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7/15 23:57:26
Name 아침해쌀
Subject 모두의 연애는 편협하다
  아는 형 A의 집은 돈이 많고, 친구 B는 가난하다. 남녀의 데이트비용 분담에 관한 시각은 그 조건에 따라 상반된다. A에게 재력은 여자를 유혹하는 핵심이다. 돈을 쓰지 못해 안달이다. 여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연스레 돈 쓸 방법을 궁리하는 지경이다. B는 여자친구의 지갑에서 나오는 선물과 밥값을 자랑한다. 기생하며 지내는 정도는 아니지만, 여자 쪽의 경제적 여력이 나은 경우 그만큼 빌붙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자연히 여자들이 데이트비용 분담을 어떻게 생각할 지도 반대로 인식한다. A는 대다수 여성이 남성에게 데이트비용을 의존하길 바랄 것으로 생각하며, B는 1:1분담이 일반적 시각이라 본다.

  둘의 배경과 그간 경험을 떠올리면 당연해 보이지만, 그들을 잘 아는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평소 둘의 정치적 입장도 경제여건에 따라 A는 보수적, B는 진보적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정치관이 겪어온 삶에 강하게 영향받았음을 알고, 사회 전체의 시각을 재단하는 일에는 극히 조심스러웠던 둘이다. 반면 여자들의 생각을 짐작하는 일에서는 각자의 경험을 전체로 확대 적용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은 원래의 조심스러운 자세를 잃은 것일까, 아니면 개인의 경험이 전체를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왜 그러느냐고 면전에서 물어보면 될 일이지만, 찌질하게 홀로 고민한 끝에 후자(경험이 전체를 대변할 수 있다) 쪽일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A와 B 모두 자신들의 연애경험이 편협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언뜻 보면 그들의 연애경험은 편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돈 많은 여자와 가난한 여자 모두와 연애를 해봤다. 돈을 놓고 논하는 주제에서 그들은 다양한 경제계층과의 만남을 근거로 시각을 형성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연애경험은 편협하다. 표본들을 한데 묶는 가장 큰 특징은 각각 A와 B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다양한 이성을 만나왔겠지만, 이 기준을 벗어나긴 힘들다. 결국 A와 B를 좋아했던 여자들은 그들이 데이트비용을 나누는 방식에도 호의적이었을 것이다. 돈을 놓고 논하는 주제에서 경제력보다 중요한 변수가 개입한 탓에 A와 B는 오류를 범하게 됐다.

  그러고 보면 저 기준에서 편협하지 않은 연애를 경험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 한 일이 아닌가. 나에게 호감을 느낄 건덕지가 전혀 없는 부류의 이성이 어떻게 썸을 타고, 어떻게 사랑하는 지는 겪어볼 방도가 없다. 일 년을 쫓아다녀 이룩한 사랑이든, 상대가 먼저 다가와 절로 얻은 연인관계든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한 달에 한 번씩 애인을 갈아치운다 해도 편협함을 벗어날 수 없다(오히려 이런 경우가 더 편협할 수도).

................

연애전문가(?)들이 등장해 세상의 모든 연애를 저울질 해주는 마녀사냥이 불편했던 솔로의 푸념이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r.prostate
14/07/16 00:02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지적이네요. 되새겨볼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마스터충달
14/07/16 00:10
수정 아이콘
연애의 진리는 케바케가 맞긴 합니다만
인간이라는 동물이라면 당연하게 적용되는 범용적인 심리기제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실상 연애 전문가나 고수들의 조언은 연애와 사랑에 대한 본질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게임에 가깝다고 봐야겠죠.
심리전을 통해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고, 블러핑으로 호감을 극대화 시키는 식이니까요.
말씀하신 예시도 연애에 관련한 윤리적 관점에 대한 것이니 연애 전문가들의 그것과는 동떨어진 얘기라고 봅니다.

