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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24 11:24:58
Name 발롱도르
File #1 1429842648QaGF7Oz9x3DxERgMNRGJ52vGE9ZAaZ.jpg (138.3 KB), Download : 60
Subject 에니그마의 해독과 앨런 튜링


에니그마는 제2차 세계대전에 쓰인 독일의 암호기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 독일군은 자신들의 암호체계가 뚫렸다는 사실을 한참뒤에 알고 (처칠이 쓴 1차대전 회고록을 읽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이 계속 연합군에 의해 농락되고 있었다는 것을 안 뒤 이를 반성한 독일군은

제 2차세계대전에 당시로서는 가장 강력했던 기계식 암호화 기법을 사용한 에니그마 암호기를 도입해 더 강력한 기술을 적용하여 사용했고
오랜기간 독일의 에니그마는 가장 강력한 암호체계로 난공불락을 자랑했습니다.

영국등 연합국에서는 이 에니그마를 뚫느냐 마느냐가 또다른 전쟁이었죠.



에니그마의 작동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 저도 100% 확실히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일단 이해한것만 쉽게 풀어써보겠습니다.)


에니그마는 평문 즉 제대로 된 문장을 치면 이걸 암호화해서 암호문으로 바꿔주는 기계입니다.

HELLO 를 입력하면 H, E, L, L, O 가 다른 알파벳과 대응해서 평문을 받는쪽의 기계에 다른 단어로 나오게 되죠.


그리고 H를 계속 친다고 해도 계속 같은 알파벳으로 바뀌는게 아니라 처음엔 A로 바뀌고 두번째는 G로 바뀌고 세번째는 M으로 바뀌는등 계속 바뀝니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게 에니그마 안에 있는 회전자입니다. 기계안에 회전자가 있는게 보이시죠?





에니그마에는 3개의 회전자가 있었는데 나중에 보안을 높이기위해 5개로 올립니다.
간단히 해서 E를 입력하면 1번째 회전자가 J로 받고 2번째 회전자가 R로 받고 3번째 회전자가 R로받고 뭐 이런식인데
이 회전자가 한번 칠때마다 회전합니다.

첫번째 회전자가 타자 한번 칠때마다 1번씩 움직여서 모두 26번 움직이면 두번째 회전자가 1번 움직이고 또 두번째 회전자가 26번 움직이면 세번째 회전자가 한번 움직이는 식으로 움직여서 경우의 수를 더 높이게됩니다.

그리고 회전자 1, 2, 3 이 서로 자리를 바꿀수도 있구요.






그리고 뒤에 있는 플러그판은 임의의 두 글자를 서로 교환하여 줍니다.
이를 통해 가능한 조합의 수를 더 늘려주고 한 글자는 절대로 똑같은 글자로 암호화되지 않습니다.

A와 S를 선으로 연결해두면 A로 나온건 S로 바뀝니다. 즉 회전자를 거쳐서 나온 암호를 다시한번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반사체인 플러그판에 의해 에니그마는 절때 어떤 글자를 임력하면 그 글자와 똑같은 글자로 암호화되지 않게 됩니다.






대충 구성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키를 입력하면 빨간화살표대로 가서 3개의 회전자를 통과하고 다시 플러그판을 통과해서 최종적으로 상대의 에니그마에 암호화된 키가 나오게됩니다.





독일군은 매달 이 에니그마의 설정이 날짜별로 적혀있는 책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 책은 불에 잘 타고 물에 넣어도 잘 지워져 보안이 잘 유지되게끔 만들었는데

독일군은 이 에니그마의 설정이 나온 책대로 매일 설정을 바꿉니다.


