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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2/22 05:16:15
Name misty days
Subject 223번 '센세이션을 일으킨 선수들' 이라는 글을 읽고 생각해봅니다.
1. 첫 만남

제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접한 때는 98년의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 가본 PC방.. 그리고 처음 접해본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I부터 주욱 해온 저라 적응하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죠. 생애 첫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캐리어와 함께 친구녀석의 본진을 밀고(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캐리어를 뽑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가디언' 이라는 유닛을 뽑았으니까요..^^) 난 후, 스타크래프트는 제 인생의 한 축을 지탱하는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학교를 나오면 친구들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네에 새로생긴 PC방으로 'rush'해 들어가던 풍경.. 제 또래의 분들은 누구나 가슴 한 구석에 추억으로 간직하고 계시겠죠? 참고로 전 스물 둘의 대한민국 청년입니다..^^

2. 또 하나의 첫 만남

99년..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당시 고3이었던 관계로 기숙사에 적을 두고 있었던 시기입니다. 황금같은 외박 허가를 받아 집으로 온 저는.. 매우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됩니다. 무심코 투니버스로 채널을 돌린 저는.. 스타크래프트를 무려 '중계'씩이나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약간의 충격과 함께 말이죠.. 그 중계가 99년 PKO. 멋진 우주를 뒷배경으로 우리의  엄재경, 김도형 해설위원, 그리고 정일훈 캐스터가 앉아계셨죠. 그당시 기억나는 게임은 이기석 선수의 경기였습니다. 맵은 showdown. 상대선수의 뒤쪽 언덕에 배럭을 날려 마린 한기를 생산해 자원을 캐는 일꾼을 견제하는 플레이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무한맵에서 넥서스 한개로 그 넓은 미네랄 필드의 자원을 캐는 시기였으니까요.
결국 고3의 압박, 그리고 재수의 압박에 스타리그와 저와의 짧았던 첫 인연은 중단되고 맙니다.

3. 재회

  시간은 흘러. 수능시험을 무사히 치른 2001년 겨울.. 다시 반가운 옛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2001 SKY배라는 멋진 이름을 새로 단 녀석을 말입니다.  다시 스타리그를 접했을때는 고수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스타크래프트의 체제, 병력운용등의 흐름을 '이해'하는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대견하게시리.. ^^;;;- 하지만 새로 만난 스타리그는 예전에 제가 알고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을 마련해두고 있었더군요.

4. '스타 시스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기, 영화계는 불황을 타파하기 위해  감독의 미장센과 영상 자체를 중시하는 사조를 타파하고, 배우중심의 제작, 연출체계를 구축하게 됩니다.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태동한 이 시스템은 영화계에 매우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이후 각 분야에서 응용되어 쓰이게 되었습니다.

5. 스타들, 그리고 새로 씌어지는 역사.

  제 기억속에 확실하게 아로새겨져 있는 스타리그는 2001년 스카이배부터 입니다. 이미 스타 시스템은 정착되어, 임요환, 김동수, 김대건, 김정민등 스타 크래프트 역사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선수들이 전장터를 화려하게 누비고 다녔던 시기. 12월 28일 제가 본 최초의 결승전, 스카이배 스타리그 결승전은 예상을 뒤엎은 김동수 선수의 3:2 신승으로 막을 내립니다. 결승전 이후, 스타리그를 바라보는 제 모습은 많이 변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흥미거리로만 여겨왔던 스타리그의 열성팬이 되었습니다. VOD가 있는 코카콜라배부터 거의 모든 경기를 시청하게 되었고, 스타리그초기의 모습에 대해 자료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타리그 이전, 배틀넷의 역사또한 제 관심거리였죠.

