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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7/22 23:02:22
Name 靑龍
Link #1 http://smh2829.blog.me/220428366597
Subject [일반] <삼국지> 촉나라의 성립, 그 한계와 멸망.
사람들은 연의 때문인지 촉나라의 인물들의 위상이 실제에서도 당연히 높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유비가 비록 유씨 혈족이었다고 하나 이미 망한 전한의 혈족, 그중에서도 아들이 120여명이나 있었다고 하는 중산정왕의 후예였고(사실 딱히 고귀한 유씨 혈족이라고 보기에도 좀 애매하다) 그 자신은 사농공상중에서도 가장 최하위에 위치했던 상인 출신이었는데 평원 군민인 유평으로부터 암살위협을 받았고 지방의 사족인 진등, 전예, 진군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으며 태사자는 사실 유비를 섬길 생각조차 하지않았다. 또 유파는 유비를 피해 멀리 도망다니기까지 했다. 명가 사족 출신으로서 유비를 섬긴다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게는 명예가 훼손되고 모욕을 느끼는 행위였을지도 모른다.

유비는 당시 유협집단으로 궐기하여 난세를 풍미한 군벌이었는데 유관장 모두 상인 출신이었고 그를 후원했던 장세평/소쌍, 스폰서인 미축/미방 형제도 상인 출신이었던 것을 보면 상인 기반의 무력집단은 아니었나 싶다. 그렇기에 당시 유비 집단은 이곳저곳에 고용되어 활약을 하다가 공손찬의 후원과 도겸의 고용(?)으로 비로소 이름을 알리게되는데 그럼에도 군벌로서 지배력의 확대를 꾀하지못한 것은 아무래도 그들의 낮은 출신 성분으로 인한 사족들의 지지를 받지못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몇번이나 집단이 붕괴되고 그랬음에도 다시 집단이 응축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상인들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은 아니었을까.

유비 집단은 형주의 유표의 외번이 된 이후 제갈량을 위시한 형주의 신진 사족들의 합류로 집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다. 거기에다 제갈량은 형주의 대호족인 채씨, 괴씨, 황씨, 방씨 등과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외에도 많은 사족들과 연계되어 있어서 제갈량의 유비 정권 출사는 유비 정권과 사족들이 결속되는 시발점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그 사족들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사족이었던 것 같다.

북방을 정벌한 조조가 형주로 눈을 돌려 공략을 시작하자 유비는 손권과 동맹하여 조조 세력을 형주의 상당 부분을 회복한다. 조조는 용병대장 수준의 유비조차도 경시하지않았었다. 그랬던 유비가 사족들의 지지와 영토를 얻자 크게 놀라게 된다. 이는 유비가 그 출신이 미천하지만 그 실력과 능력만큼은 인정했다고 봐도 무난하다. 난세에서 세력을 구성하기 위해선 그 능력 외에도 경제력과 사족/호족의 지지, 정식 직함 등 여러 부분도 필요하다.

