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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2/15 07:42:48
Name OrBef
Subject [일반] [번역] 세계 시민 사상이라는 신화
원문은 여기입니다.
http://www.nytimes.com/2016/07/03/opinion/sunday/the-myth-of-cosmopolitanism.html?_r=2

나름 매끄럽게 번역한다고 의역을 좀 할 텐데, 틀린 부분 지적해주시면 달게 받겠습니다.

세계 시민 사상은 '나는 특정 국가나 민족, 인종 등에 얽매이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하나의 인류다. 세계는 나의 집!' 라는 이념이죠. 여기에 무슨 토를 달 여지가 있나 싶은, 매우 좋은 사상입니다. 저도 낮은 수준에서 (즉, 이 이념보다 더 중요한 핵심 가치들은 따로 있습니다) 이 이념에 동의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이념이라는 것이, 정작 살기 바쁜 사람들한테는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등 따습고 배부른 사람들' 이 일종의 지적 허영심에서 논하는 사상일 수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상의 확장력이 의외로 약하고, 저소득층으로부터는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라는 비웃음을, 민족주의자나 인종주의자들로부터는 '말은 좋지. 근데 그게 되겠냐?' 라는 비웃음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그런 비판을 좀 더 심도 있게 하는 글인데, 상당히 잘 읽은 글입니다. 지난 7월에 올라온 글이라, 트럼프가 당선되기 이전 시점입니다.

이하 원문 및 번역:

제목: 세계 시민 사상이라는 신화
저자: Ross Douthat [주석: Douthat 은 뉴욕 타임즈에서 사상의 다양성을 위해서 일부러 일부 채용한,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는 컬럼니스트입니다]

NOW that populist rebellions are taking Britain out of the European Union and the Republican Party out of contention for the presidency, perhaps we should speak no more of left and right, liberals and conservatives. From now on the great political battles will be fought between nationalists and internationalists, nativists and globalists. From now on the loyalties that matter will be narrowly tribal — Make America Great Again, this blessed plot, this earth, this realm, this England — or multicultural and cosmopolitan.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를 성공시키고 미국 공화당 또한 접수한 시점이니, 이제 우리는 좌/우 이념 논쟁이나 리버럴/보수 논쟁을 잠시 접을 필요가 있다. 미래의 정치 투쟁은 국가주의자들 vs 국제주의자들, 그리고 반이민주의자들 vs 개방주의자들 간에 이루어질 것이다. 다문화주의자나 세계 시민 사상가들은 '우리 부족 vs 쟤네 부족' 으로 선 긋기 좋아하는 사람들 - 예를 들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 축복받은 나라, 이 땅, 우리 영국 등을 외치는 - 과 경쟁해야 할 것이다.

Well, maybe. But describing the division this way has one great flaw. It gives the elite side of the debate (the side that does most of the describing) too much credit for being truly cosmopolitan.
음, 그럴지도. 근데 사실 위에서 말한 묘사는 중대한 결점이 있다. 저런 묘사는 세계 시민 사상을 지지하는 엘리트 집단 (이 사람들이 보통 언론을 통해 저런 묘사들을 출판하곤 하지) 에 대해 너무 관대하기 때문이다.

Genuine cosmopolitanism is a rare thing. It requires comfort with real difference, with forms of life that are truly exotic relative to one’s own. It takes its cue from a Roman playwright’s line that “nothing human is alien to me,” and goes outward ready to be transformed by what it finds.
진정한 의미의 세계 시민 사상은 사실 구현하기 매우 힘든 것이다. 진정한 세계 시민 사상가라면 자신이 자란 문화권의 시각에서 볼 때 너무나도 이상해 보이는 문화나 가치관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야 하니까. 옛날 로마 희곡에 나오는 '인간적인 것이라면 그 무엇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 정도 마음가짐을 진실로 체화한 뒤 모든 이질적인 문화를 접하면서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어야 진짜 세계 시민 사상가라고 할 수 있다.

The people who consider themselves “cosmopolitan” in today’s West, by contrast, are part of a meritocratic order that transforms difference into similarity, by plucking the best and brightest from everywhere and homogenizing them into the peculiar species that we call “global citizens.”
현대 서방 세계에서 세계 시민 사상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미안한 얘기지만, 이질적인 문화를 접하면서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사람들은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능력 좀 있다는 사람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스스로를 '세계 시민' 이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엘리트 부족에 불과하다.

