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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09 10:46:29
Name Neandertal
Subject 인간은 두 부류가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왠지 잔뜩 허세가 들어간 것 같은 위 얘기는 제 얘기가 아니라 요즘 TV에 자주 나오는 문화평론가 김갑수 선생의 얘기입니다. 이것 또한 김갑수 선생의 오리지널 출처인지 이분 또한 다른 곳에서 접한 내용을 전달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 얘기를 처음 접했을 땐 아무리 이 작품이 명작이라지만 좀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다 읽은 입장에서 저 위의 명제에 동의하지 않기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고전이라고 하는 작품들에 대해서 시대적의 버프가 좀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고전 작품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는 지금보다 문맹률도 훨씬 더 높았을 것이고 소위 말하는 식자층도 적었을 터이니 기본적으로 소설의 소비층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았을 테고 소설을 창작하는 사람들의 수도 훨씬 적었을 것이니 사실 웬만큼 흠 잡히지 않을 정도로만 작품을 써도 지금보다는 손쉽게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지요.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그런 시대적인 버프(?)를 다 덜어낸다고 해도 그 자체로 충분히 최고의 작품이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을 만한 소설이라는 것이 읽고 난 후의 저의 솔직한 생각입니다. 고전이라는 것이 결국 "통시성"을 확보한 작품이라고 본 다면 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에게 읽힐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속된 말로 작가의 "글빨"이란 걸 느낄 수 있는데 이 양반의 "글빨"은 작가들 가운데서도 거의 최상위급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 초반의 [대심문관]파트나 이반과 악마의 대화 내용, 마지막에 검사와 변호사의 변론 파트를 읽어보면 도스토예프스키 글 쓰기의 정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 만의 개똥 감상을 좀 지껄여 보자면 이 작품은 결국 "인간이란 존재의 근원적인 결함 내지는 실패"를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욕망이라는 낚싯바늘에 걸려 애처로운 고기처럼 파닥거릴 수밖에 없고 구원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헛된 미망의 그물 속에서 끝끝내 헤어나지 못한 채 무슨 수를 쓰든 실패한 채로 삶을 끝낼 수밖에 없는 “애초에 한계가 명확한 존재”라는 것이 도스토예프스키가 (내심) 말하고자 한 바가 아닐까 싶은 거지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제 나름의 문제와 한계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곧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와 한계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투, 욕망, 분노, 의심, 죄의식 등 이 소설에는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고 우리를 파멸의 길로 인도하는 이런 모든 문제의 원인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속 시원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하지요. 그들은 그렇게 누구에게 살해되거나 자살하거나 미쳐버리거나 아무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는 막연한 꿈을 꿀 뿐입니다.

이런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구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도스토예프스키는 결국 종교성에 기댄 신적 차원의 화해 또는 어린 아이 같은 순수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작가가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 에필로그의 그 희망찬 찬가와는 달리 책장을 덮으면서도 여전히 "인간 존재의 답 없음"을 느끼게 된다면 제가 이 책을 한참 잘못 읽은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인간의 목을 자르고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이 보라고 유튜브에 올리는 이런 인간들의 행태에 종교적인 구원 또는 어린 아이 같은 순수성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는 얼마나 허약하게 느껴지는 지..."원래 인간은 이렇게 생겨먹은 놈들이다. 구원은 무슨 놈의 구원이냐"라고 포기하는 게 차라리 맘이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p.s. 피지알 회원님들의 일독을 권해봅니다. 그만한 시간을 들일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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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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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엄청나던데 재미있는 소설 축에 들어가나요, 아니면 그냥 문학작품인가요?
Neandertal
14/10/09 10:56
수정 아이콘
이게 추리소설같은 재미는 결코 아니고 문학작품으로서의 재미이지만 가독성은 이 양반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좋은 편이라고 하더군요...[죄와 벌]과 비교해 봤을 때도 읽기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원딜빼고암거나
14/10/09 10:55
수정 아이콘
비슷한 예로 세상엔 두가지 음악이 있죠
본 조비와 본 조비가 아닌 것...
