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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24 14:47:29
Name swordfish-72만세
Subject 독일 에니그마 해독에 대한 잡설 중 한가지
2차 대전 연합군에게 난공불락의 암호 생성기였던 독일군의 에니그마.
이 기기의 원리에 대해서는 아랫 글을 참고하시고 그냥 심심풀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이 암호 해독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사람은
앨런 튜링일 것입니다. 물론 그는 암호 해독 뿐만 아니라 전자식 컴퓨터 발명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좀 아시는 분들은 이분을 언급할 수도 있습니다.


폴란드의 수학자 레예프스키 .

독일령 폴란드에서 태어나 폴란드 독립 후 정보부에서 일하며 거의 10년 동안 에니그마 해독에 바친 인물로
사실상 해독기기 봄베 기계의 초기 버전을 만든 인물입니다. 이사람의 정보 아니었으면 영국 및 연합군은 암호 해독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많은 시간을 더 소모 했겠죠.
폴란드 함락 이후 그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프랑스로 그리고 프랑스 함락 후 영국으로 건너가 자유폴란드군 장교로
끝까지 에니그마와 싸우게 됩니다.
전후 귀국했지만 반동으로 몰려 그렇게 순탄하게 후생을 보내지 못했으나 1980년 그가 죽기 전에는 이미 그는 폴란드의
국민적 영웅이 됩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이미 그가 영국으로 가기전이며 전쟁 전이 1939년 1.1 해독을 위한 모든 정보는 프랑스로 넘겨진 상태였죠.

문제는 그전까지 기어를 4개 썼던 독일군이 기어를 5개로 늘리면서 조합이 다시 천문학적으로 늘었고 이는 폴란드의
기술력과 인력, 예산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동맹국의 힘을 빌린 것이죠.

하지만 이게 난감하기는 영국이나 프랑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에 다시 한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한스-틸로 슈미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인입니다. 과학자? 수학자? 아닙니다. 그냥 공무원일 뿐입니다. 원래는 사업가였는데 망해서 형에게
부탁해서 애니그마 관련된 일을 한 뿐이었습니다. 형이 유망한 육군 기갑 소장(후에 대장진급)인 루돌프 슈미츠였기 때문에 그일을 할 수 있었죠


<기갑군 사령관까지 오른 루돌프 슈미츠 장군, 그런데 동생이 자신 몰래 역사에 남을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이덕에 형보다 절대 낫지 않았던 동생이 형보다 더 유명하게 되었죠.>

그는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흥을 좋아하는 한량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정보부는 이 기기에 관련된
인사를 포섭하기 원했는데 낭비벽 심하고 유흥 좋아하는 이 인간이 자연스럽게 그 목록에 들어 왔습니다.

1937년 프랑스의 구스타브 베르트랑 장군은 결국 그를 2만 프랑이라는 상당한 거금을 주어 포섭하게 됩니다. 호탕한 슈미츠는 그돈을
1주일 만에 탕진했지만 .... 코드명 Ashe란 이름을 받은 후 꾸준히 에니그마 기어랑 암호책을 무려 6년간 연합군에게 보내주게 됩니다.


하지만 1943년 원래 그를 도와주기로 되어 있었던 프랑스에 포섭된 독일인 루돌프 스틸만이 그를 배신하고 게슈타포에
그의 범행을 불면서 그는 1943년 4월에 체포되게 됩니다. 그나마 그의 형이 육군 대장인지라 처형당하기 보다는 자살을 택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게 위안이라면 위안이겠죠.

사실 1938년 레예프스키가 슈미츠의 자료를 쓸 수 있었다면 4개 기어의 에니그마는 그의 수준에서 정복될지도 모르는 것이었지만
폴란드 정보부는 프랑스를 통해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르는 정보를 주지 않았고 그가 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시기는 1939년.
하지만 슈미츠의 정보는 꾸준히 도달했고 이게 레예프스키와 만나면서 5개 기어 에니그마를 풀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이 기반에서 1940년 영국의 모든 암호 관련 인재를 모으고 모두 당시 암호 관련 부서인 Government Code & Cypher School
에 집어 넣으면서 시작된게 바로 튜링의 울트라 전설의 시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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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죠 호타루
15/04/24 15:25
수정 아이콘
레예프스키는 참... 지골스키와 로지키였나요, 이 세 사람도 에니그마 해독에 큰 공헌을 했는데(정보부 장교가 애당초 전쟁상황을 가정하고 키워드가 있음에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로지키는 1941년 선박사고로 사망했고, 레예프스키와 지골스키는 전쟁 내내 (그럴 취급을 받을 사람들이 아니었음에도) 한직을 머물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왠지 좀 약소국의 설움이 느껴지는 장면 같기도 하네요.

아셰의 정보가 어찌나 특급이었던지 정보부에서는 "아셰의 정보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만나(성서에서 유대인이 이집트를 탈출해 광야에서 40년간 뱅뱅 돌 때 하늘에서 내려와 먹었다고 전해지는 음식)와 같았다"고 할 정도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설명왕
15/04/24 15:28
수정 아이콘
약소국에서 애국하는건 참 서러운 꼴 겪기 쉬운듯
이 분이 제 어머
15/04/24 16:34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도 해방된후 반세기가 넘었는데 친일파 >>>> 애국자 후손
15/04/24 15:39
수정 아이콘
헛..바로 어제 이미테이션 게임 봤는데...
가능빈가
15/04/24 23:38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 관련 글 읽다 보니 에니그마 자체를 뚫었다기보다
사람을 뚫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날마다 바뀌는 설정 값을 일정하게 했다든지 이 글에서처럼 저런 배신자가 자료를 넘겨 줬다든지 해서요.

설정 값을 FM대로 바꾸거나 배신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뚫는 데 훨씬 오래 걸렸겠죠?
15/04/25 00:2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이미테이션 게임이란 영화는 더 재밌게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그랬어요.
15/04/25 17:07
수정 아이콘
저런걸 보면 기계도 기계지만 사람도 중요하단 생각이 드네요.
이론적으로는 완벽할지라도 그걸 운용하는 사람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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