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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25 23:59:07
Name 눈시BBver.2
Subject 희망과 절망 - 2. 적과 아군, 누가 더 빠른가
"자네는 언제까지 그 참호 속에 있을 것인가?"

"예! 각하께서도 군인이시고 저 또한 군인입니다. 군인이란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저의 직속상관으로부터 철수하라는 명령이 있을 때까지 여기 있을 것입니다."

"그 명령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예! 죽는 순간까지 여기를 지킬 것입니다."

(중략)

"지금 소원이 무엇인가?"

"예! 우리는 지금 맨주먹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놈들의 전차와 대포를 까부술 수 있게 무기와 탄약을 주십시오."

(중략)


"대령! 이 씩씩하고 훌륭한 병사에게 전해 주시오, 내가 도쿄로 돌아가는 즉시 미국 지원군을 보낼 것이라고. 그리고 그때까지 용기를 잃지 말고 훌륭히 싸우라고."

이 일화는 미군 파병 자체와는 큰 관련이 없을 겁니다. 중요한 건 북한군이 얼마나 국군을 압도하고 있냐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신동수 옹과 맥아더와의 문답으로 대표되는 국군의 전의의 효과는 컸습니다. 이후 국군과 미군이 계속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피난민은 오지 않고 위대한 수령님 만세만 부르며 국군은 도망가기만 급급했다면, 한국에 발을 딛은 미군이 들어오자마자 양키 고 홈 소리만 들었다면? 과연 맥아더를 비롯한 미군이 한국을 지킬 가치를 느낄 수 있었을까요? 안 그래도 한국을 포기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게 미국이었습니다.

맥아더 자신에게도 뜻 깊은 기억이었을 겁니다. 그는 일부러 최전방인 영등포까지 왔고, 오는 길에 근처에서 포탄이 터지고 김포비행장을 점령한 북한 공군이 심심하면 나타났음에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겠다며 반대를 무릎쓰고 왔습니다. 옆에 있던 이승만이 더 지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나님이 자기를 지켜주니까 자기를 맞출 총알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던 맥아더, 그는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원했던 병사를 만났고 원하던 대답을 얻은 겁니다.

이후 맥아더는 한국을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포기 안 하려고 하다가 잘렸죠 -_-;

아, 이 방문에서 좀 특기해야 될 부분이 있습니다. 채병덕이 이 때 짤립니다. 그는 이제 어떻게 할 거냐는 맥아더의 질문에 남한의 장정 200만을 징병하니 어쩌니 하면서 반격을 주장했죠. 맥아더는 그 앞에서는 칭찬했지만 이승만과 독대해서 그를 자르라고 합니다. 이승만이 이걸 거부할 수 있겠나요. 그의 후임은 미국 유학 후 막 돌아왔던 정일권, 미군이 투입되는 걸 생각하면 적절한 인사이긴 합니다. 이 정일권의 능력과 공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참모총장 등 후방에서 놀았던 사람이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고 있더라도 후방에서 한 건 전방에서 싸운 것보다 평가하기 더 힘드니까요. 다만 그가 잘리게 된 사건을 생각하면 좋게 평가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일에 정일권이 얼마나 개입됐는지 찾아보고 있긴 합니다만.

아무튼 채병덕은 잘리기 전인지 후인지 몰라도 유일한 친구인 수도사단장 이종찬 찾아가서 서울을 수복하네 마네 하고 놀았다고 합니다. -_-; 일개 병사랑 국군을 총괄하는 인물은 다릅니다. 단지 싸우려는 의지만으로는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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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 당일과 27일에 미국은 두 차례 안보회의를 엽니다. 맥아더의 보고가 도착함기 전에 세 번째 안보 회의가 열렸죠. 30일 06시였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귀관은 남한 군대가 남한 전역으로부터 북한 군대를 물리칠 수 있도록 극동군사령관 휘하의 공군과 해군 병력으로 북한의 군사목표를 공격하여 한국군을 최대한으로 지원할 수 있다. 육군병력의 투입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대규모에 국한한다."

