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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9/01 21:07:46
Name Judas Pain
Subject [일반] "몽테뉴와 함께 춤을" EIDF 다큐정신상 선정 유감
내용 상 경어체를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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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와 함께 춤을(이은지 감독, http://www.eidf.co.kr/dbox/movie/view/120?_sso_nl=1)"은 다큐에세이에 속하는 작품이다. 에세이를 카메라로 썼다면 그것이 다큐에세이일 것이다. 몽테뉴의 수상록(에쎄)은 에세이의 시조격에 속하는 작품인데, 제목과 달리 몽테뉴나 그의 에쎄는 소재이지 주제는 아니다. 그 점에서 제목과 시놉시스에 약간의 훼이크가 있다. 이 작품은 에쎄를 번역하는 불문학자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 여행을 동행하는 과정과 그에 뒤따르는 감독의 상념 그리고 이를 정당화 하는 에쎄에 대한 인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는 지지부진하며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감독이 느끼는 나의 삶 나의 위치에 대한 조바심이다.

에세이는 정말 잘 쓰기 어려운 장르고 때로 일기와 구분이 어렵다. 난 이 작품은 영상일기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작품이 가치 있는 지점은 일가친척지인에 대한 관찰평 및 불안해하는 자기에 대한 자조적인 반성과 마음다잡기인데 일기가 가치있는 지점과 거의 겹친다. 초점 없는 사적 일기가 고민없이 공적사회로 나가서 설득을 시도하면 감정적 사치를 넘어서기 어렵다. 보통 내 지인의 일기는 흥미롭게 보지만, 모르는 사람의 일기에 대해선 일기는 일기장에 쓰라고 하는데 이 작품도 비슷할 것이다.

사적 정보를 너무 많이 드러내서 감독과 관객 간의 적절한 거리재기를 방해하고, 그 부작용으로 유복한 감독의 조바심에 대한 선입견을 만드는 것도 사적 일기의 공적 공개 문제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 관객이 보다 흥미를 가질 부분은 감독의 주제라기 보단, '교수 엄마'가 드러내는 번역작업에 대한 성찰과 갈등(-나의 업은 번역이 아니다, 나는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태어났지 누군가를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이기 때문에 관객의 관심사와 감독의 관심사는 한 번 겹쳤다 갈라지며 그 지루함 끝에 갈등을 빚기 쉽다. 산만하게 장면을 전환하면서 맥락없는 대화의 연속을 따라 자신의 조바심을 내비치기 때문에 다수의 경우에 관객은 해석에 앞서 감독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도 아리송할 것이다.


이 다큐는  '내 직업, 내 기술.. 그것은 사는 것!"이라는 에쎄의 구절과 이를 읊는 감독의 독백으로 마무리 된다. 비록 '내 삶의 조바심'이 이 다큐의 내적 주제지만, 이 다큐의 궁극적인 표현은 '나는 앞으로 영화업을 하겠다'는 감독의 선언이다.





인디다큐나 독립다큐라면 내용과 형식에서의 조야함을 감수하고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는 감독의 의지로 충분할 수 있다. 다큐의 태생을 생각하면 거기엔 특별함이 있다. 물론 독립/인디 다큐도 사적이거나 자기위로적 형식은 드물지만 그 역시 독립적인 자기표현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국제다큐영화제의 경쟁작은 그에 더해 작품성, 완성도, 테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826_0010248592&cID=10601&pID=10600)한다.

'몽테뉴와 함께 춤을'은 인디/독립 다큐로선 자기표현의 요건을 충족하지만 작품성과 완성도와 테마 등에서 EIDF식의 국제다큐영화제의 규격엔 맞지 않는다. 테마는 보편성이 없는 개인사와 자기관념에 함몰되어 있고, 작품성에서 다큐의 한계나 새 영역을 개척하는 작품도 아니다. 더해서 홈비디오스럽고 관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영상편집의 만듦새가 완성도를 심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EIDF는 한국에서 개최하는 다큐영화제이기 때문에 7~8편의 경쟁부문 중에 보통 공모를 통해 한국다큐가 한 두 개의 자리를 배정받는거 같다.  '몽테뉴와 함께 춤을'은 EBS에서 개막작에 이어 두번째로 상영되고 경쟁작 중에선 첫번째로 소개되는 이점도 얻었는데 이런 자리를 한국 다큐 전체 중에서 이 작품이 차지했다는 기회비용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EIDF 대상에 이은 다큐정신상의 공식기준은 "작가적 정신과 사회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잘 구현(http://m.mt.co.kr/renew/view.html?no=2015083100267418141&type=outlink)"하는 것이다. 반면 이 작품은 감독의 자기표현 욕구가 너무 앞에 나가 있어서 관객에게 불친절한 작품이지 작가적 정신으로 어떤 주제를 자신의 독창성으로 이전의 누구보다 보다 깊거나 새롭게 파고드는 류의 작품은 아니다. 그리고 자기 어머니에 대한 헌정과 자기에 대한 자기관념의 표현과 몽테뉴의 수상록에 대한 독후감을 묶어논 것에서 멈추고 개인을 통한 사회적 층위로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사회현실에 대한 메시지와는 전혀 무관하다. 수상기준에 맞지 않는다.

    

심사위원장 앨리 덕스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EIDF 심사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볼 부분에 대해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826_0010248592&cID=10601&pID=10600 )
"콘텐츠와 형식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담론을 제시하고 싶은지, 어떤 소통을 하고 싶은지가 드러나고 관객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고 했다.

