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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16 18:13:15
Name 성동구
Subject [일반] 방황하는 칼날 (스포유)
화제의 작품인지는 모르겠고, 일본 작품 원작인 방황하는 칼날을 보고 왔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간단합니다. 자기딸을 살해한 범인에 대한 [복수극]
원작은 안 봤는데, 이 작품에서는 계속해서 청소년 범죄 처벌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걸 시사합니다.
(옆 동네도 비슷한지 그쪽 사정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


영화에서는 노골적으로 악질적인 청소년 강력범죄를 묘사하고 그에 대비해 너무 약한 처벌 수위를 보여줍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에 죄질이 더러운 피의자 학생들을 보호해줘야하는거에 부조리함을 토로하는 젊은
경찰을 통해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경력이 오래된 경찰도 마지막 묘사에는 은연중에 조금이나마 피의자로
전락한 피해자편을 들어줍니다.(마지막에 보낸 문자 메시지로 봤을때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위에서는 애들이 사고치는것 보다 아빠가 복수한다고 애들 잡는게 더 큰 문제랍니다.
부검 결과 강간당하고 살해당한 딸이 [원래 심장이 약했다]는 이유로, 아마도 6개월 정도 형을 받을거랍니다.

처음에 복수 당하면서 죽는 아이는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는데 대상이 "제가 안 훔쳤어요."라고 용서를 구합니다.
살해 당한 아이의 부모님은 와서 "17살짜리 얘가 잘못해봐야 얼마나 잘못하겠냐"고 따집니다. 본인의 아들이
20명 이상을 성폭행했다고 해도 그래도 피해자라도 소리칩니다.
마지막에 범인에게 복수당하기 직전에 아이는 "자수하면 되잖아요."라고 소리 칩니다.
그리고 이런 일진 얘들에게 차를 몰 수 있다는 이유로 따까리 노릇을 하던 아이는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피해받지 않기 위해 일진애들의 죽음을 유도합니다.

작품 중간과 마지막에 나오는 [게임팩] 하나 때문에 동급생을 죽인 문제 아이는 자꾸 찾아오는 형사에게
자기는 죄값 받을거 다 받았으니 이제 오지 말라고, 이제 착하게 산다고 소리칩니다.
그리고 영화 처음 장면에서 이 살인마가 학급에서 우등생인데, 형사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높은분들이
형사 아자씨에게 쓰레기라고 욕지껄이를 퍼붓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는 OB형사가 NB형사에게 저 아이(게임팩 때문에 동급생을 죽인 아이)가 살면서 '자기 때문에
죽은 아이를 얼마나 생각할까' 묻습니다. 유가족이 할 수 있는건 그저 참는일 뿐이고, 그리고 자신은 지켜볼뿐이랍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화가 났고, 보고 나서도 참 찝찝합니다. 이런류의 영화를 보면 항상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고 최악의
결과(영화 소원의 술먹고 기억이 안나서 감형처럼)를 보여주는데 지금도 뉴스기사를 보면 실제로 청소년 강력범죄(혹은
술먹고 강력범죄) 뉴스가 간헐적으로 올라오고, 솜방망이 처벌도 계속해서 문제제기 됩니다.
지금이 함무라비 법전 시대도 아니고 복수는 말도 안되는거고, 복수의 대상이 된 피의자도 일단은 보호해줘야 하는게 맞으며
어떠한 방법으로도 유가족에게 보상을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성공적으로 피의자를 체포해도
여전히 속시원하지 않은건 말도 안되게 약한 처벌 수위를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S. 마지막에 부서진 CD와 빠져있는 탄알이 상징하는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거의 반 실성한 아버지가 결국엔
용서해서 총알을 미리 뺏다는건 좀 이상한데, 용서가 아니고선 총알을 미리 빼낼 필요가 없을텐데요.
어쨋든 기분이 더러워지는 영화입니다.

+ 정재영씨 오열하면서 침흘리는 연기 정말 잘하는것 같아요..... 보면서 뜬금없이 플랜맨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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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16 18:18
수정 아이콘
저도 영화보는 내내 너무 현실적인 스토리에 씁쓸함이 밀려오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현실의 부조리함과 잔혹함에 가슴이 답답해져 오더군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딸이 잊혀질까봐...그게 너무 미안해서...라는 장면에서는 뻔한 클리셰지만 울컥울컥했습니다.

안그래도 이 영화로 리뷰를 써볼까 했는데 이렇게 글을 써주셔서 간단한 감상평만 남겨봅니다.

