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8/23 04:48:49
Name epic
Subject [일반] 타짜 2006 : 아귀는 도대체 누구 돈을 따고 있었을까?
영화 타짜는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성공한 드문 작품 입니다. 특히 하이라이트인 아귀와의 대결은 수많은 패러디 덕분에 전국민이 대사를 한줄 한줄 외울 지경이죠. 저는 속편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를 최근 다시 보았습니다. 다 알고 보는데도 시종일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연출에 새삼 감탄했죠. 그런데 그 당시 봤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던, 꽤 엉성한 부분도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특히 그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이게 예전에 널리 이야기가 되어 재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 나눠볼까 합니다.

먼저 이해를 위해서, 원작을 바탕으로 타짜의 도박판에 나타나는 캐릭터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타짜'와 '호구'가 있습니다. 타짜는 기술을 써서 호구의 돈을 따내죠. 그런데 여기에 다른 인물들과 상황들이 있습니다. 먼저 호구를 판으로 끌어들이는 '설계자'. 설계자가 판을 벌인 후 타짜를 고용하는게 전형적인 패턴 입니다. 특히 큰 판일수록 그렇습니다. 물론 타짜가 설계자의 역할역할을 겸하기도 합니다. 원작에서 고광열이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죠.

'바지'는 설계자 혹은 타짜에게 고용되어 판을 보조하는 인물로, 타짜가 의심받지 않도록 대신 돈을 따는 역할을 합니다. 타짜처럼 기술을 쓸 줄 몰라도 됩니다. 아니 써서는 안됩니다. 의심받지 않는게 최우선 임무니까요. 타짜가 기술을 써서 '바지'에게 돈을 몰아 줍니다. 보통 언제 돈을 걸고 언제 죽으라는 사인을 미리 정해두죠. 물론 따로 바지를 두지 않고 그냥 타짜가 돈을 따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영화 타짜에서, 아귀가 '정마담에게 장땡을 줘서 판을 끝내려고 한거 아니냐'고 따졌을 때 정마담은 '바지'로 인식되었던거죠.

'전주'는 도박판에 쓸 판돈을 대는 역할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설계자가 전주가 됩니다. 타짜는 설계자의 돈을 받아서 호구에게는 자신의 돈인 것처럼 속이죠. 이 돈은 잠시 호구를 판에 끌어 들이고 묶어 두는 역할을 하면 그만이고 또 보통은 반드시 돈을 따낸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당장 호구를 끌어들일만한 거금이 없다면 비싼 이자를 감수하고 마구 빌리던지 그도 어렵다면 백지를 잘라서 눈가림을 하던지 합니다.

설계자가 타짜와 바지를 고용해서 돈을 대주고 호구를 도박판에 끌어들여서 돈을 따낸 후 함께 돈을 나눈다. 이게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그런데 꼭 패턴대로만 가지는 않죠. 가령 호구가 타짜를 고용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보통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판이 벌어진걸 눈치 챈 또다른 타짜가 원래 판을 벌인 설계자(와 고용된 타짜)를 잡아먹으려고 호구에게 접근해서 스스로 고용되는 경우. 호구가 마침내 큰돈을 토해내기 까지는 판이 여러 번 벌어지는게 보통인지라 중간에 의심을 하거나 절박한 심리상태가 되고 이를 이용하는거죠. 이 때 최초 설계자 진영에서 눈치채지 못하면 당하기 십상입니다.
또다른 경우는 설계자가 판을 완벽하게 이끌기 위해 호구에게 또다른 타짜를 붙여주는 겁니다. 절박한 상황인 호구는 이 전문가를 신뢰하고 운명을 맡기지만 막판에 뒤통수를 맞고 역시 돈을 잃게 되죠.


이 정도로 하고 영화 타짜의 상황으로 들어가보죠. 먼저 정마담은 100억원대 부동산 재벌인 호구를 자신이 직접 미끼가 되어 판에 끌어 들였습니다. 그리고 타짜 고니를 기술자로 고용하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고광열을 기술자로 판을 벌이죠. 고광열과 바지 역할을 한 여성 두 명은 성공적으로 호구의 돈을 따내며 제 1단계를 무사히 마칩니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갑자기 아귀가 판에 끼어 듭니다. 자신을 끼워주지 않으면 호구한테 다 까발려서 판을 깨겠다고 협박하면서. 결국 정마담은 8:2의 배분으로 아귀를 '고용'하기로 합니다. 아귀의 대사를 인용해보죠. "호구한테 날 기술자라 소개시켜 주고 방석하나 깔어. 작업하자고 그놈."
(아귀가 처음에는 정마담에게 곽철용에 대한 복수로 고니를 내놓으라고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계약은 고니와는 무관합니다.)

정마담 입장에서는 기술자가 고광열 하나로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고니도 아귀도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귀를 고용하고 또 호구의 돈을 나눠줘야만 했죠. 그런데...

정마담에게 고용된, 호구의 돈을 함께 따내기로 한 '아귀'가 난데없이 같은 진영의 기술자인 고광열을 해칩니다! 도대체 왜? 영화상의 서사적 흐름으로는 고니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아귀는 기어이 (별 의리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죽은 곽철용의 복수를 해주고 또 고니의 (호구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푼돈을 빼앗으려고 했던 걸까요? 하지만 이는 호구가 위협을 느끼고 판을 떠날 수 있는, 터무니없이 경솔한 행동이었습니다. 오히려 호구에게 전문가적인 안목을 과시해서 신뢰를 얻고 돈을 몽땅 맡기게 한 후 막판에 전부 잃어준다? 운이 좋으면 그렇게 흘러가겠지만 이미 호구가 아귀를 고용해서 판에 앉힌 상황에서는 별 의미없는 액션이었습니다.

