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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05 09:40:11
Name 두괴즐
Subject [일반] [독후감] 제레드 다이아몬드,『총균쇠』: 우리를 키운건 팔할(어쩌면 그 이상)이 위치빨이었다!
사 놓고 못 읽고 있는 책의 대명사처럼 된 <총균쇠>를 드디어 독파했습니다.

제가 참석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매주 조금씩 조금씩 읽어, 2달 만에 다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이 책에 대한 비판적인 리뷰가 올라오기도 했었는데, 저도 감상문 한 번 써봤습니다.

pgr회원님들은 이 책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이 책을 보완해서 같이 읽어볼 만한 좋은 책이 있으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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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제레드 다이아몬드,『총균쇠』
: 우리를 키운건 팔할(어쩌면 그 이상)이 위치빨이었다!



<1>

막연하게 궁금했습니다. “왜 서구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는 동안,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에 살던 원주민들은 여전히 ‘우가자카 우가우가’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고. 현생 인류가 탄생한 이후 각자 흩어져 터전을 잡게 되었지만, 어쨌든 객관적으로 같은 시간을 보내왔을 텐데 말이지요. 그런데 이 궁금증은 비단 저만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사자들에겐 더 절실한 질문이었겠죠.

2세기 전까지 모든 뉴기니인은 아직도 ‘석기시대에 살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유럽에서는 이미 수천 년 전 금속기에 자리를 내어준 석기를 그들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으며, 마을에는 중앙집권적 정치체제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백인들이 들어왔고, 그들은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를 강요했으며 쇠도끼, 성냥, 의약품에서 의복, 청량음료, 우산에 이르기까지 뉴기니인들도 금방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물건들을 잔뜩 들여왔다. 뉴기니에서는 그러한 물건들을 통틀어 ‘화물’이라고 부른다.
(···)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간단한 질문이지만 그것은 얄 리가 경험한 삶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강조는 인용자, 이하 동일) 15쪽.

이 책의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궁극적으로 뉴기니의 정치 지도자인 얄리의 위의 질문을 해명하기 위해 이 같은 방대한 작업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구문명이 다른 문명권에 진출하여 그 지역들을 복속시킬 수 있었던 힘은 ‘총’과 ‘균’과 ‘쇠’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다른 문명권이 아닌 서구문명권에서 이 힘을 획득할 수 있었을까요? “최종 빙하기가 끝나던 B.C. 11000년경까지는 아직 모든 대륙의 모든 인간이 수렵 채집민”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그 B.C 11000~A.D. 1500년에 각 대륙의 발전 속도가 제각기 달랐던 것이 곧 1500년의 기술적 · 정치적 불평등을 낳은 것(16~17쪽)”이 되는데,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32~33쪽).”라고 단언합니다.

지금의 서구문명의 토대가 되는 지역은 흔히 비옥한 초승달 지대(서남아시아/지중해성 생식지)라고 불리는 일대입니다. 독립적으로 식량생산이 시작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한쪽 극단에는 식량 생산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시작된 지역들이 있다. 다른 지역으로부터 농작물이나 가축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수많은 토종 식물을 (그리고 더러는 동물도) 가축화 · 작물화한 경우다. 현재까지 증거가 확실하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검토된 곳은 다섯 지역밖에 없다. 근동이나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고도 부르는 서남아시아, 중국,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의 안데스산맥 일대와 어쩌면 그와 인접한 아마존 강 유역까지, 그리고 미국 동부 등이다(그림 5-1). 160쪽

독립적으로 식량생산을 했다고 해서 그에 따른 문명적 이득이 지역적으로 균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기도 달라고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작물화 될 수 있었던 야생식물이나 가축화가 가능했던 야생동물의 종류가 달랐습니다.

블룸러는 세계에 존재하는 수천 종의 야생 볏과 식물 중에서 종자가 가장 큰 56종을 가려내어 일람표를 작성했다.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종들은 모든 볏과 식물의 중간 값에 해당하는 종자보다 적어도 열 배 이상 무거운 종자를 가진 것들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그 모두의 원산지는 바로 지중해성기후대거나 그 밖에도 계절에 따라 건조해지는 환경들이다.
더 나아가 이 식물들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비롯하여 유라시아의 지중해성기후대에 속하는 몇 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 그곳의 초기 농경민들은 선택의 폭이 엄청나게 넓었던 셈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56종의 볏과 식물 중에서 자그마치 32종을 독차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칠레의 지중해성기후대에는 그 같은 우수종이 2종밖에 없었고 캘리포니아와 남아프리카에는 각각 1종씩,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서남부에는 아예 전무했다. 219쪽.

