 선수에게 당한 3연패는 실망이었지만, 천하의 기욤 선수 상대로 3연승을 거뒀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무적이었죠. 특히 그의

'살아있는 벌쳐'는 여전했다는 점이 너무도 반가웠습니다.



그의 8강 같은 조 멤버는 김동수, 임요환, 세르게이 선수였습니다. 역시나 그는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김동수, 임요환 이라 하더라도 저그보다는 상대하기 편합니다."


마치 메카닉의 황제인 그를 위해 준비된 것 같은 조였습니다.


"한번, 원없이 메카닉만 해봐라!"


그러나 첫 경기, 임테란 상대로 다 잡았던 승기를 놓치며(박서 드랍쉽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허무하게 역전패.

세르게이 선수와의 경기는 드래군 버그 때문에 에너지 4남은 벌쳐가 프로브 10기 이상을 킬하며 쑥쓰러운 승리.

그리고 운명의 경기, 대 김동수 in Silent Vortex. "사일런트 볼텍스의 테프전은 물량전입니다. 그리고 물량전이라면 자신있습니다."

결의에 가득찬 얼굴로 행한 원팩더블. 그러나...가림토의 선택은 전진로보틱스.

재경님의 탄성ㅡ"야~ 이 타이밍에 테란이 앞마당 정찰 하겠습니까ㅡ!"

앞마당에 날린 커맨드로 파일론, 로보틱스 퍼실리티, 써포트베이, 옵저버터리를 보았을 때 그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1게이트에서 꾸준히 생산되어 귀찮게 하는 드래군들, 드디어 생산된 리버. 가진 병력은 시즈 탱크 2기에 벌쳐 몇 기.

가림토의 극한의 셔틀 아케이드. 드래군 3기와 리버 2기, 쌩쌩한 셔틀이 그의 본진을 공격하고 있는데도 안타까워서,

너무도 안타까워서 차마 나가지 못하고 한두기씩 생산되는 벌쳐로 맞서싸워보는 그의 모습에서 배어나오는 처연함.

마침내 GG를 치면서 그가 보여준 허탈한 웃음.



그의 아마추어 마지막 게임이었던 모 대회(이름이 기억 안납니다) 결승에서 속업+마인업 벌쳐 3기로 게임을 끝내는 것을 보고

처음 그의 팬이 되었습니다. 중계진의 "이후 김대건 선수는 프로게임계로 진출한다고 합니다"라는 멘트에 떨리던 마음. 그리고

온게임넷 스타리그 본선까지의 험난한 길(6수). 간신히 올라온 대회 스카이배에서의 8강. 그리고 탈락...그는 지금 군복무 중입니다.

신주영, 최진우 선수의 재기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위에 그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괜시리 눈물이 납니다.


그가 언젠가 무대로 돌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영웅인 St.Eagle, 그가 다시 한번 벌쳐의 화신, 벌쳐의 제왕임을 모두 앞에 보여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김대건, 그가 Eagle의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창공을 날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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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삐~*
03/12/20 15:41
수정 아이콘
군대 가셨지 않나요? 김대건 선수와 함께한 2001 SKY 최고의 대회였죠..
진우님 처럼 돌아오세요 +_+
안전제일
03/12/20 16:41
수정 아이콘
좋은 선수가 돌아올수있는 자리가 늘 마련되어 있었으면 합니다.
팬들은 늘 기다리고 있거든요..
송호정
03/12/20 17:03
수정 아이콘
쑥쓰러운 이 아니라 쑥스러운 입니다.
괜시리 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ZanDarke
03/12/20 18:57
수정 아이콘
송호정님 여기서도 -0-;;

박서와 리치는 개막전이 아니죠~ ^^;
ZanDarke
03/12/20 19:00
수정 아이콘
저도 김대건선수를 좋아했는데..
약간씩 아쉬운모습을 보이셔서 안타까웠습니다.
저도 그의 재기를 기대합니다
03/12/21 00:09
수정 아이콘
세인트.이글 군대 갔군요... 다시한번 St.Eagle의 벌쳐와 그의 무한 젤로 도배를한 머리를 보고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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