유비가 공안을 비롯 형남4군을 얻었다하나 아직은 손권의 외번이자 객장에 불과했다. 따라서 유비의 익주로의 진출은 필연이었다. 천운이 따랐던 것인지 익주 정벌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려 했던 오나라의 대도독 주유가 병으로 쓰러졌다. 이에 유비는 손권을 만나 남군 지역을 대여받는다. 사실 오나라가 남군 지역을 경영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이는 오나라가 수륙 양면으로 조조에 대항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당시 오나라의 실질적인 영토는 이민족이 함께 거주하고 발전도 덜 되어있는 강동의 몇 개군에 불과했다. 따라서 유비집단과 손권집단의 이해득실이 맞물려 남군의 대여가 이뤄지게 되었다. 이것은 노숙과 제갈량의 전략관이 비슷하여 나오게된 성과이기도 했다. 조조가 형주 정벌을 하여 유비 집단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때 노숙은 유비를 찾아가 동맹을 제안하는데 이때 유비는 창오의 오거를 찾아간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이 유비의 본심인지는 정확히 모르나 유비 집단은 최악의 경우 교주로의 진출 및 할거까지 생각했을 것이다. 노숙이 없었다면 어쩌면 교주의 유비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각설하고, 유비가 남군을 얻은 것은 익주 진출의 발판이 되었다. 유비는 익주로 진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때마침 유장으로부터 지원요청이 들어왔다. 유비로서는 천운의 기회였기에 마다할리가 없었다. 이는 일전에 안배해놨던 장송/법정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유장은 한중의 장로로부터의 위협으로 인해 유비를 불러들인 것인데 이때 익주의 많은 인사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유장은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 당시로선 유장의 판단이 반드시 틀렸다 할 수 만은 없다. 장로는 지척에서 유장 정권을 위협하던 존재였고 유비는 용병대장으로 이제 겨우 세력을 펴기 시작했으나 보급 및 지원을 유장군에 의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후 유비는 반대하던 인사들의 예측대로 유장군과의 힘겨운 싸움 끝에 유장 정권을 축출하고 촉나라를 세우기에 이른다. 유비 정권은 출신 성분으로 인해 폭넓은 사족의 지지가 어려웠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명성이 드높던 명사 허정을 임용하여 사족들의 지지를 이끌어낸다. 유비나 관우는 사실 명성만 높고 실력은 부실한 이들을 좋아하지않았다. 반면 장비는 명사들과 어울리고 싶어했으나 명사들이 기피하였고 최고 명사중 하나인 제갈량으로서도 어찌할수 없었다.
익주 땅을 얻어 건국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그동안 잠잠했던 갈등과 알력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후한말의 유력했던 군벌은 모두 유협집단으로 출발하여 사병을 거느리고 명사와 사족들과의 결합으로 비로소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유비집단도 마찬가지로 무장집단과 형주 사족의 결합으로 비로소 통치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였는데 이때만 해도 무장집단과 형주사족간의 다소간의 알력이 있긴 했으나 금방 해소되었다. 허나 유비 집단이 익주를 점령하고 통치하게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복잡해지는 양상이 되었다.

