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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2/21 09:45:24
Name 항즐이
Subject 무한 잡담
오늘은 12월 21일입니다. 어설픈 미래설계로 대학원에 발을 들여 놓은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제 날이 밝으면 일요일이고, 화요일에 있는 시험만 치르면 1년의 두 학기가 마무리됩니다.  PGR에도 시험에 관한 일기가 종종 올라오더군요. 시험이라는 것은 웬만해서는 후회가 남기 마련입니다. 제 기억에는 전혀 100점과 거리가 먼 상황에서 30정도의 점수를 받을 만한 시간에 집중적으로 노력해서 40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시쳇말로 "선방한" 경우가 가장 후회가 적었습니다. 그 때의 요점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입니다.

내일 모레까지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재수강도 있고, 다른 논문 쓸 생각도 해야하고,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낼 생각도 해야합니다. 괜한 스트레스로 자꾸 에너지 소모하는 일이 제일 두렵습니다.

스트레스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잠이 들기전에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던 일들이 마구떠오르는 편입니다. 물론 잘 무시하고 잠들긴합니다만, 가끔 짓눌릴때가 있어서 너무 싫습니다. 정면 직구 승부를 자꾸 회피하면서 망각의 약을 복용하려 애씁니다. 안좋은 일이죠.

토요일이 밝는 아침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갑자기. 그래서 만사 다 제쳐두고 가장 단정하고 예쁜 옷을 차려입고 보라매공원으로 나섭니다. 여자친구가 질색해 하는 "대인 서비스용 말투"를 단단히 착용한 채로, 백화점 부터 들어섭니다.

12월 초에 지나가버린, 전화도 자주 드리지 못한 어머니의 생신 선물을 이제야 고릅니다. 빌로오드 재질의 숄이나 목도리.. 벨벳이라고 해야 아시는가 봅니다. 아직도 쉰 넘은 어른 분들에게 마땅히 어울릴만한 장식들이 못내 싫어서 아들은 심플한 양면 벨벳 숄을 하나 집어들고 계산을 합니다.

벌써 연초에 지퍼가 고장난 아끼는 보드 점퍼의 수선을 맡기고, 스포티 패션이 아닌 "착한 학생" 패션이 있는 곳으로 걸어들어갑니다. 가뜩이나 착한 학생 옷을 입고 머리에는 젤도 바르지 않은채로 열심히 빗어넘기고 나선 터라, 직원들이 꽤나 분주히 이것저것 챙겨줍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인가요?"

"네, ... 다시 또 언제 귀찮은 걸음을 하게 될지 모르는 게으름 뱅이라서요"

이미 푹신한 니트 티셔츠와 따뜻한 바지를 갈아입은 채로 하얀 여성용 니트 하나의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에, 연신 거울을 쳐다봅니다. 와.. 따뜻하다.. 그런 표정으로 씨익 웃으면서 옷을 툭툭 털어 주름을 펴고 있으니 직원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작은 옆주머니 두 개를 건넵니다. 한껏 부드럽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네고 돌아서는 길, 짐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와.. 정말 비싸네요" 따뜻한 보드복 바지를 하나 구입할까 했지만 너무 비싸 기가 질려버리고, 폭신한 털장갑이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백화점엔 그다지 많이 갖춰놓을 물건이 아니었난 봅니다.

2학기 시작 즈음에 찾아와 제법 학기를 망친 핑계가 되어 준 턱관절 스플린트 주문에 대한 간이세금계산서를 찾으러 백화점 옆 치과로 가는길. 연말 정산을 위하 찾는 사람이 저 혼자는 아닌 터라, 카운터에서는 월요일 즘 다시 오라는 말만을 남깁니다. 흐음, 시험 전날인데.


다시 집에 오는 길,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예쁜 샌드위치 가게를 찾아 가장 맛있고 또 풍성하고 비싸고 예쁜 샌드위치를 2개나 포장해서 들고 갑니다.

