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고 있는 새로운 종은 언제 처음으로 출현했을까요? 19만 6천 4백 3십 9년 전 4월 17일에 아프리카에서 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였을까요? 진화의 과정은 서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칼로 무 자르듯이 딱 여기까지는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너부터 호모 사피엔스라고 구분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상당한 세월이 흐르고 나서 뒤돌아 보니 어느새 예전과 많이 다른 새로운 종이 되어있더라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이겠지요.

그렇다면 이제 인류의 진화는 끝이 난 것일까요?...우리가 최종 승자이자 완성체인 것일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인류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서 또 다른 종으로 진화하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많은 관련 학자들도 궁금해하는 사안이지요. 혹자는 인류가 날씬하고 보기 좋은 소수와 다수의 비만한 종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가 극명하게 커져서 그 두 집단이 결국에는 서로 다른 종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예측 가운데 하나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결국 사이버 사피엔스 (Cyber sapiens)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 생각입니다. 여러분들, 오늘 가장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확인 한 때가 몇 시간 전입니까?, 아니 몇 분 전이라고 물어봐야 하나요? 비교적 먼 거리의 목적지까지 어떠한 형태든 차량이나 다른 이동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순전히 도보로만 간 경우가 언제가 가장 최근입니까? 우리는 점점 기계와 도구와의 관계를 깊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사냥을 위한 손도끼나 창 정도로 시작했던 호모 사피엔스가 이제 기계, 도구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지경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된다면 결국 인간은 몸과 기계가 융합되는 사이버 형태로 진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은하철도 999에서 철이가 그렇게 되고 싶어하던 기계 인간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수십, 수백 아니 수천 개로 쪼개서 물리적인 한계를 초월하여 여러 가지 일상의 과제를 처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 해결 능력은 더 뛰어나게 되고 다룰 수 있는 인간의 관계도 기하급수 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도 페이스북의 친구 수는 오프라인의 친구 수보다 훨씬 많습니다.

나노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인간의 DNA까지 접근이 가능하여 유전적인 변이를 의도한 대로 일으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화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어서 평생 젊음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영생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혹 신체적인 영생이 불가능 하다면 사이버 세계로 나의 정신을 전부 복사하는 것은 또 어떻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바깥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은 움직이는 생명체들은 없고 서버들과 무선 중계기들로 가득한 행성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이미 매트릭스는 어쩌면 그렇게 우리 가까이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또 공룡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디서 거대한 운석이 날아와 모든 것을 다 파괴해버리고 리셋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다 지금의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