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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03 23:33:24
Name 바위처럼
Subject 나의 감수성과 행동의 관계(송곳 4부가 시작했습니다)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60025&no=1
송곳이 드디어 긴 휴재를 마치고 연재를 재개했습니다.
본 글의 내용은 송곳과는 관련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참 좋아하는 웹툰의 소식이라
아직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링크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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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쓰는 글 중에 드물게도 '완성'하지 않은 글입니다. 완성이 작문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글의 완성도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제가 이 글의 주제에 있어서 '입장'이 명확하지 않음에 대해 완성되지 않았다고 미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유머게시판의 택배기사님들을 생각하시는 많은 분들의 댓글을 읽었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택배기사님들의 과도한 노동강도나 현실속에서 부딪히는 부조리에 분노해 주셨습니다.

이런 모습은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저는 현실에서나 인터넷에서나 어떤 '약자'를 두고, 맹렬하게 비난하고 차별하는 곳은 일베정도밖에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일베들도 현실에서는 쉽게 그런 말을 꺼내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비정규직'에 대해 대체로 안타까워 하고, '택배기사'의 노동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성차별'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비리'에 대해 분노하고, '권력형 범죄' 에 대해 또 분노하고, '변하지 않는' 사회에 분노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이란, 참 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꺼끌꺼끌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는 '좋아요'를 누르고 '안타까워요 ㅠㅠ' 를 타이핑하는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데, 왜 당사자들은 점점 더 가혹해지거나 혹은 전혀 변하지 않는 상황에 있어야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저는 거의 7년이 넘게 인터넷 쇼핑을 이용합니다만, 배송료가 왜 2500원에 고정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 된 후 전국의 물류-택배 산업규모가 꽤 불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적은 배송료는 '규모의 경제' 덕분이야, '시장'이 커졌으니 가능하지. '박리다매'의 원리야 같은 말로 이해하는 듯 합니다. 제가 해외를 자주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회교육에 놀라움을 느낄때는 이럴 때입니다.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도 수요공급과 규모와경제와 시장의 알고리즘을 쉽게 이야기 할 수 있고, 그러한것들이 하나의 상식으로서 잘 작동하는 사회. 정말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제 궁금증은 여기서 마무리 되지는 않았습니다. 택배기사는 소서리스가 아니니까요. 숙련된 노동자들이 생산효율을 높이는 것은 자명하지만 그게 곧 인간을 초월하는 단계로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숙달되도 텔레포트는 불가능하다는거죠. 택배기사가 아무리 숙달된 노동력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하루의 물량부담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오히려 많은 물량은 개당 단가를 낮춰주었고, 노동량이 늘어나도 수입은 고정되거나 떨어지는 모순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시장의 소비자인 우리들은 그게 꽤 합리적인 시장의 효율성 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택배기사에게는 일감이 늘어났고 다만 모종의 혁신을 통해 그분들이 '이윤율'을 늘려야 하는 부분이라고 믿는거죠.


지난 7년동안 가장 가격이 오르지 않은 상품을 생각해보니 삼각김밥이 떠오릅니다. 그땐 700원이었던거 같은데 요샌 900원 이더라고요. 그런데 이것도 '혼자 밥먹는 인구'가 늘어나고 '편의점 식품 소비'가 늘어났으며, '편의점'자체가 엄청나게 늘어났는데도 거의 30%가까이 가격이 인상된 셈입니다. 단순 가격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원자재의 가격상승 따위를 생각하더라도 쌀값과 유가를 대충 퉁친다면 현재의 '배송료'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쌉니다. 심지어 정말 많은 쇼핑몰이 '배송료'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고요.


