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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20 23:39:22
Name The Special One
Subject [일반] 짝사랑 오래 해본 썰
시작은 교회에서였습니다. 중2때 만났는데.. 그녀는 한살 어렸습니다. 중1인데 사실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죠.
주변에서도 왜 걔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꽤 했었고..



어쨌든 좋아하게 되버렸는데.. 제 성격이 고백은 꼭 하는 성격이었습니다.
무턱대고 고백했는데,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쿨하게 차였습니다.
그래도 교회에서 관계는 계속 되었고.. 저는 기회만 노리고 있었죠.



좋아한다던 사람이랑 1000일을 넘게 사귀더군요. 고등학교 가서야 깨지던데, 6개월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고백해 봤지만 역시 차였습니다. 사실 그때 저는 인기도 꽤 있는편이었는데..



사실 그때 눈이 멀어서 진상이었던것 같아요. 삐삐 비번 알아내려 무던히 노력하기도 했었고,
어린 나이인지라 배려가 부족했었죠. 그저 무턱대고 잘해주고,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그애가 원치도 않았을
부담스러운 선물을 안겨주는 정도가 제가 할 수 있었던 가장 멋진 행동이었습니다.



마침내 그애가 대학에 들어갔고, 축하해주며 한번 더 차인 후 아스팔트에 쓰러져 엉엉 울었던 생각이 납니다.
저는 잊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되는대로 연애를 시작했고, 그렇게 CC가 되었습니다. 군대 가기전에 정리했는데
군대 가서도 전 여친 생각보다는 첫사랑 그애 생각만 나더군요.



시간은 더 흘러 말년 휴가를 나와 길게 얘기를 해봤습니다. 뭐 수십번도 더 들었던 얘기들의 콜렉션이긴 했지만요.

"오빠는 너무 고마운 사람이야."
"오빠는 그냥 친오빠같아."
"남자로 생각이 안돼. 나를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저는 3학년이 되었고, 그 아이는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 준비를 하며 다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중간중간 껄렁해보이는 남자를 만나기도 했고, 저에게 전화를 해 신세한탄도 여러번 했습니다.


학교다니며 항상 과외를 해서 주머니가 비교적 넉넉했던 저는, 그럴때마다 만나서 밥을 사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며 잠시 쉴 틈이 되어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틈틈히 마음을 전하고자 간접적으로 노력했지만 바늘만한 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왜 안되는걸까' 라는 생각을 얼마나 해본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몇년쯤 더 지나서 그녀는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안정을 찾은 생활에 저는 더 필요 없었는지 그 후 연락은 오지 않더군요.
무슨 오기였는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 저도 더이상 연락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후 연락이 오기는 했는데.. 청첩장이 왔군요. 상대는 같은학교 근무하는 선생님이랍니다.
이젠 나도 멋진 차가 있는데.. 이걸 타고 찾아가면 혹시나 나를 다시 봐줄까 그때도 때때로 생각하곤 했었는데..



그녀를 생각하며 못하는 술을 혼자 마시고, 이제야말로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하는 때가 왔다는것을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도 결혼을 앞두고 있네요. 짝사랑을 오래 했던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번쯤 사귀어 봤다면 미련이 이렇게 오래 남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네요.
앞으로 볼 일은 없겠지만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별볼일 없는 썰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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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회원1
14/09/21 00:05
수정 아이콘
저도 짝사랑중이라, 님이 멋있으면서도 너무 안타깝네요 ㅠㅠ
님과 타이밍이 맞는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겁니다.
화이팅!! 이제 세상 모든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거네요.
14/09/21 01:41
수정 아이콘
결혼 앞두고 계시다고..........;;;
14/09/21 07:45
수정 아이콘
왠지 댓글 내용과 어우러져서 묘하게 서글픈 느낌입니다.
지나가는회원1
14/09/21 09:26
수정 아이콘
제가 난독증인가봐요 ㅠㅜ
빡인유케이
14/09/21 00:23
수정 아이콘
저도 뭐 짝사랑을 길게 했다면 길게 한편인데.. 짝사랑이 참 그래요.. 미련을 어떻게 떨치기가 너무 힘든거 같아요.
주변에서 건축학개론으로 난리일때 왠지모를 거부감에 안보고 있다가, 두어달 전에 보게 되었는데 그때 멘탈붕괴가 정말..
잊었다고 생각하고 잘 살고 있는데 다시 그녀가 나타나면 내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실제로도 잊고 잘 살고 있었는데 그거 보는순간 밀려들어온 옛 추억에 며칠동안 술만 마신거 같아요. 첫사랑이 참 그래요...
매너플토
14/09/21 00:33
수정 아이콘
저 아니면 안되겠다던 사람이 3년간 제 곁에 있었는데.. 그 때는 몰랐는데
그녀가 떠나고 나니, 짝사랑 제대로 앓고 있습니다.
정말 어떤 방법이라도 있으면 잡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나이먹고 짝사랑 제대로 할려니 힘드네요.
글쓴이님도 저도 다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어요.
노네임
14/09/21 13:28
수정 아이콘
어라? 제 얘기인줄 알았네요. 사귀던 기간도 비슷하고 이별 후에 짝사랑이 되버린 것도 그렇구요.
그 소중한 것을 왜 그때는 몰랐던 건지 후회가 많습니다. 흐흐
노던라이츠
14/09/21 00:34
수정 아이콘
이글을 읽고 더스페셜원님의 행복에 분노하겠다며 댓글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ㅠ 글 마지막이..더 좋은 인연만나셨으니 행복하세요.. 다음글에서는 분노의 댓글을 꼭 달고싶습니다
14/09/21 00:41
수정 아이콘
힘드셨겠지만 결말은 해피하게 끝나서 다행이네요
저는 짝사랑을 해본적이 없어 그 마음을 100% 이해는 못하겠지만
옆에서 지독한 짝사랑에 괴로워하는 친구를 지켜보자니 같이 가슴이 아프더군요.. (때려치라 하고 싶은데 말 할수도 없고...)
현실감각
14/09/21 00:58
수정 아이콘
머리로는 미련일뿐이고 그만해야한다는 걸 알지만 가슴으로는 그게 도저히 안되죠...ㅠㅠ
앓아누워
14/09/21 01:08
수정 아이콘
왜 첫사랑은 잊혀지지 않을까요. 몇년이나 지났지만, 또 절대 연락 할 수도 없고 연락이 오지도 않을 인연인데 왜 한쪽만 영원히 아파하야는건지 ㅠㅠ
지니-_-V
14/09/21 01:49
수정 아이콘
음 저도 한참을 메달리고 그랬던 사람이 있었는데요. 고백도 4번이나 해보고...