This species is racially diverse (within limits) and eager to assimilate the fun-seeming bits of foreign cultures — food, a touch of exotic spirituality. But no less than Brexit-voting Cornish villagers, our global citizens think and act as members of a tribe.
이 부족은 인종적으로는 다양하며 (물론 일정 % 를 넘게 수용하진 않는다), 다양한 문화권의 '재미있는 요소' 들을 빨아들이는 데 열정적이다. 예를 들어서 음식이라든지 아니면 동방의 신비한 영적 수련같은 것들 말이지. 근데 정작 '우리 부족 vs 너네 부족' 이라는 선 긋기에 대해서는 이 집단 역시 상당한 수준의 부족 의식을 보인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영국 시골 농부 못지않지.

They have their own distinctive worldview (basically liberal Christianity without Christ), their own common educational experience, their own shared values and assumptions (social psychologists call these WEIRD — for 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and Democratic), and of course their own outgroups (evangelicals, Little Englanders) to fear, pity and despise. And like any tribal cohort they seek comfort and familiarity: From London to Paris to New York, each Western “global city” (like each “global university”) is increasingly interchangeable, so that wherever the citizen of the world travels he already feels at home.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한번 열거해볼까? 이 집단은 자신들의 주류 세계관이 있고 (종교적인 색채가 매우 옅은 리버럴 기독교가 주류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공유하는 가치관이 있고 (서구 민주주의, 고학력, 산업화, 중산층 이상, 민주당 지지), 특정 부족을 싫어하거나 혐오한다 (복음주의자들이나 영국의 분리주의자들). 또한 다른 부족들이 그렇듯이 이 집단도 자신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환경이 정해져 있는데, 런던이나 파리, 뉴욕 같은 서구의 '국제 도시' 혹은 '국제화된 대학교' 에서만 이 집단을 볼 수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에도 이런 지역으로 주로 돌아다닌다.

Indeed elite tribalism is actively encouraged by the technologies of globalization, the ease of travel and communication. Distance and separation force encounter and immersion, which is why the age of empire made cosmopolitans as well as chauvinists — sometimes out of the same people. (There is more genuine cosmopolitanism in Rudyard Kipling and T. E. Lawrence and Richard Francis Burton than in a hundred Davos sessions.)
세계 시민 사상이라는 가면을 쓴 엘리트 부족주의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해서 크게 흥했다. 그 전에 분리되어 있던 지역들은 세계화라는 기치 아래 강압적으로 합쳐졌는데, 그러다 보니 제국주의 시대에는 세계 시민 사상가들과 애국주의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지 (웃기는 것은, 동일한 인물이 상황 따라서 두 캠프를 오간 적도 많았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볼까? 루디야드 키플링이나 (정글북의 저자) TE 로렌스 (아랍 독립운동에 헌신한 영국 장교) 혹은 리차드 버튼 (메카와 메디나 순례기의 저자) 정도 되어야 진정한 세계 시민 사상가이고, 다보스 포럼에 출석하는 사람들은 진짜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It is still possible to disappear into someone else’s culture, to leave the global-citizen bubble behind. But in my experience the people who do are exceptional or eccentric or natural outsiders to begin with — like a young writer I knew who had traveled Africa and Asia more or less on foot for years, not for a book but just because, or the daughter of evangelical missionaries who grew up in South Asia and lived in Washington, D.C., as a way station before moving her own family to the Middle East. They are not the people who ascend to power, who become the insiders against whom populists revolt.
물론 요즘도 다른 문화를 접한 뒤 그것에 크게 감명받아 그 문화권에 눌러앉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사람들을 몇 아는데, 예를 들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몇 년 동안 도보로 여행한 작가가 생각나고 (책을 쓰려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그러고 싶어서), 복음주의 선교사의 딸로 태어나서 동남아시아에서 자란 뒤 워싱턴에서 살다가 결국 중동으로 이민을 간 여자도 기억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고, 애초에 자기 문화권에서는 삶의 답을 찾지 못했기에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엘리트 부족이란, 이런 사람들처럼 '새로운 문화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권력 이너서클을 형성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In my own case — to speak as an insider for a moment — my cosmopolitanism probably peaked when I was about 11 years old, when I was simultaneously attending tongues-speaking Pentecostalist worship services, playing Little League in a working-class neighborhood, eating alongside aging hippies in macrobiotic restaurants on weekends, all the while attending a liberal Episcopalian parochial school. (It’s a long story.)
내 개인 경험담 - 나도 저런 이너서클에 속한 셈이니까 - 을 좀 이야기해보자면, 나의 (순수한 의미에서의) 다문화 체험은 11살 때 정점을 찍었었다. 이 당시의 나는 성령을 체험하며 방언을 쏟아내는 교인들이 많았던 복음주의 교회를 다니고 있었고, 육체 노동자들이 사는 마을의 야구부에서 운동을 했고, 주말에는 히피들이 가득한 유기농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고, 성공회 소속의 리버럴한 기독교 계열 학교에서 공부를 했었다.

