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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25 20: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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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노명우 <세상물정의 사회학>
상식과 상식이 서로 견제할 때는 몰상식이 생겨나지 않는다. 하나의 상식만이 존재하는 사회가 비상식적인 사건을 낳을 뿐이다. 부자 되기가 다른 상식을 모두 먹어 치우고 유일한 상식으로 등극하면, 상식은 괴물이 된다. (중략) 지배적인 상식의 괴물에게 바쳐질 제물이 될 위험에 처하고 나서야, 순진한 믿음과는 달리 모든 상식이 정의가 아니었음을 우리는 깨닫는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상식은 힘이 세다. 상식은 분명 양적 다수에 근거한 보편성이기 때문이다. 상식을 잘 이용하는 사람은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기 쉽다. (중략) 우둔한 사람은 힘으로 지배하지만, 교묘한 사람은 상식을 이용해 사람들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상식이 바람직함을 갖추면 양식이 된다. 하지만 상식은 양식보다 힘이 세다. 권력자들은 상식에 대한 대중들의 믿음을 이용해 정치를 하기에 상식적인 말을 늘 언급하지만, 상식에만 머물 뿐 상식으로부터 양식으로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상식에는 없는 올바름을 갖추고도, 양식은 상식과의 경쟁에서 대체 왜 늘 지고 마는 것일까? 이유는 상식과 양식의 말투 차이에 있다. 상식은 상냥하고 어루만져 주는 어투를 사용하지만, 양식은 공식적이고 엄격하고 훈계하는 말투를 사용한다.

학자가 양식에 근거해 대중의 상식을 교정하려 할수록, 사람들은 모범적인 인간이 아니라 상식적인 인간이 등장하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영향력 속으로 빨려 든다.

진보주의가 가르치는 말투를 유지하는 한, 상식을 이용하되 상식의 잘못된 점은 문제 삼지 않는 대중문화와의 싸움에서 패배할 수 밖에 없다. 상업주의와 보수주의자들이 대중의 상식을 기막히게 이용하는 능력을 갖추었다면, 지식인과 진보주의는 상식을 대체할 양식을 훈계의 어투로 늘어놓는 능력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말투의 차이로 인한 설득력 때문에 올바른 내용일수록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지독한 역설이 벌어진다.

