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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25 17:19:08
Name yangjyess
Subject 여자사람 후배 야구장 데려간 이야기
선배는 나를 처음 야구장에 데려다 준 사람이었다.

홍대 인디밴드 문화가 뭔지, 대학로 소극장의 서늘함이 얼마나 기분 좋은 건지 알려준 사람.

어느 집단에나 있는 친절하고 인기 많은 사람 말이다.

나는 지금껏 선배처럼 이상적인 남자를 본 적이 없다.
존경도 하고, 말벗도 하고, 괜찮다면 잠도 같이 자고 싶은 사람.

혹 요사스런 성적 취미가 있다 해도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이 좋아요' 라고 말하며 눈 딱 감고 따라가보고 싶은 그런 남자 말이다.

당시 나는 남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엔 두 종류의 남자가 있는데, 착하고 재미없는 사내와 재밌지만 나쁜 사내가 전부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닌 인간의 울퉁불퉁함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 역시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땐 선배가 착하면서도 유쾌할 수 있는 유일한 이성처럼 느껴졌었다.

내 또래 남자애들은 다 비읍시옷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조숙하다 자부하는 여대생의 오만도 한몫했다.

선배를 만난 건 신입생 환영회 때였다.

그때 나는 너무 많은 사람, 너무 나쁜 공기, 너무 많은 상품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물론 교정의 초목과 잘 식은 봄밤 공기는 가슴을 떨리게 하기 충분했다.

지금도 나는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라는 장기방어물질에 사랑의 묘약이 섞여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신학기의 그 많은 청춘이 그렇게 동시에 상기된 채 해롱댈 수는 없는 일이다.

번식기의 젊음이 내뿜는 에너지는 은근하고 서툴렀고 노골적인 동시에 싱싱했다.

나는 스무 살을 새로운 도시에서 맞는 게 좋았다.

하지만 그 나이엔 의당 그래야 하는 듯 알 수 없는 우울에 싸여 있었고 나는 내 우울이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누군가 그걸 알아차려주길 바랐다.

환영식 날 잔디밭에 모인 무리에서 슬쩍 빠져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내가 거기에 없다는 걸 통해 내가 거기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픈 마음.

모임에서 이탈해 인문대 주위를 서성거렸다.

스스로 응석을 부리며 뭔가 흉내 내는 기분이 못마땅했지만

누군가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나를 발견하고 내 이마에 크고 시원한 동그라미를 그려주길 바랐다.

그런데 거기, 어두운 인문학관 통로에 선배가 있었다.

화장실에 들른 건지, 사물함을 확인하러 온 건지는 몰랐다.

"너 미영이지? 서미영"

"예? 예."

나는 선배가 내 이름을 안단 사실에 놀랐다.

"운산에서 왔다며. 우리 아버지 고향이랑 같아서 기억했어."

"아, 네."

"왜 혼자 있니?"

"아, 저, 뭣 좀 생각하느라고요."

"없어서 찾았어. 이따 보자."

나는 엉거주춤 목례한 뒤 그와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목적지는 없었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는 잔디밭으로 향하다 몇 발짝 안 가 돌아서며 한마디 했다.

"고개 좀 들고 다녀라 이 녀석아."

이 녀석아...

친근한 표현인지, 성(sex)을 지워버리려는 노력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선배는 곧잘 나를 '녀석'이라 불렀다.

그런 뒤 커다란 손바닥으로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줄 때면, 물클하니 아늑해져 까치발을 든 채 '더요! 더요!"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어쨌든 1분도 안 되는 시시한 순간이었지만 선배는 그 날 내 머리에 붉은 동그라미를 그려준 거였다.

훗날 나는 누군가 내게 사랑이 무어냐고 물어올 때면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도 욕심이 없었다.

선배라는 친구가 생겼다는 데 감사했다.

살면서 진심으로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니까.

다만 티브이도 없고 컴퓨터도 없는 음습한 자취방에서 이따금 확인하는 선배의 문자가 참 반가웠던 기억은 난다.