설정책에는 회전자 설정과 회전자 위치 플러그판 설정등이 적혀있는데

1943년 3월 7일
3,1,2
D, H, C
(OG) (LX) (PE) (DY)  

이런식으로 쓰여있으면

3,1,2는 회전자를 3번째, 1번째, 2번째로 맞춰놓고
D,H,C에 의해 첫 시작을 D, H, C로 맞춰놓습니다.
(OG) (LX) (PE) (DY)  는 플러그판의 설정인데



여기에 O와 G, L과 X, P와 E를 케이블로 연결해둡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암호를 보내는쪽이 자신만의 초기설정을 알려줍니다.

가령 책의 오늘 암호 설정은 XYZ 암호를 보내는쪽이 설정을 ABC로 하고 싶다. 그럼 ABCABC 로 암호를 보냅니다. 상대는 그럼 암호화된 글자를 받게 되는데 이를 오늘 암호설정인 XYZ로 풀어보면 ABCABC가 나옵니다. 그럼 아 오늘 설정을 ABC로 하겠다는거구나 하고 다시 ABC설정으로 에니그마 설정을 바꿔 해독을 합니다.




그럼 연합군은 이 에니그마를 어떻게 풀었을까


독일군이 사용하는 설정값을 그대로 알아내어 독일군에게서 훔쳐오거나 빼았은 에니그마 기계에 적용해서 연합군도 똑같이 암호를 해독하면 됩니다. 그럼 설정값을 어떻게 알아내느냐...


이 초기설정값을 두번이상 사용하면 안되는데 독일의 통신병들이 귀찮으니까 여러번 사용하고 또 단순한 AAA같은걸로 사용하고 또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문자나 애인의 이름 CILLY 같은걸로 계속 사용하다보니 이게 자주반복되어 해독이 쉽게 되는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이 방식으로 해독을 했고

폴란드 해독가들이 먼저 에니그마의 암호 해독을 시도했는데 이 메시지 키를 두번 전송하는 취약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영국에서는 블레츨리에 앨런튜링등이 중심이 된 암호해독반을 만들었는데 블레츨리 파크에서는 이 취약점이 금방 막힐수 있다고 생각하고 앨런튜링은 다른 취약점을 이용한 암호 해독법을 연구하게 됩니다.




1939년 9월, 앨런 튜링은 암호 해독을 자동화할 수 있는 전기기계식 계산기인 봄브(영어: Bombe)를 설계했습니다.

튜링은 특정 조합이 아닌 임의의 평문을 바탕으로 자동 해독을 수행할 수 있게 봄브를 만들었는데
이 튜링의 봄브는 회전판 순서와 회전판의 초기설정, 그리고 플러그보드의 설정에 따른 17,576 가지의 모든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조합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동작했습니다.

먼저 암호해독가가 예상되는 평문과 그에 해당하는 암호문을 입력하고 봄브를 동작시키면, 봄브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36개의 작은 에니그마를 동작시켜 바로 설정값을 알수 있게끔 했습니다.


그리고 경우의 수를 최대한 줄이는 노력을 했는데 모든 가능성을 다 계산하려면 그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아집니다. 당시의 전자계산기인 봄브로는 그걸 다 일일이 계산하기가 힘들었죠.
일단 에니그마의 가장 큰 특성중 하나인 에니그마의 평문이 같은 글자로 암호화되지 않는다는 가정을 추가했습니다. 이로서 경우의 수를 상당히 많이 줄일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암호화되기전 평문을 추정하는 여러 단서들을 찾았는데
독일의 암호병들은 자주사용되는 메시지를 계속 사용했고 이는 암호해독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암호문마다 있는 Heil Hitler (하일 히틀러) 라던지 자주 사용되는 문구인 Keine besonderen Ereignisse (보고할 것 없음, 또는 이상 무) An die Gruppe (집단군에게) 등은 암호해독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에르빈 롬멜 원수의 병참장교는 항상 동일한 인사말로 메시지를 시작했기 때문에 쉽게 해독할 수 있는 빌미를 주었습니다.