Whereas once I began attending a global university, living in global cities, working and traveling and socializing with my fellow global citizens, my experience of genuine cultural difference became far more superficial.
그러다가 위에서 언급한 국제 대학교 [주: 이 사람은 하버드에서 최우수 졸업한 사람입니다] 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이 당시 같이 공부를 하던 학생들은 전부 위에서 말하는 '세계 시민' 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 때 경험한 다문화는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 그쳤던 기억이 난다. [주: 즉, 하버드에서 경험한 세계 시민 사상가들은 위에서 말한 엘리트 부족이라는 이야기]

Not that there’s necessarily anything wrong with this. Human beings seek community, and permanent openness is hard to sustain.
그게 뭐 꼭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이라면 커뮤니티를 필요로 하고, 인생을 통틀어서 계속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

But it’s a problem that our tribe of self-styled cosmopolitans doesn’t see itself clearly as a tribe: because that means our leaders can’t see themselves the way the Brexiteers and Trumpistas and Marine Le Pen voters see them.
내가 비판하는 것은, 이 '자칭 세계 시민사상가들' 이 자신들 또한 하나의 부족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브렉시트 지지자들이나 트럼프 지지자들, 마린 르 펜 (프랑스) 지지자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이야기니까.

They can’t see that what feels diverse on the inside can still seem like an aristocracy to the excluded, who look at cities like London and see, as Peter Mandler wrote for Dissent after the Brexit vote, “a nearly hereditary professional caste of lawyers, journalists, publicists, and intellectuals, an increasingly hereditary caste of politicians, tight coteries of cultural movers-and-shakers richly sponsored by multinational corporations.”
그들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문화를 즐기는 자신들의 모습이 바깥에서 보기에는 귀족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모른다. 이너서클에 속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이 런던같은 도시를 볼 때에는 '오 위대한 다문화의 도시군' 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인종만 다양한) 엘리트 부족이 법조, 언론, 학술, 정치에서 연예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독식하며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모습을 본다. 멤버만 바뀌었을 뿐, 새로운 세습이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이야기이다.

They can’t see that paeans to multicultural openness can sound like self-serving cant coming from open-borders Londoners who love Afghan restaurants but would never live near an immigrant housing project, or American liberals who hail the end of whiteness while doing everything possible to keep their kids out of majority-minority schools.
이 엘리트 부족은 주말에는 아프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지만 이민자들이 모여있는 동네에서 살지는 않는다. 미국의 모든 문제는 백인 때문이라고 자랑스럽게 욕을 하지만, 본인의 자녀 학교에 아시안이 많아지면 학교를 옮긴다. 그러면서 다문화에 대한 개방성을 아무리 주장해봤자, 서클 바깥에서 보기에는 설득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

They can’t see that their vision of history’s arc bending inexorably away from tribe and creed and nation-state looks to outsiders like something familiar from eras past: A powerful caste’s self-serving explanation for why it alone deserves to rule the world.
그들은 '인류의 부족성을 멈추고 국가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라고 외치지만, 그런 외침 역시 바깥에서 보기에는 수천 년 동안 들어온 소리의 반복일 뿐이다. 새로 등장한 힘 있는 집단이 '우리야말로 세계를 통치할 자격이 있는 유일한 집단입니다' 라고 말하는 그런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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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여친있는남자
16/12/15 08:32
수정 아이콘
사상과 행위자는 언제나 구분해야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로스 다우닷의 칼럼은 뭐.. 글쎄..
16/12/15 08:36
수정 아이콘
저도 해당 칼럼에서 키플링이나 로렌스 정도 되어야 세계 시민 사상가다라는 이야기는 극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해당 사상을 그 정도로 밀고 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만 해당 이념을 공유하는 집단이 의외로 부족성을 띤다는 이야기는 귀담아 들을 부분이 있지 싶습니다.