주류경제학이 상정하듯이, 우리의 기호. 즉 우리가 가진 감수성이 만들어내는 '택배기사님들은 일도 힘든데 가격이 싸서 돈도 많이 못버는게 참 안됐다' 라는 공통된 기호가 정말 작동하고 있었다면, 택배비가 오르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면, 택배비가 낮다는게 모두에게 공통된 인식으로서 기능한다면 판매자들은 택배비를 낮추거나 없애려고 할 필요가 많이 줄어들테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택배기사님 ㅠㅠ 하면서도 배송료 무료와 배송료 할인쿠폰을 찾습니다. 그리고 배송료를 아까워 하는 사람들도 많죠. 그들의 서비스는 우리가 아니라 누군가가 지출해야 할 (이를테면 판매자가)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택배회사와 판매자간의 계약의 구체적인 부분은 잘 모릅니다. 다만 아마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점들도 '배송료'를 본인들이 그대로 부담하고 싶지는 않을겁니다. '기업'이잖아요. 기업은 개인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이윤을 추구하는데 순순히 택배서비스에 모든 금전적 부담을 질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기업이 정말 그런걸 다 책임지는게 일반적이라면 '남양유업'사태 같은건 있지도 않았겠죠. 저는 택배기사들(일반 노동자로도 인정받지못하고 이상한 자영업 사업자로 계약된)이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서 낑긴 직업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낑긴'구조는 우리에게 한 가지 헛점을 만들어내죠. '누구도 잘못한 건 없지만 비극은 끊임없이 재생산 됩니다.'


많은 사람들, 저를 포함한 정말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선합니다. 선하게 반응하고, 선한것에 기뻐하고, 선한 입장에 서고자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옳은 것을 실행하는 것인지, '옳은 입장에 있는 나'를 연기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는 거의 모두가 어떤것이 잘못되었음을, 어떤것이 부조리함을, 크게는 '우리가 누군가의 착취를 통해 편안함을 누리는지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대한민국은 지구 단위에서 보았을때 훌륭한 제 3세계의 착취국중 하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어떤 시점부터는 그것들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어쩔 수 없는' 것이 '내 이익을 손대지 않는' 시점에서 '어쩔 수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된다는 것을 깊숙히, 깊숙이 묻어버립니다.



택배기사의 가격 갈등은 단순히 한 가지의 사례입니다. 또 한가지 떠오르는 것은 한 의경출신의 페이스북 댓글이었습니다.

'저는 시위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방패를 들고 나가서 보면, 분명 순수하지 않은 목적의 시위꾼들이 공격적으로 도발하고 싸움을 일으킵니다. 그런 사람들이 문제라는거죠.'


저는 이 댓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시위 현장의 어딘가에는 분명 그런 과격한 이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만들어내는 의미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시위 현장에서 공격적으로 도발하고 싸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잘못이 사라지는게 '순수'함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주주의는 '순수'랑은 아주 거리가 먼 체제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정말 흙탕물은 깨끗하다고 할 만큼 온갖것이 뒤섞인 사회를 받아들이자는 각오에 가깝습니다. 민주주의의 축을 움직이는 세 가지는 '의회, 법,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 세가지는 언제나 끊임없이 갈등하고 끊임없이 순수를 포기합니다. '순수한'정치같은게 세상에 있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사람들은 그 문장에서 '순수함'이 곧 어떠한 기제로서 '옳음'을 담보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순수함'은 '옳음'을 핑계삼기 위한 단어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의 갈등을 봉쇄할 때에 그 갈등의 '잡음'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이는 매우 강력하게 동작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세계 바깥의 것들에 어느정도는 무지하기 때문에 내가 아닌 타인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치갈등, 그곳에서 작동하는 이데올로기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손쉽게 순수해지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저는 '순수한 갈등'같은건 박정희가 독재를 할 때에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히틀러가 독일인들을 고무시킬때에나 있었겠죠.


위 두 사례는 각각 경제와 정치적 측면에서 제가, 혹은 누군가가 의견을 결정하는 기제에 대해 이야기 한 것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옹호하고 반대하기 위한 근거를 찾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선한 입장에 세워준다면 더할나위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이익에 침해를 일으킨다면 '말' 이상의 것을 행동하기에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익의 이데올로기에 세뇌된 저 자신이 때때로 무섭습니다. 모든것을 '이익'과 '손해'로 따져보는 판단력이 30년 가까운 사회화를 통해 길러졌다면 나는 이 이익의 관점을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과정은 너무나 강력해서 내가 찾는 근거가 나를 옹호하도록 하게 하는 자력까지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이야기 한 '물신숭배'의 개념을 매우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제가 지불한 가격이 그 이면에 있는 모든것을 담보한다는 매혹적인 말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해'란, 그래서 '합리적인' 것이란 너무나 강력하고 '너무나' 옳게 사회화 된 개념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 이렇게 누구도 나쁜짓을 하지 않았는데, 비극은 재생산되어 갑니다.