한밤중,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조그만 불빛을 따라 내 마음도 빨갛게 깜빡거렸다는 것과,

그 나이에만 쓸 수 있는 유치한 문장들에 내가 퍽 의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선배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

쉽게 판단하거나 충고하지 않았고, 산뜻한 농담도 잘 해줬다.

상대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으면서 위로하는 방법을 알았달까.

자연스럽게 나는 선배가 주도하는 시모임에 들어갔다.

선배는 내 글이 좋다고 했다.

나는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방비로 술 사먹고 꽁꽁 언 방에서 파카 입고잤다.

행복했다.

왜냐하면 그날은 선배가 처음으로 나한테 뭐 사달라고 한 날이었으니까.

불규칙한 생활과 음주로 몸이 약해진 나는 피곤하면 무턱대고 긴 잠을 자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느 때인가 자취방에서 뒹굴거리다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야구장 가보고 싶어요."

반응이 없어 시무룩해질 즈음 늦은 답신이 왔다.

"왜?"

나는 휴대전화를 쥔 채 방바닥에 엎드리며 방긋 웃었다.

"그냥 야구장 가서 크게 소리질러보고 싶어요."

"너는 뭐 야구장이 소리 지르는 덴 줄 아니?"

"그럼 뭔데요?"

한참 후, 선배의 의젓한 대꾸.

"야구장은 신전이야."

효과음이 났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반하는 순간 심장에서 나는 효과음. '아!' 하고.

그렇게 문자를 주고받다가 야구장에 가자는 약속까지 해버렸다.

나는 엄마에게 책값을 속여 받은 후 발목까지 오는 하얀 원피스를 샀다.

지금 생각하면 촌스럽고 웃긴 치마였는데 그걸 자취방에 걸어놓고 일주일 내내 쳐다봤다.

선배가 혹 고백이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하며.

내가 가진 가장 예쁜 '빤스'는 뭔가 헤아리기도 하면서.

첫 관계에서 보여주기엔 너무 큰 빤스가 아닌가 뒤척이며 말이다.

그리고 토요일, 두근거리는 걸음으로 마침내 잠실에 도착했을 때 ㅡ

매표소 앞에는 우리 과 시모임 여자애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개떼같이 모여 있었다.

선배는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지만 나는 그 상냥함이 야속했다.

================================================

소설입니다.

2013년 이상문학상 수상자 김애란의 '너의 여름은 어떠니'(이게 수상작은 아닙니다.)중 일부 발췌했습니다.

순수문학입니다.

고고해 보이나요? 현실과 동떨어져 폼만 잡는 글처럼 보이나요? 재미는 무시하고 현학만 늘어놓는 글인가요?

아래에 책에 관한 기사링크, 그리고 그에 달린 여러 댓글들에서 피지알러분들의 책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친구들이나 동호인들과 독서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게임이나 독서나 똑같다' 라고 주장합니다.

제가 10여년간 게임을 플레이도 하고 관전도 해 왔는데, 제가 같은 기간에 책에서 배우고 느낀게 게임에서 얻은 것과 비교하서 우월하냐 스스로 물어보면, 코딱지만도 더 나을게 없다는 답이 나오더군요.

그렇다면 저에게 누군가 '그럼 책 읽을 필요 없겠네?' 하고 물으면,

저는 '읽을수 있으면 읽는게 좋다. 왜냐면 재밌거든.'

스타1 보면서 명승부에 감동하고 철권, 위닝 하면서 몰입하듯 책도 똑같습니다.

그 속에 감동이 있고 읽고나서 눈물 흘리고 마음 따뜻해지면 그걸로 좋은거지요 뭐.

책 읽어서 인생에 뭔 도움이 되냐구요?

인생에 도움 되서 야동 보고 자위 하나요? 그냥 그 순간이 좋아서 하는거죠.

짬내서 하는 독서는 깊이도 없고 그냥 인터넷에서 정보 얻는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전 인터넷 100시간 하는거보다 책 30분 읽는게 확률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 더 발견 많이 하는거 같아요.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야구도 보고 야동도 보는 것처럼, 책도 뭐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기엔 뭐 재밌는거 없나?" 하고 들춰보면 딱히 전자에 비해 크게 손해볼 일도 없습니다. 그거 좀 들춰본다고 수능 점수얼마나 떨어지겠습니까?

