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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13 16:00:51
Name 놓치고나니사랑
Subject [일반] [연애] 잘못을 저지르고 2년 반 그리고 난 반년이 늦었다. -3-
안녕하세요 일본에 살고 있는 놓치고나니사랑 이라고 합니다. 이건 제가 최근에 저지른 가장 찌질한 행동과 잘못들을 잊지 않고자 남기는 제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제목에 -끝- 이라고 적었었는데, 기필코 이번 글로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는데... 평소 내용의 두 배를 썼는데도 결국 끝내지 못했습니다. 이상하게 내용이 길어져버리고 말았네요. 정말로 다음 글에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피지알을 저의 개인사로 인해 일기장처럼 쓰는 것 같아서 혹시나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미리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반말체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리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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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통화 음이 계속 갑니다..

뚜...뚜...뚜...

'아...이제는 정말 끝이구나....'

그녀가 전화를 피한다는걸 확신한 후 전 확실히 느꼈습니다. 이걸로 끝이겠구나... 이제 더 이상 연락은 해선 안되는거구나 하는 그런 느낌, 그게 왔어요. 그렇다고 그 당시에 막 힘들거나 그런건 아니었죠. 귀국 하기 전 대학교 시절 가장 친한 동생의 집들이에 가서는

"야 형 이제 완전히 은혜에게 까였나보다... 은혜가 이제 전화도 안 받아 크크큭"

"아~ 형 뭐야 아직도 연락했었어? 진짜 쓰레기네 이 형 크큭 자 한 잔 하고 이제 털어버려... 그리고 결혼식에 안 낸 축의금은 지금 받도록 하지 에헴 ~ "

형이 차였다는 것 보다 축의금이 중요하다고 말 하는 동생을 둬서일까 가볍게 그 씁쓸함은 가슴에 자알 뭍어두고 전 열심히 술을 마셨습니다. 약간이라도 기분이 다운 되면 우울함이 덮칠까, 전 열심히 잘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입에 털어냈죠.

"소주에 물 탔냐? 뭐 이리 안 써? 더 가져와바 "

"이 형이 드디어 일본 방사능 한 이 년 맞더니 혀가 맛이 가버렸구나 이리와 나의 토종 막걸리 맛을 봐라"

부어라 죽어라 신나게 들이키고 전 제 삶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별거 없었어요 그냥 그렇게 돌아오고 나서 머리 속으로 확실히 '끝'이라는 단어가 각인 됐었거든요.

'애인이었던 사이에 오빠 동생이 어딨냐 오빠 동생이'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리무진 버스에서 전 이 말을 속으로 뱉으며 씁쓸하게 웃었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와서는 새로운 일에 리더가 되서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바빴고. 팀에 멤버들도 교체 되면서 교육도 하면서 딴 생각 할 여유는 그렇게 많지 않은 생활 속에서 다시 전 적응해 나갔습니다. 주말에는 동호회 축구 팀 뛰면서 대회도 나가고 평일 주말을 쉴 새 없이 달렸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자는 없이...-안 생겨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맞이합니다. 찌질함이 폭발하는 9월달.

유학시절에 알던 친구를 만났어요. 큐슈 지방에 사는 앤데 동생 만나러 잠시 도쿄로 온다고 하더라구요. 시간을 그렇게 여유롭게 잡지 않아서 공항에서 보기로 했죠. 약속한 날이 오고 하네다 공항으로 나갔죠. 4년 만에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친구, 가볍게 밥을 먹고 공항 2 층 커피숖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것저것 얘기를 나눴습니다.

"놓치고나니사랑군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 아 !한국 나이로 이제 몇 살이야?
"어허 이몸의 나이를 묻다니 실례라고.. 그래도 뭐... 음 30.....인가?"
"30?! 아저씨구나...! 벌써 !"
"아저씨라니!"
"아 아 미안 미안 그래도 뭐 겉모습은 전혀 안 달라졌는데 뭘~ 나이 더 먹어도 아마도 안 변할 것 같아."
"땡큐"
"근데 말야... 혹시 무슨 일 있어?"
"왜 ? 별일 없는데 ?"
"아니 그냥 얼굴이 별로 안 좋아보여서... 딱히 달라진건 없는데 그냥 좀 행복해 보이질 않아서 고민 같은거 있어 보인다?"
"음 그래 ? 서른에 오는 사춘긴가 ? 별 일 없는데... 그냥 여자가 없다는 거 정도?"
"그거였군!"
"그거지! 하하하"

들을 때 별 생각 없었죠. 그냥 시시껄렁한 농담하면서 비행기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친구를 보내고 나서부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더군요. 전철을 타려고 전철역 쪽으로 걸어가면서 보이는 편의점 벽 유리에 제 모습이 비치길래 잠시 봐 봤죠. 그냥 뭐 축구로 까맣게 탄 피부의 한국 사람이 한 명 보이는데 그냥 눈밑에 다크서클로 인해 그 쪽이 좀 더 그늘져 보이는 정도?

'뭐가 고민 있어보인다는거야?' '여자문제야 뭐 다음 주면 미팅도 있고 뭐... 딱히 문제 없어 보이는데...'

제 모습은 괜찮아 보였어요 별 문제 없었죠. 마음이 계속 뒤숭숭 한 것만 빼고는... 그리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는데 벽쪽에 걸어놓은 곰돌이 인형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아 은혜에게 받은거...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아직도 걸어놨었구나...'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 침대 머리맡에 쓰러져 있는 액자. 일으켜 세워 보니 은혜랑 같이 찍은 커플 액자.

'뭐지? 이것도 안 치웠나...?'

그리고 방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이상하더군요. 조그마한 책장에는 같이 여행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이 들어있는 앨범이 고스란히 놓여있고. 그 밑에는 저 해외 간다고 하루에 하나씩 쓴 50통이 넘는 편지들이 처음 받은 포장지에 그대로 들어가 있었어요. 서랍에는 다치지 말라고 챙겨줬던 약 들이랑 하트무늬의 밴드들.. 그 중에 하나는 축구하다가 까인 제 무릎에 붙어 있었죠.

끝이라고 머리 속으로 생각했었고 이제는 다시 연락 할 일 없다는걸 알고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 했었는데 전 제 방에 그녀의 물건들을 이년 반 동안 아무런 거리낌없이 놓아두고 쓰고 있었어요. 그 때 가슴에 뭔가 울컥하고 올라오더니 견딜 수가 없더군요. 일요일, 저녁 7시가 넘어가는 시간 이미 밖은 어두워 졌는데 전 갑자기 너무나 심난한 기분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집 앞 공원을 산책하다 벤치에 앉아 마음을 추스렸죠.