마녀사냥은 이제는 그냥 연애가 주제인 '안녕하세요'가 되었다고 봅니다.
실상 등장하는 일화들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윤리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상대의 심리에 대해 예측하는 글들은 썸도 아닌데 썸으로 착각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뭐 다룰 가치도 없는게 태반이기도 합니다.
뭐 그래도 재밌긴 재밌습니다. 찾아볼 정도까진 아니지만 신동엽을 워낙 좋아해서 흐흐
Abrasax_ :D
14/07/16 00:25
수정 아이콘
사연들이 갈수록 조작 냄새가 짙게 나는 것도 닮아있지요.
마스터충달
14/07/16 00:29
수정 아이콘
뭐 조작이야 방송이다 보니 심각할 정도만 아니면 흔한 썰들을 작가가 정리하는게 나쁘진 않다고 봅니다.
다만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문제들이 제기 되면서 정말 안녕하세요 처럼 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덕분에 가면 갈수록 곽정은씨의 비중은 줄어들고 성시경씨 입심이 더 세지는 경향도 있구요.
로마네콩티
14/07/16 01:47
수정 아이콘
친한 친구가 최근에 사연으로 소개된적이 있는데 조작까지는 아닌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목소리 녹음도 했다고 했나? 암튼 그렇습니다.
문제는 방송에 나가니까 재미를 위해서 약간의 살을 덧붙이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 덧붙인것 때문에 원래 이야기가 산으로 갑니다.
원재료에 맛을 위해서 조미료를 뿌리는데 너무 뿌려서 조미료맛만 나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그 사연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방송으로 보니까 저게 내가 알던 그 이야기가 맞나 싶더라구요.
차라리 원재료를 그대로 살리는게 덜 자극적으로 보이더라도 오래갈텐데 말이죠.
안녕하세요도 그렇고 방송작가들은 왜 사람들이 착한식당에 열광하는지 모르나봐요.
가뜩이나 현대인들은 MSG 범벅 음식에 질렸는데 방송 사연까지 MSG 범벅을 내놓으니....
MSG가 나쁜건 아니지만 적당히 넣었을때 맛있는건데
whynotcat
14/07/16 00:15
수정 아이콘
글이 재미있게 잘 읽히네요. 연애 6년차지만 어떻게 보면 연애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제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을 해보지 못했었네요. 잘 읽고 갑니다.
당근매니아
14/07/16 00:35
수정 아이콘
20대 내내 해봐야 제대로 된 연애 10번하기 쉽지 않죠. 애초에 편향된 실험군과 대조군을 가지고 판단하자니 편협할 수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뭐 제네럴할 필요가 있는 영역이 아니기도 할 테구요.
라울리스타
14/07/16 09:35
수정 아이콘
상담을 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왠만큼 자신만의 답을 정해놓죠.

그래서 20대 초반만해도 그렇게 재미있는 연애 얘기가 나이 먹을수록 가장 고루한 얘기가 되나봐요. 요즘엔 친구들끼리 만나도 연애 얘기는 잘 안하네요. 흐흐
주먹쥐고휘둘러
14/07/16 10:05
수정 아이콘
"내가 해봐서 아는데..." 는 분야를 막론한 거 아니겠습니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983 폭설이 온날 등산 [14] 그렇군요2964 24/02/22 2964 1
100982 포퓰리즘은 좌우를 구분하지 않는다. [12] kien4088 24/02/22 4088 0
100981 이소영 의원 공천을 환영하는 이유 [56] 홍철7572 24/02/22 7572 0
100980 이번엔 대한소아청소년과 회장을 입막아 끌어낸 대통령실 [129] Croove13659 24/02/21 13659 0
100979 민주비례정당, 진보당·새진보연합에 비례 3석씩, 울산북구 진보당으로 단일화 [133] 마바라8597 24/02/21 8597 0
100978 [역사] 페리에에 발암물질이?! / 탄산수의 역사 [4] Fig.12464 24/02/21 2464 8
100977 일본 정계를 실시간으로 뒤흔드는 중인 비자금 문제 [35] Nacht6679 24/02/21 6679 32
100976 의사증원 필요성 및 필수의료 대책에 대해 어제 있었던 100분 토론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90] 자유형다람쥐7948 24/02/21 7948 0
100974 독립기념관 이사에 낙성대경제연구소장 임명 [43] 빼사스5062 24/02/21 5062 0
100973 더불어민주당이 대전 유성 을에 허태정 전 시장이 아니라 황정아 박사를 공천했습니다. [209] 계층방정10289 24/02/21 10289 0
100971 어쩌면 우리 사회는 한 번 공멸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29] 사람되고싶다6003 24/02/21 6003 0
100970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심상치가 않네요 [54] 아우구스티너헬8608 24/02/21 8608 1
100969 미국과 일본의 의사 연봉 [41] 경계인6621 24/02/21 6621 0
100968 당장 내년에 필수의료는 누가 지망할까요? [196] lexial6804 24/02/21 6804 0
100966 문재인이 '이재명 사당화'를 주장하는 이낙연 지지자의 트윗에 '좋아요'를 눌렀네요. [89] 홍철8514 24/02/20 8514 0
100965 약배송 허용과 관련한 약사법 개정안 이슈 [40] lightstone4427 24/02/20 4427 0
100963 퇴사한 전공의를 의료법위반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 [188] 45612678 24/02/20 12678 0
100959 이낙연, 개혁신당과 합당 11일만에 철회…"새미래로 복귀" (+이준석 반응 추가) [227] Davi4ever16286 24/02/20 16286 0
100958 우리나라가 살려면 일반의(GP)를 타격해야한다 [351] 림림13749 24/02/20 13749 0
100957 의사들이 증원얘기만 하는 이유.jpg [121] 빵떡유나10921 24/02/19 10921 2
100955 불법이 관행이 된 사회 [67] lightstone6683 24/02/19 6683 12
100953 의료 정상화를 위해선 의사 뿐 아니라 여러분도 희생해야 합니다. [176] 터치미8857 24/02/19 8857 0
100952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왜 뚫렸을까? [29] 隱患4580 24/02/19 458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