유비 정권에는 여러 집단이 있었다.
1. 초창기 유협 집단 + @
2. 형주 사족 집단
3. 유장 동주병 집단
4. 익주 현지인 집단
유언/유장 정권이 익주를 제대로 다스리지못했던 이유에는 유씨 부자의 직속인 동주병과 익주 현지인들의 마찰과 갈등, 그리고 공평하지못한 처사로 인해 일어난 많은 반란 등이 그것이다.
유비가 유장 정권을 축출한 후에는 동주병 집단의 참가로 그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1집단과 2집단은 초반엔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많이 해소가 되는데, 3집단과 4집단은 그 집단의 한계적 성격으로 인해 정권의 중심축을 담당하기는 어려웠다. 3집단의 경우 유비와의 정략결혼으로 인해 융화가 이루어졌지만 4집단의 경우 그 폐쇄성으로 인해 유비 정권과 완전히 융화되기 어려웠고 그로 인해 여러 문제점들이 야기되었다. 4집단은 외래 정권인 유장 정권과 유비 정권을 배척하였는데 그로 인하여 그들의 권력의 중추로 진입하는 것에 대한 장벽이 된 것 같다. 4집단의 경우 유비 정권의 초기부터 말기까지 중앙정부인 위나라를 지향하였고 그랬음에도 유비와 제갈량은 이들을 숙청하지않았다. 아니 아무래도 정권의 지배력 부실로 인해 못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4집단을 회유하고 포섭하려고 하였으나 결국엔 실패로 돌아간다.
관우의 형주 통치 실패도 비슷하다. 물론 관우의 외교적 정치적 역량의 부족으로 기인한 바도 있지만 그보단 사족 집단과의 융합실패를 더 큰 원인으로 생각한다. 이는 조조조차 해결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출신성분의 한계를 결국 극복하지못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제갈량의 가혹하지만 공평무사한 법치는 촉나라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였지만 익주 현지인들의 정계 요직진출이 차단됨에 따라 진정한 융합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러한 것들이 촉나라가 쉽게 망하게 하는 요인중의 하나가 되었다. 중앙정부인 위나라 정권에게 촉나라의 현지인들이 금방 복속하게된 점이 그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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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저그
15/07/22 23:07
수정 아이콘
삼국지 관련 중국 학자가 저술한 책에서 유비는 돗자리뿐만 아니라 신발 팔기의 달인이라고 하는 설명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차라리 대상인으로 삶을 마감했다면 어떤 평가를 들었을지 궁금합니다.
15/07/23 00:11
수정 아이콘
후한 말의 소닉!
아름다운저그
15/07/23 00:15
수정 아이콘
유비 조조군의 메인스폰서 등극!!
swordfish-72만세
15/07/23 00:17
수정 아이콘
유비다스!
울트라면이야
15/07/23 02:37
수정 아이콘
유베누
도깽이
15/07/22 23:13
수정 아이콘
얼불노의 대너리스가 마린을 통치하면서 결국 도시 귀족들과 타협한것과 같을가요? 통치을 할려면 식자층이 필요했으니...
공허의지팡이
15/07/22 23:44
수정 아이콘
유비도 대단한 인물인데 촉나라를 제대로 통치 못했는데, 유방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감이 안 잡히네요.
시대가 달랐지만, 유비는 상인에 황제의 성씨라도 가졌는데, 유방은 백수건달이 황제가 되어버렸으니.
좋아요
15/07/22 23:51
수정 아이콘
동네건달들 모아놓고 보니 중국대륙 올타임 레전드팀이더라...라는 느낌이랄까-_-). 수장의 능력은 능력있는 사람 잘뽑고, 관리 잘하는거라는걸 느끼게하죠.
공허의지팡이
15/07/23 00:16
수정 아이콘
동네건달 중에서 중국대륙 올타임 레전드를 뽑을 수 있다니, 이건 너무 사기스러운 능력이군요.
지니팅커벨여행
15/07/23 07:39
수정 아이콘
야구로 치면 선동열, 이순철, 이강철, 김기태, 이종범, 박재홍, 이호준,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한기주, 강정호, 양현종, 나성범, 서건창 같은 선수들이 동 세대로 태어나 같은 팀에서 뛰는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15/07/23 09:07
수정 아이콘
그리고 감독은 (전성기의) 김응룡이죠. 슈퍼스타고 뭐고 간에 휘어잡고 제어할 수 있는...
소독용 에탄올
15/07/23 00:01
수정 아이콘
유방 시절만 해도 직전에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의 원천이 된 진나라 말기의 진승·오광의 난(陳勝吳廣-亂), 황제한번 해보고 싶었다던 경포같은 사례를 볼때 아마 한나라 수백년 동안 상당한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공허의지팡이
15/07/23 00:21
수정 아이콘
춘추전국시대에도 왕이나 제후들은 핏줄이 가장 중요했을 것인데
오히려 진시황이 황제라는 개념을 만들어 버리니, 동네건달도 한번 도전해 볼 수 있었나 싶기도 하네요.
내일은
15/07/23 00:33
수정 아이콘
유비 이전에는 한나라가 400여년간 이어지고 중앙귀족과 사족층이 성장했지만
유방 이전에는 진승,오광의난-진나라-전국-춘추 시대였다는걸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혈통이 아니라 실력자에게 모이는게 당연한 시대였죠.
15/07/23 00:47
수정 아이콘
같이 놀던 건달들이 그냥 건달들이 아니라 크크
나이트해머
15/07/23 01:38
수정 아이콘
그 건달들이 본래 포텐셜이 충만했던건지 아니면 유방이라는 걸물을 따라다니면서 경험치 쩔을 받아 레벨업해서 그런건지는 알수 없습니다?...
공허의지팡이
15/07/23 08:44
수정 아이콘
유방 소속이 되면 경험치 1000% 버프를 받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15/07/23 13:43
수정 아이콘
흠 진짜 어떤건가요? 유방이 반성도 잘하고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훌륭한 면모가 있던건 사실이지만 운이 좋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님의 말씀대로 "유방이라는 걸물을 따라다니면서 경험치 쩔을 받아 레벨업" 이런 요소도 있었을 수 있겠네요
우주모함
15/07/23 02:05
수정 아이콘
유방이 진짜 최고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입니다.
15/07/23 09:33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첫 통일직후 한세기도 안되서 멸망한 진나라와

전 200여년 후200여년 을 통치했던 한나라의 상황과는 조금 다를것 같네요

물론 유방이 모아놓은 인물이 장량 진평 소하 한신 등 말그대로 사기케릭..