'쓸데없는 생각하지말자. 일단 내일 저것들 다 갖다 버리자 내일 버리자'

월요일이 되고 일이 시작되고,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 스위치 온 곰돌이인형,액자, 앨범, 편지지 '갖다 버리자!' 매일 편의점에서 물 사면서 하나씩 모아놓은 하얀색 비닐 봉투를 들었습니다. 다 버리려고요. 편지지부터 버리려고 손에 들었는데. 보이는 문구 'part1' 예전에 한 번 읽었는데도 순서대로 잘 정리 돼 있는 편지지들. '혈액형별 성격은 안 믿지만 이럴 때 보면 A형은 정말 꼼꼼한 사람일지도...' 라는 생각이 들어서 피식 웃었네요.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part1을 읽기 시작 했습니다.
"안녕 오빠?"로 시작되는 문구... 그리고 전 한시간동안 part1부터 50통의 편지지들을 읽어내려 갑니다. 한 자 한 자 아주 꼼꼼히 세심하게 읽죠. 담배를 피지 않는데 그 때 만큼은 정말 아... 사람들이 이럴 때 담배를 피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문제는 다 읽고 나니까 못 버리겠어요 편지지를 진짜... 마음은 싱숭생숭 해지고 가슴은 더 답답해지고 일단은 내려놓고 다시 공원에 나가서 런닝을 뛰었죠. 한 바퀴 뛰고 벤치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봤습니다. 친구목록 "X은혜"

'그래 이것부터 끊어야 해...'

메시지 버튼을 누르고 글을 보냅니다.

"은혜야 오랜만이야 다름이 아니고 이제 페북 친구 끊을려고 이제 미안해서 연락도 잘 못하겠고 페북에 너 사진 올라오는거 보는 것도 뭔가 기분 이상하고 그래 그래도 고마워 가끔 너 생각하면서 많이 웃고 그런다 고마웠고 평생 못 잊을거야 잘 지내고 행복해"

메세지를 보내고 바로 친구 끊고 달 보면서 생각했죠.

"잘했어! 멋있었어!"

혼자 흐뭇해 하면서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컴퓨터를 켰죠. 게임이나 할 생각으로

"띠링"

그녀에게 답장이 왔어요.

"고마워 오빠... 오빠도 내게 너무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었어. 좋은 사람 만나고 행복하고 건강 잘 챙겨.. 잘 지내 오빠"

읽었어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네요... 그 전 메세지를 확인하니 6개월 전, 6개월 만에 보는 그녀의 메세지, 괜찮지 않았어요. 와르르 뭔가 무너지는걸 느꼈어요. 눈물이 멈추질 않았죠. 샤워하고 나와서 물기는 다 닦았는데 아직도 얼굴쪽은 다 닦질 못했나봐요. 혼신을 다해 답장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참았죠. 이걸로 끝인데 왜 그래 하면서 참았어요 마지막 메세지를 한 10번 정도 읽고 나서 그 밑에 조그마하게 나오는 문구가 눈에 보였습니다.

'既読' from South Korea XXX Gu 눈에 보이는 문구 "South Korea" 그거만 보였습니다. 머리 속은 혼란 스러웠고 전 그 날 독한 술을 사와서 마시고 억지로 잠에 듭니다.

다음 날 웃음기 없는 얼굴로 회사에 출근해서는 전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답니다."

몇 일 뒤 제주도 여행 간다고 즐겁게 페북에 글 올리신 아버지를 전 당장 오늘 내일 하는 분으로 만들었어요.
그 말을 시작으로 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모든 인수인계를 해놓고 일주일 짜리 휴가를 던져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미친놈처럼 그러고 있었습니다. 웃음은 나오질 않고 머리속에 드는 건 단 하나 "South Korea" 하나 였어요. 그 날 하루 담당자 두 분에게 연락을 해서 제 대타를 구하고 제 부사수에게 할 일을 알려주면서 "현장 발생해서 서류 처리 할 일 있으면 그냥 다 놔 둬 다음 주 내가 돌아와서 할 테니까" 라는 말만 던지고 전 당장 이번 주 토요일 부터 일주일 휴가를 받습니다. 토요일 담당 일은 제 대타에게 던져버리고...

집에 돌아오니 멍...하더군요... 나 뭐한거지? 그러면서 전 아시아나 대한항공 ANA HIS를 검색하며 비행기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뭐하냐 나' - 예약 완료. 인천 아시안 게임이랑 겹쳐서 그런지 티켓이 없더군요. 겨우겨우 구한 티켓은 일요일 아침 4시 50분 출발.
비행기까지 끊고 멍해졌습니다. 그리고 친구를 끊은 그녀의 마지막 메세지를 페북 메신저로 다시 봤어요. 2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나간적 없는 메세지함... 손가락으로 위로 주욱 주욱 슬라이드로 긁으니 끝도 없이 올라가는 메세지들 외국인 남자 친구 일, 디즈니 랜드 온다는 말, 생일 잊어버린 척 언제지 ? 하면서 괜히 말 건 일, 0시0분의 생일 축하 메세지...

"오빠 같은 사람 또 만날 수 있을까..."

완전히 터져버린 마음 그대로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어요. 진짜 세상에서 가장 찌질한 사람이 보낼 수 있는 문구들 술 한 방울도 안 마시고도 사람이 이렇게 보낼 수 있을까 싶은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요약하자면 있자나요 어제 보낸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한 번만 기회를 다시 달라는 거고 난 지금 절대 술 안 마셨고 완전 제 정신으로 보내는 거고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면서 수 없이 오타를 낸 걸 보면 제 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너무 많은 잘 못 들을 한 것 같은데 제발 용서해 주고 한 번만 만나달라... 이런 내용들이었죠.
보내고 나서 답장이 안와요. 어제 보낸 마지막이다 페북 친구를 끊자 라는 말에는 15분만에 답장이 왔는데 이 번에는 30분이 지나도 읽었다는 체크도 안 떠요. 계속 핸드폰을 체크하다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드라마를 봤어요. 장나라-제가 10년째 팬이거든요- 나오는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조금만 슬픈 장면이 나와도 울컥 하는걸 몇 번을 억누르면서 한 세 편 정도를 연달아 보니 제 스마트폰이 울리더군요.