또 독일군은 숫자를 입력할때 알파벳으로 입력해서 보냈는데 앨런 튜링은 이를 알아내고 지금까지 해독된 메시지들을 다시 살펴보았는데, 모든 암호문의 90%에 EIN (숫자 1) 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앨런 튜링은 이를 바탕으로 모든 회전판 설정에 대해 EIN이 암호화되는 경우의 목록을 작성하였고 목록은 평문 해독이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것이 에니그마의 암호문과 평문이 절대 같은 글자가 될 수 없다는 특성과 합쳐지면, 경우의 수가 상당히 많이 줄어들게 되는거죠.

공군 총사령간 헤르만 괴링은 일상적인 통신이나 농담을 암호망으로 보내 많은 평문을 제공해 주었고 블레츨리 파크는 이것을 "괴링 농담"이라고 불렀으며 암호 해독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암호해독은 제2차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이기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되며 수많은 사람들을 구했고 전쟁을 최소 2년은 앞당겨 끝낼수 있게 했습니다. 독일군은 에니그마가 이론적으로 해독 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해독에 필요한 엄청난 경우의 수를 모두 시험해볼 방법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에 암호가 해독될거라고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전쟁을 일찍끝내고 희생자를 최소화하는데 큰 공헌을 세운 앨런튜링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컴퓨터에 있어서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였고 프로그래밍 가능 전자 컴퓨터의 기술적 토대가 된 튜링 봄버를 제작하여 현대 전산학과 정보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은 그 말년이 상당히 비참했는데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였고 당시 영국의 법으로는 동성애는 불법이었습니다.

1950년대 영국은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했으며 이 동성애 금지법에 의해 앨런튜링은 대중에게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되며 재판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징역이나 여성 호르몬 투여를 통한 화학적 거세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교도소에 가면 연구를 계속 할수 없으니 화학적 거세를 선택해야 했고

이로인해 앨런튜링은 신체적, 정신적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아 글쎄 가슴이 나오는 게 아닌가!]

앨런튜링이 여성호르몬제 주사를 맞고 자신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입니다.



그 후 몇년되지 않아 앨런튜링은 사과에다 독약을 주사한뒤 이를 깨물어 먹어 1954년에 청산염 중독으로 사망합니다.


앨런튜링은 이후 2013년에 와서야 스티븐 호킹을 비롯한 수만명의 청원이 접수되어 영국 정부가 여왕 특별 사면령을 내려 공식적으로 복권됩니다.




이를 영화화한게
작년에 개봉했던 이미테이션 게임입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앨런 튜링 역을, 키이라 나이틀리가 약혼녀 조안 클라크 역을 맡았으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열연이 돋보인 영화입니다.

영화제목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이 인공지능 개념을 설명하면서 언급한 테스트에서 따온것으로 튜링 테스트 혹은 이미테이션 게임이라고 불리워 집니다.






내용참조

http://ko.wikipedia.org/wiki/%EC%97%90%EB%8B%88%EA%B7%B8%EB%A7%88%EC%9D%98_%ED%95%B4%EB%8F%85
http://blog.naver.com/piglet2015/220279521861
https://mirror.enha.kr/wiki/%EC%95%A8%EB%9F%B0%20%ED%8A%9C%EB%A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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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rdfish-72만세
15/04/24 11:35
수정 아이콘
사실 죽음에 관련해서 불운한 점은 있지만 처신이 좀 잘못되기도 했죠.
자기 물건 훔쳐서 도망간 동성애 연인을 그냥 모르는 도둑 취급하면 되었는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경찰에 불었으니....
천재는 세상사에 관심 없다라는 이미지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네요.
발롱도르
15/04/24 11:42
수정 아이콘
앨런튜링은 동성애가 범법행위라는것도 알지못했고 동성애로 처벌받을수 있다는것도 몰랐기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야기한거겠죠..

