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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5/15 09:24:10
Name 강동원
Subject [일반] 포텐셜샤
때는 2001년.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 가고 박지성이 맨유 입단할 거라고 했다간 축알못으로 싸다구나 맞을 시절

나름 중학교에서 끗발 날렸던 강군은 모 과학고에 입학, 반편성 배치고사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었습니다.

선명하게 찍힌 숫자는 "77/91" (아직도 기억나네;;;)

두 자리 등수는 생전 처음 본데다 %로 따지면 계산도 안 되는 등수를 받은 강군은 본능적으로 성적표를 숨겼지만

엄뮤니티에서 반편성 배치고사 이야기를 들으신 어머니의 분노가 담긴 김치통 쓰로잉으로 가슴 한 켠에 시큼한 상처를 입게 됩니다.

학기 초 수많은 동아리와 유혹 속에서도 어느 곳에도 눈길을 빼앗기지 않고 (하지만 그 때 그녀에겐 눈을 좀 돌렸어야...)

절치부심, 명예 회복만을 노리며 공부해온 강군에게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도래했습니다.

중.간.고.사.

1교시는 악명 높은 수학.

'수학을 지배하는 자가 내신을 지배한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학 과목은 중요했습니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첫 시험지를 받아드는 순간!

강군의 복부를 자극하는 강렬한 15등급 사이오닉 충격파가 감지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황신께서 콩댄스를.. 아니 폭풍이 몰아지기 시작했습니다.

- 아침 식단의 계란말이가 뭔가 시큼했는데 그건가?
- 아니야, 음식이 소화되어 똥이 되는 데는 24시간이 걸리지. 어제 내가 뭘 먹었더라?
- 아, 어제 공명이가 준 음료수! 당황하지 마라, 이것은 공명의 함정이다!
- 으... 일단 싸고 와서 시험을 치면 안 될까? 시간은 넉넉한가?
- 화장실을 갔다가 온다 그러면 컨닝 의혹을 받지는 않을까? 선생님을 증인으로 세워서 같이 갔다 와야 하나?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갔으나 선생님을 화장실에 세우고 결백을 입증하기엔 당시의 강군은 너무나 소심했습니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투박하지만 때론 그 투박함으로 모든 벽을 뚫을 수 있는 그런 결론!

온 힘을 다해 참으며 시험 문제를 다 풀고 난 후 속도 풀어낸다!

결심이 서자 머리가 신기할 정도로 차분해지며 시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고, 복부의 충격파도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댐의 구멍을 막던 네덜란드 소년의 마음으로 셀 수 없는 쓰나미가 몰려오는 가운데서도 강군은 그 문을 지켰습니다.

마침내 시험 문제를 다 풀고 답안지 체크까지 모두 마친 강군은 최후의 난관을 바라보았습니다.

이것만, 이것만 넘으면!

강군은 책상을 치며 당당히 일어나 손을 들고 외쳤습니다.

"선생님! 다 푼 사람은 나가봐도 되겠습니까!"

.
..
...

순간 강군에게 내재 되어 있던 패왕색 패기가 발현된 것이 분명했습니다.

쓰레빠 한 짝으로 모든 반을 평정했다 하여 삼선쓰레빠의 칭호를 얻은 영어 선생님도,

시험의 고통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다른 모든 학생도

시간이 멈춘 듯 경직된 채 강군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각성한 패왕색 패기의 힘을 눈치채지 못한 강군은 선생님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이미 교실을 빠져나온 후였습니다.

전력을 다해 화장실에 도착한 강군은 인간의 존엄성과 바지만큼은(...) 지켜낼 수 있었다 합니다.