"띠링"

"으음... 오빠 오빠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난 솔직히 오빠를 만나고 싶지 않아 우리는 이미 예전에 끝난 사이고 난 지금 행복해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지금 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미안해 오빠 오빠도 꼭 행복해지길 바랄게"

예전에 "나 유학갈거야" 라는 말 이상의 충격을 느꼈죠. 전 한 번 더 만나달라고 찌질함이 폭발하는 장문의 문자를 보냈지만 이러지 말자는 답 만 옵니다. 이럴수록 진짜 보기 싫다는 말은 덤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아는 동생들에게 전화를해서 물어봤어요. 형과 누나에게도 전화해서 이 상황을 설명하죠. 모두들 말렸어요 대답은 하나같이 같았죠

"끝난거 미련 갖지 말고 네 생활이나 충실해라"

저도 머리로는 알죠. 이미 이 년 반이나 지난 일인데... 이래봤자 소용 없다는거 아는데도 얼굴 한 번이 너무 보고 싶은 거에요. 그냥 요즘 좀 외로워서 예전 여자친구가 보고 싶은건가 그래서 그런건가? 오늘 하루 지나면 그냥 아무렇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하루에도 한시간 아니 일분에도 몇 번을 오락가락 했는지. 다음 날이 되고 눈을 뜨고 나서 절 바라봤는데 어제보다 더 그녀가 보고 싶어졌어요. 아침 6시에 눈이 떠져 일어나자마자 어제 제가 보낸 메세지들을 확인했습니다.

'분명히 술 한 방울 안 먹었는데...'

제가 보낸 메세지들은 그 어느 술취한 인간이 보낸 메세지들보다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만큼 저만 생각한 말들로 가득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만나달라 모든걸 설명하겠다. 절대 널 어떻게 하려는게 아니다. 얼굴 한 번만 보고 싶어서 그런다. 뭐 대충 이런 메세지들이 꽉 차 있었어요. 소름이 돋더군요. 아 나라도 이건 안 만나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어두운데 오래 있으면 우울해 진다는게 이런 건가봐요. 세수를 하고 아침7시에 내리쬐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이번에는 정말 차분하게 장문의 글을 썼습니다.

"어제 내가 보낸 메세지들을 차분하게 다시 읽어봤어. 정말 나만 생각한 글들로 가득했고 네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글들 지금 보니 너무 부끄럽다. 난 이번에도 또 나만 생각하면서 너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미안해...." 로 시작한 차분한 글을 보냈죠. 마지막에는 정말이지 조심스럽게 지금 내 생각들을 너에게 글이 아닌 말로서 전달하고 싶다 혹시나 네가 괜찮다면 전화 한 통화 만이라도 해주면 안되겠냐는 말을 정말 조심스럽게 진심을 담아 써서 보냈어요. 그리고 그 날은 어제의 제 행동을 반성하는 의미에서라도 그녀에게 더 이상 메세지는 보내지 않았어요. 하루가 지나고 저녁즈음에 답장이 왔습니다.

"일요일날 통화하자"

엄청나게 긴 장문의 답이 단 10글자도 되지 않았지만 너무 기뻤죠. 뭐가 된 것도 아닌데 지금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래도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기뻤어요.

"알았어 고마워 그럼 내가 일요일날 이걸로 연락할께"

그 메세지를 마지막으로 전 한국행 비행기를 탑니다. 만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으면서.
비행기 티켓 시간이 시간인지라 차가 없고 전철은 아침 5시 반에서야 움직이니 3시정도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 저로서는 그냥 전날 미리 공항에 가서 자는 방법을 택했죠.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 9시에 전 대한민국 서울역에 있었습니다. 급하게 나와서 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은 전 서울역 환전소 옆에 있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콘센트 있는 자리를 잡고 충전을 하며 그녀의 연락을 죽치고 기다렸죠. 일요일 몇 시에 연락을 줄지 묻지도 듣지도 못했기에 언제쯤 연락을 해야 하는지 너무 고민됐어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 먼저 연락을 해버렸죠.

"은혜야 언제쯤 연락 줄 수 있어?"

몇 분 뒤 답장이 왔어요.

"난 지금 괜찮아 지금 연락해"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페북 메신져는 친구를 끊으면 메신져로는 전화 통화가 되질 않아요...

"은혜야 친구 끊겨서 이걸로 통화가 안돼.. 흐흐 따른거 없어? 카톡이나 라인이나 뭐 그런거"

혹시나 그녀의 기분이 상할까 전 웃고 있지도 않으면서 웃는 척 메세지를 보냈어요 그랬더니

"오빠 나 지금 장난칠 기분 아냐 이럴거면 그냥 메세지로만 해..."

이 말에 전 진짜 당황했죠.

"아니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냥 어색할까봐 웃음 넣은건데.. 미안해 정말 통화로 하자 목소리로 하자 응?"

"그럼 라인으로 해...."

"아이디 알려줄래?"

"xxxxx08XX이야"

전 바로 등록 하고 바로 전화를 겁니다.

"여보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아침이어서 그런건지 이제 막 일어나서 그런건지 뭔가 막혀있었어요. 잠겨 있었다고 해야 하나? 혹시나 제 생각에 우울해서 눈물을 흘려서 목소리가 막혀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혹시 그런거라면 나에게 어떤 작은 기회가 있을가 싶은 생각도 들고 해서 헛된 희망도 갖게 되더군요. 짧은 순간에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죠.

"어..나야 잘 지냈어? 진짜 오랜만이야 통화하는거 목소리 듣는거..."

"응...오랜만이네 말해...하고 싶은 말..."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전

"은혜야 오빠가 있잖아... 진짜 너에게 너무 미안해... 너무 못된 짓을 많이 한 것 같고 상처를 너무 많이 준 것 같아"

"다 지난 일인데 뭘... 나 이제 괜찮고 잘 지내는데 뭘.."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아 그리고 내가 몇 일 전에 보냈던 메세지들 진짜... 야 내가 보는데도 무섭더라 스토커가 이런건가 싶더라니까?"

"진짜 나도 그건 조금 무서웠어... 오빠가 그 다음에 차분하게 메세지 안 보냈으면 진짜 차단하고 전화도 안했을거야..."

"진짜 야. 아~ 스토커가 이렇게 해서 생기는거구나 하면서 나도 생각했다니까 술 안 마시길 잘했지? 혹시 만약 내가 한국 살았으면 가서 칼부림 했을까? 안 만나주면 죽~여~버릴꺼야아아암 하면서 말야 "

"에이 오빠가? 그런 인간 아니자나 완전 쿨남이면서 나 찰 때도 그렇게 냉정한 사람이었자나 눈물 한 방울 안 보이고 크크크 그리고 또 그렇게 한다 해도 내가 가만히 당할 사람이야 ? 크큭 "

긴장하면서 어색하게 시작한 대화는 통화한지 5분도 안 지나서 부드러워졌어요. 그리고 이런 저런 얘기 하다 보니 어느덧 핸드폰에 대고 있던 제 볼이 뜨거워 지더군요. 아메리카노는 이미 다 마셨고 주인 아주머니는 아침부터 여행 캐비넷들고 커피 하나 시켜서 손님 하나 없는 카페 구석탱이에 한시간 넘게 심각했다 웃었다 통화하는 제가 재밌었는지 힐끔 힐끔 보시더군요. 그리고 전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냅니다.

"은혜야 저기 있자나..."

"응 뭔데?"

"나 한국이다..."

