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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3/30 12:09:30
Name Neandertal
Subject 여기가 아틀란티스가 있던 자리일까?...
플라톤이 그의 대화록인 [티마이오스][크리티아스]에서 아틀란티스에 대한 언급을 한 후 많은 사람들이 아틀란티스는 실재했던 곳이라고 여기고 이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아틀란티스를 발견했다는 주장들도 많이 쏟아져 나왔지요. 물론 그 가운데는 자신이 고대 아틀란티스인들과 "영적인" 교감을 통해서 아틀란티스의 위치를 알아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서부터 나름 과학적인 추론과 데이터에 근거하여 아틀란티스의 위치를 주장하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주장의 질과 근거에 있어서는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어떠하든 간에 이런 주장들에 대한 주류 학계의 반응은 한 마디로 "개 무시"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주류 학계의 입장은 이들의 주장 자체가 처음부터 없는 것을 찾았다고 하고 있으니만큼 1초의 시간도 이들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데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타 분야에서 나름의 입지를 쌓은 인물들도 "아틀란티스"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바로 "달 착륙 음모론"이나 "빅풋 목격담", "9/11 음모론", 또는 "UFO 존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동급으로 여겨지게 되고 만다고 하니 "아틀란티스"라는 단어는 관련 학계에서 진지하게 활동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일종의 "볼드모트"같은 존재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아틀란티스의 실체를 찾기 위한 나름의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있어왔는데 그 가운데 최근에 아주 흥미로운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의 주장이 흥미로운 점은 아틀란티스가 결코 바닷속에 "가라앉은" 것이 아니라 바로 육지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이클 휴브너라는 독일 컴퓨터 전문가는 아틀란티스를 찾기 위해서 이전의 연구자들과는 다른 접근 방법을 취했습니다. 그는 위에서 언급한 플라톤의 두 대화록에 나오는 아틀란티스에 대한 내용들을 상세하게 분석해서 아틀란티스의 장소를 특정할 수 있을 만한 단서들을 다 추려냈습니다. 플라톤은 위의 두 대화록에서 이상하리만치 상세하게 아틀란티스의 특징들을 묘사해놓았는데 휴브너는 이를 바탕으로 해서 아틀란티스의 위치를 추적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우선 플라톤의 아틀란티스에 대해 언급한 내용 가운데서 여러 가지 지형적 특징들을 추려냈습니다. 예를 들어 "아틀란티스는 반드시 바다와 접해 있거나 아니면 지중해와 연결되는 강이나 바다 위에 위치해 있어야 하고 이집트의 서쪽에 있어야 하고 북쪽으로는 산들과 접해 있어야 하고 지브롤터 해협 밖에 위치해야 하며 코끼리가 살았었거나 살 수 있어야 한다." 등등. 이런 여러 가지 조건들을 뽑아낸 것입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이런 조건들을 적용할 지역을 선정했습니다. 그는 아틀란티스가 아테네에서 터무니없이 멀리까지 떨어져 있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아틀란티스가 한국이나 중국에 있을 가능성은 0이라고 봐야 할 것이므로 휴브너는 아테네를 중심으로 반경 4,700km까지를 아틀란티스가 존재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정했습니다(이는 알렉산더 대왕이 그의 원정에서 최대치까지 나아갔던 거리를 참고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이 지역을 격자 식으로 약 400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에 위에서 자신이 뽑아 놓았던 아틀란티스의 지형적 특징들을 적용시켜서 해당 지역이 아틀란티스의 지형적 특징과 같거나 유사하면 점수를 부여하고 그렇지 않으면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작업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여기 어딘가에 있겠지...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의 뽑아놓은 조건에 거의 다 들어맞는 지역이 단 하나가 나오더라는 것이었고 그곳은 그간에 아틀란티스의 후보지로는 거의 거론되지 않던 아프리카 모로코의 서부 해안선에 접해 있는 Sous Massa 라고 하는 분지 형태의 지형이었습니다. 그곳에는 플라톤이 말한 대로 동심원 형태로 추정되는 지형들이 남아 있었으며 그 크기도 플라톤이 아틀란티스에 대해 말한 것에서 약 1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여기가 과연 고대 아틀란티스가 자리잡고 있던 곳일까?


하지만 휴브너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였습니다. 그곳은 모로코 국왕이 소유한 땅이었는데 일개 개인의 힘으로는 엄청난 발굴 작업을 진행할 수도 없었고 어디서 후원 같은 것을 받을 수도 없었으며 모로코 정부 역시 무슬림 성지도 아니고 저 옛날 이민족의 존재 여부도 확실치 않은 고대도시의 발굴에 관심을 기울일 턱이 없었습니다.

