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10/15 10:09:24
Name 터치터치
Subject [일반] 아침에 본 뮤비... 저녁에 본 드라마...
우리 동네에는 광년이가 있다. 이름도 모르고 어느 집에 사는지도 전혀 알지 못하지만 하루종일 우리 독서실 앞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곤 했고 늘 어디서 생긴지 알 수 없는 상처가 여기저기 있었다.  

어느 날이던가... 내가 독서실 앞에서 택시를 탔을 때 내가 탄 택시 앞자리로 광년이가 뛰어들어 택시를 조금만 타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누가 만들어 주었는지도 알 수 없는 바람개비를 들고 말이다. 난 택시 아저씨에게 광년이와 일행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해 괜한 책을 펴들었고 봄바람이 시원하게 창을 타고 들어와 책장을 무수히 넘길 때서야 광년이의 바람개비도 내 책처럼 같은 바람을 맞고 돌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때가 아마 광년이의 몸에 딱지가 진 오래된 상처가 아니라 방금 생긴 생채기를 본 첫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 밤.. 평소에는 가지 않았던 우리 동네의 좁은 골목 어귀에 접어들었을 때 광년이와 마주친 적이 있다. 자기 집 앞이었던지 맨발이었는데 날 발견하고서는 뭐가 그렇게 창피했었던지 호들갑을 떨며 좁은 골목에서 몸을 숨길 곳을 찾았고 결국에는 골목 모서리로 반쯤 몸이 드러난 채 돌아서 있었다. 그냥 난 내 갈길을 가면 될텐데 택시에서 보았던 내 책장과 함께 돌던 바람개비 때문인지.. 우리가 맞았던 같은 바람 때문인지.. 광년이의 생채기에서 보였던 아픈 과거 때문인지 그 곳에 머물러 있었다. 아니 아니 사실 그 땐 택시에서 있었던 과거 일이 아니라 어슴프레한 빛사이로 숨어있으나 옆모습이 다 들어난 광년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난 그 후로 같은 시간에 늘 같은 골목을 돌아서 집으로 가는 버릇이 생겼다.

어느 또다른 밤.. 집으로 돌아가던 골목에서 멀리 광년이가 하얀 양말에 하얀 신발을 신고 비가 오지 않는데도 비닐 우산을 쓰고 담벼락에 기대어 라디오를 듣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분명 얼마전만 하더라도 내 몸을 숨기고 몰래 지켜봤겠지만 그 날은 피하고 싶지 않았다. 난 광년이의 우산을 함께 썼다. 광년이와 우산을 쓰고 있으니 우산은 비를 피하는데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세상속에서 조금은 나를 숨길 수 있는 작은 창이 되어 주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쩐지 광년이가 나보다 더 많은 것을 더 좋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좁은 골목을 휘저으며 함께 다니다 우산을 쓴 채 계단에 앉았다. 광년이가 라디오 볼륨을 더 높였고 우산 속에서는 라디오 소리가 더 크고 분명하게 들린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광년이가 나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크던 라디오 소리가 그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내 주위엔 침묵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광년이와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 골목을 지나지 않았고 그렇게 광년이와 만나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났다.

그래도 난 집중해서 그 때 그 느낌을 기억해서 꺼내놓으려고 놓치지 않으려고 몇번이나 노력했다.

친구들과 학교가는 길이었는데 친구들이 멀리 광년이가 보인다고 했다. 광년이는 우리 학교 등굣길을 포함해서 온 동네가 다 내려다 보이는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다. 난 친구들 앞에서 광년이와 알고 있는 사이인 것을 보이기 싫어서 광년이의 아래를 그냥 지나쳤는데 어떻게 매듭을 지었는지 종이로 튼튼하게 이은 종이 줄 끝에 종이학이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친구들과 함께 무심하게 광년이 아래를 지나쳤다가 머릿속에 종이학 생각만 들어 다시 돌아와서 종이학을 떼서 가져왔고 친구 하나가 그걸 보고 광년이 것을 뺏냐며.. 그래도 광년이 답게 니가 종이학을 뺏어가는데도 밝게 웃었다며 그렇게 웃을 때는 정말 예쁜 여자아이라는 말을 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종이학을 조심스레 펴들었다.