"뭐?"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미안한데... 얼굴 한 번만 보면 안될까...? 너 지금 사랑하는 사람있고 굉장히 실례라는 것도 아는데 진짜 딱 한번만 얼굴 보고 싶어서 그래 그 있자나 내가 잠깐 외로워서 옛 여자친구를 찾는건지 아니면 진짜 너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이러는건지 너 한 번만 딱 보면 바로 알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오빠... 나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진짜 난 오빠 얼굴 보고 싶지 않아... 이러지 마..."

힘들게 꺼낸 얼굴 보자는 제 말에 다시 한 번 급속도로 분위기는 무거워져 갔어요. 뭔가 그녀가 힘들어 하는게 느
껴졌었거든요.

"아 그러면 나 한국번호 이거 갖고 있거든? 010-XXXX-XXXX 이니까 오늘 하루 잘 생각해 보고 연락 줘. 응? 꼭 연락줘"

".......알았어 생각해보고 연락할께"

그리고 전 그제서야 집에 연락을 합니다. 갑작스럽게 한국 들어온 소식에 부모님은 걱정하셨지만 고민이 있어 쉬고 싶어서 들어왔다는 말에 부모님은 별 말 안하셨죠.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며 전 결혼한 대학 동생놈과 함께 충청도 지역에서 술을 마시며 기다렸어요. 통화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고 아니 오히려 분위기가 좋았기에 한 번 정도는 만나 줄 것 같았어요. 제 이야기를 동생 녀석과 하며 신나게 그 날은 술을 마셨죠. 그리고 저녁 8 시경 기대했던 전화보다는 페이스북 메신져로 그녀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오빠 내 연락 기다리지마 아무리 생각해도 난 오빠 못 만나겠어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무 미안하고 안될 것 같아. 조심히 잘 쉬다가 들어가 건강하고"

'그렇지... 이런 애였지 한 번 사랑하면 확 빠져서 바보같이 그 사람만 보는 녀석...'

술이 확 깨는 느낌. 그 날 결국 전 잠을 못 잤어요.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그녀가 있는 지역으로 버스를 타고 갔어요. 3시간은 금새 지나가더군요.

'어떻게 해야 하지...'

답이 안 나오더군요. 만나지 않겠다는 그녀를 볼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겠더군요.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그거 있죠. '집 앞에서 기다리기' 제 평생 이런 짓까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여행 가방을 든 채로 전 두 번 정도 데려다 준 적이 있는 그녀의 집 앞을 택시를 타고 기억을 더듬어 갑니다.
일단 오기는 왔는데 무엇보다 그녀가 여기에 사는지도 확실하지 않았어요. 3년이나 지났으니 그 사이에 이사를 갔었을 수도 있었죠. 그래도 일단은 그 곳 밖에 아는 데가 없었기에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어제의 통화로 그녀는 졸업 후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대략 출근은 11시 전 후 라고 예상할 수 있었어요. 원래 계획 대로라면 10 시 정도에는 도착 할 수 있었는데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택시를 타고 해맨 결과 11시 조금 넘어서야 그녀의 집으로 예상 되는 곳에 도착 할 수 있었죠. 어쩌면 일하러 나가는 그녀를 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에 전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집 앞에서 와이파이가 잡히더군요. 어제 대화를 한 라인으로 통화를 하려고 라인을 눌렀는데, 그녀의 아이디가 없었어요. 메세지 함을 보니 없는 유져... 아이디를 다시 검색하니 나오질 않더군요.

'뭐지? 날 차단한건가' '탈퇴한건가'

라인 아이디 검색을 10번 이상하면 한동안 검색이 막히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아... 애가 날 정말 보기 싫어하는구나 그래서 차단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펐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얼굴을 안 보고 가면 평생 후회가 될 것 같아. 마음을 다 잡았죠.

'얼굴만 딱 보고 가자. 술 같은거 절대 마시지 말고 맨 정신으로 정말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보고 싶은건지 확인만 딱 하고 가자...'

혼자서 다짐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페북 메신져로 메세지를 보냅니다.

"은혜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얼굴 한 번만 보여줘 예전에 너희 집 앞이야... 답장 기다릴께..."

그리고 나서 기다리기 시작했어요. 한 삼십분 쯤 기다리다가 어떤 용달차(?)가 그녀의 집 앞에서 섰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내리셨는데 그녀의 집 일층으로 들어가시더군요. 뭔가 집 주인분 같아보였어요. 가방을 들고 멍하니 골목에 앉아있는 절 한 번 훑고 들어가시더군요. 그러더니 한 30분 쯤 지나서 다시 나오셨는데. 아 이 분이라면 확인이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말을 걸었죠.

"저기 실례좀 할께요..."

"응?...뭐유?"

"저기 여기 이층에... 딸 하나 아들 하나 사는 가족 있자나요... 아직도 사나요?"

"누구요?"

"아 저...아는 오빤데요 잠시 인사드리러 왔는데 아무도 없어서..."

"아 아들은 군대 갔고 낮에는 사람 읍어. 지금은 다 일나가고 없을껄?"

"아...예 감사합니다."

그녀가 아직 여기 사는구나.... 기다리면 되겠다. 조금만 기다리면 얼굴을 볼 수 있다. 이런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시간은 이미 12시 일 나갔다고 하니 당분간은 돌아오질 않겠죠. 잠깐 생각했죠 '피시방을 갈까? 밥이나 먹고 올까?' 그런데 갑자기 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거 있자나요 정말로 간절히 원하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도와준다 뭐 그런 미신? 그냥 가만히 멍하니 기다리는 것 보다 피시방에서 게임하면서 카페에서 밥 먹으면서 편하게 기다리는 것보다 최선을 다해서 기다리게 되면 혹시나 만나주지 않을까 어떤 무언가가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막연한 기대? 그런 생각이 든거죠. 그래서 전 가방을 끌고 근처 다이소에 가서 공책을 하나 샀습니다. 볼펜도요 그리고 그녀의 집 앞 바로 앞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어떤 마음으로 왔는지 내가 어떤 후회를 하고 있는지 상처 줬었던 일들과 그 때의 난 어떤 기분으로 어떤 생각으로 그런 행동들을 했는지 등 등 지금 드는 모든 생각들을 하나하나 적기 시작했습니다. 물을 마시면 화장실을 가고 싶어질까봐 물도 마시지 않았어요. 그 잠시 자리를 뜬 틈에 혹시나 그녀가 잊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집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공원에서 그녀의 집은 불과 10여미터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목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전 글을 쓰기 시작했죠.

배터리 충전도 못하는 곳이었기에 전 모든걸 다 꺼놓고 한시간에 한 번씩 켜서 확인만 했어요. 한 시간 뒤에 켜서 확인을 하니 제 메세지를 읽었네요. 답장은 없었어요. 한 시간 정도 글을 쓰면서 고개를 드니 어떤 남자가 제 벤치 반대편 끝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30분 쯤 지날 무렵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혹시...이 남자가 현재 은혜의 남자친구인가?'

