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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12 11:16:09
Name 켈로그김
File #1 KK1.JPG (63.2 KB), Download : 62
File #2 KK2.JPG (73.9 KB), Download : 16
Subject [일반] 흔한 개그본능이 이룬 것.




2000년대 초, 각종 오락에 몸을 맡기고, 완전 자유롭게 노닐던 시기에.
모 락그룹의 팬까페 정모에 정을 붙여, 한동안 열심히 참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몇몇 형님, 누나들과는 연락을 가끔 합니다...만, 다들 먹고 살기 바빠서.. 특히 결혼하고 나니..)


당시, 저는 군대 제대 후 오랜만에 정모에 참석을 했고,
까페 특성상 뉴페이스가 아주 귀한지라.. 멀리서 올라온 여자회원 한 분이 집중조명을 받는 상황이었는데,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완전 무방비로 영혼을 팔아가며 개그를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개그욕심을 가진 형님이 계셔서 경쟁이 붙다 보니.. 초면에 완전 무리수를 둔거죠 ㅡㅡ;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꽤 수위가 높은 개그를 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남자 유두에 난 털은 아기 접근방지용이라던가..;;)


여튼, 그 후로 며칠정도 까페에도 얼씬거리지 않고,(접속하면 체팅이 걸어지는 구조라;;)
학업에 열중하며 조신하게 지내...던 어느 날,
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메일은 "넌 나에게 웃음과 감동을 함께 주었다네 친구~" 라는 내용이었고;;
그 메일은 제가 단순히 그 자리에서 웃고 즐기는 얄팍함이 아닌
곰씹을 수록 감동과 활력이 베어나오는 고품격 개그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자뻑감을 충만하게 했습니다.

'아, 난 그냥 개그만 쳐도 사람을 완전 힘나게 하고, 감동스럽게 하고, 좋은것만 주는구나!'


..그래서 제 아이디가 "켈로그김" 이 된거죠.
좋은 것만 드리겠다고..;;


[ 그 후로 ]

술자리에서의 저의 그런 자세는 참으로 무모했던 거지요.
웃기려는 욕심과 좋은 것만 드리겠다는 욕심이 앞서다 보니
갈수록 실패하는 빈도가 높아지게 되고, 그럴 수록 수위를 계속 올려가고.. 그런 악순환이 연속되더군요.

어느 새, 가까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었던겁니다..
(특히 과 여학우들에겐 기피대상 1호가 되었지요 ㅠㅠ)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됩니다.
특히 여자에겐 씨알도 안먹히는 제 개그를 즐거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는
'저 사람 놓치면 내게 미래는 없다' 는 위기감과 확신으로 결혼까지 밀어붙이게 된거죠.

얼마 전, 메일 정리를 하다가 위에서 언급한 "웃음과 감동을 받았다네 친구~" 메일을 아내가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대뜸 묻더군요.
"언뇬이야?"

"응... 자기와 나를 이어준 고마운 사람.. 그 사람으로 인해 내 개그가 고품격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내 개그와 외모를 받아들여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여성인 자기를 만나게 된거지."

-----------------

그래서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지금은 제가 그 때의 누님 나이가 됐네요.

오겡끼데스까?~ 오네상~


--------------------

파일은 링크로 올려봤는데, 자동 리사이징때문에 글씨가 안보이네요..
파일로 올려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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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2/06/12 11:19
수정 아이콘
하지만 이 글은 곧 ... 아 아닙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2/06/12 11:22
수정 아이콘
그 자신감의 시작은 학창시절 때부터 아닌가요?? [m]
12/06/12 11:44
수정 아이콘
제가 사귀는 분과 아주 비슷하시네요.
정말 저질개그할 때마다 때리고 싶어요.
피로는가라
12/06/12 11:47
수정 아이콘
공수전환을 즐기시는군요
구밀복검
12/06/12 13:30
수정 아이콘
이게 폭력의 타율성은 폭력의 자율성을 배태하기 마련이라고들...
설탕가루인형
12/06/12 11:51
수정 아이콘
저도 개그욕심이 있어서 모임에서 저보다 웃긴 사람이 있으면 괜히 초조하고
드립 타이밍 놓쳐서 집에 오면 분하고 그러더라구요.
다행이(?) 주변에는 제 드립이도 잘 웃어주는 분들이 많아서 자신감은 항상 충만한 것 같아요. 흐흐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sisipipi
12/06/12 11:52
수정 아이콘
책..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크크 [m]
12/06/12 12:51
수정 아이콘
이 글마저 부럽다고 느끼는 제가 싫습니다. ㅠㅠ
켈로그김
12/06/12 12:52
수정 아이콘
이건 마치 상갓집에 모여 도란도란 고인을 두 번 보내는 분위기..;;
12/06/12 13:27
수정 아이콘
좋은 것만 드리겠다구요?
그래서..책...
12/06/12 13:35
수정 아이콘
하루만 니집에 책상이 되~고 싶어어어어~ 워예에~
Hook간다
12/06/12 13:51
수정 아이콘
결혼할때 남자는 흔하게도..
이여자 아니면 나랑 살아줄것 같지않아~!!!
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머리를 때리더군요...

전 이여자 아니면 평새 게임 못하고 살거야...
이 여자 아님 나같은 추남이랑은... 안 사귀겠지...
키작은 나는 이여자 놓치면 다음은 없을거야..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내 것도 보고 만졌으니....
그래서 운명이라고 느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가만히 손을 잡으
12/06/12 14:07
수정 아이콘
음, 그러고 보니 정말 제 마나님도 별 것 아닌 내 얘기에 항상 빵빵 터져줬네요.
다른 사람은 시큰둥하는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사람은 뭔가 인연인가 보네요.
반대로 보면 여자도 감정이 있으니까 저 사람의 재미없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렸겠죠.
karlstyner
12/06/12 14:15
수정 아이콘
Love&Hate
12/06/12 15:19
수정 아이콘
저는 저런 개그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재미있는 개그 모두가 웃어주는 개그라면 누가 나에게 호감있는지 모릅니다.
저런 개그가 나의 개그 내가 만들어가는 즐거운 분위기를 좋아하느냐를 명확하게 파악하게 되죠.

저한테 안웃기다고 이야기하고 재미없다고 이야기하면서 나만보면 웃는 사람.. 가장 좋아합니다.
12/06/12 15:37
수정 아이콘
글 재미있게 잘 읽었고..
단결된 피지알러들의 댓글보고 빵 터져서 한참 웃고 갑니다. ^^;
감자해커
12/06/13 02:18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좋은것만 드린다는 정신 좋네요!
XellOsisM
12/06/13 06:23
수정 아이콘
결국 댓글들의 흐름은 기승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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