인류사에서 결정적인 도약을 가능하게 했던 농경의 도입은 기본적으로 “작물화할 수 있는 야생식물이 그 지역에 있었느냐?” 하는 전제조건을 묻게 합니다. 유라시아 대륙은 그러한 맥락에서 특혜를 받았지요. 작물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짧은 거리 안에서도 생태학적으로 다양했던 것은 네 번째 이점과도 관계가 있었다. 그것은 소중한 농작물의 야생 조상 뿐 아니라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의 야생 조상도 풍부했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서남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의 지중해성기후대에는 가축화하기에 적합한 야생 포유류의 수가 적거나 아예 없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는 대형 포유류인 염소, 양, 돼지, 소가 매우 일찍부터 가축화되었다. 221쪽.

따라서 위대했던 건 특정 지역에서 살았던 인종이 아니라 그곳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살지 않았던 다른 대륙과 지역의 여러 인종들은 개발이 가능한 자연적 조건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이러한 기막힌 운 덕분에 유라시아 지역은 “결과적으로 근대에 들어오면서 더 진보된 기술, 더 복잡한 정치조직, 그리고 다른 민족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 더 많은 유행병을 갖게 되었(238쪽)”습니다.

하지만 위치빨의 영향력은 단순히 특정지역에 작물화 혹은 가축화가 가능한 자연계가 있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것은 전파 가능성입니다. 앞서 봤듯이 유라시아 대륙의 전체가 자연적 풍성함을 누린 것은 아닙니다. 크게는 두 부분,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국입니다. 그런데 유라시아는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와는 상반된 대륙이 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대륙 축의 남북인 반면, 유라시아는 동서축입니다. 이러한 지리적 차이는 문명의 전파에 결정적이었습니다.

농작물과 가축이 얼마나 빠짐없이 전해졌느냐는 점에서도 축에 따른 큰 차이가 있었다.(···) 서남아시아의 창시 작물 및 가축의 경우, 서쪽으로 유럽과 동쪽으로 인더스 강 유역에는 거의 대부분이 제대로 전해진 반면 안데스에서 가축화된 라마와 알파카, 기니피그 같은 포유류는 어느 것도 콜럼버스 이전에 중앙아메리카에 전해지지 못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농작물은 왜 그렇게 전파 속도가 빨랐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의 일부분은 바로 이 장의 도입부에서 이야기했던 유라시아의 동서 축이다. 같은 위도상에 동서로 늘어서 있는 지역들은 낮의 길이도 똑같고 계절의 변화도 똑같다. 그리고 일치하는 정도는 좀 덜하지만 질병, 기온과 강우량의 추이, 생식지나 생물군계 등도 서로 비슷한 경향이 있다. 273~282쪽.

유라시아의 동서 축은 전파에 대단히 유리했습니다. 반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남북 축은 전파에 있어서 끔찍한 조건이었습니다. 남북 축은 기후나 계절 따위가 현격이 달라집니다. 그렇기에 작물들이나 가축들이 급격한 환경적 변화를 견뎌내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배우게 되었던 부분은 ‘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총’과 ‘쇠’는 얼핏 들어도 문명의 대결에서 결정적이었을 거라고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균이라니. 세균맨?··· 스페인을 비롯한 구대륙의 문명인이 신대륙에 들어가 원주민을 학살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들보다 더한 학살을 자행한 존재가 있었는데, 그것은 구대륙의 병원균이었습니다.

스페인인들이 유리했던 것은 바로 천연두 때문이다. 이 병은 1520년에 스페인령 쿠바에서 감염된 한 노예와 더불어 멕시코에 도착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유행병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아즈텍족을 몰살시켰으며 그 속에는 쿠이틀라우악 아즈텍 황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치 스페인인들은 무적임을 알리려는 듯 스페인인은 내버려두고 인디언만 골라 죽이는 이 수수께끼의 질병 때문에 아즈텍의 생존자들은 사기가 크게 저하되었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약 2000만에 달했던 멕시코 인구가 1618년에 이르렀을 때는 약 160만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고고학적인 발굴과 미국의 해안 지방을 처음 밟은 유럽인 탐험가들의 기록을 자세히 검토한 결과 인디언들이 처음에는 약 2000만명에 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대륙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콜럼버스가 도착한 이후 한두 세기에 걸쳐 인디언의 인구는 최대 95%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디언들이 죽은 주된 요인은 구대륙의 병원균이었다. 인디언들은 그런 질병에 노출된 적이 없었으므로 면역성이나 유전적인 저항력이 전혀 없었다. 322쪽.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치명적이었던 적은 다름 아닌 새롭게 전이된 병원균이었습니다. 이 병원균들은 대부분 가축화된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옮겨진 것들입니다.