어느 분께선 문학이 줄 수 있는건 영화가 다 줄 수 있다고도 하셨는데 사실 영화가 좋은건 문학이 못주는걸 줄 수 있어서지 문학이 주는거는 영화가 그대로
다 못줍니다.

영화에서 얻을건 영화에서 얻고, 책에서 얻을건 책에서 얻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독서는 의무가 아니라 향락입니다.

안하면 그만인거고 해봐서 좋은거 느끼면 와따인거구요.

그게 독서에 부여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가치이고 사고력이 좋아진다느니 지식을 얻는다느니 하는건 그냥 하다보니 부록처럼 딸려오는 것이라... 는게 평소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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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어
14/07/25 17:21
수정 아이콘
"독서는 의무가 아니라 향락입니다. "

와닿네요.
14/07/25 17:27
수정 아이콘
크. 제가 쓰려던 말을 얼추 비슷하게 써 주셨군요.

독서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가, 혹은 그 자체가 목적인가? 독서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가치관을 정립하고 지식을 얻고 운운....은 전자에 해당합니다. 그게 나쁘다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바람직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같은 경우는 원사운드의 명언을 인용할 수밖에 없겠네요.

X바 독서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어! 그냥 하는거지!

제가 폴 오스터와 김훈을 읽는 이유도, 로저 젤라즈니와 로버트 하인라인을 읽는 이유도, 하다못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는 이유도,
국문과 출신 주제에 양자역학 관련책을 읽는 이유도, 유시민과 도올을 읽는 이유도 죄다 똑같습니다.
그게 재미있더라고요. 그걸로 족하지 않습니까?
다리기
14/07/25 17:32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하지만 전 30분 독서보다 100시간 인터넷이 더 재미있는 걸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수단인 것 같아요.
지금만 해도, 몇 시간 인터넷 하다보니 이런 글을 보게 되잖아요? 30분 독서로는 찾을 수 없는 재미죠. 크크크
yangjyess
14/07/25 17:46
수정 아이콘
그렇죠 사람에 따라서는 100시간 독서보다 30분 웹서핑이 그 확률이 높을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인터넷 하면 되죠. 그리고 인터넷에서 얻는 지식이 단편적이라는 생각도 점점 설득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 같은 곳에는 책 전문을 검색할 수 있게 만들어 놓기도 했구요. 한 챕터 한 챕터 읽다가 결국 다 읽어 버렸는데, 나중에 보니 그 책이 서점에 있더라구요. 내가 이 책을 사서 읽은 거랑 인터넷에서 읽은 거랑 아무 차이가 없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는 사례도 많은데, 그런 책들도 인터넷의 글이라 단편적이라고 해야 하는가 물으면... 글세요.. 피지알에도 특정 아이디로 검색해 그 글들을 책으로 묶어도 손색없을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아무튼 점점 그 경계가 옅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다리기
14/07/25 17:49
수정 아이콘
네 맞습니다. 장르가 다를 뿐 얻고자 하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정보와 흥미.. 쓰레기같은 글의 비율이 책보단 인터넷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 말고는.
원시제
14/07/25 17:35
수정 아이콘
세상에 재미있는 의무라는건 없죠.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독서의 효용과 필요성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인식하느라
그 즐거움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사람들인 경우가 많더군요.
타이밍승부
14/07/25 17:37
수정 아이콘
어? 소설이에요?
읽으면서 필력 한번 끝내주시네
라고 생각했는데 크크크.
사랑한순간의Fire
14/07/25 17:41
수정 아이콘
그럼요. 전 누가 저한테 "무슨 책을 읽는 게 좋냐"라고 물으면 항상 이렇게 대답합니다.
"너한테 재미있는 책을 읽으라"라고 말이죠. 그게 인문학 서적이든, 추리소설이든, 순문학이든, 시집이든 말입니다.
홍승식
14/07/25 17:43
수정 아이콘
본문에 나온 소설 찾아봐야 겠습니다.
진짜 재밌을 거 같아요.
로마네콩티
14/07/25 17:43
수정 아이콘
읽으면서 필력 한번 끝내주시네 (2)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확 몰입되네요.
영화, 게임 못지 않게 책은 정말 정말 재밌습니다.
맞춤법좀
14/07/25 17:43
수정 아이콘
어디서 봤던 글이다 싶었는데 역시...
이 작품이 단편집에서 첫번째였는데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사실 뒤에 작품들은 잘 기억이 안납니다...
내려올
14/07/25 17:46
수정 아이콘
동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만 소설에 한해서 그러네요.

