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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14 03:44:05
Name 저글링아빠
Subject Off the beaten track - 서유럽의 덜 알려진 여행지들 -2-
지난 글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1편은 여기 https://www.pgr21.com/?b=8&n=54182

제가 가본 덜 알려진 모든 곳들을 소개하는 글은 아니고, 제가 좋다고 생각한 곳들을 골라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여행은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기에, 이곳들을 모두가 좋다고 하시지는 않을거예요.
반대로 제가 모든 곳을 가본 것도 아니기에 몰라서 빠지는 곳, 그리고 제가 가봤어도 제게는 최고가 아니어서 뺐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줄 곳들도 엄청나게 많이 있을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사랑한~이라는 말을 제목에 붙일 걸 그랬나 싶기도 하네요. 감안하시고 읽어주세요.^^

시작합니다.

[독일]

1. 마이센 http://www.touristinfo-meissen.de/index-eng.html

드레스덴 근교에 있는 마이센은 드레스덴과 묶어 여행하기 좋습니다. 마이센은 유럽에서 최초로 도자기가 생산된 도시이고, 마이센의 도자기는 그 이래로 전 유럽 주요 왕실과 귀족들에게 소비되어왔죠. (유럽 각지의 많은 왕궁에 도자기 전시관이 있고, 그 도자기의 상당수는 마이센입니다) 마이센은 지금도 도자기계의 페라리같은 위치를 누리고 있고 부의 상징이며 그에 따라 가격이 엄청납니다(잔 하나에 수십만원이 기본이고 백만원 혹은 그 이상의 잔도 많아요). 마이센 본사 박물관 투어를 할 수 있는데 도자기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한 번은 볼만합니다. 그리고 마이센 박물관에 딸린 카페와 레스토랑이 가격도 좋고 음식도 좋아서 권할만 합니다. (당연하게도 마이센 식기에 담아줍니다. 둘이 코스요리 먹으면 대충 한 2000유로 어치 이상의 식기들이 테이블에 올라옵니다-_-)
마이센은 강변의 언덕에 형성된 도시이고, 박물관을 나와 언덕을 따라 구시가를 지나 올라가면 대성당과 마이센 성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성당과 성은 특별할 것은 없는 유럽의 일반적인 대성당, 성인데, 30분 남짓의 적당한 거리이고 골목구경하는 재미도 괜찮아서 방문할만 합니다.

2. 바이로이트 http://bayreuth.de/english/welcome_to_bayreuth_357.html

바그너의 도시, 바그네리안의 성지 바이로이트입니다. 이 도시의 가장 유명한 곳은 바그너의 페스티발 극장입니다. 도시 외곽에 바그너가 지은 이곳은 비 시즌에 투어를 통해서만 관람이 가능한데(독일어이고 영어로는 브로셔만 제공합니다), 자신의 오페라를 위한 음향조건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바그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유산이라면 마그라비알 오페라하우스죠. 바로크식 건축물인 이곳은 제가 숱한 오페라 하우스들 구경을 다녀봤습니다만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을만 합니다. 오페라에 아무 관심 없는 분이라도 건축 자체만으로 한 번 방문할만 합니다.
바이로이트는 한국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는 마이셀스 바이세 맥주의 생산지입니다.. 이 바이젠 맥주는 바이에른 맥주들 중에서도 거품이 조밀하고 풀내음류의 독특한 향이 강합니다. 시내에 양조장 직영 비어가르텐이 있습니다.