인류의 근대사에서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같은 여러 질병들이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된 전염병들이다.(···)
질병은 인간을 죽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므로 역사를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전시에 사망한 사람들 중에는 전투 중 부상으로 죽은 사람보다 전쟁으로 발생한 세균에 희생된 사람이 더 많았다. 299~300쪽.

농경이 발달하고 가축화에 성공한 문명은 일찌감치 가축으로부터 전이된 병원균을 경험했습니다(그래서 그들은 그 과정에서 병원균의 학살에 대한 면역체제의 발전이 가능했습니다). 구대륙의 문명권이 그랬었죠. 하지만 작물화하거나 혹은 가축화할만한 야생자원이 없었던 신대륙에서는 이러한 병원균은 완전히 생소한 것이었고, 따라서 치명적인 것이었습니다.

문자를 비롯한 발명품의 발전도 환경적 차이에 의해 발전의 계기가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농경이 가능하게 되고 그에 따라 생산량이 증대된 문명권에서는 문자가 중요한 도구로 부상합니다. 잉여 생산물의 축적은 식량 생산에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세력을 낳았고, 이는 곧 중앙집권적 정치 체제로 발전하게 됩니다. 정치 제도의 발전은 문자의 필요의 증대와 맞물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식량 생산량이나 인구 파악 등을 위해서는 간소한 도구가 필요한데
문자는 그 역할에 적합한 발명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앙집권적 정치 체제로 발전하지 못한 문명은 문자가 딱히 필요치가 않았습니다. 인구밀도도 낮았고, 생산량도 낮다보니, 간소화된 추상적 도구가 활용될 여지가 별로 없었던 것이죠.

그 외의 여러 발명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동기부여가 될 만한 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구대륙에서는 짐을 끌만한 가축들이 있었기에 바퀴가 중요한 발명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가축이 없었던 지역에서는 바퀴가 단지 장난감의 일종이었고, 그래서 기술적 차원에서 발전되기는커녕 사라지고 맙니다.

특정 대륙의 문명이 고도로 발전을 하게 되었고, 이 문명권은 다른 대륙의 문명을 압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대륙별 문명의 현격한 격차를 보고 의아해합니다. “왜 서구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는 동안,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에 살던 원주민들은 여전히 ‘우가자카 우가우가’하고 있었던 것일까?”하면서요. 그런데 지역적 차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된 합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발전된 문명권에서 볼 때는 여전히 수렵채집민으로 사는 지역의 인종들이 한심해 보입니다. 무식하고 무력하게 느껴지지요.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인종이 혹은 조상이 열등해서가 아닙니다. 그들 역시 오랜 경험을 통해 발전해 왔고, 지혜를 얻었습니다. 다만, 그 궤적이 달랐을 뿐이죠. 그건 전적으로 그들에게 전제된 환경적 요인 때문이었습니다. 작물화 혹은 가축화할만한 적절한 야생 동식물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정주형 생활보다 수렵채집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궤적으로 발전해왔던 것뿐이죠.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격차가 일어난 이유는 인종적 우월함이 아니라 우연한 환경적 조건이 결정적이었다고 본 것입니다.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이제는 얄리의 질문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에 대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신들은 백인(서구문명)들에 비해 위치빨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2>

얄리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 숙제가 더 있습니다. 하나는 근대에 세계를 털기 시작한 문명이 초승달 지대의 후예들이 아니라는 점과 두 번째는 오랜 인류사에서 기술 발전의 최전방에 있었던 중국이 최근 250여년 사이에 서양에게 그 지위를 빼앗긴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질문입니다. 먼저 첫 번째 숙제부터 풀어보자.