즉, 작전 지역을 북한까지 넓히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맥아더의 보고가 들어옵니다.

"현 전선을 유지하고 실지를 회복하는 길은 미 지상군을 투입하는 일이다. 허락만 해 준다면 이 지역에 1개 연대전투단을 지원군으로 보내고, 이미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미군 2개 사단을 증강시켜 반격작전에 투입할 것이다."


이에 따라 트루먼 대통령은 우선 1개 전투단 파견은 승낙하고 국무장관(애치슨-.-),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을 불러 2개 사단 파견에 대해 토의합니다. 반대의견도 없진 않았지만 2개 사단 파견으로 한국이 유리하게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고, 트루먼은 맥아더에게 전권을 부여합니다.

+) 가장 파병을 해야 된다고 주장했던 이는 다름 아닌 애치슨이었답니다 (...)

이렇게 미국은 한반도에서 미 장병들의 피를 흘리기로 결정합니다.

한편 이렇게 되면서 미국은 동아시아에 대한 전략을 수정, 해군을 파견해 대만을 지키고 베트남의 프랑스군을 계속 지원하기로 합니다. 전자야 그렇다 치더라도 후자는 뭐 -_-; 이 때부터 기나긴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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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은 오늘날 유엔의 창설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북한의 지도자들이 6월 25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틀림없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사태의 진전으로 보아 그들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다." - 미국 대표 오스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결정적인 전투는 며칠 안으로 끝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UN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서 제시된 정전과 북한군의 철수 문제는 탁상공론이 되고 말 것이다." - UN한위

소련과 중공은 자기들이 불참 기권한 상태에서의 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불참했는데도 결정이 인정된 선례가 있었죠. 거기다 중공은 아직 소련만 밀고 있을 뿐 UN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였구요. 여기에 더 엄한 일도 벌어지니 2차 결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유고슬라비아의 입장이었죠.


이게 유고슬라비아에서 만든 만평임다

"유고슬라비아 정부는 UN의 입장을 지지할 것이며 북한의 침략행위를 비난할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이며, UN 헌장에 따라 이루어진 UN 안보리의 모든 결정을 준수할 것이다."

... 티토 멋진 남자 _-)b

이렇게 UN은 공식적으로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을 지원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전투병력을 파병한 국가가 16개국, 의료지원부대를 파병한 국가가 5개국이었습니다. 이외에 이런저런 지원국가들을 따지면 한국을 지지한 국가는 67개국, 당시 세계 국가 중 73%였습니다.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전쟁이 UN의 깃발 아래 어느 한 쪽을 지지하고 전투병력을 파병한 유일한 전쟁이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이 단지 정의를 위해서! 참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따지고보면 베트남 전쟁 때의 한국의 입장과 그리 다를 바 없어요.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에 잘 보이고 실리도 좀 챙기고 (특히 유럽 국가들은) 소련과 맞선다는 걸 확실히 한다는 것이 컸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너무 많고, 미국과 딱히 이해관계가 없는 나라들도 많이 참전했습니다. 마오리족도 참전했으니까요 뭐 -.-a 당연히 한국과의 이해관계는 물론 한국이 대체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몰랐던 나라들도 많았죠. 단지 미국에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하기엔 그 이후 미국이 치른 전쟁들과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여러 가지 이유는 있을 겁니다. 이건 참전한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군인으로서 명령에 복종해서, 같은 진영의 신생국가를 돕기 위해, 돈이 되니까 등이겠죠.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참전이 당당하고, 우리도 그들에게 감사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명분이 확고했다는 것입니다. 침략당한 대한민국을 돕는다는 것 말이죠. 아무리 실리가 좋다 해도 명분에서 부족하다면 이렇게 당당해지긴 힘든 일이니까요.