다우닷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죠. 저는 잘 보는 편이지만, 왜 싫어하시는 지 알 것 같습니다.
예쁜여친있는남자
16/12/15 08:54
수정 아이콘
한때 생각한 내용이 있었는데 번역문으로 다시 보니 왠지 생각이 많아지고 바뀌네요 잘 읽었습니다 제가 원문으로 봤을때는 약간 의미 이해를 잘못 한것같기도..
16/12/15 08:56
수정 아이콘
아까 댓글을 달았다가 지우셨네요. 아까 댓글도 잘 읽었습니다.
16/12/15 08:50
수정 아이콘
원문과 번역 모두 잘 읽었습니다. 여러모로 생각하게 되네요.
16/12/15 08:57
수정 아이콘
번역글은 추천!
人在江湖身不由己
16/12/15 09:05
수정 아이콘
독해는 어렵고 이불밖은 위험하구나..를 다시한번 느끼면서 추천합니다
캐리커쳐
16/12/15 09:10
수정 아이콘
제가 다우닷이라는 사람의 사상에 전반적으로 동의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이 글에는 상당히 동의를 하게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16/12/15 09:19
수정 아이콘
이권이 먼저다!
재활용
16/12/15 09:53
수정 아이콘
깜냥이 안되면 안끼워준다. 뭐 이런 거죠.
와인하우스
16/12/15 10:17
수정 아이콘
제가 세계 시민 사상인지 뭔지를 믿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관심도 없구요.
그러나 마치 모든 이 일련의 사태의 원인이 그쪽에 있는 듯한 표현으로 은근슬쩍 안티-리버럴을 옹호하는 작태는 전혀 마음에 안 듭니다.

여당의 잘못도 못막은 야당탓이라고 읊어대는 어느나라의 상황을 보는 느낌이랄까. 물론 아직 트럼프나 브렉시트가 실패했다 입증된건 아닙니다만.
구밀복검
16/12/15 10:27
수정 아이콘
틀린 이야기는 아닌데, 결국은 '느그들도 잘난 척 해봐야 똑같이 비루하고 찌질하잖아' 이상이 못 되죠. 세계 시민 사상이라든가 평화주의라든가 만민 평등 같은 것이 배 부르고 등 따수운 스노브 선비충 엘리트들이 하는 소리인 것도 맞지만, 그런 식으로 '계급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돌직구에는 마찬가지 대응이 가능합니다. '진보적 세계관을 이야기하는 것이 엘리트들이라고? 좋다. 네가 계급적 차이를 운운했으니 까놓고 말하는 건데, 그럼 생존이나 집단이익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물적/정신적 조건을 갖춘 계급들이 여유 있게 시야를 확보하지 못하고 시정잡배 무식쟁이 하류인생들처럼 근시안적 이전투구와 패거리 패권주의에 매몰되면 세상은 우찌되누?'라고 똑같이 돌직구 날릴 수 있죠.

해서 틀린 말을 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 그러나 키플링이 세계시민주의자라는 것은 시대보정을 하고 보더라도 틀린 이야기죠. The white man's burden이라는 어휘 자체가 키플링이 쓴 시의 제목에서 비롯된 것이고. 키플링의 대표작인 정글북 연작만 보더라도 당대의 인종차별을 여과하지 못한 부분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정글북의 주역인 모글리가 정글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후일담만 보더라도 그렇죠 - 교양인들의 '거품'을 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식으로 보더라도 '비전 있는 비판'은 아니며, 특정 집단에 대한 희화화 그 자체를 즐기면서 낄낄대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죠.

예컨대 1/2차대전 때 유럽의 진보주의자들은 계급적 단결을 하지 못하고 국적에 따라 사분오열했고, 이는 그네들의 이상과 기치와 주장을 생각하면 조롱할만한 거리이지요. 하지만 그네들이 자신들의 이념을 못 지켜서 모두가 자기 이익과 집단 이익에 맹목적으로 달려든 결과가 실제로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참사 - 누구도 일소에 부치며 반대파를 야유하는 데에서 끝마칠 수 없는 - 로 이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네들의 지향점이 맞긴 맞았던 거죠. 실천을 못했을 따름이지. 같은 맥락에서, 비판의 방향은 '속물성'이 아니라 '곤조 부족'으로, 비아냥이 아니라 질책과 권면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 싶습니다.
홍승식
16/12/15 10:48
수정 아이콘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아무리 그럴듯한 말을 해도 결국엔 기득권층이 보다 교묘하게 지배하려는 수단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거군요.
그런 것이 브렉시트나 트럼프 당선 등으로 주류 기득권에게 대중이 반기를 든 이유구요.
사악군
16/12/15 10:51
수정 아이콘
305호 만화에 나오는 부녀자같군요.. 타인을 게이로 커플링하고 미남게이 판타지 호기심으로 주역에게 접근하면서, 본인을 편견없는 사람이라 자부하죠. 나중에 어쨌든 게이라는 소문에 따돌리는 다른 과애들보다는 낫다고 항변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도 맞지만 그 항변도 맞긴 해요. '본문에서 묘사된' 세계시민은 그정도 이미지네요.
16/12/15 11:38
수정 아이콘
소재가 세계시민사상일뿐 결국 흔한 위선을 비판하고자 하는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논리일뿐이네요