그녀는 내 메세지는 확인을 했고 내가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걸 알았고 답장은 없다. 그녀는 날 만나고 싶어 하지 않고 이런 생각들을 남자친구에게 말했으면 걱정된 남자친구는 날 설득하거나 돌려 보내기 위해, 그녀를 위해 이렇게 내가 기다릴 것으로 예상되는 그녀의 집 앞에 온 건 아닐까? 혼자 머리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기다리면서 그대로 공책에 다 적어나갔죠. 어떡한다. 신나게 맞아서 동정 유발? 아니면 강하게 패고 내가 더 쎄니 나에게 와라 음하하하? 만화같은 상상? 별 거지같은 생각들을 다 했던 것 같아요. 뭐 맞는 것도 무섭지 않았고 신고 당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질 거라는 생각도 안 들었죠. 아니 그냥 맞아서 죽어도 별 생각 안들었을 것 같았어요 그 때는 마음 속은 그냥 단 하나의 후회도 남기고 싶지 않아서 온 거기에 현재의 남자친구가 와서 말린다고 해도 멈출 생각은 없었거든요. 헤꼬지 하려고 하는게 아닌 정말 얼굴 단 한 번만 보면 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생각 뿐이었어요.

그렇게 다시 10분이 지나고 나서 전 답답해서 직접 가서 확인했습니다.

"저기, 실례합니다 저기 혹시 은혜 남자친구분 되세요?"

"예!? 아닌데요?"

"아... 실례했습니다."

뭔가 웃겨서 웃음이 나왔어요. 저 남자는 얼마나 당황했을까 그냥 공원에 앉아서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는데 어떤 큰 가방 든 인간이 다가와서는 누구 남자친구 아니냐고 질문을 하고 있으니... 이 이야기도 기다리면서 쓴 공책에 다 적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여름이라서 그런가 공원에 군대표 아디다스 모기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한 40마리는 잡았던 것 같군요.
한 4시간 정도 지나고 나니 뜨거운 햇살이 점 점 수그러 들기 시작하더군요. 아디다스 모기 퇴치를 어느정도 끝내고 다시 그녀의 집 문 앞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쓰고있는 공책은 어느덧 10페이지가 넘어가고 날은 슬 슬 어두워 지기 시작했죠.
되도록이면 밝을 떄 보고 싶었어요. 괜히 감성적으로 변하는 밤보다는 이성적으로 볼 수 있는 낮에 보고 싶었죠. 정말 그냥 잠깐의 마음으로 보고 싶은건지 아니면 정말 이 여자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그래서 이렇게 온 건지 너무나도 확인하고 싶었고 그 중요한 판단에 감성이 방해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못 내리게 될 까봐 전 낮에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저녁 8시가 되도록 오질 않더군요. 제가 기다리고 있다는걸 알기 때문이었을까요?

골목에서 기다리다 보니 그녀가 사는 골목은 굉장히 위험해 보였어요. 술 취한 어른들도 한 두 분 돌아다니고 날라리 같은 중 고등학생에 대학생처럼 보이는 동거 커플이 수위높은 복장으로 골목을 돌아다니더군요. 좋은 모습들도 많았어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부부 분들이 손을  꼭 잡고 제가 기다리던 공원으로 산책 나오시는 모습. 다섯살이 채 안되보이는 꼬맹이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겠다고 슈퍼로 데리고 나가시는 할머니. 파지를 줍던 어르신들 8시간동안 봤던 다양한 모습들이 재밌더군요. 이 이야기도 모두 공책에 적었습니다. 저녁 8시쯤 이미 골목은 어두워져서 가로수 등 만이 골목을 비추고 있었어요.

그 때 였어요 멀리서 모자를 쓰신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걸어오시는데 뭔가 얼굴이 낯이 익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였어요. 사귀는 기간동안 한 번도 인사드린적은 없었지만 사진으로 몇 번 봤거든요 그래서 제가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분이 다가오고 계셨어요.

'어떻게 해야되지?' '인사 드려야 하나? 멘트는 뭐라고 쳐 ? 안녕하세요 은혜 전.남자친구입니다 어머니 하하하'
'미쳤냐? 아 어떻게 해야 되지' 별 생각이 다 들고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제 엉덩이는 들썩 들썩 했죠.-엉덩이 들고 바운스!- 그녀의 어머니는 쓱 하고 절 한 번 보시고는 대수롭지 않게 문을 열고 집인 2층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제 엉덩이는 몇 번을 들썩이기만 한 채 이내 다시 차가운 계단에 붙었죠.

'잘했어, 이 상황에서 인사하는게 오히려 더 이상한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글을, 공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엉덩이를 들썩였어....라는 글 귀를 쓰는 순간에 갑자기 그녀의 어머니가 2층 문을 열고 다시 한 번 나오셨어요.

'뭐지?'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신 뒤 가볍게 나오셔서는 난간을 잡고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시더라구요.

'체조 하시려고 나오신건가?'

그러시고는 이내 다시 집으로 들어가셨습니다. '흐음 두 번이나 나오신 걸 보면 뭔가 이상한 인연이기도 한 것 같으니 만약 세 번째 나오신다면 염치 불구하고 가벼운 목례로라도 인사 드려야 겠다'라고 생각한 저는 2층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보이는 정면자리로 앉아있는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는 벽에 기대어 다시 공책을 써내려갔죠.

끼익...

현관문이 한 번 더 열렸어요. 그녀의 어머니가 다시 나오시더군요. 이왕 이렇게 된거 인사나 드려야겠다 싶어서 자세를 고쳐 잡고 목례를 하려고 위쪽을 쳐다봤죠. 그리고 목례...어? 어머니가 계단을 내려오시는겁니다. 뭐지? 근처 슈퍼 가시나 ? 생각하며 저도 숙이던 머리를 어머니의 움직임에 따라 옆으로 돌렸어요. 계단을 다 내려오신 어머니는 이내 제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셨죠.

'뭐지? 뭐야 이거? 왜 내 쪽으로...? 응 ? 나 이상한 사람이라고 의심해서 쫓아내려고 하시는건가'

사람은 당황하면 짧은 순간에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이렇게 생각들이 채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저를 향해

"저기 혹시... 일본에서 온 놓치고나니사랑군? "

나이 서른에 성 뒤에 '군'이라는 호칭으로 불려본건 일본인 제외하고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일본에서 살아서 일본 스타일로 불러주신건가? 아니 그보다 날 어떻게 아시는거지 ? 인사 한 번 드린 적 없었는데...

"예!? 아...저 예...예???"

