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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2/25 23:52:58
Name VKRKO
Subject [스타2] 김동원, 날개를 펴다.
1.

9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스타크래프트 1에서 스타크래프트 2로의 전환, 그리고 명멸까지.
그 와중에 누군가는 꿈을 접었고, 누군가는 스스로의 명예를 짓밟았다.
프로리그라는 거대한 고택은 무너졌고, 이제 모든 이들이 들판에 내몰렸다.



2.

김동원은 기실 이제까지 제대로 된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2009년, 드래프트를 통해 위메이드 폭스에 합류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1년만에 팀에서 방출당했다.
스타크래프트 2에서 숱한 팀을 거쳐왔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그에게 향하지 않았다.
그의 플레이를 논할 때면, 언제나 문성원이라는 거대한 선수의 이름이 먼저 나왔다.
그와 비슷한 플레이를 하는, 그러나 그보다 못한.

16강과 8강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서질 못하면서, 김동원의 이름은 점차 존재감을 잃어갔다.
단 한번, 라스베가스에서 4강에 올랐지만, 그나마도 그 대회를 정조준한 스나이퍼, 권태훈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Axiom과 True eSport 두 해외팀을 거치는 사이, 그는 잊혀져 갔다.
살아남았지만,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
그렇기에 김동원의 부활을 점친 자는, 아무도 없었다.



3.

2016년 한국에 돌아온 뒤, 김동원이 보여준 가장 큰 장점은 동족전에서의 기민함과 묵직함이었다.
2016 HOT6 GSL 시즌 2, 32강에서는 한이석과 조중혁을 잡아냈고, 16강에서는 윤영서를 꺾었다.
8강에서는 그 대회 최대의 이변이었던 변현우와 풀 세트 끝에 석패했지만, 적어도 김동원이라는 이름 석자를 다시 각인시키에는 충분했다.
전성기 무렵, 가장 안정적인 동족전 강자로 꼽혔던 그 모습이 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2017년 첫 시즌, 김동원은 마침내 4강 고지에 다시 올라섰다.
32강 최종전, 앞길을 막아선 것은 지난 시즌 챔피언이자, 자신을 떨어트린 변현우.
하지만 김동원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2:1 승리를 거두며, 챔피언을 무너트리고야 만다.
공성전차 간의 숨막히는 포격이 오가는 사이, 김동원은 특유의 단단함을 제대로 보여주며 변현우를 무너트렸다.

16강에서 이동녕과 조성호를 꺾은 뒤, 8강에서 김동원은 조성주와 마주했다.
1991년생, 최고령 선수와 1997년생, 최연소 선수가 테란의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쳤다.
김동원의 승리를 예측한 이가 얼마나 있었을까.
어쩌면, 자신조차도 의심했으리라.



4.

하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김동원의 3:1 승리.
조성주의 의료선 견제는 김동원의 수비 앞에 빛을 발하지 못했고, 적재적소에 달려든 해병들은 기적의 승리를 만들어냈다.
야인이 쓰러지고, 태양이 진 마루 위에, 이제 테란의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김동원만이 남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경험은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걸음.



5.

매미는 7년을 땅 속에서 기다려, 그 날개를 펼쳐 날아오른다.
스물 일곱, 김동원은 9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이제 막 날개를 열었다.
그 날개가 힘껏 휘날리는 순간, 세상은 진정 그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기억하라.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진정 강한 자라는 것을.