그 종이학은 내일 밤 등화관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뒷면을 폈을 때 '불빛이 모두 사라지는 밤에 만나..'라고 적혀 있었다. 그 때 광년이와 나와의 관계를 결정해야 됨을 직감했다. 광년이의 메모를 다시 보는 순간 내가 부르던 아니 세상이 부르던 등화관제는 광년이에게는 불빛이 모두 사라지는 밤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광년이와 함께라면 각박한 현실에서도 더 넓고 포근한 세상속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광년이와의 입맞춤을 기억속에서만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내가 광년이의 비가 오지 않는 날 우산이 되어야 함을.. 생채기가 생기지 않도록 손 잡고 걸어야 함을..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슬펐던 불빛이 모두 사라지던 밤이 왔다.

낮에 나라에서 경찰들이 광년이가 살고 있던 쪽 동네 사람들 몇을 잡아갔다고 소문이 흉흉하게 돌았고 다들 어리숙한 사람들인데 왜 잡아갔는지 모르겠다며 수근거렸다. 아무래도 좋았고 나랑은 상관없었다. 난 오늘 밤 광년이를 만난다. 장소를 적어두진 않았지만 좁은 골목길 광년이의 집 근처가 아니라 어제 아침 등굣길에 광년이가 있었던 동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그 곳에서 만나자는 것이 확실했다. 왜인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마치 그 장소가 아니면 안되는 것처럼 또렷했고 확실했다. 난 등화관제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레쉬를 들고 집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집에서 늘 한달음에 도착했던 약속장소는 어둠때문인지 참 멀기만 했다. 아니 사실은 칠흙같은 어둠때문이 아니라 앞서기만 한 내 조급한 마음 때문에 멀게 느껴진 것이리라. 약속장소에는 광년이가 종이학을 내려주기 위해 만들었던 종이 줄이 아직 그대로 있었다. 그렇게 무겁고 더딘 시간이 흘렀다. 오늘은 꼭 이름을 물어봐야지라는 생각을 했을 무렵 아직 도착하지 않은 그 애의 빈자리가 숨막힘이 되어 날 죄어왔다. 경찰... 그 쪽 동네... 연행.... 어리숙한 사람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난 그 애의 집으로 달려갔다. 제발 나와 했던 약속이 오늘이 아니기를 불빛이 사라지던 밤이 오늘이 아니기를 빌면서 난 달렸다. 그 애의 집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집안 곳곳은 엉망이었다. 난 내 머리 위에 무언가 매달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촘촘히 엮은 실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매달린 이름모를 그 애의 뒷모습이 보였다.

봄.. 내리지 말았어야 할 눈이 내렸고 난 그 속을 달리고 또 달렸다.

그것은 내게 소년시절의 격동이었다....

少 激動




아침에 본 뮤비는 서태지의 소격동입니다. 늦게 봤네요.(서태지 팬도 아니어서..)

1. 아이유 버전이 있고 2. 서태지 버전이있는데

화면이 4:3, 16:9로 사용이 되는데 소름이 확 끼쳤던 것이 바로 아이유버전입니다.

서태지 버전은 그냥 그 화면 분할 차이가 현재 과거 정도인데 반해서

아이유 버전은 4:3 화면이 바로 위 글에 등장하는 광년이가 살아있을 때 화면이고

16:9 화면은 광년이가 죽은 이후의 화면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즉 아이유는 광년이의 귀신버전.....덜덜덜

그 경계가 되는 것이 바로 등화관제 아니 불빛이 모두 사라지는 밤이 되는 장면입니다.(놀랍게도 이 장면은 광년이의 죽음을 상징해서 그런지 두 뮤비에서 모두 큰 화면으로 사용됩니다. 과거이므로 서태지 버전에서는 4:3으로 활용되었어야 함에도 16:9로 그냥 둡니다.)

아이유버전에서는 과거 회상장면임에도 남자애가 광년이를 찾으러 다닐 때 큰 화면(즉 광년이가 죽은 시간이므로)으로 보여 주고 서태지 버전에서는 그냥 작은 화면으로 처리됩니다.

아이유가 귀신이래...라는 사실때문에(식스센스도 아니고) 재미없는 위 글을 쓰게 되었네요. 뭐.. 뮤비 나온지 꽤 되었으니 제 생각이 많이 공유되고 있을지도 틀린 걸 수도 있지만 뭐.... 제 상상의 나래는 이렇다는거 아닙니껴?? 크크



글 체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이므로 저녁에 본 드라마는 단문으로 처리합니다.

나쁜녀석들이라는 드라마 볼만 합니다.