그럼 아귀가 돈 따위는 관심없고 의리에 올인한 캐릭터였을까? 그래서 애초에 호구돈은 관심도 없는데 그저 자리를 꿰차고 앉아 고니에게 빨래질을 할 생각으로 정마담에게 접근한걸까? 원작에서나 영화에서나 아귀는 그런 인물이 아닙니다. 타짜로서의 자부심 외에는 돈이 최우선인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귀는 호구의 돈 대신 정마담의 돈을 따기로 작정했다. 처음엔 정마담과 작당해서 호구를 속이고 고용된 상태지만 돌변해서 진짜로 호구를 위해서 돈을 따내고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 이러면 얼핏 정마담의 기술자인 고광열을 공격한게 맞아들어 갑니다. 하지만 진짜 그런거라면 정마담은? 순순히 돈을 잃어주러 판을 계속할 이유가 없습니다.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아귀가 이빨을 드러낸 상황에서 말이죠. 그리고 그걸 아귀가 모를 리도 없구요. 그럼 고니의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그가 아귀와 대결해도 반드시 이길 거라는?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회의적입니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마라. 이런거 안 배웠어?")

어쨌든 영화에서는 결국 고니가 돌아오고 판이 계속 됩니다. 그리고 사실 이 모든 상황들이 대부분 원작과 일치 합니다. 원작에서도 아귀가 중간에 끼어들고 그의 정체를 모르던 고광열은 아귀에게 당하고 (원작에서는 잘못 휘두른 해머에 죽게 되죠.) 이 소식을 접한 고니가 판에 뛰어 듭니다. 그럼 영화에 나오는 아귀와 정마담의 이상한 행동들은 근본적으로 원작에 책임이 있는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원작에서 아귀는 정마담에게 고용된게 아니라 호구에게 직접 고용됩니다. 정마담과 고니의 돈을 따기 위해서. 호구 또한 우여곡절 끝에 정마담의 본색을 눈치 챈 상황이었구요. (애초에 원작에서는 애인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아귀는 고니와 원래 전혀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저 자신이 상대할 기술자에 불과했습니다. (호구에 고용되는 과정에서 영화상에서는 역할이 대폭 축소된, 고니가 타짜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기여한 소꼽친구 '춘재'라는 캐릭터가 나오긴 합니다.)

그리고 원작에서 평경장의 죽음은 이미 복수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고니가 평경장의 살인자로 오해해서 아귀에게 뿌리 깊은 원한을 갖는다는건 영화의 오리지날 설정 입니다. 이런 몇 가지 오리지날 설정에다가 원작의 그럴듯한 갈등 상황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바람에 심각한 모순이 드러나게 된겁니다. 얼핏 보면 그럴싸해서 눈치채기 애매한.

이제 고니와 아귀의 대결을 복기해보죠. 고니는 정마담에게 고용된 기술자로 설계자이자 전주인 정마담의 돈을 받아서 호구에게 고용된 아귀와 대결을 합니다. 그런데 바지로 정마담이 직접 뛰어 듭니다. 아귀와 고니와 정마담이 판을 벌이는 장면은 그림이 그럴싸한데다 원작과 일치하기조차 합니다! 그런데 잠시 관점을 바꿔서 호구의 입장을 봅시다. 호구는 여태 자신이 돈을 잃었고 다시 본전을, 혹은 그 이상을 따내야하는 상대라고 믿었던 고광열과 여자 둘 대신 생전 처음보는 젊은 놈을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지금까지 완전히 믿고 사랑한 애인 정마담이 돌변해서 자신을 잡아먹으려 듭니다! 과연 호구가 이성이 있다면 이런 판에 뛰어들까요? 그저 지금까지 잃었던 돈에 눈이 뒤집혀서?

다들 아시다시피 영화상에서는 판에 뛰어듭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원작에서 호구는 처음 단계에서 이미 고니를 상대한 바 있습니다. 그를 그저 돈 많은 도박꾼으로만 인식한 상태로. 그리고 정마담의 정체 또한 이미 눈치 챈 상황이었습니다.

아귀의 전주는 호구이고 고니의 전주는 정마담 입니다. 그들은 남의 돈으로 도박을 했고 남의 돈을 자존심 싸움에 몽땅 겁니다. 그저 별 값어치 없는 '손모가지'를 덧붙여서. 영화상에서 고니는 '딴돈의 반만 가져'간다는 그럴듯한 대사를 읊으며 돈을 몽땅 태우죠. 당시 그들은 각자 가지고 온 돈을 몽땅 한데 쌓아둔 채 대신 카지노 칩을 걸고 치고 있었고 그 돈의 절반은 정마담의 것이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아귀가 1/4, 고니가 1/4의 돈을 가져다 쌓아놨겠지만.) 고니는 (남의 돈으로) '딴 돈의 절반'을 불태운게 아니라 덧붙여서 정마담의 전재산(+빚)까지 태워버린 겁니다. 뭐 그 중 일부는 그 전에 호구에게서 딴 돈이었겠지만.

웃기는 상황은 더 있습니다. 정마담은 터무니없는 말실수로 평경장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사게 되고 판을 끝낸 고니가 정마담에게 따져 묻던 끝에 돈을 몽땅 불태웁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정마담의 보디가드가 함께 있었습니다. 그는 고니가 정마담을 공격하다 전재산을 태우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무런 액션도 하지 않고 그냥 방치합니다. 손에 권총을 든 채, 그저 해머맨을 겨눈 채 아귀의 손모가지만 바라보면서. 총을 쏠 배짱이 없어서? 아니면 정마담이 평경장을 살해한건 벌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그 보디가드는 바로 손도끼로 내리쳐 평경장을 죽인 장본인 입니다!