세계구조
14/10/09 11:21
수정 아이콘
리치 샘보라 짱짱맨
14/10/09 11:00
수정 아이콘
저번에 '이걸 어떻게 읽나..' 하는 글을 올리셨던 것 같은데
결국 다 읽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 하핫 ;;
Neandertal
14/10/09 11:1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크크...^^
밀물썰물
14/10/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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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반으로 딱 쪼개서 두개로 나누는 것은 그리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에도 분열이라는 것으로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좌와 우처럼 이쪽아니면 무조건 저쪽하는 것은 좋지는 않습니다.

저는 위에서 말씀하신 책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대충 압니다.
권하시니 시간을 만들어 꼭 읽어보겠습니다.
Neandertal
14/10/09 11:21
수정 아이콘
저 이야기도 편가르기를 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고 그 만큼 좋은 작품이니 읽어보라는 권고에 방점이 찍힌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밀물썰물
14/10/09 12:42
수정 아이콘
시글드
14/10/09 11:03
수정 아이콘
수십 페이지 읽다가 아 못 해먹겠네 하면서 때려치운 적이 몇 번되는데

이번엔 꼭 읽어봐야겠네요.
Neandertal
14/10/09 11:46
수정 아이콘
초반 3분의 1까지가 좀 힘듭니다...조시마 신부 일대기만 넘어가면 좀 나아지긴 하는데 원체 현대소설과는 달라서...--;;;
김고은
14/10/09 11:18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께서 대학교 다닐동안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셨던 책인데, 향락에(?) 젖어 안읽다가 네안데르탈님의 추천으로 다시금 떠오르네요. 고시준비하다 지칠때 틈틈이 읽어봐야겠네요!
즐겁게삽시다
14/10/09 11:34
수정 아이콘
오 드디어 성공하셨군요! 크크크 축하드립니다.
루크레티아
14/10/09 11:34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읽다가 도저히 뭔 소린가 싶어서 때려치고 홧김에 읽었는데 무념무상으로 읽었더랬죠..
Abrasax_ :D
14/10/09 11:42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시절 읽다가 짜증나서 아예 공책에 등장인물을 기록하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의무감으로 읽어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시간을 내서 다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Neandertal
14/10/09 11:45
수정 아이콘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저도 나중에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도들도들
14/10/09 12:08
수정 아이콘
이 책의 난관은 2권 초반부에 70쪽에 이르는 인생이야기 독백 부분이지요.
구밀복검
14/10/09 12:37
수정 아이콘
메시지가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주제의식이야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욕망 덩어리고 신 없이 도덕의 근거를 마련할 수 없으니 서구주의/합리주의/사회주의는 쓰레기. 슬라브/러시아/정교회 짱짱맨'이라는 아주 비뚤어지고 반동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거기까지 가기 위해 쓰여지는 서사들의 나열과 연관이 그 어떤 다른 작품보다도 풍성하니.
Neandertal
14/10/09 13:10
수정 아이콘
텍스트의 풍부함이 정말 여기에 나오는 인물 한 사람 당 박사논문이 수십 편씩 나올 수 있을 것 같더군요...
14/10/09 13:23
수정 아이콘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은 고전치고 그래도 읽기 수월하지 않나요? 죄와벌은 정말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죄와벌에 감명받고 도스토예프스키 책들을 쭉읽고 있는데 저한테 맞는건지 카라마조프도 흥미롭게 읽었네요. 러시아작품이라 이름이 낯설고 고전이라 문체가 어색할 뿐이지 카라마조프는 소재만 보면 요즘 막장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모자람이 없죠. 그냥 가볍게 읽어보세요. 너무 많은 고찰을 하려고 각잡고 보면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는데 그냥 재밌는 소설책 본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읽힙니다. 깊은 고찰이나 주제에 대한 탐구는 여러번 읽다보면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싶네요.
