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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30 07:58:56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리뷰] <만추> - 가득한 추억 (스포있음)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의 결혼이 세간의 화제다. ‘도대체 평범남인 김태용은 월드스타 탕웨이를 어떻게 꼬실 수 있었는가‘하는 가십성 호기심으로 접근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보고 난 후 남는 파장은 크고 여운은 길었다.


['어떻게 꼬신거야?' 보기전엔 의문이었지만, 보고나면 당연한 일로 느껴진다]


애나(탕웨이)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교도소에서 특별휴가를 나온다. 3일의 짧은 시간이 지나면 그녀는 다시 교도소로 돌아와야 한다. 훈은 2년 전에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는 제비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다 마피아의 아내인 옥자(김서라)를 건드려 쫓기고 있는 신세이다. 캐릭터의 기본 설정에서부터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 암시된다. 시애틀의 늦가을이라는 우중충한 배경 역시 쓸쓸한 기조에 한몫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애나로 하여금 마음을 걸어잠그도록 만든다. 그녀에게 새로운 인간관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만난 훈이 갖은 추파를 보내도 심드렁할 따름이다.

집으로 돌아온 애니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상실감이었다. 엄마는 돌아가셨고, 집은 팔릴 예정이다. 형제들은 장례절차와 유산 문제로 언성을 높인다. 돌아올 집은 사라졌다. 정부였던 왕징(김준성)은 처에게 애나가 중국에서 식당을 운영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애나는 존재할 곳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애나는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훈이 접근한다.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접근은 의도적이었다. 그는 각종 고급 연애기술들을 펼치며 애나에게 추파를 보낸다. 그러나 마음을 닫은 애나는 훈을 무시할 뿐이다. 다시 만난 훈에게 애나는 잠자리를 제안하지만 이는 순간의 호기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후 훈이 보여주는 행동이 예사롭지 않다. 목전에서 잠자리를 거부한 애나에게 오히려 사과를 하며 데이트를 제안한다. 우울한 그녀를 끌고 다니며 기분을 풀어주도록 노력한다. 우중충한 날씨 같던 애나에 비하면 훈은 모처럼 개인 시애틀 하늘의 햇살 같은 존재였다.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타다가 다른 커플의 말싸움을 보던 두 사람은 마치 사이코드라마처럼 일종의 더빙놀이를 한다. 타인의 모습을 통해 애나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다. 이것은 마치 심리치료처럼 작용하며 닫힌 애나의 마음을 열게 해준다. 이후 아무도 없는 마트에서 애나는 자신을 고백한다. 비록 중국어라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훈은 되도 않는 대답을 해가며 애나의 말에 귀 기울여 준다. 이렇게 훈은 애나의 마음을 열어주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교도소로 돌아가는 애나. 훈은 아쉬운 마음에 애나를 따라 나선다. 안개가 짙어 잠시 쉬어가던 휴게소에서 훈은 옥자의 남편을 만나 옥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훈은 순간 충격과 절망에 빠진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당황하던 훈은 애나를 찾아간다. 그리고 격정적인 키스를 나눈다. 그것은 ‘너 만은 거짓이 아니었다.’라는 훈의 고백이었다.

2년 뒤 출소한 애나는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훈과 마지막으로 보았던 휴게소를 찾는다. 그가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대감은 감출 수 없다. 사람이 드나드는 소리에 눈길이 간다. 그러나 훈은 오지 않고, 애나는 대답 없는 대화를 한다. 그리고 애나는 미소를 짓는다. 실질적으로는 하루밖에 되지 않는 짧은 사랑이었지만 그 순간은 추억이 되어 영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 애나를 미소짓게 만든 것이다. 사랑은 결국 추억을 선물하는 것이다. 사랑이 영원하게 해달라며 기도하거나 다이아몬드를 사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아름답다면 충분히 영원하게 될 테니까.


[이 미소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가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훈의 연애스킬이 김태용 본인의 내공에서 나온 거라면, 김태용은 연애 천재입니다.

※ 가장 인상적인 상징은 시계인데, 영화적으로는 상대방에게 시간을 주었다는 의미로 주제와 결말에 대한 상징과 복선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그 시계를 주는 행동은 고급 연애 스킬 중에 하나입니다. 이로써 김태용은 연애질과 감독질 분야를 결합하는 위엄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저 갓태용이라고 할 수 밖에 없네요.