(이 사람이 평경장을 직접 살해했지만 고니에게 아무런 복수도 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마담은 그에게 자신을 놔두고 경찰을 피하라고 말하죠. 만약에 고니가 다시 등장하는 속편이 나왔다면 반드시 등장했을만한 인물 입니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저는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타짜를 걸작 영화라고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냥 영화를 새로 보면서 눈에 띈 부분을 가볍게 적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원작이 얼마나 탄탄한지 새삼 감탄하게 된 경험담 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원작과 일일이 대조해가며 철저히 분석한 것도 아닌지라 제가 착각하거나 잘못 생각한 부분도 아마 있을 겁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꺄르르뭥미
14/08/23 05:26
수정 아이콘
죄송하지만, "역활"이 아니라 "역할" 이 표준어입니다.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낭만토스
14/08/23 06:01
수정 아이콘
저는 일단 원작은 보지 않았고요
영화로만 치자면 아귀가 참전(?)한 이유는 명확하죠

곽철용이가 죽은 이후 곽철용이 부하가 장례식에서 아귀를 만나죠
아귀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하자 아귀는 복수같은 것보다는 비지니스 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말하죠

즉 복수 자체도 받아들이지만 그 전에 비지니스 즉 돈을 따겠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부하가 고니의 전 이야기들도 다 해줬겠죠
고니라는 놈이 실력있는 타짜고 간댕이 부은 놈이라는 거

짝귀 귀 짜르고 다니는 걸로 봐서는 아귀도 자기의 타짜실력에 자부심이 대단하고
다른 타짜를 잡아먹는 것을 굉장히 즐겨하는 걸 알수가 있죠.

곽철용의 복수 + 호구 돈따기 + 잘나간다는 고니라는 타짜 잡아먹기

의 삼위일체인 것이죠.(삼위일체라고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고니 잡아먹기죠)

고광열을 공격한 이유는 고니가 정마담에게 고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러내려는 것이었을 거고요
정마담도 결국 아귀에게 8:2 제안 이후 동의를 했기 때문에 고광열이를 공격하면 고니가 올 것을 말해줬겠죠.
낭만토스
14/08/23 06:07
수정 아이콘
또 그 정마담 부하가 정마담에게 묻죠
그 클라이막스 도박판 들어가기 전에
정마담이 '우리는 무조건 돈만 챙긴다' 라고 할때 '고니는요?' 라고 묻죠. 아마 그 자도 정마담이 고니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염두해두고 있었다는 거죠.

또 고니는요? 하고 물었을때 정마담이 대답을 못하고 망설이는 컷이 나오는데
그 자의 능력과 행동력을 볼 때 정마담의 심중을 이미 파악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고니를 살려둔 것 같네요

그리고 고니를 공격했다가 오함마 들고 있는 아귀 부하한테 공격당하면 뭐...정마담이고 뭐고 다 죽는거죠
14/08/23 10:24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대로면 정마담이 고니를 아귀에게 넘기고 설계를 새로 해서 아귀랑 둘이 호구 돈을 딴다는 시나리오인데 (막판에 아귀 몫까지 챙겨서 달아날 작정이었는지는 차치하고) 마지막 대결의 구도는 그런 그림이 안나옵니다. 도박이고 뭐고 그냥 호구를 무력으로 협박해서 들고 튀겠다는 작정이 아닌 이상은.
원작에서는 고광열이 아귀랑 붙기 전에 이미 호구한테 돈을 긁어내는데 성공했고 (정마담은 담보로 잡은 건물을 차지했고, 고니와 고광열은 미리 약속한 돈을 받았습니다.) 이후 대결은 고광열과 정마담의 욕심 때문에 이어진 판이었습니다. (정마담은 끝까지 아귀의 정체를 모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마지막 대결 이전까지 호구 돈을 본격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밑밥 단계였습니다. 끝까지 호구를 철저히 속여야 합니다. 더구나 그 호구는 엄청난 대어였습니다. 어떤 꿍꿍이였던지간에 아귀가 타짜로서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은 바로 호구를 속이는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해머 든 부하는 이미 권총에 제압된 상태였습니다. 죽여버리거나 다리 같은데를 쏠 수도 있었고 총으로 협박해서 해머 버리고 달아나라고 할 수도 있었습니다. 애초에 사람 죽이는데 거침이 없는 인물이었구요. 고니가 정마담을 추궁할 때 그 다음 행동은 아무도 예측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정마담을 죽이려들 수도 있었습니다. 손이 묶인 채 패닉상태에 빠진 아귀의 손목은 그 급박한 상황에서 아무 의미도 없었습니다.
그가 진짜 살인자이기 때문에 고니가 정마담을 추궁하는건 자신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 시점부터 누구보다도 고니를 죽이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이죠.
낭만토스
14/08/23 17:31
수정 아이콘
원작을 보지 읺아서 잘 모르겠는데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지만 요소요소의 장면에서 최소한의 개연성은 살렸다는 느낌 정도 입니다
비타매실
14/08/23 06:10
수정 아이콘
영화의 아귀는 최종 보스로서의 포스를 위해 성격이나 작 중의 영향력 면에서 설정의 변화가 있었죠.
돈을 위해 이 판에 뛰어 들었다기 보다는 수가 틀리면 그게 누가 되었든 손모가지 자르고 싶어 안달이 나는
좀 더 예측불가의 불안정한 캐릭터가 나왔다고 봅니다.
원작의 아귀가 철저하게 타짜들의 작업 메카니즘 최상위에 군림하는 성실한 포식자라면
영화의 아귀는 딱히 열심히 도박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는 느낌도 안들고 곽철용의 죽음과 연관된 고니를 발견하고는
흥미로운 사냥감을 발견해 즐거워하는 유쾌한 싸이코패스의 느낌이죠
극 중 아귀의 대사처럼 누군가의 복수를 위해 움직이기 보다는 고기값이나 벌어볼까 하는 생각이라면 개연성은 크게 틀어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14/08/23 06:32
수정 아이콘
매우 공감합니다. 작중에 곽칠성이 죽었을때 묘소를 떠나면서 하는 아귀 말 있잖아요.
'그 뭐시기 복수 어쩌고하는 것보다 자본주의적인 방향으로 접근해야하지 않것냐' 하는 대사.
그 대사에 아귀의 마지막 행보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입니다.