3. 밤베르크 http://en.bamberg.info/

독일의 베니스라는 밤베르크입니다. 사실 베니스에 가져다 대기에는 운하 스케일도 그렇고 참 여러가지로 모자랍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시가 중앙 다리 위에 있는 옛 시청사 건물과 그 주변의 분위기는 매우 독특해서 한 번 방문할 만 합니다. 거기서 대성당/레지덴츠까지의 골목길은 경사가 심하지만 독일에서 가장 운치있는 시가지 중의 하나라고 할 만 하네요. 밤베르크가 좋은 것은 관광지화가 지나친 나머지 유원지같은 느낌은 주지 않는다는겁니다. 반대의 예가 로텐부르크인데.. 예쁜건 사실이지만 너무 관광지라 사람 사는 마을이라는 느낌이 거의 없죠. 밤베르크는 그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밤베르크에는 지역 특산인 라우흐비어(훈연맥주)가 유명하며 구시가의 슐렌케를라는 17세기부터 내려오는 양조장 직영 비어가르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사람이 무지 많습니다. 입구에서 서서 맥주들을 마셔요. 저녁식사를 원하면 예약하시는게 좋습니다) 그 이외에 구시가에 저렴하고 오리지날리티가 뛰어난 이태리 식당이 있고 수도원 가까이에 제대로 된 적당한 가격의 스시바도 있는 등 의외로 식도락 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4. 킴제 http://www.chiemsee-alpenland.de/

굉장히 큰 호수입니다. 바이에른에서 이게 제일 컸었는지 슈탄베억 호수가 제일 컸었는지 가물가물 하네요. 호수로 가는 게이트웨이는 프린이라는 마을인데 뮌헨에서 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 호수 중앙에 있는 헤렌섬에는 루드비히 왕이 베르사유궁전을 본따서 지은 궁전과 정원이 있어 유람선을 타고 (그리고 선택에 따라 다시 선착장부터 마차를 타고) 관람할 수 있습니다. 루드비히 왕이 의문의 급사를 하는 바람에 생전에 미완성으로 남겨졌다는데 당시 바이에른 왕국을 위해서는 짓다 만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베르사유보다는 많이 작습니다만 내부가 아름답게 꾸며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호수이다보니 호수에서 동력/무동력 보트를 타고 즐길 수 있고, 그 밖에 여러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호수 주변지역은 오버바이언지역이라 트래킹 코스가 여럿 발달해 있구요. 온천리조트도 있는데 온천 자체의 시설은 한국의 대형 온천유원지들에 비해 그냥 그렇습니다만 야외 욕탕에서 즐기는 헤렌킴제섬과 성의 뷰만 해도 돈 값은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명한 퓌센의 노이슈반스타인 이외에 독일에서 일부러 가볼만한 성이 헤렌킴제성 슈베린성 린더호프 이정도인데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해서 여기 하나를 적지만 나머지 여행지들도 기회가 닿는다면 방문할만한 여행지들입니다.

5. 부르크하우젠 http://www.burghausen.de/

독일에는 중세의 모습을 일부 지니고 있는 구시가를 끼고 있는 작은 도시들이 아주 많습니다. 앞서 소개한 밤베르크도 그렇고 유명한 로텐부르크도 그렇고.. 로맨틱가도에 있는 뒹켈스빌이나 다른 여러 마을들도 그런식인데, 사실 관광객의 관점에서는 한 두군데 들르면 어디나 거의 비슷비슷하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여기를 든 이유는 성채와 강이 도시와 아름답게 어우러져서이지요. 부르크하우젠은 도시 이름부터 성(Burg)이 들어갑니다. 이 도시는 강이 장 융털 모양으로 휘감아 돌아가는 높은 언덕에 형성되었는데, 그 언덕을 따라 길게 성채가 발달되었습니다. 유럽에서 길이로 가장 긴 성채라고 하네요..
위치가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국경에 있고 고속도로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인지 도시의 매력에 비해 관광객 수는 아주 적은편입니다. 여름 성수기에도 굉장히 쾌적해요. 독일에서 구 시가 공영주차장이 무료로 제공되는 제가 경험한 유일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도시에서는 짧은 다리 하나를 도보로 건너면 오스트리아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오스트리아쪽에서 바라본 도시의 조망도 아름답습니다.