Courage0
14/10/09 13:38
수정 아이콘
몇 번을 읽다 그만두다를 하다 나이 30넘어서야 끝까지 읽었던 책이네요.
그냥 여유를 가지고 음미하며 쭉 읽다보면 이래서 고전이구나. 정말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책인듯 해요.
목표의식 없이 천천히, 오랜만에 봐서 기억이 안나면 앞을 다시 한 번 훑어 가며 읽으면 좋을 듯 해요.
행복한남자
14/10/09 13:44
수정 아이콘
도스토예프스끼의 소설이 읽기 어려운 이유는 등장인물이 단 한명도 빠짐없이 살아있는 듯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도대체가 멍청한 인물이 하나도 없는...
14/10/09 13:52
수정 아이콘
인간은 두 부류가 있다... 에로 소설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
이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수 많은 단어와 문장들을 떠올렸으나 피지알 공간에 적기에는 바이트 수가 부족하므로 댓글로 남기지는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yangjyess
14/10/09 14:00
수정 아이콘
도끼 소설을 막 읽고 쓴 감상문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작성자들의 문장에서 다들 약간씩 도끼의 스타일이 풍겨져 나온다는 것 크.. 네안데르탈 님의 결론에는 상당부분 공감합니다. 그게 도끼 소설의 가장 큰장점이라고 생각하구요. 인간의 한계와 절망을 감추려 하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 하지만 전 인간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도끼가 당시 예상했던 인류의 미래와 비교했을 때 백여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이 훨씬 더 낫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함 - 이것만큼 우리에게 현실적인 희망으로 다가오는게 있을까요? 네안데르탈 님께서도 자녀분들을 키우시는 걸로 얼핏 들었던거 같은데..그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볼때의 네안데르탈님 마음속은 도끼가 부르는 희망의 찬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기쁨과 용기로 가득 찰거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미혼이지만 출퇴근길에 아파트단지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저랑은 아무 상관없는 아이들만 봐도 그래.. 이녀석들 때문에 X같은 세상 한번 살아 본다. 하는 알 수없는 의욕이 솟더라구요.. 그 아이들 앞에서는 나는 세상의 피해자 같았던 억울함에서 벗어나 나는 너희들 앞에 죄인이다. 이 빌어먹을 세상을 너희들에게 물려준다면 더더욱 그렇게 된다 하는 심정이 되더라는 겁니다.. 아마 많은 분들에게도 예외가 아닐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의 에필로그가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했습니다.
Neandertal
14/10/09 16:29
수정 아이콘
저는 그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결국엔 콜랴 크라소트킨은 커서 나중에 이반 카라마조프가 되고 스무로프는 드미트리가 되고 트로이의 건국자들을 얘기했던 그 소년은 또 스메르자코프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들도 언젠가는 순수했던 어린이들이었겠지요...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구원을 받은 사람은 성인이 되기 전에 죽은 일류셰치카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도 그 에필로그의 서정성은 좋았습니다...잔잔한 슬픔...
yangjyess
14/10/09 17:39
수정 아이콘
그렇긴 합니다. 그 가능성을 감추려 하지도 않지요. '우리는 고약한 사람이 될지도 모릅니다' 라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략 '좋은 일을 할 때의 우리는 실제 우리의 모습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다' 그런 내용의 말이었습니다. 객관적인 인간의 본질을 볼 때는 비관적이지만, 인간은 실제적인 자신의 존재보다 더 훌륭할 수 있다. 라는게 도끼의 희망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과학과 합리보다는 믿음, 사랑, 용기 같은 가치를 중요시했구요.. 그런데 또 소설 속에서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가(이반 같은) 말빨도 좋고 매력적인게 함정... 크
14/10/09 14:22
수정 아이콘
출판사 추천좀 부탁드려요!