저도 소설을 제발 재미로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 듀나의 소설을 읽다가 와 이거는 미드로 나와도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듀나 소설은 sf라는 이유로 일부 매니아들만 읽을 뿐 별 관심을 못받죠. 다들 SF영화 미드는 재밌게 보면서 말입니다. 이런 게 너무 불만이에요;


그리고 위에서 말씀하신 독서는 향락이다는 소설이나 문학에 한해서이지요. 영상매체로 치면 다큐멘터리, 뉴스, 동영상강의 이런 것 까지 재미만으로 보는 건 아니니까요. 아래 독서 관련 논의는 책 전반에 대한 이야기 이므로 전부 포괄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독서실태조사 같은 것을 보면 책을 지식, 정보 습득의 욕구로 읽는 층이 꽤 높습니다.

하지만 저도 기본적으로 재미로 독서를 하는 층이 더 늘어나야지 독서 인구가 탄탄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더더욱 재밌는 소설 발굴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장르 문학은 너무 자기들만의 리그 같아요.
Acecracker
14/07/25 17:54
수정 아이콘
그 sf 링크좀 주세요
내려올
14/07/25 17:58
수정 아이콘
제목이 <아직은 신이 아니야> 였습니다.
약간 엑스맨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세계관이 나름 탄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4/07/25 17:46
수정 아이콘
전 독서가 취미입니다.
취미란건 말그대로 내가 하고싶을때 나의 유희를 책임져줄 방법이죠.
독서가 취미라고 매일 책을 읽지 않습니다.
게임도 하고 서핑도하고 다른 취미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어? 책 읽은지 오래됐네..하면서 손에잡히는 몇권 집어 읽는 그런 취미생활이죠.
취미도 매일매일 하게되면 말씀하신대로 의무화가되고 그건 더이상 취미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의미에서 말씀해주신바는 명확하게 와닿네요.
'독서는 의무가 아니라 향락입니다. '
한달살이
14/07/25 17:50
수정 아이콘
책 좋아했었는데.. pgr 의 자게, 유게, 질게 글을 읽다보면..
매일 매일 짧은 내용의 책 읽는 느낌이 날 때가 많아서..
(글 뿐만이 아니고, 댓글과 시간같은거 까지.. 다 보게 되요.)

요 몇년간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네요.

결론은.. 저에겐 pgr 눈팅이 큰 향락입니다.
14/07/25 17:53
수정 아이콘
그리고 선발투수는 1회부터 똥볼을 던져대며 5실점하고 키스톤이 사회인야구급 실책을 내뿜으면서
선배의 숨겨진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기아트윈스
14/07/25 21:29
수정 아이콘
그는...그는... 안드로이드였던 것이다.

부처도 보살도 참지 못한다는 경기를 꾸준히 보고 응원하는 기계인간.

그리고 시작되는 그와의 로맨스.

[사이보그여도 괜찮아]
Vienna Calling
14/07/25 17:55
수정 아이콘
한화경기였다고 한다
곧내려갈게요
14/07/25 18:07
수정 아이콘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적은 평균 독서량을 여가 시간의 부족 혹은 여가 종류의 편중으로도 설명할 수 있겠네요...?
커피보다홍차
14/07/25 18:11
수정 아이콘
[독서는 의무가 아니라 향락입니다. ]보다 [하면 그만인거고 해봐서 좋은거 느끼면 와따인거구요.] 가 더 좋네요. 크크크
탐이푸르다
14/07/25 18:13
수정 아이콘
김애란 이란 작가분 글 겁나 잘쓰네요.
딱딱하고 고루한 사회나 과학책만 읽었더니 이렇게 생기가 도는 글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내일 도서관가서 문학코너 이잡듯 뒤져봐야 겠습니다.