6. 켈하임/벨텐부르크 http://www.kelheim.de/

켈하임은 레겐스부르크에서 가까운 소도시이니 묶어서 코스를 짜실 수 있습니다. 켈하임 자체는 -자유의전당을 비롯해 볼 거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깔끔한 독일 소도시일 뿐 관광지로 큰 매력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 리스트에 오른 이유는 이곳이 맥주 투어를 위해서는 가장 좋은 곳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켈하임에는 슈나이더바이제라는 맥주의 양조장이 있으며,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경치 좋은 도나우강을 따라가면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인 벨텐부르크 수도원에 갈 수 있습니다. 벨텐부르크에서는 둥클레스(흑맥주)와 헬레스를, 슈나이더바이제에서는 운저오레기날과 바이젠을 권할만 합니다. 이렇게 하면 맥주 종류별로 겹치지 않게 샘플링해서 즐길 수 있죠. 생맥주는 생산되는 순간부터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열화하는 존재이기때문에 생산지에 맥주를 마시러 가는 문화가 독일에는 꽤나 발달해 있고 한 번은 경험할만 합니다. 벨텐부르크 수도원 부근의 아름다운 경치는 덤이죠.

7. 메찡엔 http://www.outletcity.com/de/metzingen/

휴고보스의 도시, 메찡엔입니다. 이곳은 관광할 거 그런 거 크게 없습니다. 오직 쇼핑뿐!! 휴고 보스가 자신의 고향에 세운 대형 아울렛인 이곳은 고급 정장을 아마 세계에서 제일 싸게 살 수 있는 곳들 중 하나일겁니다. 사실 뉴욕에서도 LA에서도 피렌체 더몰에서도 시 외곽 아울렛 나갈때면 싸긴 한데 여기 오는 시간과 돈 생각하면 참 애매하다..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쇼핑을 위한 아울렛 관광지는 보통 추천 안하는데 여기는 아니예요. 휴고보스 정장 하나만은 정말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초대형 창고형 매장이 꽉 차 있습니다. 이제는 보스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들도 도시 전체를 채우고 있습니다만 다른 브랜드들은 그냥 거들 뿐이고요, 쓸만한 정장이 필요하신 분들은 들를만 합니다.

[이탈리아]
1. 시르미오네 http://www.sirmioneitaly.com/

가르다호수의 보석, 마리아 칼라스가 사랑했던 도시 시르미오네입니다. 가르다 호수 남쪽에 조그맣게 나온 곶에 형성된 이곳은 사실 로마 시대부터 유명한 휴양지였다고 하네요. 구시가 성곽 자체가 부교로 분리되어 마치 섬같습니다. 성곽 내의 구시가는 이탈리아 치고는 상당히 깔끔하게 관리된 데다가 이탈리아 특유의 햇살과 공기가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어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입니다. 보통 호수는 보기에는 좋아도 모래톱이 없어 물에 들어가려면 진흙을 밟아야 하고 물도 탁한데, 이곳 도시 북쪽은 바위로 형성된 지형에 수심도 얕아서 수영하기도 그만이구요. 가르다호수 주변은 이탈리아 전체에서도(따라서 물론 유럽 혹은 세계에서는 당연히) 최고급 올리브 오일이 생산되는 지역이고 롬바르디/베네토의 고급 와인들도 많아서 식도락하기에도 그만입니다.

2. 알바 http://www.italia.it/en/discover-italy/piedmont.html 홈피를 못 찾아서 이탈리아 관광청 사이트로 연결해둡니다.

피에몬테의 와인산지 복판에 있는 도시, 알바입니다. 알바에서는 네비올로 종의 와인이 생산되고(네비올로 달바), 바롤로, 바바레스코, 라모라, 네이베 등의 세계적인 고급 와인 산지와 모스카토 다스티로 유명한 아스티가 반경 20킬로미터 범위 안에 즐비하게 펼쳐져 있죠. 열거한 도시들이 단순히 와인만 나오는게 아니라 다 굉장히 예쁜 관광지들이라 하루에 하나씩 슬슬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알바 자체도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인들의 시대부터 이어져온 도시 답게 아담하지만 아름다운 구시가지를 가지고 있고, 제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관광지화가 지나치지 않아 관광지임에도 현지인들의 삶의 현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나친 관광지가 아니어서 토스카나의 와인산지들에 비해서 오히려 저렴한 물가수준도 장점이구요. 페레로 로쉐의 본사 공장과 박물관이 있어 아이들을 동반하고 있다면 방문할 수 있습니다. 와인을 사랑하고 식도락을 즐기며 이탈리아 소도시 사람들의 삶을 엿본다면 이탈리아에서 알바만한 도시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제 집사람이 떠나면서 제일 아쉬워했던 도시.