근데 더웃긴건 항우가 모셔왔던 범증이 저 대륙 레전드들을 탈탈털음..
15/07/23 09:50
수정 아이콘
하지만 결국 장량 진평 소하 한신의 말을 들은 유방이, 범증의 말을 듣지 않은 항우를 때려잡고...
아이고 제발 말 좀 들어라 항우야;;
15/07/23 09:57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그당시 항우는 빵빵한 인맥 혈연 다가지고 범증이라는 희대의 모사를 영입하고

장량 진평 소하 한신 조참등등을 거느린 유방을 상대로 영혼까지 털지만.. 범증이 없는 마지막전투에서 져서..
15/07/22 23:56
수정 아이콘
크크 신발팔기의 달인 크크
swordfish-72만세
15/07/23 00:15
수정 아이콘
이런 면에서 유비는 너무 일찍 태어난 듯
몽키매직
15/07/23 09:43
수정 아이콘
유방 개인의 능력도 출중했겠지만, 시대 버프 (꿀?) 도 받았겠죠?
임요환의 느낌이랄까? 절대적인 실력은 후대 사람들이 더 좋지만, 초기 빌드 (?) 확립에 기여했다고 봐야겠죠.
지니쏠
15/07/23 10:11
수정 아이콘
좀 공감이 안되는게, 천대받는 장사꾼출신이라고 하기에는 명망높은 수경선생의 제자이지 않았나요? 동문수학한 공손찬도 나름 세력이 컸었고... 유씨도 의미없다고 하기엔 크게 기반이 없을때 황제에게 밀서까지 받았는데, 이런 배경을 가진 유비를 한나라에 대한 충심이 있는 사족들이 장사꾼 출신이라고 무시하진 않았을것 같네요. 가문이나 출신성분 문제가 아니라 세력이 작아서 인재가 덜모였겠죠.
사티레브
15/07/23 10:23
수정 아이콘
노식의 문하였고 수경(사마휘)의 제자는 제갈량입니당
나이트해머
15/07/23 10:28
수정 아이콘
당대 명사인 노식의 문하긴 한데, 이게 묘사만 보면 시골 촌동네에에서 친척들이 그나마 쬐끔이라도 있는 돈을 이리저리 모아서 똘똘한 유망주 유학보낸 분위기라... 애초에 전한 황족은 후한에서 전혀 대접을 못받았습니다. 중산정왕 후손들은 개중에서도 특히나 더 그랬고. 한무제때 작위박탈까지 당했던 계열이던가...
지니쏠
15/07/23 10:51
수정 아이콘
스승 부분은 헷갈렸네요. ㅠ 여튼 어느정도 기반이 잡힐때까지 중산정왕의 후손이라는걸로 딱히 대접을 받지는 못한건 알고 있는데, 황제에게 밀서를 받은 이후로 보면 장사꾼 출신이라고 사족들한테 무시를 받거나 그 수하로 일하는게 굴욕으로 여겨질 이유가 있을까 싶어서...
15/07/23 11:07
수정 아이콘
당대 할거한 군웅 중 출신성분이 대단하다고 할 만한 사람이 의외로 적죠. 원씨네 원소와 원술 정도일까요. 조조는 물론 명문가지만 동시에 환관 집안이라는 명암을 함께 가지고 있었고, 강동 손씨네는 손자의 후손이라고 하지만 진짜인지는 모를 뿐더러 설령 진짜라 해도 그냥 까마득히 먼 할아버지가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다는 수준이고요. 공손찬 동탁이야 보잘것 없는 출신이었지만 군세을 앞세워 일세를 풍미했고요.

물론 같은 황족이라도 유비보다 출신성분으로는 윗길에 놓인 유언과 유표가 있긴 합니다. 유언은 익주의 호족을 짓밟은 쪽에 가깝고 유표는 형주의 호족을 다독인 쪽에 가까운데, 그렇다고 이 둘이 딱히 유비보다 더 내부 집단을 잘 단속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2천년 전 사람들이 가진 신분에 대한 인식을 제가 어찌 잘 알 수 있겠습니까마는,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저는 유비의 출신이 아주 마이너스까지는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니쏠
15/07/23 11:28
수정 아이콘
제가 하고싶은 말이 그 맥락입니다. 어찌됐건 황제의 인증까지 받은 황실의 먼 친척+잠깐 장사를 했을망정 당대의 명사 밑에서 수학 했던 신분인데 과연 사족들이 신분문제때문에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섬기기를 꺼려했을까요.
나이트해머
15/07/23 12:38
수정 아이콘
일단 중산정왕 후손은 못잡아도 후한말에는 아마 수천에서 만단위까지 나와도 이상하질 않아서 도대체 대접이라는 걸 받을 수가 없고, 애초에 전한 황족이라... 유언, 유표는 후한 황족입니다. 당연히 대접받기에 충분하고도 넘치죠. 황실과 촌수도 가깝고 관직생활도 오래 했고. 전한 황족이라는 유비와는 조건 자체가 상당히 달라요. 유언, 유표 외에도 이 시대에 이름날린 황족인 유우아 유총 등등도 모두 후한 황족이고요.