일단 때깔이 잘 빠졌고 개성강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영화같은 드라마네요. 끝!!!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감전주의
14/10/15 11:35
수정 아이콘
나쁜녀석들은 신의퀴즈4 이후로 본방으로 보는 유일한 드라마네요..
AspenShaker
14/10/15 11:50
수정 아이콘
세번째줄부터 이내용은?...했네요 크크 떡밥의 귀재 태지형님이로군요
내일 발표되는 신곡도 기대가 됩니다. 있다가 시간이 날때 소격동 뮤비 두개를 다시 복습해야겠군요.
요즘 태지의 화 시절보다 너무 달달한 노래들만 나와서 콘서트 가기도 조금 꺼려져요, 오프닝-대경성으로 이어지는 간지철철한 그느낌을
다시 느낄수는 없는것인지..
14/10/15 13:11
수정 아이콘
나쁜녀석들 정말 재밌게 보고 있는데, 자꾸만 몰입을 깨는 여주(주인공이라 할 수 있나?)의 연기 때문에 좀 답답합니다. 다른건 다 굿이에요.
이상한화요일
14/10/15 13:42
수정 아이콘
나쁜 녀석들 예고편 보고 궁금해서 1편은 챙겨봤는데 2편은 놓쳤어요. 1편 때만큼 광고를 안 하더라고요...(덕분에 방송시간을 까먹어서;)
생가보다 시청률이 안 나왔을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24 [일반] 유료화 직전 웹툰 추천-호랑이 들어와요 [19] lasd2414976 24/03/10 4976 9
101123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2. 당나라의 ‘수군혁명’ [11] meson3694 24/03/10 3694 19
101122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1. 들어가며 [7] meson3160 24/03/10 3160 18
101121 [일반] 요즘 알트코인 현황 [38] VvVvV10564 24/03/10 10564 0
101119 [일반] '소년만화' [14] 노래하는몽상가4260 24/03/09 4260 10
101118 [일반] 에스파 '드라마'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 [10] 메존일각2955 24/03/09 2955 6
101117 [일반] 책 소개 : 빨대사회 [14] 맥스훼인3565 24/03/09 3565 6
공지 [일반]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27796 6
101114 [일반] 드래곤볼의 시대를 살다 [10] 빵pro점쟁이3312 24/03/09 3312 22
101113 [일반] <패스트 라이브즈> - 교차하는 삶의 궤적, 우리의 '패스트 라이브즈' [16] aDayInTheLife2829 24/03/09 2829 4
101112 [일반] 밤양갱,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별, 그래서 그 맛은 봤을까? [36] 네?!6084 24/03/09 6084 9
101111 [정치] 정부, 다음주부터 20개 병원에 군의관·공보의 파견 [152] 시린비10096 24/03/08 10096 0
101109 [정치] 요 며칠간 쏟아진 국힘 의원들의 망언 퍼레이드 및 기타 등.. [121] 아롱이다롱이9737 24/03/08 9737 0
101108 [정치] 역사교과서 손대나... 검정결과 발표, 총선 뒤로 돌연 연기 [23] 매번같은5949 24/03/08 5949 0
101107 [정치] 개혁신당 이스포츠 토토 추진 공약 [26] 종말메이커5034 24/03/08 5034 0
101106 [일반] 이코노미스트 glass ceiling index 부동의 꼴찌는? [53] 휵스5685 24/03/08 5685 2
101105 [일반]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후배들이 보내는 추도사 [22] 及時雨7309 24/03/08 7309 14
101103 [일반] 드래곤볼, 닥터 슬럼프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별세 [201] 及時雨10216 24/03/08 10216 9
101102 [정치] [정정] 박성재 법무장관 "이종섭, 공적 업무 감안해 출금 해제 논의" [125] 철판닭갈비8328 24/03/08 8328 0
101100 [일반] 비트코인 - 집단적 공익과 개인적 이익이 충돌한다면? [13] lexial3542 24/03/08 3542 2
101099 [정치] 의협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라고 지시한 내부 폭로 글이 올라왔습니다 [52] 체크카드10206 24/03/08 10206 0
101098 [일반] [내일은 금요일]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떨어진다.(자작글) [5] 판을흔들어라2001 24/03/07 2001 3
101097 [일반] 유튜브 알고리즘은 과연 나의 성향만 대변하는 것일까? [43] 깐부3568 24/03/07 3568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