3. 코르티나 담페초 http://cortina.dolomiti.org/?lang=en

알프스라고 하면 대부분 스위스를 떠올리지만 알프스는 프랑스-스위스-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에 걸친 넓은 지역에 펼쳐져 있죠. 가장 아름다운 알프스가 어디냐고 하면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가장 드라마틱한 알프스는 돌로미티에 있다고 말해도 대과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동북쪽에 펼쳐진 알프스자락을 통칭해 일컫는 말인데, 풍화에 침식되지 않은 단단한 암석층이 꼭대기에 드러나는 독특한 지형을 기반으로 지역 전반에 걸쳐 전형적인 알프스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워낙 넓은 지역이라 베이스로 삼을만한 여러 마을을 품고 있는데, 주요 관광지에서 가장 가까운 요충지 코르티나 담페초가 대표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트레치메, 칭퀘토리를 비롯한 여러 랜드마크 봉우리를 방문하는 것도 좋고, 카레짜 호수나 미주리나 호수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도 좋구요. 차로 다니면서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며칠 머물면서 트래킹과 바이킹을 하면 정말 좋습니다. 겨울 스키는 덤.
단점은 기차로는 방문이 불가능한 외진 위치와 함께 유럽에선 가장 유명한 휴양지중 하나라 성수기에는 숙소의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고, 비수기인 봄가을에는 식당과 숙소가 거의 쉬어서 방문해도 유령마을같은 느낌만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4. 산지미나뇨 http://www.sangimignano.com/en/

토스카나의 중소도시 방문이라면 좀 규모가 큰 시에나 아씨시를 들 수 있는데 좋은 곳들임에 분명하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사실 덜 알려졌다고 하기는 민망하구요, 그것보다 작은 도시들 중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가실 몬테풀치아노와 몬탈치노, 영화 토스카나의 태양 배경인 코르토나, 등 다른 많은 도시들이 있습니다만, 도시 자체의 아름다움으로는 산 지미나뇨가 앞선다고 생각해서 넣었습니다. 예전 지역 유지들이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탑을 올렸다는데 그 결과로 굴뚝같이 생긴 탑이 많은 독특한 모양이 된 산 지미나뇨는 도시 자체도 그림처럼 아름답고 주변 풍경도 토스카나에서 수위를 다투기에 토스카나의 작은 마을을 방문해보고자 한다면 고려에 넣어볼만한 도시입니다. 단점은 여름 성수기에 정말 발디딜틈 없을 정도로 관광객이 많아서 8월은 피하는게 좋다는 것과 관광지화가 너무 많이 진행되어 로컬의 삶의 모습은 좀 보기 힘들다는 것 정도네요.

5. 피엔짜 http://www.italia.it/en/travel-ideas/unesco-world-heritage-sites/pienza-the-ideal-city.html 여기도 홈피를 못 찾았네요.

또다른 토스카나의 작은 도시입니다. 이곳은 피오 2세 교황이 교황이 되고 나서, 자신의 고향에 있던 마을을 갈아엎고 계획도시로 재탄생시킨 도시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래된 이탈리아도시같은 느낌이 아니고 도시 전체가 공원처럼 세련되었어요. 이탈리아라면 소박하고 세월이 느껴지지만 약간은 구질구질하고 관리 안되는...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다면 한 번은 방문할 만 합니다. 지반을 잘못 선택한 탓에 제단쪽이 기울어지고 있는 대성당(이탈리안 엔지니어링이 피사에만 있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죠)과 피콜로미니 궁전, 시청사, 그리고 그것들로 둘러싸인 피오2세 광장은 그냥 커피 하나 시켜놓고 앉아만 있어도 좋은 분위기입니다. 지역 특산물인 페코리노 치즈도 맛있는데 대부분의 한국사람은 숙성하지 않은 것이 입에 맞을겁니다. 사서 오븐이나 그릴에 구워먹으면 상당히 맛있습니다.