레모네이드
14/10/09 14:27
수정 아이콘
제가 러시아어를 몰라서 잘 번역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열린책들에서 도끼전집이 발행됐습니다.
Neandertal
14/10/09 14:37
수정 아이콘
저는 민음사 거로 읽었는데 번역 괜찮습니다...
레모네이드
14/10/09 14:29
수정 아이콘
도끼전집중에 유일하게 한 챕터를 건너 뛴 책이네요. 그 수도원장의 유언인가 그 챕터는 교장선생님 훈화를 연상시켰습니다. 그나저나 까라마조프 2부가 구상 중이었다는데 무슨 내용일 지 궁금하네요. 책 뒤에 2부 구상안이 있었기는 했는데 이병주선생은 그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더라고요.
홍승식
14/10/09 14:33
수정 아이콘
저도 학교다닐때 읽었습니다만 아주 명작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아주 재밌는 책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처음 1/10 정도까지는 이름도 길고 성경의 민수기를 읽는 것 같이 누구아들 누구 이런 식의 표현이 많아 따라가기 쉽지 않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로 재밌더라구요.
이거 고전소설 맞아?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재밌게 봤습니다.
패닉바이
14/10/09 14:56
수정 아이콘
예전에 사형직전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훗날 세계적 대문호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시청한 기억이나네요..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 하니 나중에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대왕세종
14/10/09 15:02
수정 아이콘
언젠가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죠ㅠ
잠깐만요
14/10/09 15:45
수정 아이콘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본문 감상평을 보니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종교에 기댄 신적 구원을 제시했다면 인간적 구원방식을 말한 '사람의 아들'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봐도 될까요?
Neandertal
14/10/09 16:30
수정 아이콘
부끄럽지만 이문열씨의 '사람의 아들'을 아직 읽지 못해서...나중에 꼭 읽어봐야겠네요...
잠깐만요
14/10/09 16:34
수정 아이콘
아이...부끄러울 것까지는 아닌... 저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레모네이드
14/10/09 17:24
수정 아이콘
'사람의 아들'은 이문열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쓴 글입니다. 특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의 '대심문관' 신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가 감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비평하지는 못하겠고, 읽어보시면 '사람의 아들'이 '대심문관'을 오마쥬했다는 걸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잠깐만요
14/10/09 17:31
수정 아이콘
헐...그런 비화가 있군요. 괜히 '사람의 아들'이 떠오른게 아니었군요.
시간내서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14/10/09 16:52
수정 아이콘
평생을 주변사람들 챙기고.돈빌려주느라 빚만 지고 살았던.그 빚을 갚기위해 통속소설을 써야만 했던 러시아 호구 도스토예프스키형님.그의 돈에대한 철학과 신념이 정점에 오른 소설이 이소설이랍니다
항상 돈을 먼저 빌리고 마감일에 쫒겨서.퇴고없이 한번에 써내려간 그의 소설들.... 통속소설에 저런 어마어마한 문학적 감성을 버무려 버린 그의 재능은 진짜 문학의 천재가 아닐런지....

아이러니한건,평생을 빚갚으면 살고 죽기 직전에도 소소한 빚관계가 있었지만 그의 임종은 평화롭고 행복해했답니다.평생을 부귀영화속에 살았던 톨스토이는 말년에 너무나 고통스럼게 임종을 맞이 했다죠

도스형님의 책을 한번이라도 보신 분들이라면.아니 안보셨더라도 괜찮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돈을 위해 펜을 들다'

란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Neandertal
14/10/09 17:04
수정 아이콘
드미트리의 돈에 관한 집착은 자신의 창조주 도스토예프스키로부터 온 것이로군요...
pnqkxlzks
14/10/09 18:11
수정 아이콘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희귀한 케이스의 책이죠. 그렇게 느끼지 않는 분들도 많겠지만, 이 책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평가받는 소설도 별로 없을 듯 싶습니다. 저한테는 두세권의 철학책들, 하나의 대학 강의를 제외하면 죄와벌과 더불어 세계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소설입니다.