게다가 정마담 보디가드. 이 친구도 마지막 장면에서 문제 많았어요.
고니가 평경장 왜죽였냐먼서 정마담 몰아붙일때 이 친구는 그걸 다 들으면서 평온하게 총 겨누고 있었죠.
자기가 이 안에서 해야할 일을 몰라요.
정마담을 보호하던지, 아니면 돈이라도 챙겨야되는데
난 아귀 손모가지만 찍으면 할 일 끝이오, 하는 태도로 서있었죠.
아귀 잡고있어서 고니를 못막았으면 정마담 걱정하는 척이라도 하면서 돌아보기라도 하지.
행동이 설명이 안됩니다.
레지엔
14/08/23 06:49
수정 아이콘
'고니'를 빨래질하면서 겸사겸사 돈까지 얻어내겠다가 영화고 그 점에서 누구 돈을 노렸는가가 불분명했던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원작 만화보다 아귀의 캐릭터의 선명함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봅니다. 영화 타짜가 수작이긴 한데, 어디까지나 장면 장면의 긴장감과 일종의 애드립이 끝내주는 작품이고 사실 스토리 전체는 좀 부족한 면이 많았습니다. 원작하고 비교해서 특히요(애초에 원작에서 섯다를 치는 건 시대 반영인데, 영화에서 섯다를 치는 건 원작 따라하기라는 점에서 이미 한계가 있기도 하고). 아는 친구가 했던 비유가 생각나는데, 원작 만화가 레드제플린이면 영화는 스틸하트죠(..)
낭만토스
14/08/23 06:59
수정 아이콘
마지막 비유를 해당 가수를 모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가수에 대한 설명이요

레드제플린과 스틸하트의 노래를 한 두개 정도 들어봤지만 저는 이른바 초 잡식성 리스너라서요
성시경의 미소천사만 들어보고 아 성시경은 댄스가수구먼 하는 오해가 있을 수 있어가지고요
레지엔
14/08/23 07:41
수정 아이콘
음 쉽게 말하면 전자는 완성도가 높고 단점이 적고 '클라스'가 있다는 거고, 후자는 장점도 단점도 확실하고 '깊이'가 떨어진다는 표현입니다. 잘 만든 정식요리하고 잘 만든 햄버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구밀복검
14/08/23 08:12
수정 아이콘
스틸하트 하면 많은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삘 받고 호기 부리고 싶을 때 부르는 곡'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코드>로 자리잡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레드 제플린과 언감생심 레벨을 비교할 게 아닌지라... 아웃프런트킥 마스터 콰레스마와 지단의 비교와 비슷하다면 비슷할 겁니다.
라리사리켈메v
14/08/23 08:01
수정 아이콘
역활이라는 단어가 심히 가독성을 떨어뜨리네요.

만화 혹은 소설 원작이 영화화 된 경우 발생하는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잘 만든 원작 기반 영화라고 해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어요.
Eternity
14/08/23 08:49
수정 아이콘
김윤석이 한 인터뷰에서 이런 식으로 말하더군요.
영화 속 아귀는 '돈이 아닌 승부 그자체를 쫓는 승부사다.' 라고 말이죠.
위에 분들이 말씀해주셨든 아귀는 승부 그 자체를 즐기며 다른 타짜들을 찍어누르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캐릭터라고 봅니다.
돈은 그 다음에 따라오는 보너스 같은 존재겠죠.
영화 중반의 자본주의, 고깃값 드립은 그냥 말그대로 별 의미없는 드립이라고 느껴지고
그렇다면 캐릭터 상 별다른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단약선인
14/08/23 09:17
수정 아이콘
영화와 원작 만화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작 만화 1편 '지리산 작두'의 고니는 어렵게 성장하고, 그 순수함 때문에 누나의 돈을 사기 도박에 날리고,
그 돈을 갚아주기 위해 도박에 입문하게 되는 인물이고 전편에 걸쳐 처절한 원죄의 슬픔이 깔린 인물이지요.

기대하고 영화를 보러 갔더니 '양아치 고니'가 히죽히죽거리면서 건들거리고 있었습니다.
원작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되었더군요... 돈돈돈 하는... 몰입이 안됩니다....허허...

원작의 고니가 마지막 승부에 임하는 것은 형제 같은 동료의 복수, 사랑하는 여인과 지켜야 할 여인의 선택,
돈의 유혹, 도박을 버리는 결정 등의 갈등 속에 자신을 버리는 마지막 처절한 승부였지요.
원작의 줄거리의 가장 큰 틀을 버리고 클라이막스를 가져다 쓰니 재미는 있으나 감동이 떨어져
안타까웠습니다.

나중에라도 원작 그대로의 작품이 다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 생각합니다.