6. 오르비에토/치비타 http://www.orvietoviva.com/en/

오르비에토는 움브리아주에 위치한 에트루리아인 시절부터 내려오는 도시입니다. 거의 절벽에 가까이 솟은 언덕 위에 마을이 위치하고 있는데 그런 지형치곤 도시가 크기 때문에 멀리서 본 도시의 풍경 자체가 독특합니다. 오르비에토의 대성당 파사드는 피렌체의 그것 정도는 물론 아니지만 이탈리아 중소도시(라면 어디나 있는) 대성당들 중 최고에 가까우며 특히 해가 비치는 오후시간에는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시계탑에 올라가서 보는 주변 풍경도 굉장하구요. 오르비에토는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송로버섯 산지 중 하나이고, 움브리켈리라는 지역 특산 두꺼운 수제 파스타를 이용한 오일 파스타에 송로버섯을 듬뿍 뿌린 요리(움브리켈리 알라 타르투포)는 한 번 꼭 먹어볼만 합니다.
치비타는 반뇨레조라는 오르비에토에서 좀 떨어진 도시에 딸린 작은 마을인데요. 절벽 꼭대기에 긴 다리로 이어진 독특한 도시 위치 덕에 비현실적인 느낌이죠. 몇 년 전만 해도 지반이 불안정해서 사람들이 떠나면서 버려진 도시로 기묘한 분위기를 가지던 곳입니다. 방문자도 거주민도 거의 없는 유령도시였죠. 그런데 이곳이 어떤 연유인지 1-2년 전부터 미국과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각광을 받으면서 다시 이탈리아인들도 몰려들어 장사를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깔끔한 유원지화되고 있더군요. 지금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저는 이전의 세상 어디에도 없던 독특한 분위기가 그립기도 합니다.

7. 베르나차 http://www.cinqueterre.eu.com/en/vernazza

이제는 나름 유명세를 탄 친퀘테레의 다섯 마을 중 제가 으뜸으로 꼽는 베르나차입니다. 사실 여긴 이제 좀 유명해져서 뺄까도 했는데 그럼에도 한 번 다시 소개할 값어치는 있다고 생각해서 넣었습니다. 자연항에 가까운 항구를 베르나차의 시그너쳐인 성 망루가 올라앉은 높은 언덕이 둘러싸고 있죠. 이탈리아의 다른 작은 마을과 마찬가지로 베르나차도 슬슬 동네를 걸어다니는 맛이 그만입니다. 특히 베르나차는 건물들의 색상도 예뻐서 사진 좋아하시는 분들은 가시면 쉴 틈이 없으실 듯 하네요. 여기서 리오마죠레 방향으로 4개 마을을 거치는 트래킹이 정말 꼭 해볼만한데, 이 경우엔 하루 묵으시는게 일정관리상 유리합니다.

8. 마테라 http://www.italia.it/en/discover-italy/basilicata/matera.html

마테라의 구시가지는 삿시라고 불리는 동굴주거지들이 형성한 마을입니다. 동굴을 기초로 다시 그 위에 집을 지어서 겉에서 보기엔 모르지만 안쪽은 동굴인 그런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식의 주거지들이 그렇듯이 시간감각, 그리고 장소감각이 흐릿해져서 굉장히 비현실적인 분위기이고, 덕분에 영화 패션오브크라이스트가 이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이곳은 다른 이탈리아 관광지들에 비해 놀랄 정도로 호텔비와 식비가 싸고 질이 좋다는 것도 특기할만 하네요(붐비지 않아 예약이 편하며 심지어 예약 없이도 아무 어려움이 없는 건 덤입니다). 밤이 되면 인적이 매우 드물어지면서 조명이 들어와 또 다른 풍경이 됩니다. 달나라에 토끼가 사는 마을이 있다면 이런 모양일까..하는 유치한 생각도 했었네요.
바리에서 연결하면 편리하기 때문에,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닉 혹은 그리스 아테네로 페리로 연결할 때 들르면 좋습니다.