어째서 유라시아 내에서도 비옥한 초승달 지대나 중국이나 인도가 아니라 하필 유럽의 사회들이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식민지화하고 기술을 선도하고 현대 세계에서 정치적·경제적으로 우세하게 되었을까?(···) B.C. 8500년부터 그리스가 흥성하고 그 뒤를 이어 이탈리아가 흥성하기 시작한 B.C. 500년 이후까지, 서유라시아 일대에서 동물의 가축화, 식물의 작물화, 문자, 야금술 등의 중요한 혁신은 거의 모두가 비옥한 초승달 지대 또는 그 부근에서 이루어졌다. A.D. 900년경 이후 물방아가 급격히 늘어나기 전까지는 알프스 서쪽이나 북쪽의 유럽은 구대륙의 기술 및 문명에 중요한 공헌을 한 일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지중해 동부, 비옥한 초승달 지대, 중국 등지에서 개발된 문물들을 받기만 했다. 심지어 1000~1450년에도 과학과 기술은 주로 인도에서 북아프리카까지의 이슬람 사회로부터 유럽으로 흘러드는 쪽이었다. 이 시기에는 중국이 세계의 기술을 선도하고 있었는데, 식량 생산을 시작한 시기가 거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필적할 만큼 빨랐기 때문이었다.
(···) 물론 유럽이 흥성한 직접적 요인들을 지적할 수는 있다. 유럽은 상인 계급과 자본주의가 발달했고 발명품에 대한 특허권을 보호했으며 절대군주나 무거운 세금이 없었고, 또한 경험주의적 탐구 정신을 중시하는 그리스적·유대교적·기독교적 전통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직접적 원인들에 대해 우리는 궁극적인 원인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경우에는 분명한 해답이 나온다. 그곳은 원래 가축화·작물화에 적합한 동식물이 집중되어 있어서 다른 곳보다 몇 천년 일찍 출발할 수 있었지만, 일단 그 선발 간격을 추월당한 뒤에는 더 이상의 지리적 이점이 없었다. 이 같은 간격이 사라져간 과정은 강성한 제국들이 점차 서쪽으로 옮겨진 경로를 통해 상세히 더듬어볼 수 있다. B.C. 4000~3000년경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국가들이 탄생한 후 처음에는 힘의 중심이 바빌로니아, 히타이트, 아시리아, 페르시아 등의 제국들 사이를 번갈아 이동하면서 줄곧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가 B.C 4세기 말 알렉산더대왕 치하의 그리스인들이 그리스로부터 동쪽으로 인도까지 정복하면서 드디어 힘의 중심이 서쪽으로 이동하는 돌이킬 수 없는 첫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B.C. 2세기에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하면서 힘의 중심은 서쪽으로 더 이동했고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에는 다시 서유럽과 북유럽으로 이동했다.
이 같은 이동의 주요 요인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금방 자명해진다. 오늘날에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느니 ‘전 세계 식량 생산의 선도 지역’이라느니 하는 표현이 터무니없게 들린다. 옛날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속했던 많은 지역이 지금은 사막, 반사막, 스텝으로 변하거나 토양이 심하게 침식되거나 염분이 너무 많거나 해서 농업에 부적합한 땅이기 때문이다. 623~625쪽.

다소 길게 인용했지만 간략히 말해보면,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성취들은 유라시아 대륙 축에 따라 전파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점은 사라져 갔습니다. 게다가 오랜 세월에 걸친 기후 변화에 따라 비옥했던 그곳은 점점 척박해져갔습니다. 결국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성취를 얻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기후 변화에 따른 이점을 얻을 수 있었던 방향으로 문명사적 힘은 이동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숙제의 경우는 어떨까요? “내가 제일 잘나가”라고 하며 의기양양했던 중국은 어쩌다 반식민지의 치욕을 당했던 걸까요?