그리고 동성애를 법적으로 처벌한다는 당시 영국이 지금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나라였으니...
swordfish-72만세
15/04/24 11:47
수정 아이콘
지금이야 어처구니 없지만 당시 기준으로 생각하는 맞습니다.
특히 1940~50년 대 영국은 그 악명 높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극 보수적인 성도덕의 국가의 유산이 잔존했던 국가였습니다.
그리고 이게 영국만 그랬으면 모르겠으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이었죠.
그런데 당대를 살았던 튜링은 그것 몰랐다는 건 정말 심각하게 저 냥반이 세상사에 관심이 없었던 거죠.

거기에 저냥반이 정말 운이 나쁜게 매카시즘의 시대라 동성애=공산주의자(현재 한국에서 그런 주장하시는 인간들이 있죠.)
택도 없는 주장에 공산주의자로 의심까지 받는 상태였으니... 더 법이 엄격하게 적용된 것이었죠.
솔로10년차
15/04/24 12:23
수정 아이콘
앨런튜링은 범법행위라는 것을 알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동성애가 불법이니 영국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말도 들었었구요.
공안9과
15/04/24 11:50
수정 아이콘
1950년대면, 동성애보다 성전환이 훨씬 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었을 것 같은데 신기하네요.
아무튼 이미테이션게임은 피지알에서도 꽤 호평을 받았던 것 같은데, 이 번 주말에 한 번 봐야겠습니다.
swordfish-72만세
15/04/24 11:53
수정 아이콘
성전환이 아니라 화학적 거세입니다.
물론 호르몬 연구 초창기라 성욕이 준다더라는 효과만 알고 저런 부작용을 낼 줄 몰랐는데
저걸 시행했으니...
강동원
15/04/24 11:58
수정 아이콘
이미테이션 게임을 제목만 보고 두뇌싸움하는 스릴러 영화 기대하고 갔는데
이 무슨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허허
마스터충달
15/04/24 12:02
수정 아이콘
앨런 튜링의 이야기는 참 흥미로웠지만
솔직히 <이미테이션 게임>이란 영화는 그닥 훌륭하거나 재밌게 보질 못했습니다.
영화가 노잼스러운건지, 비슷한 시기에 워낙 쟁쟁한 작품들(<위플래쉬>나 <버드맨>)을 봐서 그랬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심군
15/04/24 12:11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전후의 토사구팽 사례중 하나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당시의 전쟁영웅들 중에선 제대로 된 말년을 보낸 사람이 거의 없으니...
솔로10년차
15/04/24 12:26
수정 아이콘
앨런튜링의 동성애는 여성비하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2000년전의 동성애처럼요.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이 상당히 미화되었습니다. 아에 반대로 능력만을 보고 여성을 기용하는 모습도 보이구요. 실제론 지금 기준으로보면 성소수자에 의한 성차별이죠.
기아트윈스
15/04/24 18:37
수정 아이콘
앤드루 호지스의 전기를 보면 튜링의 동성애 성향에 대해 한가지 이유를 명시하고 다른 한 가지는 암시하고 있지요.

하나는 긴 남자학교 기숙사생활. 꽤 신빙성이 있지요. 왜냐하면, 실제로 남자끼리 기숙사에서 굴리는 사립학교 출신에서 남성 동성애자가 많이 나왔으니까요. 게다가 사립학교 출신들은 비 사립학교 출신들에 대한 신분상의 우월감을 갖기 쉬운데 (사실 백퍼센트 갖는데) 이게 손쉽게 여성비하로 이어질 수 있지요.

다른 하나는 모친에 대한 격렬한 증오심. 이건 인생 후반부에 융 학파 정신과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데 호지스가 이 부분을 꽤 자세히 서술해줍니다. 물론 "그래서 이게 원인임" 이렇게 말하지는 않지만요.
박수흠
15/04/24 12:27
수정 아이콘
서프라이즈였나?거기서 이 내용을 본 것 같은데 거기서는 러시아 해군이 침몰한 독일군 배에서 암호책을 접수해서 동맹국 영국에 넘겨서 암호해독에 더 성과가 있었다고 봤는데 그게 1차대전 이야기였나 헷갈리네요
이치죠 호타루
15/04/24 22:01
수정 아이콘
1차대전의 40호실 이야기죠. 당시에는 이런 암호기계가 아닌, 단어와 문구를 숫자로 치환하는 코드북이 유행이었습니다.