전 제가 생각해도 이상한 말들이 제 입을 통해서 나왔죠. 거의 어버버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까지 찾아오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고 계속 기다리면서 수백 수천가지 상황을 생각했었는데...-현 남자친구가 나타나면 이렇게 하자!까지 생각하고 시뮬레이션을 몇 번 돌리기도 했죠-
그런데 사진으로만 뵌 그녀의 어머니가 절 아는체 해서 말을 걸 거다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죠.

"맞구나! 아유~ 왜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어 들어와요. 응? 밥은? 짐은 또 뭐야? 집에는 갔어?"

"아니요 저... 밥은 괜찮습니다. 짐은 제 짐이구요 집에는 아직 안 갔어요."

당황하니까 물어오는 질문에 곧이 곧대로 대답을 하게 되는 저. 사람이 당황하면 이렇게 되는 겁니다.

"아이고 남의집 귀한 자식을 길바닥에 기다리게 할 수는 없고 들어와요 들어와 내가 라면이라도 끓여줄게.."

"아니 저...어머니 진짜 저 괜찮은데..."

"아이 내가 안 괜찮다니까 어서 들어와요"

전 그렇게 반 강제로 사귀던 시절에도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그녀의 집에 들어가고 그녀의 어머니와 마주 앉아 그녀의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라면을 눈 앞에 두게 됐습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는데 배는 고프지 않았어요. 뭔가 제 뇌는 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계산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전 굉장히 냉정하고 침착하게 있을 수 있었어요. 얼마나 냉정하고 침착했는지 어머니가 끓이시는 라면에 물 조절이 실패 한 것도 정확하게 눈으로 보면서 판단 할 수 있었어요. 내주신 라면은 역시나 맛이 없었고요. 물이 넘치는 라면 면을 열심히 먹으면서도 뇌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내가 음식을 잘 못해요 우리 딸이 자주 얘기해서 알텐데 아시죠?"

"아 네 어머니 전 괜찮습니다. 은혜도 못하는걸요 하하하하"

전 아무생각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생각하는걸 포기 해 버렸거든요. 될대로 되라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녀가 밝고 유쾌하고 착했던건 그녀의 어머니를 닮아서 였던 것 같았습니다. 정말 좋으신 분이더라구요. 요리는 못하셨지만. 넘치는 물에 불어버린 라면의 모든 면을 전 열심히 다 먹었습니다. 하루종일 넣은게 없었기에 먹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커피? 차? 어느쪽을 마시는지 모르겠네.."

"아 전 커피 좋아해요, 싸구려 자판기 커피를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놈이죠 제가 하하하"

어른들과 대화하는걸 좋아하는 저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하리만치 부담스럽지도 않고 마음이 편했어요. 생전 처음 뵙는 분과 이렇게 편안히 말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직 하나 걸리는게 있다면 계속 말하고 있는 '어머니'라는 호칭을 내가 말해도 되는건가 이거 하나만 계속 마음에 남았었죠.

"아 커피 좋아하는구나 잠시만 있어봐요 내가 좋은게 하나 있는데 어딨더라..."

하면서 냉장고를 뒤지시더니 그녀의 어머니께서는 프리미엄 더치커피를 꺼내오셨어요. 원액으로다가...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 그 뜨거운 물에 원액을 섞어서 마시니 세상에... 상황이 그래서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먹었던 세상 모든 커피 중에서 제일 맛있는 맛이 나더군요. 아무것도 넣지 않은 그저 커피 원액에 뜨거운 물만 섞은 더치 커피인데... 세상 최고의 맛이 났습니다. 커피를 마시니 마음이 싹 내려가고 피로도 없어지고 생각하는걸 관둔 제 뇌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이 상황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거 그냥 즐기자 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어머니와 전 수다를 떨기 시작했죠. 한 시간 정도 이런 저런 얘기를 했어요. 당연히 주제는 거의 다가 그녀의 얘기였죠. 얼마 전부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 졸업하고 나서 논다. 취직을 힘들어 하더라. 등 등 그 중에 마음에 남는 얘기들이 몇 개 있었네요.

"우리 은혜가... 놓치고나니사랑군을 많이 좋아한거 알지요?"

"아...예... 죄송합니다 어머니..."

"아니 죄송할거야... 그냥 많이 힘들어했어요 2년 전에.... 그리고 한국 들어 올 때마다 연락했었죠...?"

"아...예....죄송합니다."

"일년전엔가? 일년 반전엔가 나가서 만나고 오더니 애가 그러더라구요... 엄마 나 이제 조금씩 괜찮아 지는것 같아라고..."

전.여자친구라는 발언을 했던 때구나....그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하고 있었죠.

"놓치고나니사랑군 올해 나이가...몇 살이지요?"

"아 예 서른입니다."

"서른인데 이렇게 여기까지 와서 무슨 고생이야...아이구...우리 애가 아직 어려서 속이 없어요.... 우리 애가 속이 없어... 그래도 그 나이에 이렇게까지 온 거 보면 뭔가 생각이 있어서 온 것 같기는 한데... 얼굴은 아직 못 봤죠?"

"예"

"그럼 보고 가요. 보고가 뭔가 생각이 있어서 온 것 같은데... 아까 연락 해 보니까 저녁 먹고 들어온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애가 원래는 빨리 오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저녁 먹고 들어온다고... 아 제가 그래서 누가 기다리고 있다고 누군지 아냐고 물어봤었어요 전에 말한 혹시나 그 전 남자친구 오늘 온다고 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긴가민가...해서 몇 번을 나가봤던거구요..."

"아...예...죄송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 많이 놀라셨죠"

"아니 괜찮아요 남의 집 귀한자식 집에도 못 가고 기다리게 해서 오히려 미안하죠. 우리 속 없는 애는 좀 기다리면 들어올거니까 좀 기다렸다가 보고 가요..."

그녀가 많이 힘들어했다. 그 말이 귀에 너무 남았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슨 일이 있어도 보고 가겠다는 제 생각이 무너지기 시작했죠. 뭔가 빨리 그냥 이 집을 나가야겠다.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고 제가 그 집을 나온건 삼십분을 더 지나고 나서 입니다. 왜냐하면 커피가 진짜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거든요.

"어머니 저 커피 한 잔만 더 주시겠어요? 이거 한 잔만 더 마시고 전 일어나겠습니다."

"아니 왜요? 얼굴 보고 가라니까..."

"아마 안 올거에요 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거 알았으니까... 아마 지금 남자친구랑 밥 먹고 있을거에요 만약 온다고 해도 제가 가고 나서야 올거에요 아마..."

"아니 그럼 내가 지금 어디냐고 살짝 물어나 볼까? 놓치고나니사랑군은 이미 갔다고 얘기할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어머니 그냥 커피나 한 잔 더 주세요..."

