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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13 12:27:09
Name 팟저
Subject [일반] 박상륭, 이문열, 하일지, 황석영
아래 노벨 문학상 관련글이 있지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여러 한국 작가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여 한국 문학에서 특히 높게 평가받을만하다고 생각해온 작가 넷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제목에 적시했듯 박상륭, 이문열, 하일지, 황석영이요. 각기 자신의 영역이 확고하며 그 안에서 일가를 이루었죠.

토착어를 기반으로 특유의 사장을 조탁하여 올올히 제 주제를 엮어내는 박상륭의 솜씨는 한동안, 아니 이제 한국 문단에서 영영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득히 높은 곳에 올랐습니다.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이 아무리 현학적이라고 한들 개별 어휘서부터 깔아버리고 가니 그 형상화야 자연스레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사장과 달리 플롯의 밀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게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보통 대표작으로 많이들 꼽는 <죽음의 한 연구>에서 이러한 장단이 극명히 드러나지 않나 싶은데요. 상권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읽었습니다만 하권에 이르러 자신이 추상한 미적 대상에 골몰하는 유리와 긴장 하나 없이 결론을 향해 차박차박 나아가기 급급한 플롯을 마주하니 맥이 빠지더군요. 그렇게 공들여 만든 세계며 언어들은 플롯 차원에서 형상화도 거치지 않은 채 바로 관념놀이로 휘발되기 바쁘구요. 그래서 <죽음의 한 연구>는 좀 애매하다고 보고... 제가 읽은 박상륭 소설 중 가장 좋았던 건 단편인 <장끼전>이네요. 제 개인적으로 한국 문학사 최고의 단편에 꼽는 작품입니다

반면 거시적인 서사를 잘 뽑고 이에 걸맞는 플롯을 조탁해내는 재주는 이문열이 제일이죠. 이문열만이 가진 막강한 장점이라면, 당대 한국 문학에서 주제로 다룰 법한 거의 모든 소재들에 강한 인력을 느낄 기반 위에 있으며, 이를 풀어낼 재주 또한 갖췄다는 점일 겁니다. 부친은 월북하였고, 어려서 한학을 공부했으며, 정치/사상/철학적으로 예민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시절에 젊음을 보냈죠. 일반적인 개인에게 있어서라면 순탄치 못한 인생 역정일 뿐이겠지만, 작가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리라 봅니다. 막말로 축복이죠. 아비의 월북으로 분단이란 민족사적 비극은 작가 이문열에게 거의 선천적인 문제의식 수준으로 아로 새겨질 겁니다. 굉장히 강한 인력으로 소재를 끌어당길 수밖에 없게요. 또한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다고 할 때 숙달된 한학은 형식에 있어서 수많은 가능성과 자유도를 가져다주며 완성도 또한 보장합니다(이는 황제를 위하여를 통해서 잘 드러나죠.). 격동적인 한국 사회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것도 마찬가지구요. 뿐입니까, 글재주 역시 탁월하여 소설이란 근대적 매체를 다룸에 있어서도 굉장히 능숙했구요. 한국 문학사에 있어 가장 어마어마한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존재가 이문열입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자신이 물려받은 유산과 그 가능성만큼 작가로서 치열했느냐하면 고개가 갸웃해지죠. 아버지의 월북이 그렇게 큰 문제였을까요. 스스로 훼손을 자처할 만큼? 물론 개인의 삶에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굉장히 무례한 줄은 알지만 이문열이 작가란 이유로 건방진 소리 더 해보렵니다. 문화대혁명을 피터지게 겪은 작가 모옌도 있는데요. 모옌은 도리어 자신의 이런 피 맺힌 삶의 굴곡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켰는데요. 개인이 비극을 대처하는 방식에 정론은 없으며, 그 고통 역시 정량화가 불가능하다는 건 알지만... 그런 이유로 아무 말도 않기엔 이문열은 그보다 훨씬 대단한 작가가 되어줬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쩝, 죽은 자식 뭐 만지기도 아니고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결정된 일을 갖고 왈가불가하는 꼴이 우스우니 더 말은 않겠습니다. 이외에도 이문열에게 아쉬운 점이라면 근본 관념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조차 집착 과정을 치열하게 탐구했으면 모르겠는데 아무리 봐도 피상적인 영역에서 그쳐버리니 말입니다. 뭐, <사람의 아들>이 대표적이겠죠. 이것도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는 건 박상륭과 비슷하네요. 그보다 저는 이문열이 자신만이 쥘 수 있던 유산으로 자신만이 써나갈 수 있던 방식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형상화한 <황제를 위하여>가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아가 한국 근현대사를 주제로 삼았던 모든 문학 작품들 중에 첫손에 꼽혀야한다고 보구요.

