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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17 01:46:17
Name Daniel Day Lewis
Subject 추락하는 남자와 똥쟁이에게 필요한 것.


50층에서 추락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대학시절 동남방언이 유달리 강한 교수님의 입에서 나와 내 귀까지 들려오는 찰나의 순간은 '정오'라는 새로운 영화였으나..
결국 나는 해석해냈다.

증오, La haine

추락하는 동안 남자는 중얼거린댄다.
"아직까진 괜찮아, 추락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착륙하느냐가 중요해."
문과지만, 이건 안다. 추락하면서 착륙할 수는 없는거다. 지면에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제어할 수 없고, 선택사항이 없으면
착륙이 아닌거다. 그냥 추락이지.

같은 영화에서 수용소로 끌려가는 열차 중간에 똥을 싸러가다 열차를 놓쳐 벌판에서 얼어죽은 똥쟁이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 남자는 pgr21의 테마에 어울리는 전설의 똥쟁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 사회에서는 똥싸다 죽은 미련한 똥쟁이다.
그래, 똥쟁이에게 한 점 수치심이 존재하는데 사람들 보는 앞에서 엉덩이를 내리까고 배설할 수는 없다고 변호할 사람도 있을것 같다.

주인공 위베르와 빈쯔 그리고 사이드는 주류 한국사회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냥 죽는게 자연스러운 양아치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고 더군다나 생각도 없는 마약쟁이, 백수 그리고 스킨헤드니 양아치라는 평가가 그리 무리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모습이 있다. 방리유에서는 경찰들에게 그리 공격적이던 세 사람은 정작 시내로 들어가서는 그냥 평범한 청년이 된다.
아무도 수상하게 쳐다보지 않고, 오히려 길을 가르쳐주는 친절한 경찰을 보며 잠시나마 덜 양아치스러웠다.

이제 영화에서 가장 폭력적으로 세상과 갈등하는 순간을 세어보자.
1. 병원에서 면회를 못하게 하는 경찰과 대치하는 때.
2. 삥을 뜯는 스킨헤드를 상대할 때.
3. 실수로 빈쯔의 머리를 날려버린 경찰과 서로 총을 겨눌때.

가진 것 없고, 잃을 것 없는 사람을 대할때는 폭력과 냉소 그리고 차별은 좋은 대응이 되지 못한다.

추락하는 남자에게 추락을 착륙으로 바꿔 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얼어죽은 똥쟁이에게는 적어도 얼어죽지 않고 배설할 수 있는 화장실이 필요하다.
이게 사회적 담론 차원에서 이야기 해봐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추락하는 남자에게 넌 착륙이 아닌 추락이라고 따지는 것과 얼어죽은 똥쟁이에게 노상방뇨는 불법이라고 따지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 그냥 비난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는 것 그 이상은 아니라고 본다.

세상의 모든 시위는 폭력적이다. 시위는 최후수단성이 그 본질이다. 그냥 먹고 살만한데 심심해서 소리 지르러 나가는 건 아니다.
잠깐 기억을 더듬어보면, 불법시위 또는 폭력시위라는 딱지를 뗄 수 있는 시위가 존재했던가? 그건 국가와 경찰이라는 권위 앞에서는
무의미한 일이다. 차압딱지를 붙이듯이 언제든지 시위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귄위와 언론을 소지한 쪽에게는 몹시 쉬운 일이니까..

몇 십년이 지나고 역사적인 정당성이 인정받는 시위만이 좋은 시위이며 민주주의 시민이 지향해야할 정치활동일까?
현재 언론의 태도를 4.19, 6월항쟁, 5.18에 대응해보자. 시위대의 뜻과 과정은 제끼고 당연히 불법이자 폭력적 시위이다.
최소한의 소통을 거부한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정책에 항의 할 수 있는 방법은 시위가 맞다. 이게 민주주의적인 방법이다.
4년마다 투표로 심판하고 기능하라는 반쪽짜리 의견은 난 동의할 수 없다.

물대포를 직사로 쏘든 중력에 의하여 곡사로 쏘든, 죽창을 들든, 화염병을 들든..그리고 그 사이에 언제나 존재했던 프락치까지
시위의 모습은 과거도 그랬고 앞으로도 충분히 어떤 이들에게 폭력적일 것이다. 그러하니 계속해서 폭력과 불법의 문제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따지는 것은 본질을 회피하는 행위이며, 사회문제를 단순한 하루치 키배감으로 변질시키는 실익없는 짓이라고 주장하고싶다.

내 자신이 모든 시위를 지지하고 뜻을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새내기 때 선배를 따라갔던 시청광장과 미대사관 앞에서의

어떤 밤과 우리보다 배는 많은 시위대에 갇혀, 이 아저씨들의 머리통을 깨부시며 날 구원해줄 1기동대를 기다렸던 어떤 날을 지나며 올바른

시위를 규정하는 것을 포기했다. 다만 개인적인 처신은 하나 배웠다.

경찰과 시위대는 사이의 이야기는 항상 누군가에게 폭력적인 것으로 기억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재들이 무슨 이야기하려고 저기서 저러고 있는지 좀 들어보자. 불법과 폭력이라는 딱지로 규정짓는다고 한들 인간사회가 존속하는 이상 시위는 사라지지 않을테니, 그건 포기하고 먼저 우리 이야기나 좀 들어보자.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난 그냥 이야기나 들을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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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17 02:30
수정 아이콘
그렇죠.. 폭력시위네.. 과잉진압이네.. 불법시위네..공권력이 너무하네.. 이 프레임의 논쟁이 누군가가 진정원하는 바 임을 제발 깨닫고 다니엘님 말대로 도대체 무엇때문에 저러는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죠.

왜 시위를 하는가? 왜 시위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막으려 하는가? 그 이유가 무엇인가

무엇때문에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커다란 언론사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인가

이런게 좀 궁금해서 이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적어도 피지알에서는...진정 바래봅니다..
태연아사랑한다
15/11/17 05:19
수정 아이콘
마음씨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데...그 전에 못생긴 이성의 마음은 알려고 하지 않으니 문제겠지요.
15/11/17 08:51
수정 아이콘
목적 수단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두가지의 중점을 잘 맞추고 초기의 품었던 청운의 꿈을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Daniel Day Lewis
15/11/17 09:13
수정 아이콘
둘 다 좋았다면 참 좋겠죠. ㅠ
jjohny=쿠마
15/11/17 08:59
수정 아이콘
정부가 불허했기때문에 불법시위라는 게 불법시위 딱지의 시작인데,

정부에 대한 저항 시위를 정부가 허락하지 않았으니 불법시위라 잘못이라고 규정한다면, 그냥 시위하지 말라는 거죠.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보다도 훨씬 심각한 겁니다.
Daniel Day Lewis
15/11/17 09:16
수정 아이콘
국가권력에 대한 대항수단인데 국가가 승인해야 한다니 아이러니하죠.
사도세자
15/11/17 10:59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이네요.
왜 폭력인가?는 중요치 않고, 말씀하신데로
왜 시위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 이해가 안가는 것이, 정말로 이들이 왜 시위를 하는가 입니다.
물론 국정교과서나 노동개혁이 문제겠지만,
이석기석방, 국정원 해체는 물음표가 들더군요.
프뤼륑뤼륑
15/11/17 17:14
수정 아이콘
법제도를 벗어난 이번 시위는
적합한 수단일지언정 반드시 필요한 수단은 아니었는데더 사회적 용인이 어려운 폭력수단을 동원했기에 그들만의 잔치가 되버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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