최근에 저는 구조와 제도가 뭔가를 기적적으로 바꿔주리라는 생각을 많이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착하지만, 정말 똑똑하고 그래서 아마 자신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보호하는 과정 속에서 선한 입장을 견지하려하는 사람들이 곧 대중의 대부분을 차지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변화하는 구조와 제도 역시 끊임없이 공격받고, 또 언제나 명확한 한계속에서 나아가거나 퇴보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변화에 대한 '실망'은 그보다 훨씬 빠르고, 우리는 속 시원하게 부조리들이 사라지지않는(특히 우리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부분들이)모습에서 쉽게 염증을 느낄거라고 예상합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하지만 변화에 모순이 있다는 것이 곧 변화를 위한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음도 인정합니다. 다만 그 가능성의 주체가 단순히 구조나 제도가 아닌, 개인이 갖는 감수성과 행동간의 관계에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저는 여전히 이 사회속에서 힘들어하는 온갖 신분들, 계급으로 통일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신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부조리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부조리에 대해 동정적이고, 변해야 한다는 시선으로 바라봐 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생각보다 더 급진적으로 성소수자의 권리를 외치기도 했고, 동물 보호와 원전반대, 환경보호, 성평등, 청소년 인권 등을 함께 주장해 준 많은 대중이 있음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는 '좋아요'로 덜어낸 죄책감과 부채감 덕택인지 전혀 변하지 않는 많은 부조리 역시 기억할 것입니다. 일일히 언급하기도 힘든 착취의 현장들이 하나하나 '우리 스스로'의 합리적인 의사판단에 의해 정당화 되어가는 모습을. 그것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대체 무엇인지 구체화 시키기도 어려울 만큼, 단순히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모순이라고 뭉뚱그리기에는 어떤 사람도 '악의적'이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구성원들이 왜 사회를 자꾸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체념해 가는지를. 변화만큼이나, 변화하지 않으려 하는 항상성이 언제나 민주주의 내부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이 글의 제목은 감수성과 행동의 관계입니다. 알튀세르의 개념을 빌리자면 저는 우리의 감수성은 과잉결정적인 특징을 갖고 있고, 우리의 행동역시 과잉결정된 감수성들 사이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또는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선택지를 고르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잉결정의 상수들'과 '행동'을 이어가는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합니다. 합리성, 자유, 이해손실, 개인주의, 법률, 도덕, 보수성, 생존. 이 모든것의 토대로 존재하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와 그 생산관계의 작동을 위해 구성된 경제적 구조.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구조와 사상적 이념이 상호작용하여 개인 단위의 행동이 감수성과 괴리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단순히 법률이나 도덕, 시민성같은 제도적 요소로서 이야기 할 수 없는 하나의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을 우리의 자유의지를 강력하게 규정하는 '이데올로기'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저는,
혹은 여러분중 몇몇 분들은 나쁜 선택을 하지 않고 선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비극을 재생산 하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이 모순을 직시할 수 없게 만드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지만, 그러기 위한 전략을,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변화의 구체적 대안이 되어줄 방법이 제게는 없다는 것을 핑계로 삼아 미완성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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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부야마
15/08/03 23:42
수정 아이콘
전 회사에서 택배계약할때 소박스는 1800 대박스는 2500으로 계약했었구요.
택배사간의 영업경쟁이 있었습니다.
결국 택배사들의 치킨게임으로 배송비는 낮아졌다고 보이구요.
배송비 인상은 택배사 헤드들이 생각이 아예 업거나 경쟁업체 눈치보느라 안하는것 같습니다.
바위처럼
15/08/03 23:46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그럼 결국 택배사들은 치킨게임상황에서 시장이 커져도 택배비 인상했다가는 경쟁업체에 계약이 밀려 힘들어질까봐 그렇게 된다는거군요. 결국 배송비가 엄청나게 싸다는걸 아는 기업들과 그 기업의 구성원들중 '택배기사의 노동환경'에 슬퍼하고 분노하는 사람이 없었을 것 같진 않은데, 그 치킨게임을 마무리 할 결정을 행동에 옮기는 곳은 없었나 봅니다. 그러니 치킨게임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이겠죠? 그런 구성원들이 많았다면 치킨게임은 '보이지 않는 시장의 힘'에 의해서 소멸될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그러고보면 얼마전에 영화판쪽에서 기존 영화제작환경에선 꿈도 못꾸던 영화제작 노동자분들에 대한 정확한 급여와 대우? 기억이 잘 안나는데 어쨌거나 그런식으로 제작을 진행한 영화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말하자면 자신들의 이익을 크게 포기해가는 상황에서도 그런 이단이 벌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가격경쟁이 치열한 기업간에는 정말 드문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아케미
15/08/04 00:21
수정 아이콘
아까 수정 전에 글을 보고 뭐라 댓글을 달아야 할지 몰라 창을 닫았다가, 아 송곳 시작했을까!!! 하면서 네이버로 가서 보고, 아까 본 바위처럼님 글에 알림 댓글을 달면 실례일까... 하고 왔는데, 이미 링크를 달아 두셨군요. 신기하네요. 흐흐.