이처럼 이문열에게 아쉬운, 작가로서의 소명의식에 충실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건 역시 하일지일 겁니다. <경마장> 연작에서부터 시작해, <새>, <우주피스 공화국>, <손님>에 이어 <누나>까지 나아가는 작품 활동을 보면 그가 천착하는 영역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나아갔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죠(뭐 중간중간에 생략된 작품들이 있긴 합니다. <진술>이라던지,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 물었다>라던지... 근데 별로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서 제꼈습니다.). 근작인 <누나>에 이르러선 이문열이 미완으로 마친, 토착적 서사에 적합한 고유의 발화를 소설적 어법으로 정립하는 데 성공합니다. 워낙 이쪽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긴 합니다만, 서사를 풀어나가는 방법론의 완성도가 가히 무시무시해요. 읽다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가르시아 마르케즈 뺨을 치고 스케일이 좀 작아 그렇지 단단히 또아리 튼 발화의 밀도는 살만 루슈디의 그것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이런 하일지의 문제점이라면 오로지 '형식적 표준에 대한 지향'으로서만 소설을 쓴다는 거겠죠. 그 외엔 아무 것도 중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서사조차 말이죠. 자연히 이야기의 스케일은 작아지고, 그 안에서 미친 수준의 완성도라고 한들 독자를 고양시키기엔 한계가 있습니다(뭐 저처럼 그런 거에 환장하는 독자라면 또 몰라도 말이죠.). 때문에 화술의 경지가 어디쯤 이르네 마네하면서도 이걸 온전히 받아들이긴 애매해지죠. 아랫글에서 광장에 대해 이야기하며 밝힌 것입니다만, 이야기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작품이 감당해야할 형식적 부하는 심해지거든요. pgr에 어울리는 비유를 하자면 테란맵에서 저그만 잡는다랄까요. 따라서 보편적으로 하일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건, 아무래도 이러한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경마장 가는 길>일 겁니다. 제 경우 하일지란 작가에 대해 재고를 해볼 정도로 워낙 <누나>를 감명 깊게 읽었고 따라서 <누나>를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만, 뭐 <경마장 가는 길>이 대표작으로 꼽힌다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긴 하네요.

그리고 황석영이 있습니다. 언급된 작가들 중에선 독보적으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죠. 모두는 아닐지언정 많은 작품들이 성공적이었구요. 시대의식에 충실히 복무하던 70-80년대에 써내려간 많은 리얼리즘 장/단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 와중 발표한 <장길산>은 문학성을 놓고 보자면 홍명희의 <임꺽정> 이후 단연 돋보이는 성취를 이룬 대하소설입니다. 방북과 투옥 이후 발표한 <오래된 정원>은 90년대 만연하던 후일담 문학의 끝판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구요. 다음에 출판한 <손님>에선 그간 충실했던 리얼리즘 문학에 대한 재고를 보였죠. 아니, 사실 재고한 수준이 아니라... 한국전쟁 속 '신천리 양민 학살사건'을 '황해도 별신굿'이라는 우리 고유의 서사적 양식의 외피를 쓰고 써내려 가 한국 문학에 몇 없이 완성도 높은 탈식민지 장편소설을 조탁해냅니다. 비록 아쉬운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아 해당 작품만 놓고 보면 같은 장르에 묶일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보다 높게 평가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래도 대단한 건 대단한 거죠.



이 중 제가 상정한 소설가의 모습에 가장 부합하는 작가라면 하일지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이문열이구요. 가장 아쉬운 작가도 이문열입니다. 비슷하게, 제가 가장 몰입했던 작품은 박상륭이 쓴 <죽음의 한 연구>의 상권이었고, 그리하여 가장 실망했던 작품 역시 그 하권이었습니다. 허나 이 넷 중 보편적으로 가장 높이 평가받을만한 소설가라면 아무래도 황석영일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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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나
14/10/13 13:21
수정 아이콘
본믄과는 싱관없지만 경마장 가는 길 하면 그ㅠ작품 속 여주인공의 모델이 된 여성과 하일지간에 벌어진 난리굿부터 생각나 버립니다
헥스밤
14/10/13 14:15
수정 아이콘
근 10년간 한국 소설을 잘 읽지 않은 입장에서 참 많은 도움이 되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황제를 위하여를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이 글을 보니 안 살 수가 없군요. 박상륭은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읽다가 쌌고(아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국내에서 읽다 싼 독자수 컨테스트 투탑 아닐까 싶습니다)..