PS. 원작을 능가하는 최고의 장면은 사설 도박장 손님이 자꾸 잃자 끗발올린다고 거기 언니야와......
그 언니야의 피지컬에 다들 경악을...
14/08/23 09:44
수정 아이콘
저도 이 말씀에 공감합니다. 원작에서 결말의 감동 요소 중 하나는 고니가 이후 도박을 완전히 끊었다는 데 있었는데..
영화는 그냥 앞으로도 쭉 도박으로 먹고 살 분위깁니다;
단약선인
14/08/23 09:58
수정 아이콘
네... 게다가 화란이랑 결혼해서 알콩달콩... 이거 참... -_-;
고광렬은 멀쩡히 살아있고...
크라우드
14/08/23 10:21
수정 아이콘
그 언니야는 아쉽게도 현실에서 실제로 마약을 공급하다 감옥에 가셨죠...
단약선인
14/08/23 10:43
수정 아이콘
헉... 그 언니야가 그렇게 되셔서 안타깝네요...
지금 찾아봤는데... 에구...에구...
켈로그김
14/08/23 09:21
수정 아이콘
아귀는 정복욕의 화신이 아니었을까.. 좀 단순하게 이해하면 그렇더라고요.
작중 악역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대강 그런 코드를 공유하고 있지요.
응수형님, 아귀, 정마담(이쪽도 악역의 면모는 그러하죠.)

고니의 승리는 그런 정복자들을 끊어먹는 암살잼.. 롤챔스에서 지고 있는 팀이 정글에서 끊어먹고 역전하는 식의 카타르시스를 주더라고요.
행복과행복사이
14/08/23 09:45
수정 아이콘
원작을 워낙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써...
영화는 별로였습니다.
허술해 보였구요.
그런데 자꾸자꾸 보다보니 괜찮더군요.
ArcanumToss
14/08/23 09:49
수정 아이콘
원작을 워낙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써...
영화는 별로였습니다.
허술해 보였구요.(2)
영화는 원작의 핵심 요약집 같은 느낌. ^^
저는 제일 재밌게 본 것은 3부 '원 아이드 잭'이었는데 이건 아마도 제일 먼저 본 것이었기 때문일 것 같긴 합니다.
요즘 pgr에 타짜 관련 글이 보여서 원작 만화를 다시 봤는데 역시 명작은 명작이더군요.

ps.
이 때 최초 설계자 진영에서 눈치채지 못하면 당하기 쉽상입니다.
쉽상 -> 십상
단약선인
14/08/23 09:57
수정 아이콘
배우들 연기가 참으로 훌륭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고니 빼고 모든 캐스틩이 절묘했습니다.

고니도 조승우씨 잘못이 아니라 캐릭터를 그리 설정한 감독, 연출의 탓이니...
행복과행복사이
14/08/23 10:33
수정 아이콘
조승우는 정말 미스캐스팅이라고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또 살려내는 조승우의 연기력...
비타매실
14/08/23 09:59
수정 아이콘
사실 영화에서 가장 말이 안 되는 장면은 고니와 편경장이 정마담의 선수로서 오장군의 집에서 판을 벌이는 장면입니다.
고니가 패를 안 보고 걸겠다며 오장군을 도발해서 둘의 레이스가 이어지고 오장군이 돈이 모자라 현물로 권총을 얹으려고
잠시 자리를 비우는 장면...아직 패를 까지도 않은 레이스 상황에서 자리를 비우는게 정말 말이 안되죠.
자기 돈을 올인한 큰 판이었는데다가 주변에 부릴만한 수하도 있었던 상황에서 말이죠 크크
탈리스만
14/08/23 13:46
수정 아이콘
잘 찾아보면 이런 허술한 장면이 많죠. 크크
모모리
14/09/03 16:18
수정 아이콘
김실장이라는 자기 수하(정마담에게 매수되었지만)가 판을 지켜보던 상황입니다.
14/08/23 10:10
수정 아이콘
사실 연기로 허술함을 메운 작품이죠. 원작에 비교한다면. 조승우도 원작의 고니와는 꽤나 다른 인물이고요(성격, 체격...)
완성형폭풍저그가되자
14/08/23 10:10
수정 아이콘
아귀는 누구 돈을 딸생각보다 고니를 잡아먹을 생각이 컸을 것이고, 정마담은 누가 이기건 호구돈만 따면 된다고 생각하고, 고니는 복수를 위해서, 호구는 아귀라는 든든한 실력자가 있으니 잃은 돈을 따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보디가드는 일단 살아나가는게 우선이었겠죠. 아귀의 측근들은 결국 조폭들이고 돈 챙기다가 잘못하면 죽어나갈 판국이었으니까 상황부터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다람쥐
14/08/23 10:43
수정 아이콘
원작에서 아귀는 '도박 속에서 또 다른 도박을 하는 사람' 으로 나옵니다
저는 영화에서 아귀가 보여준 모습은 돈이나 의리를 좆아 나온 것이 아니고 또 다른 도박사 기질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해하고 봤습니다
서지훈'카리스
14/08/23 10:57
수정 아이콘
영화는 만화근처도 못갑니다 그저 2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으니 그러려니하지 허술하기짝이없죠
14/08/23 11:03
수정 아이콘
내용은 원작에 비해서 많이 모자라는데 워낙 연기들이 좋고 영화 분위기를 잘 깔아나서 몰입도랑 재미는 좋았네요
14/08/23 11:11
수정 아이콘
어? 이거 원작은 아귀가 그판에 어떻게 끼게 되었죠?
몇번이나 봤는데 당연히 호구돈 복구해줄려고 낀걸로 생각했네요
14/08/23 11:26
수정 아이콘
원작에서는 옛 제자인 춘재(고니 옛친구, 고니가 처음에 설계당할때 참여)를 잡으러 오면서
춘재도 설계에 참여했던 호구(허사장)와 만나게 되고, 그를 전주로 삼아 복구해 주려고 참여하게 됩니다

물론 아귀의 목적은 돈+도박 속의 도박이지만요
14/08/23 12:09
수정 아이콘
맞네요
원작의 기억때문에 영화도 당연히 호구돈 복구하러 낀걸로 생각했네요
영화가 스토리의 당위성이 많이 떨어지네요
14/08/23 12:39
수정 아이콘
획실히 글을 읽어보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네요; 아귀가 정마담이랑 짜고 호구 벗겨먹는다면서 호구는 안중에도 없고 호구의 수호천사처럼 같은 편 타짜들 족치고...