EIDF에 선출된 다큐가 다수의 혹평을 받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현상인데, 홈페이지와 이곳저곳의 리뷰를 보면 옹호적인 사람조차도 서툴렀다고 이야기하고 중립적인 사람은 홈비디오 같았다고 이야기한다. 비판적인 측에선 이야기/담론에 깊이와 흥미진진함이 없고 형식의 조잡함이 지나쳐 그 불친절함이 화가 날 정도로 짜증났다는 반응조차 있다. 고통스러웠지만 경쟁작에 선정 되었다니까 혹시나 해서 끝까지 참고 봤다는 사람들도 있다. 앨리 덕스의 입장이 진실하다면 이 작품은 심사에 부합하지 않는다.*

콘텐츠와 이를 전달하는 형식 사이에 균형이 부족해서 많은 관객이 소통에 실패했다면, 심사위원장의 평가 중심에서 크게 어긋난 것이 아닌가?



하나를 제외하고 EIDF 2015에서 다른 작품들이나 경쟁작 초청 리스트 그리고 수상 내역은 명목이 실제와 부합한다. 납득할 수 있다. 이것이 무엇보다 유감스럽다. 그리고 걱정스럽다.**  








*심사위원장 앨리 덕스는 귀국일정을 이유로 떠나버렸기 때문에 시상식 당일엔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었다.

**다큐정신상 선정 과정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운영측에 따르면 비밀이다.
http://www.eidf.co.kr/2015kor/community/qna/view/10002115548?c.page=2&searchConditionCondition=0&searchKeywordCondition=0&searchKeyword=&searchCondition=&
"EIDF의 모든 수상작들에 대한 결정은
심사위원님들 고유의 결정 권한으로
공정성을 위해, 사무국에서도 작품 선정 방법에 대한
정보가 기밀로 되어있습니다." 라고 한다.

선정방식을 기밀로 하는게 어떻게 공정성을 위하는 건지는 이론적으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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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2Universe
15/09/01 21:16
수정 아이콘
안본 다큐라 말하기 엄하긴 하지만 사적다큐도 중요한 장르긴해서요. '마샬의행진' 같은 다큐도 있어서요. 물론 그런 걸작은 아니라 생각합니다만요. 흐흐흐흐흐.
Judas Pain
15/09/01 21:20
수정 아이콘
다큐라면 보통 기대하는 것들과 다르지만 저도 사적다큐는 점점 비중이 커진다고 알고 있어요, 다만 저 작품이 수상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선 납득이 어렵네요.

EIDF2015는 드론이나 티파티처럼 개인에 초점을 맞춘 다큐라 해도 개인을 통해 사회적 층위로 담론이 확장되는 영상들이 선정되어 있기도 하고요.


(말씀하시는 다큐는 아마 셔먼의 행진이겠지요?)
Go2Universe
15/09/01 21:26
수정 아이콘
<무서운집>같은 영화처럼 하도 이야기하니 어떻게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흐흐흐흐흐.
마스터충달
15/09/01 21:33
수정 아이콘
저도 보지 못한 작품이라 뭐라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네요;;
감독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이 시대적 불안감과 통한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해석하지 않았을까 추측만 해봅니다. 근데 선정방법은 기밀로 해도 선정평은 남기는 게 심사위원이 할 일 아닌가요? 뭐 밑도 끝도 없이 "이거 당선!" 할 거면 명망 있는 심사위원을 둘 이유가 없을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요즘 꿀잼 다큐들이 워낙 많아서... 이쪽도 대중의 눈이 높아졌다는 기분도 듭니다. 이젠 비주류 영화에 대해서도 옹호가 당연시 되는 분위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네요.
Judas Pain
15/09/01 21:42
수정 아이콘
추천하긴 어렵지만 논란이 많아지면 강제로 보셔야 할지도요;;
전면에 나선 감독이 특별히 유복한 집안이고 최상위 자아실현 문제인지라, 한국의 일반관객은 시대적이라 생각하기 어려웠던 거 같습니다.

저도 이번에 그 생각을 했습니다. 수상작에 대한 심사/선정평이 있으면 논란이 줄지 않을까 싶어요.
EIDF는 점점 눈에 보이게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영화제는 아니라서 빠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15/09/01 22:36
수정 아이콘
논란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수상할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걸 노렸는지 아닌지는 다른 문제이기는 하겠지만
Judas Pain
15/09/01 23:33
수정 아이콘
사실 제가 궁금한게 바로 왜 저 작품만 홀로 특별취급을 받느냐는 건데요.
어떤 이유에서 다큐정신상을 수상할 가치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15/09/02 00:10
수정 아이콘
완전 뻘소리라는 것을 밝힙니다.

내가 쓴 일기를 밖에서 읽는다고 할 때
듣는 사람이 일기의 감정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도 아닌 경우도 있는데 지금처럼 사회적 의미가 거의 없는 경우에 감정을 최대한 많이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근본적인 출발이 일기인데 말이죠.

심사위원장에게 이걸 왜 뽑았어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이 작품의 감정을 공유했다고 하면 뭐라고 해 줘야 하는지

보편성이나 작품성이나 사회성이나 있으면 좋은 작품이지만 역으로 없으면 뭘까 싶었습니다.

SNS를 보고 느낀 것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내용도 없지만 좋아요 내지는 싫어요의 과정속에서 SNS는 충분히 사회적이기는 하죠. 20자평이 좋아요 싫어요처럼 보였어요.
특별하지 않는데 다른 것이 다들 특별해서 오히려 특별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다 헛소리입니다.
이런 것 두번 뽑는 것은 이해하지 못해도 한번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Judas Pain
15/09/02 00:1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대략 말씀하신 뜻을 알 것 같습니다.
WeakandPowerless
15/09/02 15:11
수정 아이콘
이렇게 나름의 정리를 해본건 아니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글쎄요 어차피 기준은 심사위원 개개인의 너무도 주관적인 그것에 의존한다지만 그럼에도 뭔가 기준에 대한 일관성이 없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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