콜럼버스가 다섯 번째 시도에서 수백 명이 넘는 유럽의 군주 가운데 한 명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은 바로 유럽이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대포, 전기 조명, 인쇄술, 소화기 등등 무수한 혁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처음에는 유럽 일부 지역에서 무시당하거나 희한한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지만, 일단 한 지역에서 채택만 되면 결국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유럽의 분열에서 비롯된 이 같은 결과는 중국의 통일이 빚어낸 결과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중국 조정은 해외 항해 이외의 활동에 대해서도 이따금씩 중단을 결정했다. 14세기에는 정교한 수력방적기의 개발을 포기함으로써 산업혁명의 문턱에서 물러났고, 세계의 시계 제작 기술을 선도하고 있던 기계식 시계를 파기 또는 사실상 전폐해버렸으며, 15세기 말 이후에는 기계장치나 기술 전반에 걸쳐 후퇴하게 되었다.(···)
중국이 정치적·기술적 우위를 유럽에 빼앗긴 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중국의 만성적 통일과 유럽의 만성적 분열부터 이해해야 한다.(···) 유럽의 해안선은 섬에 버금갈 만큼 고립되어 있는 큰 반도가 다섯 개나 있어 매우 들쭉날쭉하며 각각의 반도에는 모두 독립적인 언어와 민족 집단과 정부(그리스, 이탈리아, 이베리아, 덴마크, 노르웨이·스웨덴)가 들어섰다. 반면에 중국의 해안선은 훨씬 완만하며 별개의 중요성을 갖게 된 곳은 인근 한반도밖에 없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과 내부의 장애물이 그리 대단치 않았다는 점은 처음에는 이점으로 작용했다. 북중국, 남중국 해안 내륙이 각각 다른 농작물, 가축, 기술, 문화적 특징을 낳아서 그 모두가 차후 통일된 중국에 보탬이 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연결성은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어느 한 폭군의 결정은 당장 혁신을 중단시킬 수 있었고 또 실제로 그 같은 일들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유럽의 지리적 분할 상태는 서로 경쟁하는 수십 또는 수백 개의 독립 소국과 혁신의 중심지들을 만들어냈다. 그중에서 어떤 국가가 특정 혁신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또 다른 국가가 그 일을 했고, 따라서 이웃 국가들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에게 정복당하거나 경제적으로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629~633쪽.

유럽의 해안선은 다섯 개의 큰 반도로 이루어져 만성적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반면 중국은 큰 대륙과 완만한 해안선 덕분에 통일이 용이했다. 중국의 만성적 통일은 이로운 점이 많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고, 특히 최근 250여년 사이에는 매우 나쁘게 작용했다. 이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총균쇠』는 문화인류학 분야의 기념비적인 성과물이라고 평가되는 책입니다. 읽어보니 납득이 됩니다. 꽤나 간소한 핵심 논증의 축이 있고,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방대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지리학, 언어학 등 각 분야의 연구 성과들을 절묘하게 활용하여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분석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일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역시 상대적으로 최근의 역사에 대한 부분입니다. 인류사에 있어서 지리/환경적 조건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쉽게 수긍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게 되면서 그러한 자연조건들은 초기 인류사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감소합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게 되는 것이 문명에 의해 파생된 문화적 논리이지요. 예를 들어 사회학의 거장인 막스베버는 근대적 의미의 자본주의 태동과 관련해 서유럽과 중국의 종교에 대해 연구한 바 있습니다. 그는 서구의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자본주의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중국의 종교는 자본주의 발전에 유효한 성격을 갖지 못했다고 분석했죠.