저런 논리가 틀린말은 없죠
아무리 좋은 사상과 이념이라도 그걸 제대로 행하지 못하는 위선적인 얼치기 사상가 이념가들은 항상 존재하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틀린말 없는 저런 논리가 자주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건 추악을 따르는 자들이 자신들의 추악함은 가리지 못하겠으니..
결국 위선이나 끌어들여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가려는 못된 작태에도 흔히 동원되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우가 메시지뿐 아니라 메신저 역시 중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선을 추구하면서 위선을 비판한다면야 당연히 설득력 있는 귀담아 들어야할 이야기가 될테지만
추악한 자들이 저런 논리를 들고 나와봤자 그건 배알이 꼴려 뒤틀린 심보에서 발현된 가치 없는 헛소리가 될뿐이에요..
달과별
16/12/15 12:19
수정 아이콘
뉴욕과 보스턴 근교 한정 이야기를 세계로 확대하고 있군요. 적어도 확실한건 런던에서는 아프간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엘리트 층들은 이민자들을 피하고 살지는 못합니다. 런던의 놀라운 점은 임대주택이 최고 부유층 동네에도 구석구석 위치하고 있다는 거예요. 교육마저 영국은 미국처럼 학군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초이스 시스템인데다가 사립의 투자가치가 미국보다도 높으니 당연하겠지요.

본 의견만 읽으면 브렉시트 당시 이민자들과 덜 마주치는 지역 사람들의 찬성이 더 높았던 것이 설명이 안 됩니다.
16/12/15 14:08
수정 아이콘
아 유럽 현지 경험이 있으시군요. 저도 런던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스덕선생
16/12/15 12:35
수정 아이콘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정책 담당자들과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엘리트들이 느끼는 위협에 비해 저같은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위협은 확실히 다르니까요.

그들에게는 통계일뿐이고, 이 기록상으로는 별반 문제가 없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이 보는 건 아무래도 나쁜 쪽이고요. 정책이 잘못됬다곤 말하진 않겠습니다만, 일반인들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급격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언론과 사회적인 압력이 그동안 [일부]만 그렇게 느꼈다고 주장한거죠.
-안군-
16/12/15 13:41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보수주의쪽의 깨시민(?)의 글을 보는 듯한 기분이 내내 드네요. 뭐 어쨌거나 번역은 닥추!!
앙겔루스 노부스
16/12/15 14:30
수정 아이콘
문화사이의 메타문화로서 존재하거나 기능하는 국제주의를 왜곡하거나 일부러 외면한 글 같은데 말이죠. 국제주의가 다양한 문화들을 "전부 다 겪고 이해해야 한다" 라는 식으로 단순화 혹은 극단화해놓고 이야기하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것이 그것이다, 라고 정해놓고 비판하는 허수아비 때리기가 아니고 무엇인지 좀 의아한 글이군요.

물론, 베이스에 빈부격차가 깔려있다는 점, 진보성향 사람들 특유의 "우리는 권력에 맞서는 의인이다" 라는 인식때문에 정작 "자신들이 권력이 되어있는 현상을 놓치는 점" 등에 대한 지적은 타당하긴 한데... 진보쪽 사람들의 나이브한 나르시시즘은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닌, 아니 개인적으론 한국 진보들이 가장 극심하다고 느끼는 부분이긴 하니까. 이것이, 위선자라고 욕먹는 가장 큰 베이스기도 하고.
16/12/15 14:58
수정 아이콘
세계 시민 사상이 하나의 이너서클이라는 주장은 흥미로운데 그러면 실리콘 밸리의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은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네요. 실리콘 밸리의 경영자와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미국 기업'에 속해있다는 생각을 갈 수록 덜 하게 되며, 자신들의 소비자가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적어지고 있습니다. 자본에 의해 세계시민이 되어가는 사람들이 단순히 엘리트 집단일까요? 이 인식은 고연봉의 IT 엔지니어 뿐만 아니라 아마존의 저연봉 물류배송분류담당 노동자들까지 공유하는 인식입니다.
언어물리
16/12/15 16:59
수정 아이콘
본문과 댓글에서 좋은 가르침들 많이 얻고 갑니다. 사실 저는 리버럴쪽이 여전히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글을 읽으면 뭔가 생각이 열리는 듯한 게 있어서..
도로시-Mk2
16/12/1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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