이렇게 유려하고 한글의 멋이 느껴지는 한국 여성 작가 추천해주실수 있나요?
14/07/25 18:21
수정 아이콘
한국어 다루는 감각이라면 오정희 작가를 꼽고 싶군요. 감각적이면서 치밀합니다. 정지아 작가, 한강 작가도 좋구요.
yangjyess
14/07/25 18:23
수정 아이콘
음.. 일단 김애란작가가 마음에 드셨다니 김애란 단편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정도.. 다른 여작가라면 2014년 이상문학상 편혜영 '몬순'이나 2008년 이상문학상 권여선 '사랑을 믿다' 추천드려 보겠습니다. 권여선씨 장편 '레가토'도 괜찮았구요 흐
말그림
14/07/25 18:18
수정 아이콘
게임이나 독서나 영화나 공연이나 전부 수평적인 관계지 우열을 가릴 수 없고, 전부 그것만의 재미가 있습죠. 영화나 공연은 여자친구가 없어서 못가지만 게임이나 독서는 즐깁니다? 크크
14/07/25 18:21
수정 아이콘
아...뒤가 궁금해서라도 책 사서 봐야겠네요 크크크 재미있네요
Acecracker
14/07/25 18:26
수정 아이콘
향락이나 여가등은 다시 말하면 예술입니다.
생존과 증식이라는 생물로서의 목표를 추구하는 데에서 살짝 벗어나서 그러한 목표추구에 효율은 떨어지더라도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예술이며 효율성에서 벗어나기에 쓸데없지만 그것이 쓸데없는 짓이기에 자유의지를 드러냅니다.
음악이나 미술, 춤이나 게임등 다른 예술활동에 비해서 독서가 특별한 점이라고 한다면 상상력과 개념이해력을 좀 더 많이 가동시켜야 한다는 점일겁니다. 이 특징을 빼고 말한다면 독서가 줄 수 있는 것이 다른 예술이 주는 것에 비해 더 고고할 이유는 없지요. 하지만 관념이라는 걸 다루는 능력을 길러주는데에 독서보다 더 나은 훈련법이 달리 없기에 여전히 독서는 특별한 무언가를 가진 것으로 취급 받는 게 아닐까요. 독서의 특별함의 본질은 그것의 내용이 특별한 지식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문자뿐인 부실한 매체로부터 내용을 전달받기 위해선 오감의 감각을 상상하고 추상적 관념을 다루는 능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일겁니다.
14/07/25 18:43
수정 아이콘
뭐야 글을 엄청잘쓴다....! 했더니 크크
비문학과 문학의 차이가 있겠죠. 문학에는 동의하는 관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도 소설엄청좋아하는데 박민규소설을 영화화해도 그 냉소를 못느낄거라 믿어요.
Fanatic[Jin]
14/07/25 19:24
수정 아이콘
우연히 선배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한화치어리더sbs짤.gif 를 보게되었다. 조금 당황했지만 선배의 취향을 알게된것이 오히려 기뻤다. 바로 나는 한화 치어리더복을 구매했다.
14/07/25 20:08
수정 아이콘
이 댓글을 보니 야구 소설과 야구 동영사이 생각나네요. 소설을 등한시 하게 된 이유가 확실히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기아트윈스
14/07/25 21:31
수정 아이콘
혹 요사스런 성적 취미가 있다해도, "남들은 자유가 좋다지만 난 코스프레가 좋아요" 라고 하고 싶었다.
14/07/25 23:16
수정 아이콘
글 죽이네요. 크크 저도 생각해보면 어릴 때나 지금이나 유희를 위해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공서적이 그렇게나 안 읽혔나 봅니다.
14/07/25 23:41
수정 아이콘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삶의 근본 양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구분했습니다.
하나는 생물학적 생존을 위한 노동, 또 다른 하나는 인위적인 세계를 만드는 작업,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행위입니다.
아렌트의 구분에 의하면 문학, 더 넓게는 예술이라는 것은 작업에 해당하는 것이죠. 그러나 아렌트의 이러한 구분은 사실 그렇게 유효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냐하면 예술이 충분히 노동이기도 하고, 행위의 성격을 띌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입니다.
그러나 아렌트의 이러한 구분의 시도가 아주 무용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문학, 즉 예술이라는 것들이 생물학적 생존을 위한 것도, 인간과 인간과의 정치적 행위만을 목표로 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인간이 생존에 무용한 세계를 끊임없이 창조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끊임없이 의문부호만이 넘치고 있습니다만, 다만 그 핵심에는 즐거운 느낌을 향유하는 것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책이 만들어진 시작한 이래로 출판된 글들에는 여러가지 목적이 있겠죠. 일단 저는 위와 같은 점에서 문학의 글들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 쓰여졌다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생존의 효용성과 가치를 문학에게 따지게 되면 곤란하다고 생각이 드네요.(문학으로 구분되는 책들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해 볼 수 있겠죠.)