이문열은. 개인적으로 '문재는 있으나 사람이 아쉽다'는 세간의 평가에 완전히 반대합니다. 그는 자신이 겪어낸 삶과 역사를 하나의 완성물로 꿰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리고 글쓰기 자체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으나) 그것이 '문학'으로 이어지는 데는 실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실패'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본문과 아래 노벨문학상 덧글의 팟저님에게 거의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차라리 그가 사상가 혹은 정치가였더라면 조갑제 급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조갑제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의 인재와 문재는 그래도 수준급이라고 생각하는지라). 황석영은 방향이 조금 다른 이문열의 우화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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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빠진 작가 중에 주목하고 싶은 작가는 성석제와 김훈, 조세희입니다.

성석제는 제가 글을 읽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제 마음속의 국내 작가 Top5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영도가 있었고 백민석이 있었고 서정인이 있었고 김승옥이 있었고 김훈이 있었고 막 아무나 들어갔다 빠졌다 하는 조악한 리스트지만, 성석제는 빠진 적이 없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성석제를 좋아합니다. '이야기의 구축'. 그래요. 소설은 결국 이야기죠. 모옌과 위화가 위대한 이유는 그들이 피로 얼룩진 중국 근현대사에서 살아남은 사람이기 때문도, 그들이 정의로운 사람이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것을 쓸 수 있는 작가였기 때문이지요. 기초적인 '이야기의 완결성'을 만들어내는 차원에서, 성석제만한 작가를 국내에서 찾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찾자면 김영하나 정유정 정도가 꼽히는 느낌이나, 김영하는 도저히 취향이 아니고 정유정은 몇권 선물만 받아 놓고 아직 한 권도 읽지 않은지라 씁 할 말이 없네요.

둘째로, 성석제는 소위 '한국 현대 소설'과 '한국 토속 소설'의 경계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정말 귀중한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내 문학상 단편 수상집 등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두 개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문체가 도드리자는 작가가 없다.' 그리고 '지나치게 도시적이거나 지나치게 토속적이다.'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군의 작품은 지나치게 도시적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문제겠지요. 한국 자체의 도시 집중도가 그러하니. 그리고 중간 중간에,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표현들과 소재들로 이루어진 토속적 소설 몇 개가 있습니다. 두 개의 소재군을 한 작품 내에서는 바라지도 않으니 여러 작품에서라도 자연스럽게 쓰는 작가를 찾기란 힘이 드는 이야기지만, 성석제는 이걸 해내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여행의 이야기와 논두렁 건달의 이야기와 도시 회사원의 이야기를 다 풀어낼 수 있는 '한국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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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칼의 노래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하죠. 무기력한 실존주의자로서의 이순신이라니, 사실 접근 방식 자체만 가지고도 충분히 괴작입니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이기에 플롯 구성 면에서 꽤 많은 이득을 얻기는 했겠으나, 그와 상관없이 정말 단단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주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 이상 읽은 몇 안되는 한국 소설입니다. 하지만 한국적이지 않죠. 소재는 지극히 한국적이나, 감상은 지극히 보편적입니다. 아, 중간 중간 그 나이대의 남자 작가들 특유의 K저씨 감상이 켜켜히 있어 약간 아쉽기는 한 느낌이지만. 물론 더 아쉬운 것들은 김훈의 에세이집이겠죠. 문재가 어쩌고 사람이 어쩌고 하는 문장에 가장 적합한 작가는 이문열이 아닌 김훈이지 싶습니다. 아, 추가로 아쉬운 것. 칼의 노래 이후의 작품들이 자꾸 자기-복제적인 느낌으로 가는 느낌입니다. 언젠가 '자기완결적 실존주의/탐미주의를 추구하는 작가는 결국 딱 한 권의 작품만을 쓸 수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생각의 기반을 만들어준 작가가 김훈과 미시마 유키오였습니다.

아쉬움은 잠깐 접어두고 김훈 한번만 더 빨고 끝낼까요. 김훈의 문장은 하나하나가 시죠. <끼니때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끼니는 시간과도 같았다. 무수한 끼니들이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나간 모든 끼니들은 단절되어 있었다. 굶더라도, 다가오는 끼니를 피할 수는 없었다. 끼니는 파도처럼 정확하고 쉴새없이 밀어닥쳤다. 끼니를 건너뛰어 앞당길 수도 없었고 옆으로 밀쳐낼 수도 없었다. 끼니는 새로운 시간의 밀물로 달려드는 것이어서 사람이 거기에 개입할 수 없었다. 먹든 굶든 간에, 다만 속수무책의 몸을 내맡길 뿐이었다. 끼니는 칼로 베어지지 않았고 총포로 조준되지 않았다> 이런 문장으로 소설을 쓰다니. 반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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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장편소설은 하나 뿐이고 그 외에도 작품이 없으며 그 후에도 작품이 없습니다만. 현대 한국 문학에서 단 한 사람의 소설가를 뽑으라면 성석제지만, '단 한권의 소설'을 뽑아야 한다면 저는 주저없이 <난장이아 쏘아올린 작은 공>을 꼽으렵니다. 200쇄를 돌파한 소설이죠. '사회적 소설'을 넘어 문학적으로 소설 자체의 위대함이 압도하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교과서에서 빼야 할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에 있는 소설이라 잘 안 읽게 되는 경향이 있고, 교과서에 있는 소설을 다시 보게 되는 주 메커니즘은 동일 작가의 다른 작품을 우연히 보고 '어 교과서에 그것도 실은 좋은 거 아냐?'하고 다시 보는 경우인데 조세희는 다른 작품이 없엉...개인적으로 재평가할 리퍼런스가 없엉...