그나마 이해를 하려면 처음에 고광열을 친건 호구의 신뢰를 사기위함(정마담이 명목상 호구를 위해 고용한 타짜처럼 들어가는 거니까요) + 고니를 판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고. 고니와의 대결은 정마담과 고니 사이에 따로 딜이 있을 것 같으니 아귀가 눈치까고 자기가 처음부터 호구의 편이었고 정마담과 고니가 짜고 배신했다 정도의 주장을 하면서 승부수! 정도가 아니었을지.
14/08/23 13:21
수정 아이콘
고광렬을 죽이지 않은 것도 허술함의 요인 중 하나였죠
덕분에 평경장 때와 관련된 걸 가져와야 했습니다
친구가 죽은 원한 정도가 아니면 원작의 고니는 아귀랑 손을 잡거나 피하는 방향을 찾았을 겁니다
전편을 통틀어 가장 판에서 냉철하게 행동한 타짜가 고니였으니..
탈리스만
14/08/23 13:49
수정 아이콘
저도 영화를 처음 보고 아귀와 정마담과의 관계 설정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생각했었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짝귀를 너무 볼품없이 표현했다는 점이였습니다.
원작에서 아주 중요한 장면이였던 '구라칠때 상대방 눈을 보지마' 이 대사를 너무 멋 없이 툭 내뱉어 버렸습니다..
단지날드
14/08/23 17:31
수정 아이콘
222 진짜 짝귀 원작에서 정말 멋있고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안습캐를 만들어 버렸죠 ㅜ
나는 조석이다
14/08/23 13:57
수정 아이콘
딴 이야기지만 타짜에서 실력으로 최강자는 아귀인 거 같습니다. 기술을 절대 못쓰게 하고, 정공법으로 치다가 짝귀는 손이랑 귀가 날아갔고, 고니도 마지막 수를 던지기 전에는 거의 잃기만 하니깐요.
기술 안쓰고 치는 정공법의 달인은 아귀가 맞는 거 같습니다.
저도참좋아하는데
14/08/23 16:01
수정 아이콘
아귀랑 짝귀랑 고니랑 동급일겁니다. 최고의 경지에 올라서 기술은 다 같고 심리전 싸움이라고 말하는 거 같습니다. 서로 기술 쓰면 양쪽이 다 알 수 있는 경지까지 그려졌었죠
짝귀는 젊은 시절에 아귀한테 당하고 기술을 안 쓰고 상대 심리 읽는 것으로 발전하고 그래서 고니가 짝귀 만나서 탈탈 털리죠.
고니가 아귀랑 대등한 싸움을 했고 작중에선 짝귀>=고니=아귀 정도 였던 거 같습니다. 나이든 고니=짝귀 정도 아닐까 생각합니다.
14/08/23 16:36
수정 아이콘
아귀 짝귀는 실력은 동급이고 다른데서 차이가 난다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번외로 시리즈 세계관 전체 최강자는 그 짝귀의 아들인 도일출인듯
구라리오
14/08/23 17:50
수정 아이콘
혼자서 탄도 쏘고 스테키로 원하는 카드 막주고 상대가 기리한 그 큰 트럼프카드도 손 안에서 원상복귀도 하고 거기다 심리전까지.... 다만 여복이 없다는 점만 빼면 완전체...
14/08/24 01:07
수정 아이콘
고니가 계속 잃은건 마지막 반전을 위한 밑밥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정공법이라는게 의미가 없죠 타짜끼리의 대결에서. 그리고 원작에서는 그 마지막 수 이전에도 아귀가 계속 당합니다.
저도참좋아하는데
14/08/23 16:16
수정 아이콘
이게 영화에서 최악을 저는 '내 손모가지와 돈을 건다' 이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에서 이 대사를 먼저 한 사람은 고니가 아니고 아귀였죠.
고니가 도박기술이 늘면서 아귀급까지 발전하는 단계였고 고니나 아귀나 서로 기술을 쓰면 뻔하게 알아챌 정도까지 실력이 높아진 상태였는데
지루하게 흘러가던 중 고니가 못 참고 살짝 기술을 먼저 건 것으로 나옵니다.
이를 놓치지 않은 아귀가 그 자리에서 기술 쓴 것을 잡아서 어찌 할 수 있었지만 도박 못하게 상해를 입히려고 오히려 손모가지 걸라고 허세 부리는 상황이죠 고니랑 정마담은 당황하다 고니가 패 못 깐다고 버티다가 남은 돈 다 걸겠다며 뻔히 보이는 마지막 블러핑을 하고요. 아귀가 말려들 수 밖에 없죠.

근데 영화는 아귀가 고니보고 기술 썼다고 말하자 마자 고니가 뜬금없이 내 손모가지와 전재산을 건다라고 말하죠... 그것도 건들건들 거리면서...;;
전국최고의 타짜로 그려진 아귀가 말려들 상황이 아니죠 훼이크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야 정상인데
진심 조승우 연기보고 화가 났습니다
14/08/24 01:04
수정 아이콘
기억을 좀 잘못하고 계신게 있는데-
원작에서, 호구가 판에서 빠지고 본격적으로 대결이 시작된 다음에 아귀가 계속 기술을 걸지만 고니는 눈치 채고 피합니다. 아귀가 초조해지자 정마담과 함께 기술을 걸어서 성공시키죠. 즉, 고니가 기술을 썼는데 아귀가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판에서 '도박 속의 도박' 장면이 나오죠. 그냥 아귀의 완패입니다. 그렇더라도 저는 둘의 실력의 고하를 따지는거 의미 없다고 봅니다. 고니는 아귀를 잘 알지만 (워낙 악명이 높은데다 춘재에게 조언도 들었죠.) 아귀는 고니를 몰랐습니다. 그냥 기술자라는 것 말고는.

