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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05 13:18:14
Name Zelazny
Subject 서울랜드 최고의 어트랙션 '하이롤러'
친절하지도 위생적이지도 않은 허름한 식당인데, 심지어 객관적으로 보면 맛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가끔 생각나는 그런 단골집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이 글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서울랜드의 하이롤러는 이렇게 움직이는 어트랙션 입니다.






검색해보니 꽤 오래된 놀이기구인데도 탑승후기 등이 거의 없더라구요. 그만큼 인기가 없다는거겠죠. 이 매력 터지는 어트랙션이 주목받지 못하는게 안타까워서 알리고자 합니다.




이 놀이기구는 얼핏 미니 열차가 레일을 따라 다람쥐 쳇바퀴처럼 빙글빙글 돌듯이 생겼는데 실제로는 레일 자체가 회전합니다. 열차가 측면으로 회전하는게 주된 움직임이고 더불어 앞뒤로 움직여 상하가 바뀌면서 회전 방향이 바뀌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롯데월드 최고 인기 어트랙션인 롤러코스터 '아틀란티스'는 구간 길이가 짧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스릴을 느끼게 하는데 그 비결은 기본적으로  각도와 스피드, 특히 '제로백'이 빠르다는데 있지만 간과해서는 안되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간소한 안전바와 부딪칠 것처럼 착각을 주는 구조물들 입니다. 아틀란티스는 최상급의 스릴형인데도 어깨를 덮는 안전바가 없어서 상체가 그대로 노출 됩니다. 거기다 벽과 수면을 스칠듯이 지나도록 만들어서 빠른 속도와 결합하여 시각적으로 높은 긴장감을 줍니다.

이런 측면에서 하이롤러는 아틀란티스와 극단에 있는 물건 입니다. 안전바가 충분하다 못해 아예 머리까지 온몸을 다 감쌉니다. 짓누르듯이 사방을 덮습니다. 더불어 시야도 거의 차단 됩니다. 양끄트머리를 제외하면 뿌연 투명창 너머로 다른 탑승객들을 희미하게 볼 수 있는게 대부분 입니다.

그리고 하이롤러는 거의 기승전결이 없습니다.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바이킹류의 탈것들도 서서히 상승하다 정점에서 한동안 머무른 후 다시 서서히 하강 합니다. 그런데 하이롤러는 일단 정점에 도달하면 거기서 한없이 머뭅니다. 그냥 같은 속도로 수십 바퀴를 빙빙 돌립니다. 투박하고 정직합니다.

하이롤러 운행을 앞에서 보면 비명소리가 절제되어 들린다는게 특이합니다. 안전바가 벽 수준으로 둘러치다보니 소리가 차단되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긴머리카락이 틈새로 삐져나와 흩날리는 것도 진풍경이죠.

이 놀이기구를 타면 어떤 기분이 드느냐. 반지의 제왕 프리퀼인 호빗을 보면 드워프들이 술통 안에 탄 채 강을 따라 탈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책이나 영화나 다 있죠. 바로 그 드워프의 상황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사방이 막혀있고 앞은 잘 보이지 않는데 덜컹거리며 흔들려서 술통벽에 온몸을 부딪히는. 그리고 그게 한없이 계속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서울랜드에는 '락카페'라고 연인용으로 노리고 만든 어트랙션이 있습니다. 회전목마처럼 빙글빙글 도는 차량인데 도중에 잠깐 천막이 내려왔다 올라가는 '키스타임'이 있죠. 그런데 너무 노골적이라 어색한 이딴 것 보다는 하이롤러 쪽이 친밀도를 높이는데 훨씬 좋습니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서로의 쿠션이 됩니다. 좌우 상하로 마구 부딪히다 보면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이어집니다. 가족이건 친구건 처음보는 사람이건 이 기구를 나란히 타면 한층 더 친해진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어트랙션 타면서 웃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빙판길에서 넘어지면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 들죠. 그런데 일어서다 넘어지고 또 일어서다 넘어지고 이걸 수십 번 반복 하면 어떤 기분일까요? 이 기구를 타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냥 미친듯이 계속 웃게 됩니다. 내가 왜 시간과 돈을 들여 이런 고초를 겪어야하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면서 더욱 웃게 됩니다. 같이 웃다 보면 옆사람과 더 친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혼자 가거나 홀수로 간 경우에 자리가 남아도 초면인 이성 둘은 같이 안 태우고 동성끼리만 같이 태웁니다. 그래도 자리가 남으면- 이 어트랙션만의 진풍경이 또 하나 있습니다. 빈자리에 사람 만한 곰인형을 대신 태웁니다. 롤러코스터 등은 한자리 비어도 그냥 가기도 하지만 이 놀이기구는 혼자 탈 수 없습니다. 반드시 옆자리에 쿠션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은 다른 사람이 그 쿠션 역할을 하는데 없으면 그 곰인형이 대신 하는거죠.


사실 스릴의 강도가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무시무시한 소리 말고는. 그리고 좀 어지럽죠. 저같은 경우는 바이킹 쪽이 더 어지럽지만 개인차가 있을만 합니다. 하지만 이 어트랙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느낌이 있습니다. 서울랜드에서는 이걸 탈 때가 가장 즐거웠습니다.




