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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6/11 05:40:25
Name 눈시BBbr
Subject 병인양요 - 양헌수, 강화에 상륙하다
1866년 10월 17일(음력 9월 9일), 기보연해 순무영 선봉이 출발합니다. 천총 양헌수가 이끄는 병력이었죠. 이들은 18일에 통진에 도착합니다. 이미 한 번 털린 통진부에 주둔지를 만들었고, 후속부대를 기다리며 본대를 기다립니다. 순무 중군 이용희가 통진에 도착하긴 했지만 아직 강화로 도하할 수 있는 배를 구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조선군은 일단 대화를 시도합니다. 프랑스군의 침략행위를 규탄하면서 양국 대표끼리 일단 만나자는 거였죠. 일단 조선측의 주장을 전달하니, 양헌수가 만든 "순무영 전격 양박도주"라는 이름의 격문이었습니다.


"무릇 천리(天理)를 거역하는 자는 반드시 망하고 국법을 어기는 자는 반드시 처벌받아 마땅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외국인이 표류해 올 때마다 너그럽게 구제하고 식량을 제공했으며 송환을 주선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몰래 들어와 풍속을 어지럽힌다면 만국 공통의 상법(常法)으로 이들을 처형함이 당연한 것이다."

"지난번 프랑스의 불법 침략도 최대한의 인내로 맞섰고, 호의로 대했다. 따라서 이번 프랑스군이 우리 백성들을 죽이고 약탈한 것은 배은망덕한 야만적인 행위다."

"프랑스가 자신들의 종교를 우리에게 전교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학문과 예의를 숭상하고 그대들은 그대들의 학문과 예의를 숭상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천만대병으로 그대들을 토벌하기에 앞서, 우선 회담을 요청한다. 군의 승패는 출병의 명분이 옳으냐에 달려 있으니, 그대들은 우리의 제의를 회피하지 말라."

뭐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천주교인으로서도 그렇고 지금 생각해보면 좀 그런 부분이 있긴 하지만, 조선의 입장을 이보다 더 논리적으로 얘기하긴 어려울 겁니다.

이건 바로 프랑스군에 전달됐고, 로즈 제독은 바로 답장합니다.

"본인은 프랑스 황제폐하의 명령을 받고 귀국이 우리 선교사를 학살한 데 대한 응분의 보상을 받기 위해 왔다.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이 즉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귀국은 가장 가혹한 보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첫째, 프랑스 선교사 학살에 관련된 3정승을 엄벌에 처할 것
- 둘째, 수호조약의 초안을 공동으로 작성할 전권대사를 파견할 것

"만약 귀국이 이를 거부하면 매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며, 그 책임은 귀국에 있다."

이쯤되면 말 다 했죠. 양쪽의 명분(천주교 선교)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수교를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죠.

양헌수는 그동안 지형을 정찰하며 프랑스군의 재침에 대비합니다. 도하가 어려울 거라는 건 이미 파악했고, 염하를 프랑스군이 장악했으며 그 군세가 어느 정도인지 역시 파악했죠. 일단 무내미고개에 병력 1초(약 120)를 매복했고, 몇 명을 민간인으로 변장시켜 강화도에 침투하게 합니다. 프랑스군이 상륙할 수 있고 조선군도 당연히 확보해야 될 포구에도 병력을 매복시켰구요. 한편 염창항에 배를 침몰시켜 프랑스 함대가 들어오지 못 하게 했죠.

그런 상황에서 대원군은 21일(13일) 한성근을 순무 초관에 임명, 광주 별파진 50명을 증원합니다. 목표는 문수산성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척화를 널리 퍼뜨렸죠. 양이와 친교하면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고 교역을 허락하면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고 적이 경성에 올 때 도망치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는 척화로 유명한 이 말은 바로 이 때 나왔습니다.