노명우 <세상물정의 사회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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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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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이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들어요.....
14/03/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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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14/03/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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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그와는 별개로, 저는 이런 말투의 차이는 당연하다고 보는 입장이라(엄밀히 말하자면 말하는 이의 문제가 아닌 듣는 이의 문제임에도 듣는 이가 다수라 깡패짓을 하는 셈) 대중에게 가까운 언어를 통한 양식화라는데에 부정적입니다. 모든것이 쉽고 받아들여질 수 있게 풀어주는 언어에는 그만큼의 함의만 담을 수 있다고 믿는 편이라서요. 오히려 제가 설득력을 느끼는건, 그냥 이게 계속되다가 어느순간 지들이 당사자가되고 필요해지면 찾겠지. 하는 쪽이 더 설득적이긴 합니다.
14/03/25 21:17
수정 아이콘
세상을 바꾸기 위한 말하기를 대중이 들어주길 바라는 경우에는 생각해 볼만한 것 같습니다. 아닌 경우는 nickyo님이 말씀하신대로겠죠. 그런 분야에서는 학술가와 대중 사이에 대중저술가가 적당한 선에서 교량을 놔주고 있고요.
14/03/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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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쉽게 이해시켜주는' 시민교육가 혹은 대중저술가의 중요함은 저도 크게 인정합니다. 그런 분들이 많을수록 대중의 교양이 높아지고 그 전체적인 상승분만큼 양식이 더 가까워 지리라 생각하고요. 하지만 별개로 진보주의자들의 설득력 부재가 말투에 있는가는 약간 부정적이네요. 대중저술가나 시민교육가 분들 만큼이나 진보적 사회학자들은 그 나름대로의 어려움으로 학계와 현실에서 명확하게 싸우는게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학/법학/정치학 같은곳에서 첨예하게 싸우고, 논박해야만하겠죠.
14/03/2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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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 논의가 성숙되어도 그게 법안에 반영되기 위해선, 그러니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표를 얻어야 하니까요.
타임트래블
14/03/2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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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경우에도 듣는 사람이 이해를, 공감을 못 하는 건 말하는 사람의 능력 부족입니다. 학생들이 왜 강의 잘 하는 교수나 강사를 찾겠습니까?
14/03/2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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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일반적인 대다수의 상황에서 화자는 예상되는 청자의 범위를 정하고 효율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방법을 분석해야겠죠. 근데 특수한 경우지만 타겟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청자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박사들 논의에 학부생이 끼어든다던지, 대학교재를 초등학생이 보고 어렵다고 하는 경우 정도요. 아니면 경험하지 못하면 이해시킬 수 없는 경우도 있을겁니다. 기혼자들의 이야기를 미혼자가 공감하지 못한다던지, 색깔이나 맛에 대한 감각지각을 경험한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경우처럼요. 이런 점에서 '어떤 경우에도'라고 말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이상 그냥 별 의미없는 가능성에 대한 말이었습니다.
타임트래블
14/03/25 22:37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도저히 한 마디로 쉽게 이해시킬 수 없는 청자가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학부생에게 박사들의 논의를 이해시키는 것 같은 경우겠지요. 그런 경우에는 효과적인 전달 방법을 이용해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첫번째 단계는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는 일이겠지요. 기본적으로 말하는 이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귀기울여 들을 자세를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진보가 지금껏 하지 못했던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못 배운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싶다면서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아무리 얘기해봐야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14/03/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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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최소한의 필요지식요건은 아닙니다. 효과적인 전달도 중요하지만 기반지식이 아예 모자란 경우에대한 정당화 또한 틀린 생각입니다. 이해를 못시켰으니 잘못되었다의 전제에대한 책임은 양측에있고 대중은 자신들의 무지를 절대선의 영역에 두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잘못된것입니다.
타임트래블
14/03/25 23:27
수정 아이콘
기반지식이 모자라 이해를 못 하는 거라면 기반지식을 갖도록 만들 일입니다. 그게 지지를 원하는 정치세력이 할 일입니다. 대중을 무시하면서 감히 민주주의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의 세계에서 대중은 언제나 갑입니다. 지지를 못 얻는 건 언제나 대중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무능한 정치세력의 탓입니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대중이 주인인 정치체제이기 때문입니다.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이 도태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아닐까요?
14/03/25 23:34
수정 아이콘
이것도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반지식을 얻고자 하는 의향과 기반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은 다른 층위의 문제라서요. 후자는 공교육 개혁, 대학 개혁 및 학비 사교육 육아부담 감소등이 있겠고 지역간 교육차별완화등이 있죠. 전자는 철저하게 대중 스스로의 문제입니다. 말하자면, 삶에 불만이 있는데 이 불만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알려하고 삶의 진행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의식화와 피드백은 대중 개인의 삶에대한 태도인데 이를 정치인의 책임으로 돌리는것은 기만에 불과합니다.
더불어 민주주의 정치의 세계에서 대중은 갑이라는 말이 맞지만, 그것이 그들의 무지 혹은 무능에 대한 정당성과 치환될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그런 지식과 교양의 토대를 얻지 못하게 하는 정치인의 무능을 지적하면 모를까. 대중은 그에 걸맞는 정부만을 갖는다는 말에 동의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대의민주주의 체제와 현행 행정부-국회-사법부 의 체제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역할을 수행하는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 뽑히지만 국민의 눈치보다 중요한 눈치와 이해득실이 더 많습니다. 그러니, 대중은 사실 지금 현실정치에서 갑의 위치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사권을 가진 자가 아이러니하게도 갑의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죠. 대중의 지지와 바른, 혹은 진보적인, 혹은 어떠한 연구에 따라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는 그러한 것들이(공리에 입각하든 그렇지 않든) 동일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 대중이 언제까지고 스스로의 무지 혹은 무지하려하는 정당성을 포기하지 않고 아집으로 끌어안는 이상 역사적으로 더 나아진다는 것은 아주 느리게 일어날 뿐이겠죠. 아주 느리게. 물론 그만큼의 책임을 알아서 지고 살아가니 그것 역시 대중의 속성이라 생각합니다. '그런게 곧 대중이고 그런게 곧 민주주의지'라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잠재성은 많지만 아주 후진적인 정치체제라고도 생각하고요. 물론 이 민주주의 이상의 체제를 인간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정확히는 '지속가능한 훌륭한 왕정 혹은 독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일한 대안으로 기능하고 있기는 하죠.
14/03/2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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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중을 설득? 이라기보다 현혹하는 이들이 남는게 민주주의 정치세력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정치세력이 대중을 현혹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것이 자본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중이 자본가가 아니라면, 대중은 스스로를 어리석은 소비자 이상의 것으로 만들지 않으려 하는 '티비속세상'같은 상황에 대해 스스로 의구심을 갖는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 해답을 찾고 나은 방향을 제시하려는 하는 사람들의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얻기위해선 어느정도까지의 지식습득은 스스로의 책임에 있습니다. 물론, 진보가 정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요는 현실상황의 실패에 대한 해답과 그 해답을 찾는 이들의 지식은 누가 떠먹여 줄 것도 아니며 '쉽게 넘겨주는'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타임트래블
14/03/2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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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와 기득권에 현혹된 대중이 다수인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옳지 않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14/03/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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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언제나 옳은 체제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민주주의는 옳은게 아니라, 다수이기에 동의될 뿐입니다. 누군가는 민주주의에 자정작용이 없다고 하고, 누군가는 민주주의에 자정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완전히 옳고 타당한 체제는 없습니다. 민주주의 역시 결함이 있고 열등한 부분이 있지만, 어쨌거나 다수에 입각한 공리주의적 차원에서 타당하기에 옳다고 여기는 이가 많은 것이며 다행히도 천부인권설과 사회계약설 및 대중이 약자로서 존재하기에 원하는 공동의 제도가 있어서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자정작용을 잃는다면, 민주주의는 옳지 않은 것이겠죠. 물론 전 아직까지 자정작용을 잃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던 이야기로 다시 넘어가자면, 일정 층위 이상의 지식은 청취자에게 맞추어 쉽게만 이야기 할 수 없다와 그래야 한다에서 저는 여전히 전자를 주장하겠습니다. 책임도 대중에게 일정이상 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원숭이도 아는 자본론'같은 책이나 '초등학생을 위한 상대성이론'같은 책은 정말 훌륭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게 그 지식을 온전하고 바른 이해까지 끌어다주지는 않겠지요. 그런면에서 대중은 '왜 날 설득시켜주지 않지? 넌 왜 날 설득 못시킴? 네 잘못임' 이라는 입장이 본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합니다.
14/03/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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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삭제합니다
14/03/26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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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님// 방법론적인 이야기에 동의하며(저는 시작부터 한쪽만의 책임이라고 생각치도 않았으므로) 민주주의가 옳고 그르다의 문제에 대해서는 '옳고 그른 층위가 아니다' 즉, 민주주의는 일종의 대전제다 라는 점에 대해서는 존중하겠습니다.
14/03/2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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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삭제합니다
14/03/26 01:55
수정 아이콘
은 님// 그렇군요. 공부가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5/05/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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