다시 말 하면, 그 때 UN의 깃발 아래 한국을 도왔던 많은 나라들은 한국을 돕는 것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긴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끼워 넣자면... UN 자신도 한국에 빚을 좀 진 게 있으니까요. 개전 직전까지도 전쟁은 없으니까 니들 오바 하지 말라고 한 것 말이죠. 그런데 아직 UN한위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터져 버렸죠. 그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빨리 도와줘야 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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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하고 얘기 못 했던 북한군의 치명적인 문제점이 더 있습니다. 병력 부족이었죠. 뜬금 없는 말이겠지만 정확히 말 하면 훈련된 병력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창군에서 어느 정도 얘기했지만 실전이 되면서 문제는 더 컸죠.

춘천-홍천 전투에서 잘 나가던 인제-홍천 축선에서 병력을 빠꾸-_-해서 춘천-홍천 축선으로 돌려야 했던 이유는, 후방에 대기하던 예비대의 훈련도가 형편없었다는 것이었죠. 이건 서부전선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중에야 마구 밀어붙이고 점령지에서 병력 징발해서 밀어붙였지만 서울을 막 점령한 상황에서는 공격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칠대로 지친 그 병력을 그대로 밀어붙여야 했습니다.

이런 점에다 어쨌든 서울이라는 최중요 도시를 점령한 정치적인 것도 컸죠. 당일 축하연이 있기도 했고, 4사단은 서울사단으로, 105 전차여단은 전차사단으로 승격됩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이게 결정적이진 않았을 겁니다. 주력부대의 도하가 늦어서 그렇지 보병들은 주요 도하지점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었으니까요.

결정적인 건 역시 6사단이 잘 싸운 것, 그리고 아직 영등포가 점령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한강 남쪽은 물론 수원까지 확보된 후 천천히 도하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소련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죠. 북한이 가진 도하 장비는 1개 세트 뿐, 어떻게든 제대로 도하할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아니 그 전에 1차 작전이 쉽게 성공할 거라 생각해서 2, 3차 작전은 제대로 계획하지도 않은 상태였어요. -_-;


이 한강선 방어전이 벌어지는 동안 6사단과 8사단은 중부지역에서 지연전을 계속합니다. 한강방어선 붕괴 후 실질적으로 싸운 건 6, 8사단과 옹진에 있던 17연대 뿐이었죠. 미군은 뭐 (...)a 근데 정작 6사단장 김종오 대령은 미군이 오자 통역을 위해 거기로 빠집니다. 에? -_-;

그럼, 본격적으로 한강으로 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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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은 파괴되지 않은 철교를 복구해 기갑부대를 보내고 보병은 곳곳의 나루터를 점령합니다. 4사단을 주공으로 해 신촌-영등포 방면을 도하하기로 했고, 3사단은 조공으로 용산/한남동-말죽거리를 도하하기로 했죠. 6사단이야 김포비행장 점령 중이었고 1사단은 예비대였습니다. 기갑부대는 아직 뭘 할 수 없는 상태니 도하를 지원하는 것에 만족했죠.

노량진 방면에서 적의 도하가 시작된 것은 29일, 당시 여의도를 맡고 있던 혼성 수도사단 8연대는 도하를 준비하는 적을 상대합니다. 하지만 적의 포격으로 도하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아군 포는 거기까지 닿지 않았죠. 때문에 참호는 한참 뒤에 지어집니다. 이 때 화기중대는 적의 바로 맞은편까지 가서 적을 공격합니다. 그들은 적의 공격을 받고 단 한 명도 돌아오지 못 했죠. 그 동안 적은 도하 준비를 완료했고, 아군은 허리띠를 풀어 설렁줄 (적이 건드리면 소리나는 거요) 을 만드는 등 참호를 완성합니다.

30일, 적은 마침내 강을 건너 왔고, 8연대는 그걸 보긴 했지만 참호를 빠져나가 반격할 정도는 못 됐습니다. 그 동안 적은 여의도 비행장을 점령, 그걸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연대는 반격을 개시합니다. 적이 방심한 사이 탈환에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북한으로서도 여의도와 여의도 비행장은 반드시 점령해야 될 목표였습니다.