로즈 제독은 26일(18일. 시간 잘도 갑니다) 정찰대를 추가로 파견합니다. 이들은 바로 문수산성으로 향했죠. 한성근은 프랑스군이 상륙하는 갑곶나루에서부터 기습을 감행합니다. 이걸로 프랑스군 3명을 사살하고 2명에게 부상을 입히죠. 하지만 피아의 화력은 차이가 너무 컸습니다. 70명의 프랑스군 정찰대는 곧바로 반격했고 문수산성까지 밀립니다. 한성근이 이끌던 조선군 50명은 다수의 사상자를 내고 통진부로 퇴각했죠. 프랑스군은 조선군을 추격했지만, 다행히 문수산의 안개 때문에 전진이 어려워 강화도로 후퇴합니다.

양헌수는 이 소식을 듣고 바로 증원군을 보냈지만 한성근의 부대가 너무 빨리 밀렸고 프랑스군도 빨리 돌아가면서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뭐 그래도 프랑스군에게 조선을 안방처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다는 충격은 준 모양입니다.

28일(20일), 순무영에 증원군이 옵니다. 관군이 아니었습니다. 산포수 370명이었죠.


포스 쩌는 호랑이 사냥꾼들이었습니다. 그 무서운 호랑이를 총 하나로 상대하는만큼 깡도 총에 대한 지식과 실력도 좋았죠. 대신에 군인이 아닌만큼 통제는 어려웠을 겁니다. 반대로 조선의 군사력이 얼마나 안습이었는지 말해주기도 하지만...

+) 마침 병인년은 호랑이해군요.

양헌수는 29일부터 곳곳에 불을 피우면서 프랑스군의 포격을 유도합니다. 프랑스 함대의 포탄 소모를 노린 것이죠. 효과는 있었지만 조선군 역시 그들의 포가 얼마나 강한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병사들의 사기도 올리고 사격 훈련도 계속 하고 있었죠.

그로부터 3일 후인 11월 1일(23일), 겨우 소형 어선 5척을 확보합니다. 그동안 상륙할만한 지점을 찾고 있었죠. 남쪽 덕포였습니다. 한편 정찰을 통해 강화도의 고성 정족산성에 대해 알게되죠. 둘레가 2km인 작은 성이지만 주변 지형이 험준했고 통행가능한 길도 동과 남 두개밖에 없는 천험의 요새였습니다. 이런 상황파악이 완료된 게 11월 5일 -_-;

그는 이 산성이 승리의 열쇠가 될 거라 파악했고, 그걸 위해 500명의 포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이용희도 바로 동의했고, 작전구상을 시작하죠. 포수 367명과 경초군 121명 등으로 이루어진 500여명의 정예부대였습니다. 식량은 1인당 2일분으로 2교대로 짊어지게 해서 절반은 전투에 바로 투입될 수 있게 했죠.

11월 6일, 작전이 시작됩니다. 통진에 도착한지 20여일만이었습니다. 헌데 문제가 또 있었으니 어선 5척 중 1척은 70명이 탈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20~30명 정도밖에 못 탄다는 거였습니다. 거기다 2척은 파손 크리 (...) 수리하고 다른 배를 찾았지만 더 이상은 찾을 수 없었죠. 어쨌든 상륙하려고 했는데 강풍 (...)

다음 날 다시 상륙하려고 하면서 이용희에게 보급이 끊기지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 갑자기 또 철수 명령이 내려옵니다. 그래놓고 한 절반쯤 돌아가니 다시 가랍니다. (...) 알고보니 대원군이 이 작전을 듣고 강화도의 개성, 교동의 병력과 연결해 협공하라는 명령을 내린 거였습니다. 하지만 강화도 내의 병력이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 다시 명령을 변경한 거죠. -_-; 전방의 장수를 존중해야 되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입니다.