커피보다홍차
14/10/09 19:21
수정 아이콘
이번 겨울에 시간을 만들어 봐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불량공돌이
14/10/09 21:18
수정 아이콘
본문과는 좀 관련이 없지만, 공대에는 10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이진법을 이해하는사람과 그렇지않은사람이죠.
구밀복검
14/10/09 23:03
수정 아이콘
고전 문학 작품들의 수준이 현대의 작품들을 상회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1. 일단 고전으로 전해지는 작품들은 해당 시대에서 수년 내지 수십 년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특정 시대의 탑 오브 탑만이 고전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자연히 현대의 어중이떠중이 작품들보다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2. 당대인들은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이고 결과적으로나 알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분명 과거의 사회는 현대보다 역동적이었습니다. 산업화, 도시화, 근대화, 서구화가 진행 중이었고, 과학과 기술의 혁신은 이제 막 진행되고 있던 단계였으며 무수히 많은 이데올로기들이 태동되고 있었죠. 자연 문학의 주제와 소재가 될 수 있던 것들이 지금에 비해 훨씬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것들은 모두 진부해졌지요. 예컨대 <운수 좋은 날>은 정말로 위대한 작품입니다만, 오늘날 누군가가 그와 같은 소설을 쓴다고 한들 큰 반향을 얻기는 힘들 것입니다. 본문의 소재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같은 것도 마찬가지...정교회니 카톨릭이니 사회주의니 대심문관이니 하는 것들이 우리에게 호소력이 있는 것은 그를 통해 19세기인들이 치열하게 싸운 문제이기 때문이지, 지금 누군가가 그와 같은 문제를 거론해봐야 관심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는 고민의 대상이 되었던 새로운 문제적 현상이 현재에는 이미 시시한 것이 되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현대에는 더 이상 고전이 나올 수 없으며, 이미 흘러간 시대의 작품들만이 위대할 수 있습니다.
목화씨내놔
14/10/10 10:13
수정 아이콘
흔히 말하는 이런 어려운 책들을 즐겨 읽으시는 분들은 이런 형태의 독서를 통해서 어떤 기쁨을 가지게 되시나요?
직관적으로 책이 재미있나요? 저도 독서를 좋아하는 편인데. 보통 전공분야인 경제쪽 (유럽이나 미국쪽 경제학자가 쓴)이나 쉽게 읽히는 소설책을 읽습니다. 움베르트 에코 소설이 그렇게 재미나다고 해서 장미 어쩌구 하는 거랑 무슨 추 어쩌구 하는 걸 둘다 한번에 샀는데. 아주 인테리어로서 품격이 넘치더군요.

정말 몰입감 좋은 소설은 정유정 작가 추천합니다. 정말 기가 막히게 글 풀어내는 솜씨가 좋습니다.
Neandertal
14/10/10 10:31
수정 아이콘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데 대중문학과 순수문학 작품에서 얻는 즐거움이 좀 다른 것 같긴 합니다...
저도 일본 추리소설, 스티븐 킹 작품을 매우 좋아하는데 즐길 거리를 주느냐 생각할 거리를 주느냐의 차이인 것 같기도 하고...
대중문학이면서도 이런 쪽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풐들도 있는 것 같고...뭐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네요...--;;;
yangjyess
14/10/10 16:10
수정 아이콘
카라마조프나 장미의 이름이 더 쉽게 읽히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정유정 책을 사왔는데 예쁜 벽지가 되어버리는 그런 독자들도...카라마조프나 장미의이름을 어려워하며 읽을 거라는건 편견이에요. 당근 직관적으로 재밌고 몰입 엄청 잘됩니다.
그대가부네요
14/10/10 15:25
수정 아이콘
어느 출판사로 읽으셨는지 알수있을까요?
Neandertal
14/10/10 15:35
수정 아이콘
민음사 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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