--------------------------
이제 스페인이 남았는데 밤도 늦었고 지치네요. 스페인은 적을 곳이 많지는 않은데.. 다음 편으로 넘겨야겠습니다.
내일도 있으니 이미지 달아두고 좀 쉬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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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4 03:50
수정 아이콘
제노아가 없네요. 알맞춤이라 할만큼 되게 좋았는데...
14/10/14 03:54
수정 아이콘
이테리는 다좋은데 도둑노무 새키들이 진짜 너무많아요

제가 가본곳 중에 이테리가 진짜 최악인것같습니다

길거리 집시들은 고사하고 단체로 움직이는 프로페셔널털이범 들이 진짜 너무많습니다..

전 유럽의 도독놈들이 전부 이테리 관광객을 타겟으로 모였다가 이테리에서 한탕 하고 바로 기차타고 튀는것 같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테리 젊은 경찰한테 잡을수있겠냐고 물었을떄

'못잡는다고 생각해, 신용카드 잃어버렸으면 당장 정지하고 여권 안뺏겼으면 집에 가 미얀해' 라고 했을때 진짜 이딴나라가 다있나 싶었네요
리비레스
14/10/14 10:26
수정 아이콘
차라리 몰래 도둑질 하면 다행이지

저희 아버지께서 86년도에 유럽여행하셨을 때는 기차표 판매원이 앞에서 대놓고 도둑질을 하더라는...

기차표를 사려고 2만 리라를 냈는 데 판매원이 5천리라를 거슬러주더랍니다. 그런데 기차표에 뻔히 8천리라라고 적혀 있어서 이거 뭐냐고

왜 5천리라 밖에 안 거슬러 주냐고 물으니까 그냥 막무가내로 빨리 기차나 타라고 화를 내더라는...얼마나 황당했는 지 30년 가까이 지나서도 기억하고 계시더라구요 크크
라됴머리
14/10/14 04:34
수정 아이콘
추천+스크랩합니다!!
현재 유럽 체류중인데,
요새 운전을 좀 많이해서 (두달 만km정도;;)
여행은 좀 쉬고 있지만.
올려주신 독일 도시들은 조만간 꼭 가보고 싶네요. 흐흐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14/10/14 04:53
수정 아이콘
추천드립니다. 기다리던 글이 올라왔네요.
스크랩해두고 독일 방문시 소개해 주신 도시들 꼭 가보려고 합니다.
Hwantastic
14/10/14 05:31
수정 아이콘
보기만 해도 떠나고 싶어요.
스크랩해두고 나중에 꼭 세계일주할 때 둘러보고 싶네요. 추천~
도라귀염
14/10/14 05:32
수정 아이콘
정말 주옥같은 글이네요 가이드 없이는 절대 여행을 안한다고 하는 제 마누라와는 가기 힘들 곳이지만 기회 닿는다면 이글 프린트해서 꼭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4/10/14 06:12
수정 아이콘
저글링 아빠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더 첨언에 보자면 마이센, 드레스덴 근처에 작센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기암절벽이 있어서 독일에서도 손꼽는 관광지로 불리는 곳인데요,
아마 저글링님도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인강 계곡에 있는 Eltville am Rhein 이라는 곳도 추천하는데요, 도시 자체도 중세시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지만,
가장 가볼만한 하이라이트는 에버바흐 수도원인데요,영화 "장미의 이름"의 촬영지이고 수도원 안에 있는 백포도주 양조장이 유명합니다.
독일 백포도주를 좋아하신다면 꼭 가봐야할 장소이죠.
14/10/14 09:1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안가본데가 많네요.. (특히 독일.) 학회때 땡땡이 치고 좀 다녀봐야 겠군요.
흰코뿔소
14/10/14 09:27
수정 아이콘
추천하고 스크랩하고!
Je ne sais quoi
14/10/14 09:28
수정 아이콘
좋네요. 제가 안 가본 곳이 훨씬 많다는 걸 느낍니다 :)
아이고 의미없다
14/10/14 11:28
수정 아이콘
일단 추천드립니다. 사실 이런 글이 더 가치있죠.
그런데 처음 유럽에 간다거나 시간이 촉박하다면 가기가 힘들것 같아요. 시간을 두고 여유있게 관광하기에 좋아보입니다.
케타로
14/10/14 16:17
수정 아이콘
운영자님 추게로 부탁드립니다
장가가야지
14/10/14 17:04
수정 아이콘
아 1편에 이어 이런 글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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