현실과 환상의 교차. 지독한 리얼리즘 속의 실존주의 혹은 실존주의의 지독한 구체화. 눈 앞의 꽃잎과 저 멀리 마을의 거리감. 대극적인 서사와 발상과 사상과 이미지를 이렇게 자유자재로, 그리고 담담하고 편안하며 씁쓸하고 짭짤하게 그려낸 작품을 저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노벨문학상이 '현재 생존한 작가 중 최근 대표작이 있는 작가'로 제한되는 대신 '현재 생존중인 작가'로 제한된다면, 당연히 한국 최고의 노벨문학상 후보는 조세희라고 생각합니다.
드라고나
14/10/13 14:37
수정 아이콘
성석제는 궁전의 새 처음 읽고 정말 이런 작가가 있구나 싶더군요. 스스로 소개하는 자기 약력도 꽤나 웃겼고.
14/10/13 14:53
수정 아이콘
성의있는 답변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저도 잘 읽었어요. 헌데 정작 손 놓으셨다는 10년간 발표된 건 우주피스와 누나 뿐이라 헥스밤님께서 받으셨다는 도움이 한편 송구스럽네요.

난쏘공이야 저도 공감하구요.

김훈의 경우 보통 한국 작가들이 취약하기 마련인 구성미에서 워낙 강점을 보이죠(이 부분이 단점인 대표적인 작가가 이승우라고 봅니다). 앞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던 <화장>과 한강의 <몽고반점>을 대조해보니 아주 잘 드러나더군요. 형상화하려는 주제/이미지의 명징성이며 미감은 분명 한강의 몽고반점이 낫고 보다 면밀히 파고 들어 구체화도 잘 되는데 중간중간 뻘스러운 장면이 아무래도 거슬립니다. 화장은 그런 게 없죠. 다만 언급한대로, 칼의 노래면 몰라도 그 이후의 작품군에선 플롯을 통해 주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부분에 있어 아쉬움이 남지 않나 싶어요. 그러고보면 김진규의 달을 먹다를 보며 비슷한 아쉬움이 들었죠. 사장은 기가 막힌데 그뿐이구나. 물론 김진규는 전체적인 소설 구성의 짜임새에 있어 군데군데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띄었기에 마냥 김훈을 떠올리긴 무리가 있었습니다만. 한편 읽으며 감탄했던 건 사장만 수준 높아도 소설의 격이 이렇게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구나, 랄까요. 자칫하다간 흔해빠진 고전 비극의 조선 버전이 될 것이, 어쨌건 읽는 것만으로 직관적인 즐거움을 전해주더군요

성석제 취향이시면, 본문에도 나와 있는데, 하일지 누나 한 번 읽어보세요. 그 흔한 사투리 없이도 지방색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보면서 배꼽을 잡으실 겁니다. 허삼관 매혈기보다 잘 썼어요. 음, 뭐 본문에서 지시한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만
마스터충달
14/10/13 16:20
수정 아이콘
김훈.. 사기네요;;
드라고나
14/10/13 14:40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잘 정리된 글에는 반응 적고 대강 쓴 글에는 엉뚱한 반응만 가득한 상황이란 참 아이고 싶습니다
14/10/13 14:58
수정 아이콘
하하하; 무슨 말씀인가 싶었답니다
SugarRay
14/10/13 15:52
수정 아이콘
아 좋습니다. 박상륭 글을 여기서 보게 되다니 좋네요. 개인적으로는 죽음의 한 연구에서 품배 품배 가 들어가는 노래가 나중에 자진모리 장단 휘모리에서 다시 등장할 때 가, 가버렷... 했답니다. 이후에 촛불승 까지는 어떻게 잘 버티었는데요. 씨름부터는 조금 불만이 많았네요. 막판에 너무 급했다는 대 동감합니다.

이문열은 개인적으로 냉소적인 태도를 너무 좋아하는 편이라 저도 저 넷 중에선 제일 좋아하는 작가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14/10/13 19:04
수정 아이콘
읽다 만 책을 찾게 하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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