R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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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일정안내
17/02/25 23:58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스2 응원글이네요! 그런데 'Axiom과 True eSport 두 해외팀을 거치는 사이, 그는 잊혀져 갔다.' 이 부분에서 김동원 선수 하이 커리어인 GSL 4강과 GSTL 다승왕이 Axiom때 이루어진거라 좀 어색해보이네요. 그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17/02/26 00:00
수정 아이콘
해외팀 소속으로 국내 팬들한테 모습을 못 보이는 시기가 있었으니... ㅠ
참 좋네요 오늘.
이 판에 마지막 남은 동갑 게이머가 4강을 갈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제가 다 행복하고 뿌듯합니다.
안채연
17/02/26 00:04
수정 아이콘
김동원의 동족전은 진짜 뭔가 다른것 같아요.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어윤수, 김대엽, 김유진, 김동원. 이번 GSL은 누가 우승해도 감동적일것 같네요. 그나마 넷중에선 빅가이가 가장 덜하지만 크크
17/02/26 00:05
수정 아이콘
아무도 GSL 우승 경력이 없는 4강!
김유진도 국내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 한이 있는 선수라서 독을 품을 거 같습니다.
국내 마지막 프로팀 소속 게이머라는 자부심도 보여주면 좋겠네요.
안채연
17/02/26 00:07
수정 아이콘
그래도 빅가이는 블리즈컨 두번 우승해봤잖아요? 흐흐
17/02/26 00:09
수정 아이콘
아무리 그래도 국내리그 우승 경험 전무라는 건 커리어 상에서 많이 아쉬운 부분이니까요.
요새 같이 대회 하나가 중요한 시점에서는, 뭐라도 먹어야 살아남죠 크크
안채연
17/02/26 00:10
수정 아이콘
하긴 유일한 국내팀 진에어를 먹여살리기 위해선 열심히 일해야죠 크크
김유진 같은 선수가 국내대회 우승이 한번도 없다는건 뭔가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물론 수장님도..
17/02/26 00:12
수정 아이콘
사실 이번 4강에 올라온 선수들 다 좋아해요 흑흑...
다 오랫동안 좌절하고 무너지면서도 버티고 버텨서 올라온 친구들인데...
누가 우승하던 현장 찾아가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준우승한 선수한테 위로의 박수 보내주려 합니다.
안채연
17/02/26 00:15
수정 아이콘
저는 악성 슼빠라 수장님을 응원하지만, 누가 올라가든 결승전은 가보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우승자의 이름이 연호되는 장면은 진짜 감동일 것 같거든요 흐흐 아 물론 준우승한 선수에게도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17/02/26 00:17
수정 아이콘
저도 T1 팬 출신이라 윤수 우승 보고 싶은데 흑흑...
아직도 넥슨 아레나에서 처량하게 의자 빼던, 제가 마지막으로 본 T1 소속 윤수 모습이 선하네요 ㅠㅠ
안채연
17/02/26 00:20
수정 아이콘
저번 BSL 직관갔었는데 마지막에 어윤수 이름 연호할때 저는 울뻔했습니다ㅠㅠ 윤수형 이제 우승하고 어우있 당당하게 외치자ㅠㅠ
Samothrace
17/02/26 01:15
수정 아이콘
4세트 임즈모드 타이밍 병력 움직임으로 유도한 거라네요 덜덜
꼭두서니색
17/02/26 01:18
수정 아이콘
어느 선수가 우승하든 각자 나름의 스토리가 있고 절박한건 마찬가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테란유저지만 어윤수 선수가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4연준할 때 타종족인데도 감정이입이 되서 강렬하게 인상이 남아 있네요..
설명충등판
17/02/26 07:04
수정 아이콘
승승패패패가나 싶었는데 기적의 싸먹기뜨고 저도모르게 박수를..
혼멸자
17/02/26 09:26
수정 아이콘
워낙 탄탄한 선수로 알려져 있었지만, S급이 되기에는 부족한 선수였죠
이원표 선수가 판독기 별명을 가지고 있듯이 김동원 역시 비슷한 느낌의 선수였으니..
해외팀에서 오래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점점 잊혀졌고, 기량도 확실히 떨어진 모습이 장기간 있었죠.
사실 거의 은퇴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기량이 떨어졌었다고 보는데, 다시 날아오르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17/02/26 10:15
수정 아이콘
직관 갔을때 방태수한테 뿌뿌관광 당하는거 보면서도 상대 테란걸렸으면 올라갔을텐데 생각했는데
꼭 우승한번했으면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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