※ 팟캐스트 방송 [미련한 연애 시네마]에서 <만추>를 다뤘습니다. 좀 더 본격적인 작품에 대한 담론과, 훈으로 드러나는 갓태용의 연애 스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청취 부탁드립니다.

※ 팟빵 주소 http://www.podbbang.com/ch/7783
앱스토어 주소 https://itunes.apple.com/kr/podcast/milyeonhan-yeon-ae-sinema/id890712343?m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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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올
14/07/30 08:57
수정 아이콘
만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좋죠.

근데 충달님 팟캐스트를 직접하시는 건가요?
마스터충달
14/07/30 09:02
수정 아이콘

저랑 제 친구인 존리
그리고 pgr유저인 준pd님과 Naomi님
이렇게 4명이서 하고 있습니다.
王天君
14/07/30 13:11
수정 아이콘
오....나도 끼고 싶다....크크크
마스터충달
14/07/30 20:51
수정 아이콘
원하신다면 언제 한번 게스트로 초빙을 해드릴게요
14/07/30 09:11
수정 아이콘
음.. 한줄평과 별점이 없네요?

이 영화가 리메이크작이라는 이유로, 일부 평론가들이 평가절하하기도 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저랑 제 와이프는 정말 재미있게 잘 봤던 기억이 있네요.
마스터충달
14/07/30 09:23
수정 아이콘
영화의 여운을 살려보고자 이번엔 '영화 읽어주는 남자' 컨셉으로 써봤습니다.
원래는 영화 장면을 서사를 따라 설명하는 방식은 잘 안하는 편이기도 하고, 평가적으로 해설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고 영화에서 느꼈던 감성을 얘기하고 싶어서요.

한줄평과 별점을 매긴다면

다시 오지 않을 가을을 추억하며...★★★☆
14/07/30 09:42
수정 아이콘
아.. 한줄평이 와닿습니다. 그동안 쓰신 한줄 평 중에 베스트네요
물만난고기
14/07/30 09:12
수정 아이콘
만추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폭력적인 남편을 살해하고 그 후 감정을 죽이고 살던 애나가 훈과의 만남을 통해 오열하던 씬이었습니다.
애나의 분노와 눈물은 감정의 회복입니다.
그 동안 스스로 감정을 억제함으로써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지 않게 되었지만 그 삶은 희망조차 없는 공허함이죠.
훈에게서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했지만 그것은 동시에 절망감의 깊이를 뼈저리게 느끼게합니다.
교도소에서 하지 못했던 일들, 쇼핑을 한다든지 하는 일들 조차 무언가에 쫒기듯이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던 애나가 그래서 무미건조한 삶을 선택했던 그녀에게 훈이 준 선물은 매우 고통스러운 현실이지만 카페에서 잠시 여유를 가지고 미소 지을 수 있게합니다.
그리고 김태용과 탕웨이가 결혼까지 한 것을 보면 당시 색계때문에 중국내에서 입지가 불안정해진 탕웨이 입장에서 애나의 마지막 미소덕분에 실제 탕웨이 자신의 삶에서 어느정도 여유를 찾은게 아닌가 싶고요.
마스터충달
14/07/30 09:25
수정 아이콘
탕웨이의 개인사와 연결되어 해석할 수도 있군요.
설마 그런 것 까지 고려하고 이렇게 영화를 만든건 아니겠죠?
그럼 진짜 탕웨이 꼬셔보겠다고 영화 한편 만든셈인데 크크
14/07/30 10:08
수정 아이콘
꼬실 수만 있다면야 그깟 영화 쯤이야.......
Je ne sais quoi
14/07/30 10:14
수정 아이콘
꼬실 수만 있다면야 그깟 영화 쯤이야....... (2)
탕웨이가 입지가 불안한 시기에 만추를 통해 어느 정도 회복이 됐다는 게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아동생
14/07/30 10:17
수정 아이콘
역시 보는 관점이 따라 다르네요.. 나는 마지막 장면 보고.. 잉? 저러고 끝나?? 이랬는데.. 다시 봐야 할꺼 같네요.
14/07/30 10:27
수정 아이콘
아.. 좋네요.
loveyoureal
14/07/30 12:40
수정 아이콘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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