안되는건 안되더라구요...
냉면과열무
14/09/21 02:1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정말 아련한 짝사랑이었네요.
피아노
14/09/21 02:18
수정 아이콘
오래하셨군요. 마음고생 많으셨겠네요. 잘 봤습니다.
솔로9년차
14/09/21 08:05
수정 아이콘
결혼 할 사람이 있다는 염장글임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이끌어낸 글솜씨에 한 표???

저는 짝사랑이 아니지만 비슷한 친구가 있습니다. 저도 교회에서 만났는데, 이야기의 맨 처음은 중2로 올라가기 직전, 아직은 중1이던 때였죠. 그 때 자주보던 남자셋 여자셋이서 서로 좋아하는 사람을 이야기하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 친구를 썻고, 그 친구는 다른 친구를 썼고, 서로 쓴 것이기에 그 때부터 그 친구와 제 친구는 사귀게 되었죠.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 두사람을 이어주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을 적었던 것 같습니다. 저만 제대로 당한거죠.(그 두사람과 저를 제외하면 우리 6명이 아닌 다른 사람을 적었었거든요.)

마음은 고백한 상태로 다른 친구와 사귀는 걸 지켜보다 1년쯤 지나서 저는 다른 친구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친구와도 결국 짝사랑이었는데, 어쨌든 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던 때에 그 친구는 첫 남친과 헤어졌고, 제 짝사랑이 끝나기 전에 다른 남자를 만났죠. 그리고 그 친구가 두번째 남친과도 헤어진 시점에는 제게는 첫 여친이 생겼었습니다.

서로 학교가 달랐던 것에 비하면 정말 자주보고, 자주 연락하며 지냈던 것 같아요. 삐삐세대였음에도.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때 처음으로 그 친구와 제가 동시에 이성친구가 없던 때가 생겼는데, 그 고2때부터 고3생활, 재수생활까지 정말 오래 같이 있었습니다. 서로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안사귄다고하기에는 매우 가까운. 서로 '우리는 무슨 사이냐?'라고 말을 하기도 할 정도로요. 나중이야기지만, 그 친구는 그때 왜 사귀자고 말을 안했냐고 물어보더군요. 근데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 관계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관계를 깨는게 싫었던 것 같아요. 사귈 수도 있었지만 어색해질 수도 있고, 사귀지 않아도 충분히 자주 만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지. 고3이후로야 공부하느라 제한적이었지만요.

대학에 가고, 각자 다시 다른 사람을 사귀고, 제가 교회를 옮기게 되면서 진짜로 연락이 뜸해졌는데요(아직도 소식은 주고 받습니다. 첫 고백시점부터 세면 20년이 지낫는데. 그래봐야 1년에 한두번 축하할만한 소식이 올라오면 축하 톡 보내고 답톡오는 정도지만요.) 전 첫사랑이 첫 여친이었거나 그 직전에 짝사랑한 여자애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생각나는 건 그 친구입니다. 아마 그 친구가 첫사랑이었나봐요.
14/09/21 10:44
수정 아이콘
짝사랑 여자 분과 사귀어보지 않아서 미련이 남는 거라고 생각되네요
홍수현.
14/09/21 11:14
수정 아이콘
최근에 읽은 괴테의 작품 생각이 나네요. 닿지 못하면 간절해지더군요.
학부생
14/09/21 15:01
수정 아이콘
222 갖지 못하니 가지고 싶은거죠. 럽교수님이 예전에 말씀하신 고양이 노끈이론이 생각나네요.
마일스데이비스
14/09/21 12:40
수정 아이콘
그게 또 짝사랑의 맛 아니겠습니까
침착한침전
14/09/21 13:43
수정 아이콘
짝사랑은 또 짝사랑만의 매력이 있지 않나 싶어요.
중학교 3년간 매번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를 좋아했었는데 애닳았지만 나름 행복?했고
생각해보면 괜찮은 추억이었던거 같아요.
대학에 와 연락이 닿아 다시 만나서 환상이 깨지기 전까지만요..
14/09/21 16:23
수정 아이콘
무언가 저랑 너무나 비슷한 이야기네요. 교회에서 처음 알게 되어, 편한 오빠가 되고, 임용고시 준비하고 다른 껄렁해보이는 남자와도 사귀고 힘들어서 전화하고, 이후 선생님이 되고..
짝사랑은 그래도 정말 그 환상에 담겨있는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추억으로 아름답게 고이 간직하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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