그렇게 받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의 두번째 잔을  받고 그녀의 어머니와 삼십분간 제 상황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다가 전 집을 나왔습니다. 대문 앞에서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저를 보시던 어머니는 제 손에 들린 공책을 보며 물으시더라구요.

"그 공책.. 아까부터 뭘 적던데... 전해줄 물건이면 제가 전해줄게요..."

"아..."

안 주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평생

"은혜에게 읽고 태워버리라고 전해주세요, 굉장히 실례 많았습니다. 어머님 그리고 커피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아니에요. 언제라도 오면 또 타다 줄께요... 아이고 얼굴보고 가면 좋겠는데...."

"괜찮습니다. 잘 마셨습니다 어머님..."

"조심히 집으로 가요... 어머니에게 불효에요 그거..."

"예.. 효도하러 가야죠."


그녀의 골목을 빠져나가기까지 그녀의 어머니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뒤돌아보지는 않았는데 뭔가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전 택시를 타고 택시기사님의 담배값 이천원 인상에 대한, 박근혜정부를 향한 쌍욕을 들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새벽 늦게 집에 도착해 조용히 집에 들어가 몸을 눕히고 그대로 잠이 들었어요. 너무나도 이상한 경험에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던 밤. 생각하는걸 멈추고 그대로 잠이 들고 아침이 왔죠.

아침이 되서 핸드폰을 키고 와이파이를 연결한 그 순간

"띠링"

"오빠 어디야?"

그녀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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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3 16:19
수정 아이콘
아닐 이걸 여기서 끊으시면 ...!!
스핔스핔
14/10/13 16:21
수정 아이콘
어서빨리 다음편을!! 후딱!!
초식성육식동물
14/10/13 16:24
수정 아이콘
아.. 가슴이 아리네요.
누구나 사랑 한번 하면서 저마다 드라마 한편씩 쓰는거 아닐까 싶어요.
이루지 못해서 안타깝고 자신에 대해 원망도 많으시겠지만, 모쪼록 다른 좋은 분 만나서 다시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진심으로요..
놓치고나니사랑
14/10/13 17:16
수정 아이콘
초식성육식동물 님/// 저도 살면서 제가 드라마를 찍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이 드라마는 시리즈물은 되지 못하고 단 편으로 마무리 된 것 같아서 다행일...까요? ^^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14/10/13 16:36
수정 아이콘
글쓴이님의 문체에서 자조적인 느낌이 있습니다만
추억은 추억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지금은 미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 당시 편지는 글쓴이님이 그냥 옆에 있어도 좋았으니까 그런거고
반대로 글쓴이님도 그분께 좋은 감정을 만들어 준거죠. 한게 없는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반면 사실 그동안의 글을 읽어봤을 때 글쓴이님이 이런 행동을 한 것도
전 여자친구분이 남자가 생겼고, 관계가 끊기게 될 위험에 처하니까 하는 행동 정도로만 보이고요
너무 많은 기회를 스스로 놓치셨는데 그러면 포기하실 줄도 알아야죠.

내가 나쁜 사람은 돼도 되는데 너가 나쁜사람이 돼면 안되는 건 불공평한거죠
물론 모든 사람이 이기적이라 자기 마음이 편한 상태가 제일이니까... 그래서 사랑이 힘든거기도 하지만요...

헤어짐 앞에 좋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다 반대 입장에서는 나쁜x 나쁜x이죠.
그걸 굳이 억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면 더 찌질해지고 꼬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여자다 확신이 드시면 끝까지 이제 오는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행동하세요
어떤 결과라도 후회가 적을거라고 확신합니다 힘내세요~!
놓치고나니사랑
14/10/13 17:18
수정 아이콘
Falling 님// "반면 사실 그동안의 글을 읽어봤을 때 글쓴이님이 이런 행동을 한 것도
전 여자친구분이 남자가 생겼고, 관계가 끊기게 될 위험에 처하니까 하는 행동 정도로만 보이고요
너무 많은 기회를 스스로 놓치셨는데 그러면 포기하실 줄도 알아야죠. "

제가 고민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상담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네요. 정말 몇 번이고 그만해야지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글에서는 그것까지 자세하게 적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결국엔 제 성격따라 제 마음따라 가더라구요. 직접 한 번 만나기전에는 포기가 안되겠다. 이 확신이 들어버리니 그 다음에는 일사천리였던....
14/10/13 20:47
수정 아이콘
놓치고나니사랑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랑은 늦다고 생각할 때 제일 늦었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단 걸 말씀드리고 싶은거였어요.

성격따라 마음따라라고 하셨는데 둘은 다른 것 같아요
기회가 왔을 때 회피하고, 말하고 싶을 때 안하고 포기하시는게 성격인데 마음은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은거잖아요
그럼 성격을 버리시고 마음을 따라 가셔야죠. 둘은 상극인데요.

개인적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은 제가 어떤 여자에게 마음이 떠났을 때만 해야하는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들은 단호한 쪽을 훨씬 더 선호하기도 하는 것 같고요.
쟁취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죠
뭐 예를 들자면 그녀의 부모님이 저렇게 신경 써주시는데 약았지만 부모님 마음을 이용해서라도 그녀 보고 설득했을 거 같습니다.

이런 말은 실례일 수 있으나 글을 쓰시는 것도 내용을 보면 시간이 많이 지나시지 않았는데 후회에 대한 소고를 쓰시는 것도
어거지로 그녀를 잊으려는 노력과 글을 통해 자기가 잘못한 것을 확인하는 정도의 목적이시라면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그 시간에 억지로 좋아하는 마음을 줄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 마음이 한 순간의 질투가 아니였다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할 것 같습니다.
꽃보다할배
14/10/13 16:38
수정 아이콘
아 절단 신공
14/10/13 16:50
수정 아이콘
-3- 에서 순간 다른걸 연상했네요.. 3번째 글이라는 이야기인데..

