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4연패를 바라보고 어제도 열심히 치고 달리고 던지고 잡고 맞고(박해민 선수에게 별 일 없길 바랍니다ㅠㅠ) 넘어진 삼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임창용이 또 무너져서 패하고 말았네요.

사진은 http://www.kbreport.com 에서 퍼온 임창용 선수 외 리그 마무리 선수들의 스탯입니다. 세이브 수는 17개로 나쁘지 않지만 마무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스탯인 블론이 벌써 6개입니다. 아직 7월 초, 야구를 시작한지 고작 석달 남짓이 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할 경우 시즌이 끝났을 때 10블론을 찍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성적이네요. 첫 블론이 5월 말부터 나오기 시작했음을 생각한다면 더 심각합니다. 고작 한 달 반 정도가 지날 동안 6블론을 찍은 셈이니까요.

저는 임창용을 2군으로 내려서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얻어맞기 시작한 5월 말 이후로 임창용은 세이브를 기록하는 날조차도 투구 내용 면에서 삼성 팬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속구의 구위 자체는 전성기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하긴 하나 지금 이만큼 두들겨 맞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던졌다 하면 홈플레이트 앞 바닥으로 꽂히거나 포수 머리 위로 날리는 변화구의 제구를 가다듬고, 던졌다 하면 치기 좋게 가운데로 몰리는 속구의 제구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최근의 부진이 아직도 "내가 임창용이고 내가 창용불패인데" 하는 생각으로 자존심을 앞세운 피칭을 한 결과라면 잠깐 동안의 2군행이 더더욱 임창용에게 약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구요. 뭐... 사실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지만요. 오히려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 채로 던지느라고 구석구석 칼 같은 제구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공이 바닥으로 패대기쳐지고, 하늘로 날리고, 가운데로 몰리는 것 같은데...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임창용이 못하는 게 드높은 자존심의 발로 때문인지 단순히 제구가 안 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대로는 1군의, 우승 컨텐더 팀의 마무리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니까요. 2군이 마법의 장소라서 거기만 갔다 오면 모든 게 좋아질 거라 생각해서 임창용이 2군에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임창용이 몸을 쉬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팀에게도 그 자신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2군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창용이 2군에 간다면 그 동안 삼성의 마무리는 안지만이 해야겠죠. 물론 안지만이라고 임창용의 이상적인 대체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체자는 커녕 안지만 역시 3블론으로, 임창용에 비하면 갯수가 적긴 하지만 마무리도 아닌데 어지간한 리그 마무리급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지요. 이건 "아 차라리 안지만이 임창용보단 잘하겠네"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어찌 됐든 임창용이 살아나줘야만 하기에, 나중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입니다.

임창용이 아무리 털리고 점수를 내주고 블론을 하더라도 이제는 임창용 개인에게 화가 나지도 않습니다. 임창용이 잘할 수 있는 선수라는 믿음이 있었을 때는 화가 났는데, 이제는 38살 투수 임창용에게 어떤 식으로든 반등의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밖에 들지 않아요.

오늘따라 오승환이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