"한국전쟁의 전 기간을 통하여, 북한군으로부터 받은 가장 치열한 포격의 하나" - 8연대장 서종철 중령

북한군은 여기에 어마어마한 포화를 쏟아부어버립니다. 여의도 비행장에 배치돼 있던 11중대는 참호를 파다가 안 되겠다 싶어 격납고 속으로 피했지만, 적의 계속된 포격에 격납고 자체가 불에 타 버립니다. 중대장 김광해 대위를 비롯 중대는 전멸했죠.

그 동안 혼성 7사단이 맡은 노량진 부근에서도 적의 도하가 시작됩니다. 그래도 적의 주공이라 생각된 이 곳의 방어는 잘 된 편이었죠. 무엇보다 고지를 점령하고 있었으니까요. 또한 미 공군이 이 부근의 철교를 폭파하면서 철교를 통해 도하하려던 북한군의 시도 역시 좌절됩니다. 그러고도 북한군은 파괴된 철교를 복구하려고 했죠.

믿을 건 아군이 조금이라도 더 버티는 것, 그리고 북한군의 도하가 조금이라도 안 되는 것이었죠. 수도사단과 7사단은 사단지휘소까지 적의 포화가 쏟아지면서 (위치를 알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후방으로 옮겨야 될 정도였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전투는 계속됩니다. 적의 반자이 돌격을 참호에서 잘 막아내기도 했고, 아군이 많은 것처럼 허장성세로 적을 기만하기도 했으며, 적의 무시무시한 포격에 속절없이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등포와 노량진은 7월 2일까지도 뚫리지 않습니다. 한편 다음편에서 다루겠지만 김포사에서도 탈환은 못 해도 더 밀리지는 않았죠. 7월 2일은 폭풍전야였습니다. 다음 날에 있을 총공격을 위해 전 전선이 소강상태가 되었죠.

김홍일을 비롯한 국군 수뇌부는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었을 지 모르겠습니다. 단 한 군데만 잘 됐으면요... 아니 딱히 여기가 잘 못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6월 30일, 적은 말죽거리로 도하에 성공합니다. 여길 막던 혼성 2사단은 준비가 미흡하기도 했고 좋은 고지도 없어서 도하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적의 포격에 기병대대의 말들이 놀라 모두 달아났고 (귀소본능에 따라 한강을 도로 건너갔다고 하네요) 남은 병력 역시 북한군과 계속 싸우다 후퇴하게 됩니다.

"최영화 소위는 분기가 치솟아 홀로 적중으로 돌격을 감행하여 장렬히 전사하는 길을 택하기도 하였다."

"그 때에 달아난 말들이 귀소본능에 따라 한강을 헤엄쳐서 한남동으로 가는데에는 정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말이 적진으로 향하였으나 차마 총으로 쏘아 죽이지는 못 하였다. 나중에 들으니 내 말이 당시 한남동의 연대본부 근처에 있던 내 집으로 찾아가, 미처 피난하지 못 한 집사람들을 매우 놀라게 하였다는 것이다." - 6중대장 박악균 중위

이렇게 양군은 말죽거리에서 혈전을 벌이게 됩니다.

+) 말죽거리는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갈 때 중간에 죽 한 그릇을 얻었는데 말 위에서 급히 먹었다 해서 붙여졌다면서요?

이 때 광나루 방면을 맡은 생도대대는 생도대장 장두권 대령의 인솔 하에 (이게 김홍일의 명령인지 이들의 독단인지는 모르겠지만 처벌 같은 게 없었던 걸로 보아 아예 독단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뒤로 후퇴, 육사교장이었으며 새로이 혼성 3사단장이 된 이준식을 만나 합류합니다.

아무튼 적이 도하하기는 했지만 6월 30일 당시 이 부근의 상황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 여기가 뚫렸을 때도 서쪽에 있는 아군의 후퇴를 위해 사령부 예비인 3사단과 육본 예비인 1사단도 투입하면서 천천히 후퇴했죠.