원작에서나 영화에서나 아귀는 그 화투가 장짜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고 고니가 이중 함정을 쳤을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원작에서 아귀가 먼저 말했고 영화에서는 고니가 먼저 말한건 맞는데 따지고보면 영화에서도 아귀가 먼저 말했습니다. 고광열 빨래질 할 때 손등에 칼 꽂아놓고 그 대사 똑같이 치거든요. 고니가 내 돈 모두랑 손모가지 운운하는건 아귀 입장에서는 자기 입버릇을 그대로 따라한 셈이고 자존심 넘치는 타짜로서 피할 수 없는 도발로 받아들여졌을 겁니다.
저도참좋아하는데
14/08/24 19:29
수정 아이콘
신의손이랑 짝귀 장면이랑 조금씩 섞어서 생각해서 헷갈린 것 같습니다. 이건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귀가 알아채지 못 했다기보다 확실한 증거를 기다린다는게 더 정확할 거 같습니다. 이미 아귀랑 싸우기전의 고니가 짝귀랑 만났을 때 서로 기술 쓴 것을 알고 베팅 안하고 계속 죽죠. 기술 쓴 것은 알지만 증거는 없다는 식으로... 젊은 시절이지만 짝귀한테 이겼던 아귀가 모른다는 설정은 안될 거 같고요. 밑장빼기는 어차피 증거가 안 남기 때문에 크게 판을 만들 때를 기다렸다가 돈 뺏을 명분을 만들려고 했다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리고 먼저 말한 것은 그 상황에서 말한 것이 중요하죠. 그 대사가 왜 중요하냐면 원작에서는 고니가 기술 쓴 것을 심증이라도 만들어서 돈을 뺏고 손을 망칠 확실한 명분을 만들려고 했기에 아귀가 자신의 손모가지를 건다고 하면서 빠져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이고 고니는 거기에 응할 수 없다고 버티는 상황입니다(타짜에서 남의 패를 보려면 돈을 걸어야 볼 수 있다는 불문율을 이용해서요) 그러니 아귀가 무리하게 들어온 것이고
근데 영화는 아귀가 의심하자마자 고니가 손모가지랑 돈 걸고 패 까보자 하는 거죠... 갑과 을이 완전히 바껴버립니다. 아귀가 무리할 필요가 없죠.
저도참좋아하는데
14/08/24 19:36
수정 아이콘
갑을이 바뀌면 안되는 이유가 타짜에서 어차피 화투로 승패가 갈리지 않고 마지막은 결국 폭력으로 이기죠. 아귀는 건달과 함마 고니는 권총.
근데 그런 폭력을 행사하고 돈을 뺏고도 판에 모인 사람들을 인정하게 하기 위한 명분을 도박으로 만드는게 핵심인데 감독과 배우는 그 부분을 찍기 쉽게 폼나게 멋대로 바꿔버렸다는 겁니다.
권총 등장전까진 아귀는 고광렬때처럼 고니를 가지고 노는 상황이여야 하고 고니는 어설픈 기술자로 쩔쩔 매야 아귀가 확실하게 잡았다고 생각해서 무리하게 베팅하면서 들어 오는데 조승우는 들어와 들어와 쫄리면 뒈지시던가 이러면서 똥폼을 잡고 있죠... 심지어 먼저 베팅을...
14/08/25 00:59
수정 아이콘
딱히 죄송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아귀가, 고니가 기술을 쓴 것 자체를 끝까지 모른건 물론 아니구요. 아귀가 계속 기술(밑장빼기)이 안통하니까 어중간한 패를 줘서 유혹을 합니다. 고니가 이 때다 싶어서 화투 한 장 숨겨뒀다가 바꿔치기를 하는데 안들키고 성공합니다. 정마담을 이용해 증거인멸까지 하구요. 아귀는 당연히 자기보다 약패인 줄 알고 크게 베팅을 하다가 깨집니다. 아귀는 돈을 잃고 나서야 고니가, 자신이 기술 건 타이밍을 역이용해서 바꿔치기를 한걸 알게 된거죠. 이 때 깨진 액수가 큰데다 아귀의 표정을 보면 모르고 완전히 당한게 맞습니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듯이 원작에서는 아귀가 계속 당해요. 강패를 던져 주는데도 기술인거 눈치채고 죽고 그러다 역습해서 크게 따고. '어설픈 기술자로 쩔쩔 매'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영화에서 고니가 일방적으로 당하죠. 그리고 그 불문율이라는거 그렇게 철저히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 상황을 다시 살펴보면 정마담의 패는 고니 손에 있던거 한 장이 이미 까졌고 나머지 한 장도 정마담이 스스로 까려고 했습니다. 그걸 막은 유일한 사람은 원작이나 영화나 바로 아귀 입니다.
그리고 고니가 베팅 하기 직전은 아귀가 구라인걸 확신한채 기세 등등하게 해머 갖고 오라고 소리치던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아귀 입장에서는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고니가 크게 지른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죠. 영화에서는 극적 효과를 위해 또다른 장치를 하는데, 아예 판 벌이기 전에 '돈 다 잃은 사람은 추가로 손목을 자른다'는 내기를 했다는 겁니다. 영화에서 고니는 꾸준히 돈을 잃었기 때문에 아귀 입장에서는 상대가 절박한 심정일거라고 느꼈겠죠.
저도참좋아하는데
14/08/26 14:24
수정 아이콘
아 죄송하다는게 댓글 읽으신 분들께 헷갈려서 죄송하다고... 흐흐
영화 본 지가 좀 오래되고 타짜 큰 흐름만 생각하고 급하게 적었더니 제 댓글이 좀 모자란 거 같습니다.
어쨋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원작을 너무 좋게 본터라 영화 타짜보고 아쉬웠던 점이 많았는데 이렇게 정리 해주셔서 속이 시원하네요.
단지날드
14/08/23 17:29
수정 아이콘
극장에서 두번이나 봤을 정도로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 나중에 원작을 보니 원작이 훨신낫긴하더군요 다른거야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으니 약간 다른 얘기를 하면 고니의 제2의 스승이라고 할만한 풍규객 짝귀가 영화에서는 너무 안습이 되어버린게 아쉽더군요 캐릭터 잘살릴만 했는데 말이죠 평경장이랑 스승포지션이 겹친다고 생각했던건지...
피즈더쿠
14/08/23 22:34
수정 아이콘
원작은 어디서 볼수 있을까요? 전부 구매해야하나요?
14/08/24 01:08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서사적 구조가 치밀한 작품은 아니죠. 연출이 좋아 극적 긴장을 잃지 않았을 뿐. 비슷한 사례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여러 작품이 있을듯.대표적으론 인셉션이요. 당시 열린 결말을 두고 논쟁하던 사람들을 보며 느낀 건데 많은 관객들이 높은 흡입력을 갖는 연출과 치밀한 설정과 구조를 혼동하는 경우가 잦은 거 같아요.
14/08/24 01:18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영화속에서의 아귀는 불쌍합니다. 악의 끝판왕 포스를 풍기지만 막상 따져보면- 그가 평경장 손목을 노린건 타짜로서 정당하게 (이들에겐 구라도 '정당'에 포함되겠죠.) 승부를 내서 자르겠다는 포부입니다. 그런데 얼토당토 않게도 고니는 아귀가 그를 죽였을 거라고 믿어 버리죠. 아귀가 이걸 알았더라면 자부심 넘치는 타짜로서 수치심을 느꼈을 겁니다.