근대에 와서도 여전히 지리/환경적 영향력이 행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조상들에게 어떤 유산을 물려받았느냐도 굉장히 결정적인 요소로 작동하고 있죠. 다만 그럼에도 오늘날의 문명적 차이의 결을 좀 더 세밀하게 살피기 위해서는 문명이 발전하면서 형성된 문명(문화)자체적 논리도 비중 있게 살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러한 비판은『총균쇠』에 대한 아주 적절한 타격은 아닐 것입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도 최근의 역사에 대해서는 에필로그에 부분적으로 견해를 피력한 것이기도 하고요(<1>에서 정리한 내용이 본 연구물의 핵심이죠). 다만 저로서는 하나의 독서 숙제가 더 생긴 셈입니다. 『총균쇠』의 부피로부터 온 피로감이 조금 가시면 다시 관련 독서를 지속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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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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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문명할 때 스타팅도시 & 첫번째 확장도시 위치빨이 중요하다능.. 앗흥
그리드세이버
14/12/05 09:50
수정 아이콘
모든 맵이 황밸은 아니니까요
레지엔
14/12/05 09:50
수정 아이콘
이 책은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번 읽었는데, 과연 이게 한 사람이 다 저술할 수 있는 컨텐츠인가 매번 놀랍니다. 그리고 또 느끼는게 이 책의 디테일은 틀린게 꽤 자주 나오고 지적되지만 주제 자체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저가 아닌가 합니다. 후속작들을 봐야되는데 아직도 못보고 있어서 좀 아쉽네요.
눈뜬세르피코
14/12/05 09:56
수정 아이콘
딱 공감이 가네요. 디테일은 틀린게 많은데, 전반적으로는 동의하게 된다는 것;;
레지엔
14/12/05 09:58
수정 아이콘
몇 명 전공 다른 친구들이 다 이 책을 감명깊게 봤는데, 다 자기 전문 지식에 비추어서 이 책의 디테일한 요소를 깝니다(예컨대 저는 영양섭취에 대한 부분을 깠습니다). 한 2시간 술먹으면서 막 까다가... 어느 순간엔가 찬양으로 끝납니다. 이게 한 두 번이 아니다보니-_-;
14/12/06 00:45
수정 아이콘
느끼신 부분에 저도 100번 동의하는게.... 제 나름 자랑(?)하자면유명해지기 전에 Pre-med 하면서 1년동안 수업 들은적 있는데 정말 사람을 주목시키고 말에 확신이 들게 하는 그런 묘한게 있습니다. 저보고 농담으로 전공 자기 밑에서 라인 타면 지도해준다고 하는데 정말 그 당시에 어찌나 고민되던지.. 개인적으로 생리학 수업때 미스가 가끔식 나오는데 그래도 인기 있는거 보면 인간적인 매력이 100 찍은사람 같습니다. 그게 글에서도 잘 나타나는듯 하구요.
14/12/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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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처럼 임팩트 있는 책을 아직도 읽지 못해서 참 난감하긴 한데, 인류사를 두 개로 나누면 이집트가 가장 위대한 문명이었던 시대와 중국이 가장 위대한 문명이었던 시대로 나눠도 될 정도로 두 문명이 수퍼파워였던 기간이 압도적으로 길지요. 뭐랄까.... 오백년 남짓한 유럽 문명의 전성시대를 마치 인류 문명의 최종 종착역인 것처럼 생각하는 느낌이 좀 납니다. '그게 결국 위치빨입니다' 라는 일견 겸손해보이는 말 뒤에는 '그 위치빨 덕분에 유럽은 잘났습니다' 라는 우월감이 있는 것 아닌가 싶은 거지요.

어차피 백 년만 더 지나면 다시 중국이 1등이 될 가능성이 제법 높다고 생각하는 지라....
swordfish-72만세
14/12/05 09:55
수정 아이콘
유럽이 2세기 동안 잘난건 사실이고 이는 반박하지 못하죠.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말했던 기존의 [서양 인종이 잘났다능] 혹은 [서양인들은 특별한 덕성을 가지고 있다능] 하는 드립에서 벗어나. 사실 우리가 잘난 건 걍 [운빨] 이라고 말하는 점에 차별주의적 성격에서 많이 벗어 난거죠.
14/12/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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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이백년도 상당히 긴 시간이긴 하고, 따라서 그 우월함의 원천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작업은 꼭 필요하긴 하지요. 다만 몽골제국의 세계정복과 유럽의 세계정복은 다른 대접을 받는 느낌이 좀 있어서 열폭했나봅니다. 다만 중국은 통일 왕조고 유럽은 분열상태라서 발전했다는 건 진짜 끼워맞추는 느낌인지라.... 송나라때로 돌아가서 저 책을 읽으면 '응??' 할 것 같아요.
swordfish-72만세
14/12/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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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세계 정복은 문명사회에서 재앙 맞으니까요. 중국 인구의 50%가 날라갔고, 메소포타미아는 관계 수로 파괴로 영구 복구가 불가능해 졌죠.
중국이 송나라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데 명 중기까지 가야 했고, 그때까지 역사의 중심이었던 메소포타미아는 지금까지 페르시아의 변방에 머무르고 있죠. 중앙아시아에서 번영하던 문명도 이때 거의 멸망 직전까지 몰려 정체되기 시작했죠.
엄밀히 말해 몽골의 침입에 유일하게 받지 않았던 서유럽이 이 때부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하는게 이런 피해에 대한 복구가 없어서 입니다.
거기에 아메리카 대륙까지 서구 영향력에 넣으면서 동서양 차는 결정적으로 벌어졌구요.
사실 몽골의 세계 정복이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게 오히려 19세기 쇼크 이후 동양의 정신 승리적 차원이 크다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논리 외에 명 초기 이후 서양에 비해 발전이 정체 되었는가에 대한 대답이 쉽지 않습니다.
14/12/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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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서양의 진출로 남북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이 죽어나간 것도 만만치 않은 지라, 두 정복 시대 사이의 시간 차이까지 고려하면 저는 양자간에 큰 도덕적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서양의 세계정복이 21 세기의 전지구적 문명사회 건설의 토대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 당시 유럽인들이 바라던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지라...
swordfish-72만세
14/12/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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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인게 중요한게 아니라 동서양의 문명차이가 벌어진 결정적인 이유로써 몽골에 역할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동양에 있어서 몽골의 거의 재앙급이엇다는 이야기 말이죠.
북중국과 메소포타미아의 식량 생산 사정은 몽골 때문에 영구히 악화되었고 중앙아시아는 영원히 변두리로 몰렸으며
남중국은 송나라 때 번영을 다시 찾는데 수백년이나 걸린 것과 최소 서양 침입 이후 인육 대신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고
보다 나은 농업 생산력을 가지게 된 남미랑은 사실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서양이 침입하기 전에 딱히 이들이 천국에
산것도 아니고 언제 잡아 먹힐지 모르는 세상을 살았다는 걸 생각한다면 말이죠.