복부의 사이오닉 충격파로 인해 인간의 모든 잠재력을 끌어낸 강군은 수학 97점으로 탑을 찍었고,

주위 친구들은 그와 그의 잠재력의 발현에 경의를 담아

'포텐셜샤' 라는 이름으로 그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잠재력이 다시 발현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ps. Don't Try This At 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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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15/05/15 09:29
수정 아이콘
똥 얘기는 일단 추천
작은 아무무
15/05/15 09:36
수정 아이콘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네 왜냐면 저도 이런 적이 있거든요 하하
(물론 전 시험이 끝나는 순간 튀어나간거지만....)
머스크
15/05/15 09:36
수정 아이콘
리플도 쓰기전에 추천부터 손이가네요
파란무테
15/05/15 09:38
수정 아이콘
역시 똥지알은 진리죠
프로아갤러
15/05/15 09:40
수정 아이콘
pgr은 역시 똥이죠! 똥얘기 확인하고 추천 눌러드렸습니다
이상용
15/05/15 09:47
수정 아이콘
리플은 6개 추천은 7개 크크크
삼비운
15/05/15 09:49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서 공감가네요. 똥이 아니라오줌이라서 pgr스럽진 못하지만 말입니다. 수능 1교시 언어영역 70분이 지옥같았지요
VinnyDaddy
15/05/15 09:49
수정 아이콘
역시 인간 잠재력은 덜덜덜
방과후티타임
15/05/15 09:56
수정 아이콘
이상하게 학교다닐때 시험시간만 되면 그렇게 화장실이.....
15/05/15 09:58
수정 아이콘
급똥일 때 화장실이 멀리 있으면 시간이 느려집니다. 1분이 몇 시간 같은..
사실상 수학 시험을 몇 시간에 걸쳐서 풀었다고 봐야 크크크
Jon Snow
15/05/15 10:03
수정 아이콘
!!!!!!!!!
즐겁게삽시다
15/05/15 10:1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 똥터스텔라
랜드로드
15/05/15 10:24
수정 아이콘
와 크크크크크
모여라 맛동산
15/05/15 10:29
수정 아이콘
일겅. 망하거나, 시간과 공간의 방에 있거나 둘 중 하나.
강동원
15/05/15 10:30
수정 아이콘
혜안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스푼 카스텔
15/05/15 11:06
수정 아이콘
와 감탄했습니다! 정리해서 제3 상대성이론으로 논문 한편 쓰시죠?!
좋아요
15/05/15 12:21
수정 아이콘
이분 최소 똥인슈타인
FF8Lampard
15/05/15 13:01
수정 아이콘
하지만 그 몇시간에서 1분을 제외한 시간을 모두 고통을 참는 데에 쓰기 때문에 소용없습니다.

이것이 시간 보존의 법칙입니다?
멀면 벙커링
15/05/15 14:57
수정 아이콘
댓글 추천 도입이 시급합니다. 크크크크
철석간장
15/05/15 17:15
수정 아이콘
웜홀이론의 반대이론이 애SS홀 이론이죠..
강동원
15/05/15 10:04
수정 아이콘
크고 굵은 사이트 똥지알의 화력에 감탄합니다. ㅠㅠ

사실 오늘 스승의 날이라 위에 썼던 '삼선쓰레빠' 영어 선생님이랑 통화하는데 기억하고 계시더군요;;;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냐'고 생각하셨답니다.
최근 피지알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글이 뜸했다 싶어 과감히 몇 자 적었습니다.
15/05/15 10:09
수정 아이콘
추천 누르려고 들어왔습니다.
천무덕
15/05/15 10:10
수정 아이콘
삶의 흑역사가 빛나는 명문으로 등재되었군요. 축하합니다(..)
15/05/15 10:27
수정 아이콘
개이득이네요 크크크크
똥도 싸고 점수도 얻고
잃은 것은 평판 뿐
강동원
15/05/15 10:45
수정 아이콘
바지는 지켰으나 팬티는 잃었...
15/05/15 10:28
수정 아이콘
잘 트레이닝 하셨으면 인생 고유의! 궁극의! 스킬을 확보하셨을 수도 있었겠네요. 아니면 이미 확보된 상태?
강동원
15/05/15 10:44
수정 아이콘
말미에도 적었지만 그 후로 잠재력을 본 일이 없습니다. ㅠㅠ
공허진
15/05/15 10:57
수정 아이콘
의경으로 군복무할때(이등병) 시위진압 나가서 급똥신호 오는데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인원 모잘라서 말년열외, 심지어 서장도 나와 있는데 이등병이 혼자 똥싸러 화장실 간다고 할 수도 없고....

그 상황에서 방패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조금씩 삐져나오고..) 밥도 먹고(이등병이 밥을 거르수도 없고)....
벽에 똥칠을 하고 의가사 제대를 할까도 생각했었습니다.....
정말 하늘이 맑은 설사색으로 보이더군요

그렇게 12시간!!!!! 을 참고 부대 복귀하고 점호까지 하고 취침시간이 되서야.... 흑흑...
그때 후유증으로 지금도 장이 안좋습니다.....
15/05/15 11:57
수정 아이콘
저희 중대에 똥라인이라 불리는 2인조가 있었는데, 기대마에서 똥 싼 멤버들이었죠 ㅜㅜ
저글링아빠
15/05/15 12:58
수정 아이콘
저런.. 장에서 후숙하셨군요...
리비레스
15/05/15 19:38
수정 아이콘
ㅠㅠㅠ
그 곳통 왠지 알것만도 같습니다....
15/05/15 13:26
수정 아이콘
이게 뭐얔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이런 대단한 글에는 추천!
멀면 벙커링
15/05/15 14:57
수정 아이콘
어머! 이건 추천해야해~~
안정적인오리
15/05/16 21:07
수정 아이콘
댓글이 34 추천이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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