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티비 프로가 유나의 거리입니다.
저번주는 방영분 통틀어 가장 재미있었던 회여서 점점 기대가 커졌습니다.
방송이 어느정도 안정감을 찾았는지 이제 사회적 인간관계를 조금 더 깊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주는 작가가 좋아하는 인간상은 어떤 건가 잘 이해가 안가더군요.
원래 이 프로를 보면서 도둑질을 미화하면 어떻하지 이런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재미 위주의 설정이고
또 그런 현실에 처한 사람들 이야기 정도로 봤습니다.
유나가 도둑질한 다이아를 도둑질 할때도 나름 쾌감 같은게 느껴졌었습니다.
심지어 유나가 이 물건의 주인은 가진 사람이 주인이다라는 말을 할때도
단순히 자기 합리화를 위한 발언정도로만 생각했고요.
이 말 들었을 때 법에서 돈의 소유권은 점유권을 가진 사람에게 있다는 말도 떠오르더군요.

이번 회에도 유나는 도둑질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전까지 도둑질하고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사회에서 분배가 올바르게 된게 아니라면 내가 저 사람 돈 쓰고 나중에 저 사람이 내 돈 쓰고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약자 입장에서는요. (옳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 도둑질이라는 것은 나와 긴밀성이 떨어지는 사람들 돈을 훔치는 것이고
그 사람들과 나는 사회적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고(즉 같은 공동체가 아니고)
정글에서 다른 동물의 먹이를 훔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집주인의 옷을 훔쳤습니다.
물론 집주인하고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한지붕 아래 사는 설정때문에
같은 공동체라는 인식이 지금까지 강했었거든요.
모든 등장인물이 서로서로 얽히고설키는 상황이 이 드라마 재미니까요.
집 밖의 사람의 물건을 훔쳤을 경우는 잡힌다면 법이 처리할 것이고
당사자들끼리 다시 부딪힐 일은 거의 없기때문에 당사자들 끼리는 앞으로 또 충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유나가 도둑질은 해도 강도질은 안하는 이유중에 이런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집주인의 물건을 훔치고 걸렸을 경우 그 공동체에서 존속 가능하게 될까요?
그냥 단순히 비싼 옷울 훔친 것도 아니고 주인은 자식 특별한 날 입히려고 신경써서 준비한 옷이였습니다.
상당히 마음이 상했겠죠.
물론 유나가 자기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훔친 것은 아니고
다른 아이를 위해 도둑질을 한 것 이지만 그 아이가 더 약자라고 그 행동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상황도 아닙니다.
여기서 유나는 그냥 땅에 떨어진 물건을 주었을 뿐이지 누구꺼인지는 관심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이게 물론 유나의 독특한 세계관 이긴 하지만 미선도 누구 옷인지 알정도로 옷주인은 뻔했습니다.
고의적인 자기 합리화지요. 그리고 좋은 일 했다고 뿌듯해 합니다.
유나는 그렇다면 집주인과는 아무런 인간적 연결고리가 없는 걸까요.
유나의 의리는 자신의 주변 환경과는 관련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지키는 걸까요.
이게 24화 예고에서 유나가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것과 어떻게 연결 시키게 될런지 궁금합니다.

23화는 유나만 불편했던게 아니였습니다.
창만이 홍여사 생일을 콜라텍 직원들에게 알리는 걸 상당히 불편해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물론 저도 이런걸 좋아하지 않아서 불편한 마음은 이해합니다.
계팔이는 생일은 얼마나 많은 선물을 받느냐로 자신이 평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 꽤 있습니다.
반면에 창만은 생일은 자신이 태어난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물론 저도 이런 생각은 참 좋은거라고 생각하고 계팔의 생각에 동의는 하지 않지만
이것때문에 생일 챙기고 싶은 사람하고 대립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서 봉반장이 콜라텍 노래방 연결해준거에 대한 감사로 20만원 상당 굴비를 한사장 주라고
창만에 전달해 줍니다. 그런데 창만이 사장한테 이런거 줄 필요 없다고 막더군요.
작가가 사회의 허례허식을 꼬집어 비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일반적으로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장이 알면 얼마나 화를 낼까요.
사장 걱정 해줄 필요는 없지만 그 화는 자신에게 올테니까요.
원래 창만이 오지랖 인물이지만 그 동안은 저런 사람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좀 아니더군요.
그리고 사장 부인 생일을 콜라텍 직원들에게 전화로 알리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자기는 손발이 오글거려서 못한다고 계팔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싫으면 싫다고 사장 앞에서 말하지 자기가 싫어하는 걸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는 것도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계팔도 전화하면서 좋지 않았고 사장 부인 생일까지 챙기는 회사는 처음 본다고 욕도 먹었습니다.
사장 부인 생일까지 직원들에게 선물 받는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장생활하다보면 이런 일 한번쯤 해보기 마련이고 그게 싫다면 사장앞에서 싫다고 해야지
다른 사람한테 떠 넘기거나 생일은 알리고 선물 같은건 하지 말라고 오지랖떠는 것도 좀 불편했습니다.

제가 일반적 생각하고 많이 다른 건지 아니면 너무 찌들은 건지
아니면 드라마를 너무 깊게 생각하는건지 다른 분들 생각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