서양의 침략은 다양성 측면에서는 재앙이엇지만 물질문명과 사상 면에서 보다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몽골의 침략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재앙이었고 물질문명과 사상 면에서 걍 재앙이었다는 점이 문제죠.
14/12/0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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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런 부분은 확실히 동의하게 되네요. 몽골은 지들이 즐겼을 뿐 남긴게 없고, 유럽의 확장은 도덕적이냐 비도덕적이냐를 떠나서 역사 단계를 하나 더 나아가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댓글 잘 읽었습니다.
레지엔
14/12/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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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놈이 잘났다고 말을 하면 안되긴 하는데 잘나긴 했으니 거 참(..) 어차피 뭐 같은 이유로 무게추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갔고 이에 대해서 유럽이 수 십 년째 열폭을 하고 있으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을랍니다... 하지만 한국은 안될거야 젠장...
14/12/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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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나름대로 단군이래 최전성기잖아요. 미국도 뭐 유럽보다 낫다는 거지 내리막인 건 확실한 지라, 결국 중국이 뜨고 어차피 우린 모두 안될 거에요.
레지엔
14/12/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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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저거 어떻게 작살날지 몰라서...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소년은 세상이 두렵습니다?
14/12/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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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하고 중국이 다투다가 누구 하나라도 급속도로 망해버리면 한국은 그야말로 대재앙이죠. 저도 그게 기우목록에서 상위 5 등 안에 듭니다.
걸스데이
14/12/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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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삐딱하게 볼려면 정말로 삐딱하게 볼 수 있는 책이죠

[미국이 잘 나가는 이유도 유럽보다 잘나서가 아니라 위치빨이라능] 이라는 정신승리로도 읽을 수 있으니
14/12/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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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 설득력이 있네요. 하여튼 빨리 읽어야겠습니다. 근데 그 앞에 예약된 책이 너무 많잖아? 아마 난 안될 거야...
swordfish-72만세
14/12/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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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다이어몬드는 미국인이라 그렇게 보기는 약간 그렇죠.(보스턴 출신)
눈시BBand
14/12/0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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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이야 계속 나오고 있고 특히 단선론적인 걸로 비판받지만... 이를 뛰어넘는 뭔가를 말하진 못 하고 있죠. 정말 명저입니다
yangjyess
14/12/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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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 '더러워서' 크
14/12/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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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천날 더러운 축생들이랑 비비적대다 보니 어떻게 생화학 병기의 지위를 획득...
14/12/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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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구두에 x묻었다!
왕삼구
14/12/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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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읽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주로 지정학적 위치 차이가 어떻게 대륙간 격차를 낳았는가에 집중을 하죠. 사실 책에서 다루는 것만 해도 워낙 방대한 분야라 한사람이 다 섭렵하기엔 버거운 작업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중국이 서양문명에 압도된 이유에 하나로 지정학적 이유만 들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리는 현명함도 훌륭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책에서 호주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의 많은 거대 동물들이 갑작스러운 인간의 진출로 사라져 버렸다는 주장에서 인간의 무서움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더군요.