덧> 마지막 탄알은 결국 경찰의 전화에 흔들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용서는 아니지만, 죽음의 공포감을 심어주어 내 딸의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게 하겠다..라는 뜻으로 저는 해석했습니다.
14/04/16 18:37
수정 아이콘
일본판 영화와 한국판 영화가 어떤 틀린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덧글은 일본판 영화에서 그런뜻으로 나옵니다. (주인공 아버지가 말한건지, 그냥 영화내서 언급된건지 본지 오래되서 가물가물...)
[레콘]영웅왕
14/04/16 18:28
수정 아이콘
아 방황하는 칼날이라면 청솔학원에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영화 말이군요. 알아보니 확실히 그럴만 하다 싶기도 하더라구요 학원 입장에서
Abrasax_ :D
14/04/16 18:29
수정 아이콘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책을 들었다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는데요. 영화를 보러갈지 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제목에 스포일러 방지도 있으니까. 혹시 복수의 의미로 성기를 자르는 장면이 나오나요? 심의에 왠지 걸렸을 것 같은데 그게 있는지가 너무 궁금하네요.
포포리
14/04/16 18:44
수정 아이콘
그장면은 삭제됐던것같습니다. 기억에 없네요.
Abrasax_ :D
14/04/16 19:00
수정 아이콘
나름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라고 보는데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양념게장
14/04/16 19:12
수정 아이콘
저도 원작을 보고 가서 확인했는데 ...알이 터져있다고 형사들이 확인해줍니다.
Abrasax_ :D
14/04/16 20:17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그대로 묘사하기는 힘들었겠죠? 감사합니다.
14/04/16 19:17
수정 아이콘
성기자르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습니다. 중간에 형사들이 알이 터져죽을만하다고 말해줍니다.
Abrasax_ :D
14/04/16 20:17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태엽감는새
14/04/16 18:30
수정 아이콘
원작 읽은지는 꽤 됐는데, 원작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이란걸 강하게 시사합니다.
내용은 좀 많이 바뀌었나보군요. 히가시노 게이고 책중에 제일 좋았던 기억인데..
마스터충달
14/04/16 18:31
수정 아이콘
일본은 청소년이나 어린이 강력범죄에 관련한 영화나 드라마가 꽤 나온걸로 압니다.
드라마는 가끔 그냥 짤방 돌아다니는걸 봐서 모르겠는데
영화 <고백>도 미성년 살인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잘 만들었으니 함 보시면 좋을거에요.
14/04/16 18:36
수정 아이콘
이게 54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인데, 술술 읽히죠.

히가시나 게이고 작품은 국내 출간된건 거의 다 봤는데, 꽤 재밌는 축에 드는 작품입니다.
포포리
14/04/16 18:46
수정 아이콘
히가시노게이고 정도면 이쪽 장르로는 이미 국내 탑이죠~
국내 영화화된 작품도 벌써 몇개짼지..크크
그래도 전 이번 영화가 제일 별로더라구요.
포포리
14/04/16 18:43
수정 아이콘
원작에서 보다 더 강하게 솜방망이처벌을 강조합니다. 영화에서는 그나마 줄어든 느낌이더라구요. 전 그쪽으로 좀더 기대했엇는디 약하게 느껴져서 약간 실망햇습니다.

원작을 너무 재밌게봐서 그런지 연출이 별로 맘에 안들더군요. 너무 산만했습니다. 형사시점이 너무 자주나오기도했구요.

결말부분은 정말 왜그랬는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같이본 사람은 영화내내 제발 복수가 성공하길 바라면서 엉엉 울다가 마지막에 총알빼놓은거 보고 허탈해하더라구요.
그 친구는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주인공 심정에 매우 공감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벙쪘다고 하더라규요.
Windermere
14/04/16 19:03
수정 아이콘
우발적으로 두 명을 죽이고 총을 얻어서 전달이 잘 안 된 느낌이 있는데..
대대적으로 사건이 보도된 것, 공범자와 짝짜꿍해서 시내 한복판으로 유도하고 일부러 다 들리게 범죄사실을 읊은 것,
즉, 청소년범죄의 심각성을 언론에서 다루게 하여 그 문제점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것,
범죄자의 신상을 빼도박도 못하게 만천하에 공개하고 각인시키는 것이
주인공의 목적이었음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총알 빼놓은 장면이 들어갔지 싶습니다.
까발려요
14/04/16 19:15
수정 아이콘
이런류의 영화 결말은 대게 비슷하죠 모범시민 보고 얼마나 허탈했던지
양념게장
14/04/16 19:14
수정 아이콘
전 원작 꽤 이전에 보고 가서 그랬는지 영화 괜찮았어요. 원작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느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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