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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30 21:50:25
Name Neander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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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샤이닝]에서 [닥터 슬립]까지...




(글의 분위기 상 평어체로 쓴 점 양해 바랍니다...--;;;)

스티븐 킹은 미국 대중문학계에서 가장 성공한 작가이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로 넘어오게 되면 초라해진다. 그의 소설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잘 팔려도 만 부 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쯤 되면 "호러의 제왕"이라는 그의 수식어가 민망해질 지경이다. 우리나라 도서의 최대 소비층이 20대 여성들이라고 하는데 그의 작품들은 확실히 우리나라 20대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것들은 아니다.

그런 스티븐 킹이 올해 [닥터 슬립]이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냥 신작이 아니고 그가 36년 전에 썼던 [샤이닝]이란 소설의 후속편 성격을 갖는다. [샤이닝]이라는 소설은 킹에게 있어서는 그냥 넘겨 버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60여 편이나 되는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샤이닝]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그를 전업작가의 길로 이끈 소설이 [캐리]였다면 작가로서의 그의 앞길에 왕복 8차선 고속도로를 깔아주고 덤으로 부가티 베이론까지 마련해 준 작품이 바로 [샤이닝]이기 때문이다. [샤이닝]이후로 킹은 거칠 것 없이 그냥 힘껏 엑셀레이터를 차 바닥까지 밟기만 하면 되었다.

[닥터 슬립][샤이닝]에서 머리가 돌아버린 무명 작가 아버지에게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초능력을 가진 소년 대니 토렌스가 성인이 되고 난 이후의 삶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닥터 슬립]보다는 이 모든 것의 창조자인 스티븐 킹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1947년생... 만 나이로 66세다. 하지만 이 사람은 여전히 불타는 창작열을 끄지 않고 1년에 한 두 편씩 신작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신작들은 나오는 즉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작품의 질도 여전히 일정 수준 이상을 담보한다. 2011년에 발표한 캐네디 대통령 암살을 소재로 한 소설 [11/22/63]은 그 해 말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책 10권 가운데 한 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킹의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는 정말 작가로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36년 전에 썼던 소설의 주인공을 가지고 다시 한번 새로운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그리고 그 책이 36년 전처럼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의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작가로서 이 보다 더한 행복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그의 작품들에 대한 호불호는 있겠지만 그가 어떤 의미로든 대단한 작가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닥터 슬립]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쓴 작품이다. 올 하반기에는 또 새로운 소설 [리바이벌]이 출판된다. 현재 그의 노트북 하드드라이브에는 과연 몇 작품이나 더 저장되어 있을 지 궁금하다.나는 가끔씩 이런 상상을 해보곤 한다. [스티븐 킹이 그의 작업실에 앉아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애플의 맥북에어가 올려져 있다. 그리고 스티븐 킹 뒤에는 그의 부인이 앉아있다. 그의 부인이 스티븐 킹의 뒤통수를 툭 친다. 그러면 스티븐 킹이 주르륵 주르륵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잠시 후 키보드 위에 올려진 그의 손가락들이 동작을 멈춘다. 그러면 다시 그의 부인의 킹의 뒤통수를 툭 친다. 그러면 그는 다시 주르륵 주르륵 맥북에어 모니터 위로 글을 쏟아 낸다.]

그가 어떤 식으로 작품을 쓰던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팬의 입장에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소설들을 발표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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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30 22:18
수정 아이콘
상상대로라면 스티븐 킹의 다작의 비결은 죽기 싫어서군요.
Neandertal
14/07/30 22:34
수정 아이콘
사실 스티븐 킹의 출세작 [캐리]는 그의 부인 테베사가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소설이었고 킹의 운명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킹이 망쳤다고 생각하고 초고를 구겨서 휴지통에 버렸는데 부인이 그걸 찾아내서 읽어보고는 버렸던 원고를 킹 앞에 내밀면서 고쳐서 다시 잘 써보라고 제안(이라고 쓰고 협박이라고 읽는다)했다고 하네요. 부인 말 듣고 좀 고쳐서 출판사에 보냈는데 출판이 되고 성공하게 되었죠...--;;;
세계구조
14/07/30 22:19
수정 아이콘
으 영화 샤이닝도 정말 무서웠어요
함순이는함순함순
14/07/30 22:32
수정 아이콘
영화론 수업 들을때 스릴러 장르 대표로 "샤이닝" 본다길래, 지금이 몇년도인데 옛날껄 보냐? 이랬는데....
보는내내 찝찝함과 괴기스러움과 기타등등 으로 손발 있는대로 다 꼬우면서 봤네요ㅠㅠ
샤이닝의 후속작이라고 하니 궁금하네요 흐흐
14/07/30 23:06
수정 아이콘
머 그분의 작법서에 따르면, 그냥 하루 몇시간씩 정해서 글을 쓴다고..
Neandertal
14/07/30 23:07
수정 아이콘
한 번 소설 작업에 들어가면 쉬지 않고 몰아서 끝을 보는 스타일이라고 본인의 입으로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필 받으면 한 큐에 죽 가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꼬라박
14/07/30 23:16
수정 아이콘
저서에서 매일 쓴다고 하셨었지요.
Darwin4078
14/07/30 23:48
수정 아이콘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였었나요.
타자기에 이 문장만 쭈욱 적혀있는 장면 나올때 진짜 지렸지 말입니다. -0-
초식성육식동물
14/07/31 08:17
수정 아이콘
다윈님의 말씀에 공감하면서 타자기 샷을 찾아보려고 검색했더니 이런 페이지도 있지 말입니다.

http://uncyclopedia.wikia.com/wiki/All_work_and_no_play_makes_Jack_a_dull_boy

스크롤 내리면서 다시 한번 영화를 떠올렸어요. 으아.
14/07/31 13:18
수정 아이콘
으어. 처음에는 웃었다가 나중에는 진짜 무서워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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