더구나 러시아 해군은 2차대전까지도 아예 듣보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독일 해군은 독소전 개전 이전에 베제뤼붕 작전에서 탈탈 털려서 유보트만 줄창 띄우는 형국이었습니다.
깡디드
15/04/26 08:27
수정 아이콘
1942년, 침몰하는 유보트에 잠수부 세 명이 진입하여 애니그마 북을 구해온 적이 있는 걸로 압니다.
다만 종전까지 그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이 일이 언제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네요.
전립선
15/04/24 12:29
수정 아이콘
이미테이션 게임은 전기영화로 좋은 평가를 주진 못하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앨런 튜링이 동성애자였다 라는 사실을 가지고 만든 BL 동인지라는 감상입니다. 튜링이라는 인물의 생애 자체가 충분히 드라마틱한데 영화는 거기에 더 욕심을 내서 각색이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비표준적 천재, 핍박받는 동성애자, 전쟁 영웅이라는 통속적 이미지만 제시할 뿐 왜 앨런 튜링이라는 인물이 정말로 위대한지, 그 학문적 업적과 후대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묘사가 안 되어 있습니다.
15/04/24 14:57
수정 아이콘
애초에 전기 영화로 만든 것이 아닌데 전기영화의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이치죠 호타루
15/04/24 12:30
수정 아이콘
원래대로라면 봄바가 처리를 못 해야 하는데, 암호와 복호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반사바퀴의 존재로 인해 가능한 가짓수가 엄청나게 줄여버리는 역효과가 발생해 버리면서 뚫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거 에니그마도 종류가 셋인가 그럴 텐데요. 하나는 기억이 안 나고 독일군이 채용한 건 슈르비우스의 버전이었으며 반사바퀴가 없는 하겔린의 버전도 있다고 들은 바 있습니다.
15/04/24 13:02
수정 아이콘
서양의 동성애 탄압이나 흑인차별 역사를 보면, 요즘에 그들에 대해 약간의 부정적인 발언도 꺼리는게 이해가 되는데(우리나라에서 지역을 엮어서 까는거 절대 용납못하는 것처럼), 그외 다른 나라들까지 그렇게 해야할 필요는 없을듯. 서양이 동성애 흑인 나치에 민감하다면, 우리는 공산주의 지역차별에 민감할만한 근현대사가 있었던 거고.
마스터충달
15/04/24 13:50
수정 아이콘
성 소수자나 인종에 대한 차별에 강력히 항의하는 것은 차별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옳지 않기 때문이죠. 더구나 아직도 동성애를 치료해야한다는 세력들이 있는 판국인데, 민감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15/04/24 15:19
수정 아이콘
그럼 우리나라는 동성애 탄압하고 흑인 차별해도 별 문제 없나요?
15/04/25 00:11
수정 아이콘
다른 성적소수자들과 다른 특별대우를 해줄 필요까진 없고(서양은 다른 성적소수자들보다 특별히 탄압했으니 그래도 되지만), 흑인들이 보여주는 여러가지 모습들에 대해 부정적인 부분도 어느정도 말할수는 있어야죠(미국,일본에서 지역별로 다른 사람들의 기질이나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도 어느정도 하는 것처럼)
태을사자
15/04/24 13:26
수정 아이콘
본문 잘 읽었습니다.
이미테이션 게임 얼마전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주인공 배우가 그 셜록홈즈.. 맞죠? 전 그 드라마는 안보고 영화로 처음 접했는데 참 연기를 잘하더라구요.