그리고, OSL 사상초유의 3연패가 좌절되었던, 2001년 임요환의 해가 막을 내리는  순간. 임요환 선수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아이러니컬 합니다. 98년부터 only 프로토스였고, 지금도 프로토스 유저이고, 앞으로도 프로토스의 암울함에 가슴을 칠.. 제가 왜 그때 프로토스의 우승보다 임요환선수의 패배에 안타까워했는지... 프로토스 유저분들.. 배신자라구요?  김동수 선수 또한 좋아합니다... ㅡㅜ)

그리고 수많은 선수가 새로 등장하고, 스타가 되어갔죠. 이윤열, 서지훈, 박정석, 박경락 선수... 그리고, 최연성, 이병민 선수..

1세대라 분류하는 선수들을 거쳐, 2세대, 3세대, 그리고 현재 새롭게 등장하는 4세대 게이머들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스타리그는 보다 다양화되고, 보다 체계화 되어갔습니다.

6. misty days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 고백 하나.. 그리고 듣고 싶은 이야기.

  우선 두서 없는 글 길게 쓴 저를 용서하시길~ 제 머리속에 난잡하게 흩어져 있는 스타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것 저것 꺼내놓느라 정연한 논리는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적으면서 행복했습니다. 제 스타에 대한 생각, 스타리그에 대한 관심, 느낀 점을 여러분 앞에 솔직히 말할 수 있어서 말이죠.



  223번 김군이라네님께서 올려주신 견해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과연 이분은 스타리그를 언제부터 보았길래 이런 의견을 낼까... 당연히 저그는 강도경, 플토는 기욤, 테란은 입구막기의 창시자 '창선위원'(ㅡㅡ;)이야..

그리고 PGR페이지를 나가려고 버튼을 누르려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스타리그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지식만으로 무려 '스타의 패러다임'을 논할 수 있는 것일까?


'스타크래프트'를 논할 수 있을 것일까?


솔직히 고백합니다.

자신없습니다.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지식만으로는..
.
.
.
.
.
    ^^


자~ 우리는 대학로의 조그만 호프집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앞에는 맥주잔이 하나씩 놓여져 있고 우리 옆에는 빈 피처들이 즐비합니다.
이제 제 추억담은 끝이 났습니다.
저는 스타리그 이전 스타크래프트의 역사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또 제가 아는 스타리그의 역사 또한 길지 않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어떤 분이 이야기를 해 주실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는 것이 많은 만큼 여러분들이 저에게 들려주실 이야기도, 그 이야기가 어떤 사소한 에피소드일 지라도 저에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될 것 같군요. 귀를 기울이고 즐겁게 듣겠습니다.
----------------------
잡담.

뜬금없는 이야기같지만 본론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역사를 기술한 역사서를 편찬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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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22 11:35
수정 아이콘
아...진짜 공감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스타리그는 99pko부터 시작하는 오로지 '온겜넷'에서 방영된 스타리그만을 중심으로 구성된 역사를 가지고 있더란 말이죠 -_-;;;;
03/12/22 11:42
수정 아이콘
이기석 선수의 배럭 날리기는 저에게도 첫 충격이었다는...^^
forangel
03/12/22 12:58
수정 아이콘
전 처음 본 vod가 블리자드에서 개최한 무슨 대회에서
기욤과 질러어스와의 섬맵에서 벌어진 플토대 플토였죠...
그때 리버 아케이드 란걸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지금의 리버아케이드를 당시에도 비슷하게 하던게 기억나는군요.)
화질은 정말 나빴지만..어찌나 신기하던지 ㅡ.ㅡ
03/12/22 13:22
수정 아이콘
추운 겨울날 새벽, 어떻게든 일찍 pc방에 자리를 잡으려고 새벽부터 밖에서 부산떨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당시만 해도 철없던 친구들과 하루종일 pc방에서 스타를 했었는데... 지금 그 친구들은 하나둘씩 군대라는 머나먼 곳으로 떠나고 저 혼자만 남았네요. 그때가 그립긴 합니다. ^^
03/12/22 20:01
수정 아이콘
한 4년 있으면 스타의 역사를 편찬하는것도 무리는 아닐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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