........... 마지막글엔 BGM도 하나 넣어주세요.. ㅠ.ㅠ
놓치고나니사랑
14/10/13 17:19
수정 아이콘
Tiny 님/// BGM넣는 법을 잘 모릅니다....ㅠ.ㅠ
싸이유니
14/10/13 17:15
수정 아이콘
아..절단신공....
놓치고나니사랑
14/10/13 17:20
수정 아이콘
본의 아니게 절단 신공을 펼쳤네요. 끝낼 생각으로 쓰다가 체력에 한계가 와버려서 급하게 마무리를 지어버렸습니다;;;
청춘불패
14/10/13 17:36
수정 아이콘
정말 후회없는 사랑을 하신 것 같아요.
다음 이야기 기대되니 빨리 올려주세요~~~~~~
파스크란
14/10/13 17:48
수정 아이콘
언제 4부를... 한숨에 정독했습니다.
지금의 와이프를 저도 5년 사귀면서 제 편한대로 행동할때가 많았고, 그 때마다 와이프는 너무 힘들어했죠...
결혼해서도 한결같은 와이프가 당신의 글로써 더 아껴집니다...
4부는 결말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사랑에 한번쯤 미쳐보는게 남은 인생을 위해서도 좋은 경험이 될꺼 같네요.
놓치고나니사랑
14/10/13 19:22
수정 아이콘
파스크란 님// 결혼한 파스크란 님은 승리자.... 마지막 글은 이제 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쓰려고요... 안 쓸지도 모르겠고 엄청 큰 태풍이 온다는데 그 녀석 지나가고 나서 마음 추스리고 써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랑에 한 번 미칠 수 있는 좋은 여자를 만나고 싶습니다아아!!
14/10/13 18:08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사실 이건 사랑보다는 오기와 곤조 그리고 집착이 빚어낸 찌질함이지요.
근데 그런 찌질함 누구나 다 있고, 연애에서 찌질해보지 않은 사람 별로 없습니다.
애써 쿨한척하며 감정 컨트롤 하는건 연애에서 꼭 필수조건은 아닐겁니다.
때로 찌질하고 싶으면 찌질하게 한번 행동해보는것도 괜찮아요. 찌질함의 좋은점은 이거든 저거든 확실히 결과를 주거든요.
단, 상대방에게 더 큰 상처나 스트레스를 주는 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요.

암튼..
다음편 어서 주세요!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놓치고나니사랑
14/10/13 19:25
수정 아이콘
Typhoon님/// 아 오기와 곤조 집착 다 사랑이라는 말의 다른 이름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아마 다음에 누굴 만나게 된다면 정말 감정에 솔직하게 생각하는거 하고 싶은거 그대로 다
드러내면서 할 것 같아요. 이 일 겪고 나서 얼굴이 한 5cm는 두꺼워 진 것 같은.. 나이도 30
이겠다. 이제 부끄러운게 없어 졌습니다. 그러니까 PGR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거겠죠. 후후..

그리고.. 이상하게 연재물처럼 돼 버렸는데 마지막 글은...진짜 마지막 글은 이번엔 좀 천천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macaulay
14/10/13 18:23
수정 아이콘
이런 경험들로 조금은 더 성장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다음 연애는 잘 하실 거예요.
놓치고나니사랑
14/10/13 19:29
수정 아이콘
macaulay님 // 철판이 더 두꺼워진 성장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게 30대 아저씨라는 영역인가요?
블랙탄_진도
14/10/13 18:24
수정 아이콘
어!? 제가 전 여자친구 집앞에서 기다리다가 어머니 나왔던 것 까지 똑같아서 소름 끼쳤네요.

뭐지!? 내 얘기 적나 하고 말이죠.

저도 그때 결국 못만나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어머니께서 연락하시더니 나 기다린다는거 아니까 못만날거 같다고 하면서 말이죠..

근데 저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 다시 사귀고 있어요. 사랑님도 왠지 저처럼 될듯!?
놓치고나니사랑
14/10/13 19:28
수정 아이콘
블랙탄_진도님 ///
어머니들의 촉은 무섭고도 위대합니다 정말. 그리고 지금 다시 사귀고 계시다니... 크흑.. 부럽습니다. 진심이에요 블랙탄_진도님의
그 분은 다른 남자가 생기지 않았나보네요.... 실례지만 얼마만에 돌아오시던가요... 그냥 부럽습니다.
블랙탄_진도
14/10/13 22:07
수정 아이콘
저 한 두달반정도 된거 같아요. 여자친구가 먼저 연락와서..

근데 연락 안왔어도 3달쯤 되는 날에 제가 먼저 연락하려고 했습니다. 그때쯤이 여자친구 생일이여서... 흐흐흐
14/10/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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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력이 대단하시네요. 지금 옆에 있는 사람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인듯..ㅠㅠ
메모네이드
14/10/13 19:17
수정 아이콘
흐규규 죄송합니다..
슬픈 이야기인데 너무 흥미진진 재미있게 읽고 있네요... 글을 잘 쓰시기도 하고 상황도 드라마틱하고요.

근데 헤어진 남자친구가 집 앞에서 기다리는 건 정말 무서워요. 어머님이 현명하게 잘 대처해 주셨지만.. 다음에는 하지 마셔요..
놓치고나니사랑
14/10/13 19:33
수정 아이콘
메모네이드님//
크흑 그 것 밖에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그래도 상대방 입장 생각한다고 술도 안마시고 기다린 거였는데 역시 무섭긴
할거에요 게다가 골목이었으니.... 다음에는 헤어져서 골목에서 기다리는걸 할게 아니라 아에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말아야겠어요. 다음이 온다면요 하하하.
걱정말아요 그대
14/10/13 19:44
수정 아이콘
글쓴분께는 죄송하지만 전여자친구분이 정말정말 착하고 보살같네요...어머님도 대단하시구요..살면서 저런사람 만난다는게 쉬운일이 아닌데요..
무엇이든 소중한 것은 곁에 있을때 그 소중함과 가치를 느끼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놓치고나니사랑
14/10/13 20:22
수정 아이콘
걱정말아요 그대님 // 저에게 죄송하실 것 하나 없습니다. 그녀는 보살 맞고 어머님도 너무 좋은 분이셨어요. 아마 그런 여자랑 사겼다는게 제 평생 자랑거리중 하나 일 겁니다.
이미 아는 동생들과 가족들에겐 술 마시면 나올 평생 안주거리로 당첨됐어요. 흐흐 소중한게 옆에 있을 때 알아보지 못한거... 이것도 운명인가 싶네요. 인연이 아니라는 운명...
14/10/1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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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만, 세상에.. 마상에... 글이.. 너무 재밌어요. 빨리 다음편을! 다음편이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요..
지나가는회원1
14/10/14 00:34
수정 아이콘
이해가 가면서 안타까워서 욕도 나오면서... 글 너무 인상적이에요.
솔직히 님이 이해가 되는데, 1, 2, 3부 다 보면서 이러지마 ㅠㅜ 라고 하면서 보고 있어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1부땐 진짜 욕도 했는데, 가슴 아픈 사람 앞에두고서 참 못할 반응인거 같습니다.
꼭 좋은 사람 만나세요. 사랑도 배우는거고, 이번에 지겹게 배웠을거같네요.
14/10/14 00:39
수정 아이콘
아... 절단신공.. 아 ...... 아.. 아!!! ㅠㅠ
14/10/14 00:53
수정 아이콘
지금 진행형인건가요!?
그러시다면 꼭 그분의 마음을 잡아서 이번엔 후회없이 잘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쿨한척 하다 그분꼐 다른남자가 생겨며 하신 행동일지라도 응원하겠습니다.
어차피 본인 마음이 중요하지 남 시선이 중요할까요. 다만 꼭 그 행동에 책임은 지세요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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