말이 나온김에 영화의 주내용이었던 에니그마 해독이야기를 해보자면, (중간중간 영화 스포가 될수도 있겠..)
2차대전때 연합군 vs 에니그마 대결에서의 1등공신은 개인적으로 앨런튜링 이전에 폴란드 암호해독팀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레예프스키가 '악마'라고 불렸던 에니그마의 지옥같은 알고리즘을 푸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지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당시 에니그마 초창기버전만 해도 암호해독키의 가지수는
10,000,000,000,000,000 개 였습니다. 1경개.. 맞나요?
한사람이 1초에 하나씩 체크가 가능하다고 쳐도.. 후덜덜
결론만 얘기하자면 레예프스키는 저 수많은 경우의 수를 100,000 여개로 줄여버립니다. 그 유명한 '고리 알고리즘'으로 말이죠.
고리 알고리즘은 굉장히 복잡합니다만 (예전에 한번 보았습니다만 무슨 소린지 원..)
어쨌든 핵심은 본문에도 나와있듯이 독일군이 자신만의 초기설정 세글자(흔히 '메세지 키' 라고 하는) 를 두번 연속으로 썼던 것에 있었다네요.
독일군은 교환수가 실수할수도 있고 수신상태에 따라서 처음꺼는 안보일수도 있으니 두번 연속으로 보내라는 방침을 썼던것으로 보입니다만
그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봄브' 기계 역시 레예프스키가 먼저 만들었다고 하죠. 100,000 개로 줄어버린 경우의 수에서 올바른 '키'를 찾아내기위해.
(물론 이 기계를 만들어 내는 과정도 엄청났습니다만)

물론 '영국을 구했다' 라는 평가를 받는 앨런 튜링의 공 역시 간과할수 없겠죠.
앨런 튜링의 공은 본문에도 나와있듯 '독일군이 메세지 키를 두번 연속으로 쓰지 않을 경우에도 에니그마를 풀어냈다' 라는데 있겠죠.
역사는 잘 모릅니다만.. 2차대전이 본격적으로 일어난것이 1939년 이라죠?
이때 암호해독의 키는 폴란드에서 영국으로 넘어왔었다고 하네요. 예산문제가 가장 컸다고 합니다. 폴란드는 가난한 나라였나봐요..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윗분도 말씀해주셨습니다만 에니그마 자체가 업그레이드 됩니다. 회전판 부터가 세개에서 네개로 증가하는등..
따라서 '봄브'의 성능 역시 업그레이드 되어야 했는데 그걸 만들 예산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돈이 많은(?) 영국, 프랑스로 폴란드의 암호해독 메카니즘이 전달되었고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봄브' 를 만들었던 것이죠.
그렇지만 새로운 '봄브' 고 나발이고 독일이 메시지 키를 두번 반복해서 사용해주지 않으면 고리 자체를 만드는것이 불가능했는데,
앨런 튜링이 독일 메시지 자체의 헛점 (영화에서 'wetter' 가 항상 같은 위치에 나오고 '하일 히틀러'가 어쩌고 하는) 을 발견하였던 것이죠.
swordfish-72만세
15/04/24 13:59
수정 아이콘
일단 나중에 콜로서스까지 발달하는 프로젝트를 할 돈이 없는 건 둘째치고
39년 폴란드는 전쟁에서 바로 져서 탈락하니까요.
전국토가 독일령 혹은 소련령이 되는데 연구 지속이 어렵죠.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39. 1. 1 에 독일이 로터 배열을 늘려 버렸군요. 그래서
폴란드 기술력과 예산에서 GG치고 프랑스에 자료를 넘겨 버린 거구요.
태을사자
15/04/24 14:51
수정 아이콘
그랬군요. 폴란드는 확실히 약했나봐요.
찾아보니 독일이 폴란드에 탱크로 쳐들어갔을때 폴란드는 기병대로 맞섰다.. 라는 이야기도 있네요.
뭔 테크차이가..?
옛날에 사촌동생이랑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할때가 생각나네요.
사슴 잡아서 신나게 고개 캐고 있는데 집앞에 웬 팔라딘 두부대가 나타나더라는..크
15/04/24 15:12
수정 아이콘
폴란드도 소량이나마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고, 2차세계대전이면 아직 말이 전장 여기저기서 돌아다니던 시대입니다. 대부분 정찰/수송 목적이기는 하지만... 지금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장갑차와 트럭 대신 말을 타고 기동하는 보병"의 개념이죠
이치죠 호타루
15/04/24 22:16
수정 아이콘
전차부대에 기병대가 돌격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고, 독일군의 선전에 불과합니다. 외려 보병이 이 폴란드 기병대에게 잘못 걸려서 피 본 케이스는 있었죠.
ZolaChobo
15/04/24 13:36
수정 아이콘
윗 분 말씀처럼 이미테이션 게임은 전기 영화로서 부족한 점이 많은 작품이었지 않나 싶어요. 오이형의 열연이 아니었으면 실패한 작품이 되었을 겁니다.
15/04/24 18:37
수정 아이콘
에니그마 얘기는 많이 나오는데, 연합군의 암호 시스템과 독일군의 암호해독 얘기는 왜 안나오나요? 너무 평범해서 그런가
발롱도르
15/04/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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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은 연합군 암호를 해독 못해서가 아닐까요...
이치죠 호타루
15/04/2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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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독일군의 정보국 아브베어의 국장인 빌헬름 카나리스 제독은 아예 연합군과 물밑으로 접선을 벌인 반나치 인물이었고, 기스케스도 나름 이것저것 짭짤한 성과는 거두었지만 결정적인 정보를 얻는 데는 실패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무대가 태평양이긴 했습니다만) 미국에서 고안해 낸 나바호 암호체계는 더럽게 복잡하기로 악명이 높은 체계라서 말이죠(해독 전문가가 며칠간 씨름하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을 정도)...