헌데 이게 미군의 눈에는 달리 보였던 모양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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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즉 7월 1일까지 수원비행장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JCS가 승인한 2개 대대의 지상군을 그곳에 공수할 것임"

이 소식을 들은 국군과 처치 준장 등은 어떻게든 수원비행장을 확보하려 했고, 결과적으로 정말 성공적으로 진행될 뻔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수원 상공을 선회하던 미 정찰기가 이런 보고를 해 왔죠.

"한강방어선이 마침내 파탄을 보게 되기 시작하였다."

말죽거리를 도하한 것과 동작동 부근에서도 적이 도하하려고 한 것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처치 준장은 일단 보고하러 오산으로 간 사이,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죠.

"적의 행군종대가 수원 동쪽에서 서진하여 목하(目下) 수원으로 접근중이다."

... 대체 얘네 뭘 본 겁니까 -_-

수원비행장을 지키고 있던 미군은 곧 혼란에 빠집니다. 마침 이들을 이끌 고문관들이 한강에 나가 있었죠. 아니 애초에 한강이 안전하면 수원에도 별 일 없을테니 별 걱정할 필요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져 버린 거죠. 이들 머리속에는 이미 적이 수원을 포위한 상태였습니다.

통신요원은 소이수류탄으로 통신장비를 파괴했고, 이 불은 지휘소에 옮겨 붙었으며, 대공포한테까지 이 혼란이 전해져 대공포도 파괴하게 됩니다. 하아.... -_-; 이렇게 수원비행장은 완전히 무력화 됩니다.

그 때 처치 준장은 오산의 통신중계소에서 알몬드 소장과의 통화를 끝내고 한강 방어선이 뚫려도 내일까지만 수원을 지키면 된다 생각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럼 미군이 도착하는 거니까요. 그러면서 수원으로 차 타고 가던 그들은 바로 위의 일을 저지른 미군을 만나게 됩니다. 대전으로 가고 있었대네요.

"당장 수원으로 돌아가라!"

... -_-; 돌아가봐야 뭐가 있습니까. 통신도 안 되고 지휘소도 대공포도 없는데요. 결국 미군은 수원비행장을 포기, 미군의 증원은 수원이 아닌 부산으로 변경됩니다. 바로 최전방에 드랍하는 게 아니라 최후방에서 차 타고 올라와야 됐죠.

이 스미스 특수임무부대가 초전에 보인 모습을 보면 수원에 제대로 왔어도 잘 했을까는 궁금하지만, 그래도 아직 국군이 버티고 있던 상황이었으니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국군은 후퇴하고 이들만으로 별다른 방어물도 없는 상태에서 북한군과 맞서 싸웠던 것보다야 훨씬 낫겠죠.

하지만 정찰기 하나의 삽질로 이 희망은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진정한 말죽거리 잔혹사였습니다.

===========================

다음 편에 한강 방어선 완전히 무너지고 공간 좀 남을 테니 6사단이랑 동해안 얘기도 좀 해 주고 그 다음 편에 세계 최강 무적 미군이 드디어 악랄한 빨갱이들과 맞서 싸워 통쾌하게 무찌르고 한국을 구해주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거구요. -_-; 흐음... 슬슬 구성이 좀 되는 것 같네요.