설문조사가 자주 왜곡되는 이유죠. 사람들은 자기 행동보다 더 선한 선택지를 고르곤 하니까요. 저 역시 그렇구요. 나는 생각대로 못/안 살고 있다, 는 자각이 저를 늘 괴롭히는데, 또 너무 자괴감에만 빠져 있으면 안 된다는 모종의 행동강령이 저를 합리화시켜 줍니다. 결국 내일도 어떻게든 출근해서, 이 체제의 유지에 협조하며 밥을 먹고 살겠죠. 어쩌면 좋을까요. 점점 더 모르겠어요.
바위처럼
15/08/04 00:55
수정 아이콘
힘내요 우리.
사악군
15/08/04 04:32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저는 기본선을 낮게 잡아 제 행동보다 선한 선택지는 고르지 않고(타인에게 기대하지 않고) 저는 그거보다 낫다고 선하다며 자위하며 삽니다? 크크
기러기
15/08/04 01:25
수정 아이콘
결국 문제의 근원을 파고 파다보면 가장 밑바닥에 있는건 인간의 '이기심' 이겠죠. 여러가지 사회시스템으로 이 인간의 이기심을 제어할수는 있겠지만 이기심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불가능하지 않을가 생각합니다. 근데 이기심이 사라진다라.... 전 인류가 도인이라도 되지 않는 다음에야 이게 가능할리가..
아드오드
15/08/04 01:41
수정 아이콘
오랫동안 고민하신 흔적이 느껴지는 좋은 글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숫자에 타인의 삶이 가려지는 것이,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대한민국은 지구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제 3세계의 착취국이라는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저와는 다르게 좋은 결론 내리시기 바랍니다.
마스터충달
15/08/04 01:44
수정 아이콘
고민하는 많은 청년들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생각은 있으나 힘이 없고, 힘있는 위정자들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없지요. 이 쌍방의 결핍이 시대의 문제라고 생각한 적도 있으나 386세대는 집권층이 되어도 세상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후의 세대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또한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었죠. 일베는 대한민국 최고의 커뮤니티가 되었고, 저는 직속 후배가 시국선언 반대 시위를 하는 꼴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가 그런 주장을 할 권리를 막을 순 없기에...)

세상을 걱정하던 저는 지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 형국에 놓였고 이제 세상걱정보다 제 걱정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저의 순수함에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청탁 같은 것도 구하게 되었죠.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자존심이고 정의고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저... 남의 눈에 피눈물 안 빼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할 뿐이었는데, 그 마저도 아니라고 하시니 전 자신이 몹시 부끄럽습니다...
해원맥
15/08/04 02:45
수정 아이콘
요새는 그나마 있는 일량한 신념, 정의 이런게 무슨소용이냐
생각중이었는데 좋은 글 읽었습니다.
글과는 약간 괴리가 있지만 근래에
약자라고 올바른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예로 드신 택배기사와 택배비의관계가 아니라
개인적인 인간관계 갈등에서 얻은 생각이지요