휴브너는 2013년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아틀란티스의 옛 자리가 틀림없다고 주장했던 Sous Massa는 오늘도 잡초와 돌무더기만 무성한 채 그냥 버려진 땅으로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과연 저 밑에는 고대의 찬란한 문명 아틀란티스의 유적들이 묻혀 있을지 파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조만간 우리가 그 결과를 확인할 길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휴브너가 저 세상에서라도 자신의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기를 그리고 설사 그 결과가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나왔더라도 그렇게 많이 실망하지는 않았기를 바랄뿐입니다.


마이클 휴브너...저 세상에서라도 진실을 찾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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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0선비
15/03/30 12:28
수정 아이콘
이렇게 정성이 담긴 글에 첫번째 댓글을 달 수 있는 기회를 잡아 영광입니다.
덕분에 흥미가 그다지 있지도 않았던 분야였는데 한번 찾아보고싶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Neandertal
15/03/30 12:36
수정 아이콘
좋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15/03/30 12:41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근데 47000 km는 오타 아닐까요.. 아.. 47000 km^2일까나요.. 여튼 반경 47000km면 지구 한바퀴가 넘어서...
Neandertal
15/03/30 12:50
수정 아이콘
나중에 다시 정확하게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아마 면적 얘기가 맞을 것 같습니다.
15/03/30 12:56
수정 아이콘
근데 또 47000km^2라면 너무 먼데요.. 한반도 면적이 22만 km^2인데.. 아 모르겠네요 크.
Neandertal
15/03/30 12:58
수정 아이콘
제가 지금 바로 확인할 수가 없어서...--;;;
15/03/30 13:01
수정 아이콘
식후 잉여시간이라 구글맵을 키고 거리를 재봤습니다. 대략 3100 km 나오네요. 그냥 4700 km로 퉁치고 있겠습니다. 크크.
15/03/30 13:07
수정 아이콘
4700km라고 하네요. Während seiner Feldzüge legte Alexander der Große über 20.000 Kilometer zurück, seine größte Distanz zu seinem Heimatgebiet Makedonien betrug um die 4700 km.(During his campaigns, Alexander the Great laid back over 20,000 kilometers its greatest distance from his home region of Macedonia was about 4700 km away.) 라는 설명이 있네요.
Colorful
15/03/30 13:31
수정 아이콘
크크크
사실 터무니 없다는건 우주를 이야기
한겁니다?
15/03/30 12:42
수정 아이콘
와우, 신선한 장소네요. 보통은 크레타 섬의 미노아 문명이라던가, 퀴클라데스 제도 처럼 에게해에 존재했던 문명,
좀 멀리가자면 북해의 도거랜드나 스페인의 타르테소스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여긴 정말 동떨어진 지역입니다.

최근에는 GPS로 해저지형을 매핑해서, 스페인 남부의 바닷가가 아틀란티스일꺼다! 라는 주장도 있고, 여러모로 21세기에도 이 떡밥은 사라지지 않을듯.
Sheldon Cooper
15/03/30 12:49
수정 아이콘
늘 흥미롭게 잘 읽고 있습니다. 재미지다..
15/03/30 13:13
수정 아이콘
역시 이런 글이 제일 재미있어요 흐흐흐
낭만토스
15/03/30 13:41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제가 다음 생애에 만수르로 태어난다면
저길 꼭 파보겠습니다
응큼중년
15/03/30 13:50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사라진 고대문명에 대한 이야기들은 정말 흥미진진한 것 같아요
8월의고양이
15/03/30 14:22
수정 아이콘
이런글 되게 좋아합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추천이요~
F.Nietzsche
15/03/30 14:30
수정 아이콘
아이고~ 재미지네요~
애패는 엄마
15/03/30 14:37
수정 아이콘
아틀란티스 글을 보고 이런게 뭘 있나 하고 찾아봤더니
아가멤논의 황금 미케네가 발굴되어 있다고 엔하위키에 있는데 설명이 없어서 아쉽네요.
15/03/30 15:00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아틀란티스 얘기 중 가장 과학적인 접근이어서 호감도 가고요.
나쁜피
15/03/30 16:16
수정 아이콘
피지알을 끊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글 때문이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피아노
15/03/30 19:30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아케르나르
15/03/30 20:11
수정 아이콘
땅 놀리느니 발굴 작업이나 시켜주지... 운 좋게 뭐가 나온다면 그걸로 홍보해서 관광객들 좀 끌어모을 수 있을텐데요.
Neandertal
15/03/30 20:14
수정 아이콘
안 나온다면...관련 공무원 사직...혈세 낭비...이쪽 역시 시나리오가...후덜덜...
사실 아틀란티스가 주류 학계에서 인정이 되는 분야라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텐데 그게 또 아니다보니 이해는 갑니다...--;;;
15/03/30 23:06
수정 아이콘
정성어린 글에 감사 드리고 갑니다. ^^*
15/03/31 06:39
수정 아이콘
슐리만이 발견한 트로이같은 곳이 될 수도 있는 땅이네요 트로이 발견 사레랑 차이가 아무래도 크긴 그겠지만 공통점도 이래저래 있어서 설레이게 하네요 괜히 크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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