일단 대전 뚫리고 전라도 전체를 포기하는 (머리가 좀 많이 아프실 겁니다) 부분까지는 어느 정도 되겠는데 나머지 부분은 몇 편으로 나눠야 되나 아직 모르겠네요 =_=; 이것도 한 8편쯤 나올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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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26 00:03
수정 아이콘
이건뭐....적인지 아군인지..,.뒤범벅이었네요...
12/07/26 00:05
수정 아이콘
술 깨셨군요. 선리플 후감상 들어갑니다. 흐흐
12/07/26 00:17
수정 아이콘
그당시의 말죽거리는 좀 더 포괄적인 지명이었나보군요. 말이 수영을 해서 무려 한강을(!!!!) 건너간다는 것도 신기하고....
이번 화엔 여기저기 깨알 같은 부분들이 많네요. 흐흐.
12/07/26 00:22
수정 아이콘
흠.. 중간에 수원에서 삽질이 있었군요. 적진 속에 있는 집까지 찾아갔다는 그 말은 어찌 되었을지 궁금하네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12/07/26 09:54
수정 아이콘
말이 헤엄쳐 건넌다는 점에서 왠지 모르게.. .. 뭔가 수량이 적었던 느낌도 드네요.. 당시 장마가 아직 오기전인데.. . 북한군의 도하는 장마전에 서두르려는 절박감도 있진 않았을까... 만약 미군이 수원으로 떨어졌고, 장마까지만 버텼다면 부산에 정부가 꾸릴일도 없었고, 김영삼이 국회의원 할일도 없지 않았을까.. 소설을 써봅니다..
앉은뱅이 늑대
12/07/26 10:14
수정 아이콘
신동수 옹과의 대화가 없었으면 역사에서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우연보다는 필연의 과정이라고 보거든요.
눈시BBver.2
12/07/26 10:38
수정 아이콘
다시 말 하면 굳이 신동수 옹이 아니더라도 맥아더는 국군에게서 저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거겠죠
저건 끝까지 용감히 싸우려고 한 병사를 "우연히" 만난 게 아니라 그런 병사들이 대다수였기에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는 거니까요
Je ne sais quoi
12/07/26 11:08
수정 아이콘
유고슬라비아 만평이라니... 백년도 안 된 일이긴 하지만 또 지금은 없는 나라의 이름이 나오는 걸 보면 참 뭐랄까.. 신기합니다.
자이체프
12/07/26 12:22
수정 아이콘
윤민혁 작가가 한국전쟁 초기의 3일간을 배경으로 한 전쟁소설을 집필하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언제 쓸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한 개 집단 혹은 소수의 인원이 역사를 바꾼 중요한 순간이라고 봅니다. 저때 부산까지 확 밀렸으면 이후 일은 상상하기도 끔찍합니다.
자이체프
12/07/26 14:49
수정 아이콘
앉은뱅이 늑대 님// 미국이 그런식으로 포기하지 않으려다가 결국 막대한 피와 전비를 쏟아붓고도 포기한 나라들은 많습니다. 대표적인게 베트남이죠. 미국이 정말로 남한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해도 한국군이 전쟁 초반에 전멸했거나 와해되었다면 손을 쓸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달려온 미군조차도 초반에는 삽질의 연속이었으니까요. 한국군 중에는 북한군의 보급창고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은 부대도 있지만 정말로 잘 싸워서 미군이나 상대방인 중공군조차 감탄한 부대도 있습니다. 본인이 보기에 별 의미없는 사건들을 확대해석했다고 믿으신다면 반대의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분석하시면 됩니다. 그런 사례 제시 없이 '내 생각에는..."이나 '내가 알기로는..."이라는 식의 얘기만 반복하시는 건 눈시님의 얘기가 본인이 보기에는 불편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 역사를 보는 관점은 다양할 수 밖에 없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본인의 짐작과 견해만 가지고 역사를 재단하는것은 위험하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군은 신생군대치고는 비교적 잘 싸웠다는 건 지금 이 시간 우리가 여기서 그 얘기를 한다는 것 만으로 충분히 증명된다고 믿습니다. 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계시다면 그에 합당한 근거와 사례를 제시하셔서 이야기해주신다면 기꺼이 듣고 제 의견을 제시하겠습니다. 아마 눈시님도 그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12/07/26 17:52
수정 아이콘
육상전면전으로 3년을 싸웠습니다

이런저런 일 꼴 수도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몸으로 낙동강 방어선을 전우의 피값으로 지켜내지 않았으면

미군이건 유엔군이건 참전결정이 내려졌다 해도 굉장히 어려웠을 겁니다

중공군의 압록강 침공과 연합군의 정복된 부산 남해안수복은 전술 전략적으로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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