그리고 출신성분의 비천함으로는 탁류(원가가 환관과 협력적인 가문이라 원소가 청류하고 같이 노는걸 집안에서 곱게 안봤죠)에 서자인 원소가 가장 비천할 수 있습니다. 원술 이놈은 아예 원소보고 애미가 노비라고 패드립을 날렸... 하지만 원소는 이걸 6년상을 치르는 것으로 뒤집었죠. 조조야 황제도 갈아치우는 환관 레전드 조등의 손자라 출신성분 따지면 우월한 축. 재력도 명성도 높습니다. 청류가 싫어하는 게 문제였는데, 그래서 조조는 청류의 대표인사 중 한명인 교현이 자기를 알아줬다고 무진장 고마워했습니다. 공손찬, 동탁이야 황건란 한참 이전부터 군공으로 끗발 날리던 양반들이고. 근데 유비는 가문에 뭐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서 문제였죠. 알아주는 사람 없으면 몸으로 굴러야 합니다. 당대 명사인 원술의 용병대장처럼 지내다가 죽은 손견이 유사케이스인데 그래도 이양반은 집안에 명성은 없어도 힘은 있었단 말이죠. 근데 유비는 집안에 무슨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대의 명사들이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서 죽어라 구를 수밖엔 없었죠.
지니쏠
15/07/23 12:52
수정 아이콘
유비가 황족이라 날로 먹었다는 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본문에 보면 최하위 계층인 상인 출신으로서, 사족들이 그를 섬기는건 명예가 훼손되고 모욕감을 느끼는 행위일 수도 있다는 구절이 있는데, 그에 대한 반박입니다. 본문에서는 계속해서 출신성분에 대한 거부감때문에 인재를 모으기 힘들었다고 주장하는데, 어찌됐든 명사 밑에서 수학했고 얼마나 멀건 간에 황실의 친척이고 황제가 숙부라고 부르기도 한 사람에 대한 사족들의 일반적인 인식이 미천한 장사꾼은 아니었을거란 말이죠.
나이트해머
15/07/23 13:22
수정 아이콘
사족들의 일반적인 인식... 이 어떠했는가는 결국 추론의 영역이지만, 실제로 나타나는 건 그닥 유비를 호의적으로 보질 않는 모습이었다는 게 문제지요. 애초에 삼국지시대는 중국 문벌귀족사회의 초반부에 해당하는 파트인데, 이 문벌귀족사회라는 건 황제가문도 원탑으로 안처주고 상황에 따라서는 인정도 안하는 극단적인 것이였습니다. 외척과 환관에 휘둘린 후한 황실에 대한 사족층의 인식 자체가 그닥 좋질 못했고 그 청류파 사족의 대표격인 원소가 동탁 집권기에 공공연히 황제를 갈아치우려 들었다는 건 상징하는 바가 크죠. 즉 '황실의 친척이니까' 라고 한다면 이들의 대답은 '그래서? 그게 뭐 처줄 가치가 있나?' 로 나옵니다. 황실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처주질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나 전한 황실이라면 더더욱 유표, 유언은 후한 황실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 자신이 사족층에게서 인정받는 명사이기 때문에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거고.

사실 사족들이 특정 인물을 '황족이니까 알아주는' 건 중국에서도 좀 근세의 일입니다. 중세에는 진짜 이게 황족인게 특별취급을 못받는 그런 수준이라.
15/07/23 16:35
수정 아이콘
유비는 그렇다 쳐도, 유비 주변인물들 중에 출신 좋은 인물이 없습니다.

유비가 압도적으로 출신이 좋았으면 모를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평민 출신(그 중에서도 대다수는 상인)이라는 점은
사대부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줬을 가능성이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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