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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23 17:20:56
Name 하늘을 봐요
Subject 아가씨가 참 멋지네

-1
어렸을때 친구네 전화하면 항상 어머니들께서 놀라십니다.

-안녕하세요.철수 친구 민수라고 하는데요. 혹시 지금 철수 있나요?
-민수? 철수 여자친구니?
-아니요 저 남자에요.
-어머 목소리가 여자 같다.
-(철수야~~~전화받아라~~~민수다~~~)

이런 패턴으로 항상 흘러갑니다.


-2
고상한 취미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머리 기르는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군대 전역한 이후에 계속 쭉 머리를 기르고 있습니다.
항상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제발 머리좀 자르라고 구박하지만 저는 그런 구박과 관심들도 다 좋습니다.
키가 작고 워낙 존재감이 없던 사람이, 머리를 기르기 시작하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 그리고 어디 모임에 참석하면 이름은 몰라도
"머리 긴 남자" 라는 타이틀로 항상 사람들의 머리속에 각인되거든요.
이게 사람과 사람이 만날때 엄청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더랍니다.
가끔은 여고 앞을 지나갈 때가 있는데 꺄르르르 웃으면서 지나가거나 가끔은  " 아저씨 그거 진짜 머리에요?" 하면서 관심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3
몇년전 예비군 훈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퇴근시간과 맞물리면서 지하철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원래는 군복입고 지하철에서 앉아서 가는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예비군 훈련장이 종점이랑 가까워서 앉아서 갔습니다.
시내쪽으로 진입 할 수록 사람도 많아지고 나이드신 분들도 많이 타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멀리서 할머니께서 시장바구니를 끌고 오시면서 지하철에 탑승하길레 저 멀리서 앉으시라고 자리를 양보해주셨습니다.
그때 할머니의 말이 아직도 기억속에 생생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가씨가 참 멋지네. 마음씨도 곱고 손도 곱고 나라 지킨다고 고생 많이 허지 요 잠깐 기달려봐."
하시면서 귤 하나를 장바구니에서 꺼내서 까주시고 입에 직접 넣어주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학상, 아가씨가 아닌가벼?.."
당황해서 흔든리는 눈빛으로 지긋이 잡고 있던 두 손을 놓으시며 헛기침 몇번 하시더니 딴청을 피우시더랍니다.
옆에서 킥킥킥 소리와 함께 지하철에 있는 모든 이로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저는 어쩔 수 없이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렸답니다.
그래도 직접 까주신 귤은 정말 맛있었습니다..ㅠㅠ



-4
남들과 다르다는것,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지만 나중에 익숙해지면 장점으로 다가오니 참 생활하는데 좋은것 같습니다.
머리 기르기 시작한 후 처음에는 어중간하게 길렀을땐 지저분하다고 얼른 머리 자르라고 구박했지만
어느정도 머리 길이가 길고, 스타일도 머리에 맞춰서 하고다니니 사람들이 나름 부러워 하기도 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신기하다고 잘 다가오기도 하고 뒷모습만 보면  완벽한 여성 싸이즈라 여성분들도 쉽게 다가오기도 하더라구요.
여성에게 호감을 얻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이만큼 좋은게 없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없는거죠?

슬퍼서 눈물이 눈 앞을 가리네요.
글은 이만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심심하기도 하고 외로워서 주저리주저리 글을 써놨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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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23 17:23
수정 아이콘
크크크...저도 결혼하기 전까지 머리가 아주 길었던지라..비슷한 경험이 많습니다. :)
기를수 있을때 계속 기르세요! 결혼하면 얄짤 없습니다......
김망아지
14/04/23 17:24
수정 아이콘
갑자기 가스파드 작가가 떠오르는....크크크
어강됴리
14/04/23 17:28
수정 아이콘
저도 머리기르곤 있는데 덩치가 일반적인 여성싸이즈는 아닌지라..
근데 머리길러본적이 없는데 긴머리에 맞는 스타일이란 어떤건가요?
하늘을 봐요
14/04/23 17:34
수정 아이콘
주로 검은색 스타일의 옷들이나
아니면 검은색이란 대비대는 흰색 자켓들이 어울리더라구요.
케주얼한 넥타이도 잘 어울리구요..
꽃보다할배
14/04/23 17:28
수정 아이콘
여성 취향을 좋아하는 여성 분을 만나실 겁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꼭 생기시길!
푸름이
14/04/23 17:38
수정 아이콘
제 경험으로는 많은 여성들이 머리 짧은 남성을 선호 하더군요
記憶喪失
14/04/23 17:50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그냥 짧은 머리가아니라 잘생긴남자의 짧은머리를 선호합니다
원빈 고수의 포마드라던지.. 리젠트스타일이라던지...
푸름이
14/04/23 18:09
수정 아이콘
아 그건 그렇죠

하지만 같은 얼굴에 머리 길이로 선택한다면 짧은 쪽이 유리할 듯 합니다
하늘을 봐요
14/04/23 18:12
수정 아이콘
그냥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더라구요.
머리 길고 잘생기면 테리우스 안정환이 되는것이고
머리 짧고 잘생기면 아저씨에 나온 원빈이 되는것이고
그리고 저는 오징어가...ㅠㅠ
wish buRn
14/04/23 18:47
수정 아이콘
꼴뚜기 한마리 추가요 ㅠㅜ
Darwin4078
14/04/23 17:38
수정 아이콘
뒷모습이 완벽한 여성 사이즈인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봐야 할거 같습니다.
하늘을 봐요
14/04/23 18:10
수정 아이콘
집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비밀번호: 12345
Darwin4078
14/04/23 18:16
수정 아이콘
등짝..등짝을 보.. 아..아닙니다. -0-;

자신있게 비번을 적으시는걸로 보아 어쩐지 함정카드가 발동할거 같군요.
황금사과
14/04/23 17:43
수정 아이콘
한동안 길렀었는데 탈모의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조금이라도 덜 빠지기 위해 밀어버렸습니다(...)
종이사진
14/04/23 17:44
수정 아이콘
미괄식 글ㅠㅜ
14/04/23 17:45
수정 아이콘
1번은 저도 그랬던지라 남 이야기 같지 않네요.
변성기가 오기 전엔 완전 여자애 목소리라 친구네 집에 전화하면 항상 여자친구냐고...크크크.
기아트윈스
14/04/23 17:59
수정 아이콘
특징을 갖추는 건 좋은 대인전략이지요.