이 책 다 읽고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도 봐야하고 덕분에 생각난 막스 베버의 책도 읽어야 하는데.. 다 책 두께가 장난이 아니네요.
swordfish-72만세
14/12/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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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명확한 설은 아니고 시기적으로 겹치기는 합니다. 하지만 북미의 대형 포유류가 몇 종을 빼고 전멸한 거
봐서는 과연 책임자가 인간인지는 약간 의문이긴 하죠.
14/12/0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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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는 사놓고 안 읽어봤는데, 지인이 니얼 퍼거슨의 책도 함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더군요..
그 사람 저서 대부분이 서양중심적인 시각으로 썼는데, 두 책을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다고..
흠....
나이트해머
14/12/05 10:29
수정 아이콘
니얼 퍼거슨 책은 그거만 읽으면 주화입마하기 십상이죠. 이거만 읽으면 제국주의 만세! 를 양산하기 딱 좋아서...
14/12/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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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요.. 식근론자 되기가 쉽겠더라구요~
예전에 본 돈의 힘이라는 다큐는 재밌게 봤는데...
왕삼구
14/12/05 10:51
수정 아이콘
같이 보면 좋은 책이 뭐가 있나요? 시빌라이제이션이 지금부터 약 600년간을 다룬 것 같던데요.
라라 안티포바
14/12/05 10:26
수정 아이콘
문명해도 같은 결론이...
아무리 쇼쇼니, 폴란드같은 OP문명이어도 툰드라, 사막지대면 노답이고
잉잔틴같은 문명을 해도 스타팅이 화려하면 그럭저럭 할만하죠.

전 예전에 총학생회 LT갔다 친구에게 빌린 이책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초식성육식동물
14/12/05 11:02
수정 아이콘
결국 소금 짱짱맨이요!
겨울삼각형
14/12/05 12:01
수정 아이콘
게임상은 쇼기꾼과 폴사기 이지만

현실은
히총통 : 단치히 빨리 내놓아라, 현기증 난단 말이야
폴무룩..

천조국 : 어익후 도시 영역 넓혀주셔서 감사합니다.
쇼무룩..
파이어폭스
14/12/05 11:13
수정 아이콘
사실 총,균,쇠 관련 글을 볼 때마다 느끼는건데, 문명이란 게임이 얼마나 잘 만든건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swordfish-72만세
14/12/05 11:26
수정 아이콘
저도요. 알면 알 수록 깜짝 놀라죠. 문명 2 오랜 게임한 것도 사회학적으로 정말 많은 논의가 될 법도한 결과를 도출했구요.
세종머앟괴꺼솟
14/12/05 12:16
수정 아이콘
게임만 해봐도 위치빨은 진리죠.
14/12/05 12:25
수정 아이콘
댓글보고하는 다른 이야기인데 정말로 이제는 게임해서 남는거 없어라는 말도 점점 줄어들거 같습니다. 어찌보면 "총균쇠"와 "시드마이어의 문명"은 같은 의미를 가진 부분도 있는데 허구적이지만 지식과 정보를 가진 소설처럼 게임이 어느 전문적인 지식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일종의 정보공급원으로도 볼 수 있지않을 까 라는 전혀 다른 뻘소리를 해봅니다.
지구사랑
14/12/05 13:10
수정 아이콘
그렇죠, 문명 같은 게임을 하다 보면 사회에 대한 일종의 통찰을 얻을 수도 있죠.
물론 가정도 많고 한계도 많겠지만요.
레모네이드
14/12/05 13:10
수정 아이콘
총균쇠.안 읽히는 책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군대에서는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기억나는 내용은 목차수준도 안 되네요.
엽기토끼
14/12/06 01:35
수정 아이콘
흠..연관된 책으로 MIT 경제학과의 대런 애쓰모글루랑 하버드 정치학과의 제임스 로빈슨이 쓴 "why nations fail"을 추천드립니다. 번역본도 있습니다. 왜 어떤 국가는 풍요롭고 경제 성장을 잘하며 어떤 국가는 그렇지 못한지에 대해, 제도주의적 관점에서 서술된 책입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주장하는 '지리 가설'은 물론, 기존의 '무지 가설', '문화 가설' 등을 비판하면서, 사실은 인센티브를 유발하는 포용적인 경제제도와 그를 뒷받침하는 포용적인 정치제도가 국가 흥망성쇠의 결정적 원인이란 게 저자들의 핵심 주장이고, 고대 마야 문명부터 현재의 중국까지 시공간을 초월해 왔다 갔다 하면서 굉장히 방대한 사례들을 그 근거로 제시합니다.
'인센티브'나 '자유로운 경제제도'란 주류경제학적 아이디어를 중점에 두면서도, '권력분립' '민주적 정치제도' 등의 정치학적 개념, 그리고 '중앙집중화' 등의 발전국가적 개념도 한데 묶어 논리를 풀어 나갑니다. 비판할 부분이 아예 없는 무결점한 책은 물론 아닌데, 제가 관심 있는 분야라 그런지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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