2017년이 되면 서울랜드가 개조되어 지금의 전동 놀이기구들은 전부 사라지고 가족 체험형(아동용) 공원이 된다고 합니다. 지금의 어트랙션들을 탈 수 있는 것도 1년 남짓 남았다는 얘기 입니다. 어린 시절 서울랜드의 추억이 있는 많은 분들이 희미한 상실감을 느낄만한 소식이죠.


그런데 어트랙션만 놓고 보면 바이킹, 롤러코스터, 샷드롭(=번지드롭), 후룸 라이드, 도깨비 바람(=더블락스핀) 다 다른 놀이공원에 있는 것들입니다. 서울랜드만의 하늘자전거, 스카이 엑스나 월드컵도 얼추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구요. 하지만 개념 자체가 다른 이 하이롤러만은 독보적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에 꼭 한 번 타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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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05 13:20
수정 아이콘
헉; 아이들 자라면 서울랜드가서 각종 어트랙션을 타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자라나니 아동용으로 바뀐다면...크흑
기지개피세요
15/10/05 13:27
수정 아이콘
오 영상 보기만 해도 어질어질한데 타보고싶네요.
서울랜드 하면 사실 노잼... 이미지가 강렬해져서 롯@월드나 에@랜드에 많이 밀리는게 사실인데 ㅠㅠ
아동공원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뭔가 한번 기념적으로 가보고싶네요..
어릴때 근처에 살아서 자주가고 사진도 많이 남아있는데 흐흐
설탕가루인형형
15/10/05 13:49
수정 아이콘
아래 영상만 보고 이게 뭔가 싶었는데 위에 영상 보니까 이해가 가는군요 크크크
정말 단순한데 정신 없네요
자전거도둑
15/10/05 13:51
수정 아이콘
어? 이건 첨봤네요.. 서울랜드는 진자 탈만한게 없더라고요.. 그 오래된 롤러코스터도 노잼..
치즈맛도리토스
15/10/05 13:53
수정 아이콘
저거 나름 재밌습니다. 약간 멀미가 나긴 하지만 그런 재미로 타는 놀이 기구니 말이죠
감전주의
15/10/05 13:56
수정 아이콘
보고만 있는데도 멀미가 날 지경이네요..;;
15/10/05 14:12
수정 아이콘
놀이기구 한개만으로 이런 리뷰가 나올 수 있군요
그냥 한번 소모하고 넘어갔었는데 굉장히 신선합니다
양념반자르반
15/10/05 15:37
수정 아이콘
서울랜드는 성인되고 단 한번도 안가봤네요.
놀이기구 타는거 너무나 좋아라 해서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를 갑니다.
서울랜드의 기구는 어떤가요 재미측면으로? 주말에 사람들은 얼마나 붐비는지요?
너무나 좋아하는데 기다리는게 너무 싫어서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는 ㅠㅠ
15/10/05 15:51
수정 아이콘
전반적으로 재미가 좀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기구들이라. 여기도 롤러코스터가 둘 있는데 상대적으로 느리고 단조롭죠. 또봇, 라바 같은 캐릭터와 결합한 아동용 어트랙션에 투자를 많이 한걸로 보입니다. 그래도 규모가 있다보니 크게 손색은 없습니다. 바이킹은 정점에서 머무는 시간이 롯데월드 보다 훨씬 길고 샷드롭은 (자이로드롭 보다는 낮지만) 비슷하게 움직이는 번지드롭 보다 훨씬 높고 (54m vs 38m) 엑스 플라이어는 자이언트 루프랑 비슷해보여도 훨씬 높이 올라가고 더블락스핀 좋아하시면 도깨비바람도 탈만하고-

주말에 붐비는건 마찬가지인데 확실히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보다는 한산 합니다. 특히 오전에는 주말인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중국인들도 별로 안 오고. 사실 어디건 어트랙션 위주라면 오후 늦게 가더라도 평일에 가는게 낫죠. 요새는 늦은 시간엔 거의 줄 안서고 탈 수 있습니다.
15/10/05 20:01
수정 아이콘
스카이 엑스는 강추입니다.
어른이 즐길거리 중에 독보적이라고 봅니다.
(롯데월드, 에버랜드 다 합쳐두요)

추가금이 필요한 건 함정
15/10/05 15:49
수정 아이콘
저렇게 복합적으로 움직이는건 경주월드에 토네이도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처음 탈때 부모님 많이 찾았습니다(..)
오클랜드에이스
15/10/05 16:07
수정 아이콘
Sㅓ울랜드가 이렇게 사라지는건가요 ㅠㅠ 평촌살아서 중학생때까진 자주 갔었는데... 놀이기구들 사라지기전에 추억이나 팔러 가야겠네요 크크
Cazellnu
15/10/05 16:45
수정 아이콘
저는 자유낙하류 놀이기구(롤러코스터, 바이킹 등) 를 선호해서 저렇게 억지로 잡아 돌리는건 별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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