제 선배 중 한 분이 고등학교 졸업 후로 25년간 수염을 유지하셨는데, 특이하게 콧수염은 밀고 턱수염만 기르시더군요. 늘 한 3~5센티 정도로 단정(?)하게 유지하면서요.

아직도 학계에 가서 어디학교에서 뭐 공부하는 놈입니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아 XX대학? 거기 혹시 수염기르던 친구 있지 않나?" 하더군요.

수염의 명성이 학교이름까지 각인시키는 위엄이..덜덜
영원불멸헬륨
14/04/23 18:02
수정 아이콘
1번은.. 아버지를 찾는 전화를 받을 때는 '사모님', 어머니를 찾는 전화를 받을 때는 '본인', 저를 찾는 전화가 올때는 '아주머니'라고 오해를 많이 받은 입장이라 공감이 갑니다ㅠㅠ

2~4번은.. 중국에 있을때 머리를 기른 적이 있습니다(단지 깎는게 귀찮아서;;). 길지도 않고 그냥 보이시한 여자의 머리정도? 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덥수룩하고 뒷머리는 목 중간까지 왔었던 것 같네요. 튼튼한 철제 머리띠로 넘기고 다니거나(오징어 테리우스), 사무라이 꽁지머리를 하고 다니곤 했습니다.
여행을 할 때였습니다. 1달간 배낭여행이라 이것저것 집어넣어 빵빵한 백팩을 메고 태산에 갔는데, 산 입구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누가 뒤에서 부릅니다.
'어이 아가씨, 거기 남자 화장실이야~'
......제 키가 185입니다. 살짝 뒤돌아보니 아저씨가 민망했는지 허허 웃으면서 가던길 가~라고 하시네요.
이거 말고도 유치원생 정도 여자아이에게 큰언니 라고 불린적도 있지만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정면을 보더니 놀라더군요 ㅠㅠㅠ
SYN index
14/04/23 18:11
수정 아이콘
피지알 머리 긴 남정네들 모이는 글인가요.. 저도 한 삼년째 머리기르고 있는데 6월에 공익근무가서 잘라야 됩니다 어헣
하늘을 봐요
14/04/23 18:14
수정 아이콘
어린 학생들이 소아백혈병 같은걸로 탈모가 심할때 기증해주면 좋은곳에 쓰인다고 들어서
저는 나중에 머리 자르면 기부할 생각입니다.
한번 그쪽도 생각해보시면 좋을것 같아요.
기아트윈스
14/04/23 18:20
수정 아이콘
제 와이프가 머리카락 기부했었는데 최소 30cm였던가? 그런 기준이 있더군요.
SYN index
14/04/23 18:24
수정 아이콘
길이는 되는데 염색에 왁싱에 ㅠㅠ
카푸치노
14/04/24 09:49
수정 아이콘
http://himo.co.kr/mall/homepage.php?homefile=lovehair_3_1.html


25cm 이상이고 몇번 파마나 염색 했던 머리도 상관없다고 하네요.
[보내주시는 모발들은 모두 모아 가공과정을 거쳐 살아남는 건강한 모발만을 가지고 길이별/색상별/굵기별 분류를 통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의 답글입니다.

길이만 되면 그냥 보내보세요~
사랑한순간의Fire
14/04/23 19:47
수정 아이콘
2번에 눈길이...머리를 길러야하나...
야릇한아이
14/04/23 20:47
수정 아이콘
글에서 네이버에 연재하는 웹툰작가님과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혹시... 아니시겠죠?
하늘을 봐요
14/04/23 21:02
수정 아이콘
가스파드님 말씀하시는거죠? 흐흐
저는 아닙니다.
위에 김망아지님이 말씀하시길레 찾아보니 장발이네요^^
야릇한아이
14/04/23 23:53
수정 아이콘
아 제가 생각한 사람은 가스파드는 아닙니다. 와루라고 해서 웹툰에 자신의 일상 얘기를 담을때가 있는데 꼭 어디서 본 에피소드들 같아서..^^
톼르키
14/04/24 15:1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와루님은 덩치도 키도 크신분이라 절대 '아가씨'처럼 보일일은 없을거에요
구밀복검
14/04/23 23:37
수정 아이콘
저도 머리카락이 긴 편인데, 공중 화장실 같은 곳 가면 어르신들이 움찔움찔....
아가씨 소리도 여러 번 들어봤습니다. 그래도 목소리는 굵은 편이라 성별 드러내려고 일부러 좀 힘주어서 말하곤 하는데, 나이 많으신 분들은 귀가 어두우셔서인지 인지를 못하시더군요.
쌀이없어요
14/04/24 05:10
수정 아이콘
뭔가.. 공감가는 내용이 많네요.
저도 머리를 성인이 된 이후로 항상 길게 유지하고 있는데, 어느새 긴 머리는 제 자신의 심볼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곤 합니다

마지막 문구에 덧붙이자면..
화장을 배우시거나 여성 의류를 입으시면 공감대 형성이 몇 배 증가하리라 생각합니다(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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