어찌됐든 겨우 상륙작전이 시작됩니다. 새벽에 못 했으니 밤에 해야 했죠. 3척을 이용해 1진 170명이 광성보에 상륙했고, 이어 2진 160명이 남쪽 덕진진에 상륙합니다. 헌데 염하의 수면이 낮아져 도하가 곤란하게 됐고, 3진은 남쪽의 적암포로 가야 했죠. 이 일에 대비해 5척 중 2척을 거기로 보낸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 2척 중 1척에 도망병들이 타고 도주, 2진을 도하시킨 배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겨우 이들이 타고 초지진에 도착합니다. 이들이 정족산성에 갔을 때는 날이 거의 밝을 무렵이었다 합니다.

겨우 프랑스군에 들키지 않고 정족산성에 집결하긴 했지만 도망병 20여명이 빠졌으며, 날씨도 추운데 병령도 계속 바뀐 터라 병사들의 피로가 극심했고, 사기도 저하돼 있었죠.

한편 이 날 낮에 정족산성 내의 전등사가 털립니다. -_-; 프랑스군 정찰대가 전등사에 보관된 문화재들을 약탈한 것이죠. 상륙을 더 빨리 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양헌수는 병력을 넷으로 나눕니다. 적이 올 동문과 남문에는 포수를 각기 150, 160명씩 배치했죠. 다행히 인근 백성들이 소 12마리와 술, 쌀, 고기, 땔감 등을 주면서 응원합니다. 양헌수는 이 분위기를 타 저녁에 소 1마리를 제물로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필승을 다짐하죠.

프랑스군 역시 이 사실을 알아냅니다. 정보가 과장된 건지 양헌수의 의도였는지 몰라도 조선군은 총 800명으로 알게 됩니다. 뭐 총 잘 쏘는 호랑이 사냥꾼이 300명이라는 건 비교적 정확했습니다.

9일, 로즈는 육전대장 올리비에 대령이 이끄는 150명의 병력을 보냅니다. 나름 경계는 했지만 대포는 없었습니다. 대포는 필요 없다 생각하기도 했을 것이고 속도가 중요하다 생각하기도 했겠죠. 대포 끌고 가기엔 지형이 좀 험했으니까요.

양헌수는 정찰병을 파견했고, 프랑스군의 기동을 미리 파악해 냅니다. 거기다 이들은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 프랑스군의 신경을 긁었죠.

아무리 피아의 화력 차이가 크다 해도 조선군에겐 이런 정보와 정족산성이라는 요새가 있었습니다. 거기다 수적으로도 우세했죠. 양국은 이제야 좀 제대로 된 전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프랑스군은 무시했던 조선군에게 의외의 충격을 받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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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양요->신미양요->운요호->청일전쟁->러일전쟁... 까지 생각했는데 말이죠. -_-; 올 초 생각대로라면 이때쯤 다 쓸 거라 생각했는데... 빨리 써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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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11 08:34
수정 아이콘
오. 병인양요 이야기군요. 어떻게 진행될지 많이 궁금하네요. 늘 잘 읽고 있습니다!
눈시BBbr
13/06/11 11:53
수정 아이콘
크크 양요는 뭔가 오오할 결과는 안 나올 거예요ㅠ
감사합니다
13/06/11 08:52
수정 아이콘
아..막 오오오 하면서 읽었는데

다음 편이 기다려지네요. 감사합니다.
눈시BBbr
13/06/11 11:55
수정 아이콘
헉 오오 하셨군요ㅠ; 그래도 정족산성 전투가 좀 괜찮긴 하죠. 감사합니다
감모여재
13/06/11 11:24
수정 아이콘
아아.. 빨리 다음 편 올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눈시BBbr
13/06/11 11:56
수정 아이콘
사실 끝까지 한방에 갈거였는데 잘 안 됐어요ㅠ 좀만 기다려주세요~~
13/06/11 14:20
수정 아이콘
제사에 대한 천주교 입장이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제사금지를 조선이 수용하는 건 불가능했죠 종묘사직이 끊기는 불행인데
13/06/11 16:13
수정 아이콘
조선 후기 역사에 대해선 진짜 아는 게 없다 싶을 정도로 몰라서 언제나 감사하며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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