결정적으로- 독일군의 승리는 (운빨이긴 했어도) 상대방보다 뛰어난 전술과 지휘관의 능력에 의해 이루어졌지, 결코 첩보가 가져오는 비중이 크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첩보가 없었다는 것은 바르바로사 작전 당시의 상대의 규모를 오판한 일이나, 쿠르스크 전투에서 선빵을 날리려고 잔뜩 준비했는데 오히려 소련에서 먼저 선빵을 날린 일, 이후 만슈타인이 소련의 기만작전 등에 넘어간 일 등등으로 여실히 증명되죠.
15/04/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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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독일군이 첩보의 중요성을 간과한 게 신기하네요.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swordfish-72만세
15/04/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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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특성이죠. 1차, 2차 대전 내내 전투에는 우수했으나 전쟁은 무능한 민족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이런 건 무지했죠.
이치죠 호타루
15/04/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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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성을 완전히 간과한 건 아니었지만(기스케스가 캐내려고 했던 정보가 바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위치였습니다), 일단 첩보활동 자체가 어설펐고, 더불어 어설프게 방첩이랍시고 에니그마를 쓰고 있었으니 실질적으로 완패였던 것이죠. "내부로부터의 반란"은 덤이고 말입니다. "독일답지 않게" 의외로 강할 것 같은 분야에서 약했던 거라고나 할까요.
태을사자
15/04/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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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윈드토커 생각나네요 크크 윗분 말씀대로 미군이 사용했던 나바호 암호체계의 핵심이었던 나바호 인디언 보호하는 내용이었었죠 아마?
인디언 주인공이 니콜라스 케이지 식판엎는 장면밖에 생각 안나긴합니다만 흐 (나바호 암호는 해독은 커녕 받아쓰기조차 힘들었다고 하네요.)
15/04/25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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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그마 해독이 안되었더라면 독일이 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했을 수도 있나요?
15/04/2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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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가 참으로 이뻤습니다.
앨런이 게이인 것이 너무 아까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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