이래저래, 한 껏 기분을 내고 스트레스를 털어버렸습니다. 여자친구는 샌드위치와 선물에 기뻐해 주었고, 저는 모처럼만의 "착한 학생" 컨셉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일부터는 또 펑퍼짐한 옷을 대충 챙겨입은 "못난이"가 될지도 모르지만, PGR도 스트레스를 받는 요즘, homy님의 스트레스도 이렇게 날려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들에게, 스트레스를 날리는 현명한 방법이 한두가지씩은 다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후배녀석과의 플플전을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통쾌한 스포츠 만화를 열권이나 읽어버리면서 죄송하게도 이번 pgr의 스트레스를 혼자 받아안으신듯한 homy님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 혹은, 다른 분들도 그러실지는 모르지만요.

이제 날이 밝았습니다. pgr에게는 수요일만이 휴식같은 날이지만, 오늘은 그저 흥겨운 주제인 올스타전이 있을 뿐이니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pgr의 찌푸려진 인상이 맑개 개이기를 기대하면서, 학교로 올라가봐야 겠습니다.

모든 분들이 여유롭게 크리스마스를 맞는 이번 주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ps1. 같은 학교, 동네에 사시는 분들.. 연말에 한번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

ps2. 크리스마스에 제가 꿈꾸는 건 p.p님과 저와 제 여자친구가 편안히 걸었던 canoppy형 결혼식 날의 짧은 외출 같은 것인데,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네요. p.p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

ps3. 영철스트리트 버거 너무 맛있습니다.

ps4. 마린블루스 다이어리를 곧 쓸 수 있게 됩니다!

ps5. PS용 nba2004 드디어 1승했습니다. 난이도 최저입니다. -_-;;

ps6. 바로크 토스 덕분에 저그 몇번 잡았습니다. 감격입니다. ㅠ.ㅠ

ps7. 이병민 선수에 대한 기대감이 수백배 증폭되었습니다+0+

ps8. 연구실 후배가 4명이나 생겼습니다. 감당이 안됩니다. -_-;;

ps9. 기숙사합격과 석박통합과정 면접 통과를 기원해주세요 -_-; (둘다 떨어지기 힘든;; 분야입니다;;)

ps10. 아무리 봐도 서지훈 군과 에치젠 료마는 닮았습니다.

ps11. 공룡님같은 공룡이 있다면 한번 친구삼을 만도 합니다;;;

ps12. 요즘 웃대보다 pgr 유게가 더 재미있습니다;;

ps13. 좀처럼 글을 안써서 하고 싶던 짤막한 말들 ps러쉬하는겁니다 ㅇ_ㅇa

ps14. 제발 ㅎㅎ ㅋㅋ 등의 자음어 좀 자제해 주세요 ㅠ.ㅠ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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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사막
03/12/21 09:53
수정 아이콘
헉!!!! 설마 저희학교 선배님..... 영철 스트리트 버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맞습니다!! 영철버거 대빵 맛있습니다!! =ㅅ=;;;;
만약 영철 버거 쪽 K대 선배님이 맞으시다면 .... 대략 반가움이 하늘을 찌르네요 ^^;;;;;;;; 반갑습니다 ^^;; 선배님~ 하하..... 설마 항즐이님이 선배님이실줄은 =ㅅ=;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행복한 크리스 마스 미리 기원할게요~
(전 그날 민방위훈련 예정 있습니다.... 무슨말인지 모르신다면 유머란 '그들만의 민방위훈련' 참고 바람 ^^;;)
+ ps12에 절대적 공감 표현!!!
허브메드
03/12/21 09:59
수정 아이콘
일단 염장 모드 때문에 많은 돌들이 날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슝~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
항즐이
03/12/21 09:59
수정 아이콘
죄...죄송합니다. 영철버거가 신림동에 분점이 생겼습니다. ^^
항즐이
03/12/21 10:00
수정 아이콘
하하 허브메드님 ^^ 중립국이신 유부남/녀 군단에서 그러시면 안되죠 ^^