고니가 아귀에게 원한을 갖는 계기는 평경장 살해 말고도 파트너인 고광열에게 상해를 입힌 건이 있는데요. 냉정하게 보자면 이건 아귀 잘못이 아닙니다. '구라치다 걸리면 손모가지...'는 그들 세계에서는 상식인데다 친절하게도 판 시작하기 전에 해머 갖다 놓고 경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고광열은 구라를 쳤고 또 걸렸죠. 이건 전적으로 정마담 책임 입니다. 정마담은 아귀가 판에 끼는걸 직접 주선했으니까요. 미리 아귀에게 하지 말라고 하거나 고광열에게 말해줄 수 있었고...아니 파트너로서 무조건 말해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은건 아귀에게 당하도록 사주한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평경장 사망이나 고광열 상해는 둘 다 정마담이 저지른 일입니다. 그런데 아귀가 다 뒤집어썼죠. 평경장 사망 건은 나중에 오해가 풀렸지만 후자는 고니가 끝까지 모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27863 6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9919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6054 8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8980 28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9304 3
101349 [일반] 인텔 13,14세대에서 일어난 강제종료, 수명 문제와 MSI의 대응 [32] SAS Tony Parker 2562 24/04/26 2562 4
101348 [일반] [개발]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完) Kaestro1484 24/04/26 1484 0
101347 [일반] 테일러 스위프트 에라스 투어 도쿄 공연 후기 (2/7) [5] 간옹손건미축2605 24/04/26 2605 10
101346 [일반] 민희진씨 기자회견 내용만 보고 생각해본 본인 입장 [317] 수지짜응14867 24/04/25 14867 7
101345 [일반] 나이 40살.. 무시무시한 공포의 당뇨병에 걸렸습니다 [46] 허스키6871 24/04/25 6871 6
101344 [일반] 고인 뜻과 관계없이 형제자매에게 상속 유류분 할당은 위헌 [38] 라이언 덕후5872 24/04/25 5872 1
101295 [일반] 추천게시판 운영위원 신규모집(~4/30) [3] jjohny=쿠마17048 24/04/17 17048 5
101343 [일반] 다윈의 악마, 다윈의 천사 (부제 : 평범한 한국인을 위한 진화론) [47] 오지의4947 24/04/24 4947 11
101342 [정치] [서평]을 빙자한 지방 소멸 잡썰, '한국 도시의 미래' [17] 사람되고싶다2598 24/04/24 2598 0
101341 [정치] 나중이 아니라 지금, 국민연금에 세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58] 사부작3982 24/04/24 3982 0
101340 [일반] 미국 대선의 예상치 못한 그 이름, '케네디' [59] Davi4ever9290 24/04/24 9290 4
101339 [일반] [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18] *alchemist*4973 24/04/24 4973 12
101338 [일반] 범죄도시4 보고왔습니다.(스포X) [44] 네오짱6913 24/04/24 6913 5
101337 [일반] 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결심했고, 이젠 아닙니다 [27] Kaestro6437 24/04/24 6437 17
101336 [일반] 틱톡강제매각법 美 상원의회 통과…1년내 안 팔면 美서 서비스 금지 [33] EnergyFlow4401 24/04/24 4401 2
101334 [정치] 이와중에 소리 없이 국익을 말아먹는 김건희 여사 [17] 미카노아3764 24/04/24 3764 0
10133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2) [14] Kaestro3001 24/04/23 3001 3
101332 [정치] 국민연금 더무서운이야기 [127] 오사십오9952 24/04/23 995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