바위처럼님처럼 의구심을 가지고 바르게 살고자 노력하시는 분들 많을겁니다
저 또한 님과 비슷한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로나미에
15/08/04 03:43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우리는 사실 모른척보다 아무 생각없이사는게 아닌가 생각이드네요.
그알싫에서 박정희나 전두환이 취업을 어렵게 만들면 모든게 해결되었을텐데 그땐 그걸 몰랐죠란 말이 생각납니다
사악군
15/08/04 04:29
수정 아이콘
반대로 박정희가 취업을 쉽게 만들어서 아직까지도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남은것 아니겠습니까? 전두환은 그 덕에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듯..
캐터필러
15/08/04 07:26
수정 아이콘
지옥으로가는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yangjyess
15/08/04 08:27
수정 아이콘
인간이 선하고 싶을 때는 내가 안전하고 나한테 피해가 안올때 뿐이죠. 인간이라는 짐승에 대한 과대평가와 기대를 좀 버리시면 문제가 쉬워질거 같네요. 구조와 제도가 무엇을 바꾸어 준다? 그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그걸 기대한 사람의 수명이 다한 이후일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어렵게 바뀐 새로운 세상에서 잘 살아갈 사람들은 아마 그 이전 세상에서 잘 살던 사람들일 확률이 높구요. 예전에 스타를 보면서 김캐리가 지상군으로 200을 채운 프로토스의 경기를 중계하며 <지금은 이 조합으로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캐리어 전환에 부정적인 발언을 하는걸 인상깊게 들었었는데요. 한 개인의 삶도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든 개개인은 각자의 주어진 상황 속에서 선택지가 몇개 없지요. 물론 효율적인 전투로 회전을 하면서 캐리어 전환하는 경기도 나오지만, 결국은 그런 전환도 지상군 싸움 잘하는 게이머가 캐리어 잘 가는거죠. 저는 인간으로 지어진 피라미드의 모양이 고대로부터 바뀐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피라미드가 예전보다 엄청 커지다 보니까 지금 피라미드 최하층에서 두번째쯤에 있는 사람들이 과거 피라미드 최상층에서 두번째쯤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높아보이긴 하겠죠. 이건 앞으로 100년이 지나든 1000년이 지나든 마찬가지일 테죠. 그때도 여전히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고 있을거고,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엄마사자가 물어다준 고기를 그 고기가 잡히는 과정을 눈으로 보지 못한 채 먹는 아기사자들은 다른 맹수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은 왜 이렇게 잔인할까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구요.
15/08/04 23:50
수정 아이콘
연일 '재생산되고 있는 비극'을 바라보며 '좋아요'나 'ㅠㅠ' 이상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 아니 그렇게 살고 싶다는 '선한' 욕망을 가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졸업과 함께 자연스럽게 학교활동을 접고, 당, 노조, 시민단체(?)의 지인들부터 활동가로 일해보라는 몇번의 제안을 뒤로한 채 당장 지갑이 빈 게 너무 싫어서 허겁지겁 취직하고 나니, 지금 제 삶은 당시 꿈꿨던 것과는 참 다른 모습을 하고 있네요.

욕망이란거, 참 쉽게 대체되더군요. 월급날만 되면 푼돈이지만 따박따박 통장에 꽂히니 그거 쓰는 재미로 살게 되더라구요. 얼마나 간단하고 좋아요.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비의 자유만큼 무한정 허용되는 자유도 없는데요. 어쩜 유일한 자유일수도 있지만. 암튼.

내가 버는 돈이 어디서 왔는지, 아니 최소한 내가 파는 상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착취와 모순이 있는지. 이런거 솔직히 관심도 없는거죠. 그냥 눈 앞에 상사가 싫을 뿐이고 그 상사 잔소리 한 달 버텨내고 나면 나도 내 월급받을만큼 일했으니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머지는, 그냥 말씀하신 '좋아요'와 'ㅠㅠ'로 대체하는겁니다. 아 물론 가끔 집회도 나가죠. 필요하면 물대포도 맞고 경찰이랑 실랑이도 벌입니다. 데모하다 벌금나온 후배 있으면 푼돈이지만 선배들 협박해서 돈도 모아주고요.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네요.

다 위선 같아서요. 몇년 전의 제가 지금의 절 보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두렵습니다. 결국 나도 이 '비극을 재생산 하는데 일조'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요.
바위처럼
15/08/04 23:52
수정 아이콘
행동하는 위선자가 행동하는 이기주의자를 막죠.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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