토끼~ 님들에게 선물 많이 챙겨주시길!! (우황청심환을 머리맡에.. ...퀘퀙;;)
은빛사막
03/12/21 10:02
수정 아이콘
아 ~ 그렇군요!! 하긴 한달 매출이 '억대' 라고 하니 분점정도야....
아~~ 대략 안타까워요 ^^;;
안전제일
03/12/21 10:08
수정 아이콘
그거...대전에도 있던데요..^^;;(비슷한건가?)
신유하
03/12/21 10:27
수정 아이콘
영철버거가 뭐에요;;;?
허브메드
03/12/21 10:30
수정 아이콘
불쌍한 언뜻 유재석님 ..
자드 지참하시고 연락을..
주시던지 말던지..
03/12/21 10:33
수정 아이콘
허브메드님,
어제 이병민선수에게도 우황청심환 나눠 주셨나요?
항즐이님 글에 제 아뒤가... 이런 영광이... 그런데, 공룡님은 친구라기 보다는 형님이 맞을 걸? 꽤 차이가 나는데...
03/12/21 10:35
수정 아이콘
참! '기숙사 합격과 석박통합과정 면접 통과를 기원!'
오늘 성당앞을 스쳐 지나가게 되면 기원해 줄께요. 교회지붕 십자가도 보이면 합장해 줄께요.
그리고
03/12/21 10:52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918동합격 기원~ 그리고 영철버거는 496이 매연을 내뿜는 자리라서 좀 그렇던데 한번 먹어봐야겠군요 ^^~ 연말이나 연초에 한번 뵈면 영광이겠습니다 ^^;
03/12/21 10:53
수정 아이콘
저희학교 대학원생 분이신가 보네요~ ^^
영철버거~ want you~
대학생은백수
03/12/21 12:31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시험 잘보세요^^ 따뜻한 글 읽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에치젠 료마는 제가 먼저 생각한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걸 보니 정말 닮았나 봅니다;;;;
toujours..
03/12/21 13:47
수정 아이콘
고대 앞에 있는 유명한 햄버거 아닌가요??영철버거 많이먹기 대회도 했
다고 하던데..^^
03/12/21 13:52
수정 아이콘
한빛 숙소가 있는 곳에 계시나보군요. 저희집은 오리온 숙소(어딘줄을 모름;)쪽인데^^; (음..학교도 오리온 숙소랑 가까운데이신가봐요...)
리안[RieNNe]
03/12/21 13:52
수정 아이콘
.... 저도 지훈선수와 에치젠 료마가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저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어요 ㅡ_ㅡ;
03/12/21 14:27
수정 아이콘
Enter의 미학이군요...
trinite~
03/12/21 15:13
수정 아이콘
엇.. 918동이라 함은.. 우리학교 선배시나 보네요.. 이번에 깔끔하게 새로 지은 기숙사는 대학원동이라던데... 거기에는 못들어가시나? 으음.. 저도 학부 마치도 대학원 입학이라는...
영철버거가 생겼나? -_-; 가봐야겠군..
03/12/21 15:47
수정 아이콘
영철 버거 아직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답니다.
(공돌이 티내고 다닌다는 -.-)
이제 일년 마무리 하시네요... 내년에 석박사 통합과정 좋은 결과 있길
바라고요... 공부의 험한 길에 발을 들여 놓으셨으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할 겁니다 ^^
그나저나 내년에는 졸업해야 할 텐데.... 쩝 -_-
03/12/21 17:18
수정 아이콘
영철버거 분점이 굉장히 많나 봅니다. 저희 학교 앞에도 있거든요. ^^;
그나저나 보라매 공원이란 말에서 깜짝~ 전 거기 근처(에서 조금 떨어진)곳에서 살아요. ^^;
항즐이님 시험 잘보세요~!!
엘케인
03/12/21 19:00
수정 아이콘
영철행님.. 참 대단한 분이시죠.. 어찌보면 한낯 장사치로 볼 수도 있지만..
장사수완 보다도,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답니다..
제가 꿈꾸는 이상형과 가깝다고 할까요..


셤공부하다가.. 하나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본점.. 하루에 3,000개가 팔린다는 소문이 있죠.. ^0^ )
03/12/21 21:46
수정 아이콘
영철버거 어디서 먹을 수 있는지 알려 주세요~ 저도 먹고 싶어요~
03/12/21 22:54
수정 아이콘
저같은 공룡이라... 영광입니다만, 세상에 진짜 공룡은 더 이상 없으니^^ 공룡들이 저를 닮았나 봅니다. 그래서 멸종되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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