그나저나 처음에 저는 게시물의 제목과 단편 일부분에 낚여서 "어머, PGR에도 이러한 소녀가 있다니"하고서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만, PGR에 이러한 글을 쓸 소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소설에 가까운 일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쩐지 아쉬운 기분.
우와왕
14/07/26 00:02
수정 아이콘
글 정말 맛깔나게 읽히네요. 국문과 출신으로 시 모임도 하고 저기에 나오는 선배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학창시절도 떠오르기도 하면서 즐거웠습니다.
한편으론 독서량이 확 준 것에 대해 부끄러워지기도 하네요. 아 맞아 이런게 책읽는 맛이었는데, 하는 느낌이에요.
착한밥팅z's
14/07/26 03:02
수정 아이콘
와 .... 두근두근하게하는글이네요 요새조정래님책읽고있었는데 산뜻하네요크크
노련한곰탱이
14/07/26 04:42
수정 아이콘
어디서 봤던 글이다 싶었는데 역시... (2)
터치터치
14/07/26 09:40
수정 아이콘
인터넷글과 돈이 들어간 활자로의 책과는 기대치는 다르죠. 집중하고 읽다가 소설이라니 맥이 풀리네요. 경험이라면 데굴데굴 웃을 일도 상상이라면 더 재밌어야 되는 개그소재들과 비슷하겠네요.
루크레티아
14/07/26 13:48
수정 아이콘
이상문학상 트렌드가 꽤 많이 바뀐 것 같네요.
예전에 괴상한 몸담론이라는 것을 들먹이면서 예술성이니 뭐니 하는 뜬구름만 잡았던 기억이 나는데, 이건 정말 좋군요.
Luminary
14/07/26 23:06
수정 아이콘
이 책은 어디서 구할수가 있나요
王天君
14/07/26 23:19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14/07/28 10:09
수정 아이콘
여담이지만 김애란씨 다른 작품도 추천합니다. 정말 재밌어요.
맥핑키
14/07/30 04:34
수정 아이콘
기대 없이 보다가 끝까지 다 읽었네요.

김애란이란 작가를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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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14628 6
공지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7750 0
공지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4287 8
공지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7363 28
공지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7004 3
101194 시리즈 웹툰 "겜바바" 소개 [31] 겨울삼각형2248 24/03/28 224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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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92 고질라 x 콩 후기(노스포) [21] OcularImplants3736 24/03/28 3736 2
101191 미디어물의 PC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79] 프뤼륑뤼륑7306 24/03/27 7306 3
101190 버스 매니아도 고개를 저을 대륙횡단 버스노선 [53] Dresden10093 24/03/27 10093 2
101188 미국 볼티모어 다리 붕괴 [17] Leeka9954 24/03/26 9954 0
101187 Farewell Queen of the Sky! 아시아나항공 보잉 747-400(HL7428) OZ712 탑승 썰 [4] 쓸때없이힘만듬3559 24/03/26 355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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