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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7/27 21:14:45
Name tyro
Subject 무협을 금(禁)해야 하는가

이번에 삭게 논란을 보고, 평소에 가볍게 생각해봤던 바와 맞닿는 부분이 있는 듯하여 한 번 적어봅니다.

https://www.pgr21.com/?b=8&n=45381
https://www.pgr21.com/?b=8&n=45391


1. 어른들의 동화는 존재하는가?

얼마 전에 유머 게시판에서 재미있는 게시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둘리에 대한 유머였는데요. 그 내용이 정확하게 떠오르진 않지만 대략 <둘리와 고길동의 갈등을 보고 둘리의 편에 서면 어린이, 고길동의 손을 들어주면 어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둘리가 저렇게 사악했었나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던 것 같네요. 아마도 본능적으로 어른이 되었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나 합니다.

피지알을 대표하는 것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우선 '크크크'가 떠오릅니다. 꾸준히 연재되는 '역사 글'도 있고요. 음, '똥'도 있겠네요. 물론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로 유게에서의 슬로건, 즉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유머게시판'이 있습니다. 이를 간단하게 분석해보면 어른과 아이라는 서로 다른 존재를 가족으로 묶어 모두가 즐길 수 없는 건 보지 말자는 주장으로 언뜻 보면 좋은 문구입니다만, 그 안에는 역설적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말썽이 일어나지 않으나 그 대상이 성인 유머일 때 내재되어 있던 문제는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성인 유머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건 아이가 아닌 어른이며, 그 순간 비극은 시작됩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배워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아이가 지니고 있던 동심은 사라지죠. 우리는 선녀와 나무꾼이 전래 동화인 것을 알고 있으나 나무꾼이 선녀에게 나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녀와 나무꾼을 전래 동화로 인식하게끔 하는 건 무엇일까요. 적어도 그것이 동심이 아님은 분명해 보입니다.


2. 신조협려와 NTR

아시는 분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모르시는 분을 위해 먼저 작품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신조협려는 무협계의 거장 김용이 쓴 이야기로 국내에서는 영웅문 3부작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입니다. 고려원판이 약 800백만 부나 팔렸다고 하니 그 위세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지요. 참고로 이문열의 삼국지는 판매량이 1700만 부 정도라고 합니다. 내용으로 들어가 신조협려의 서사에 대해 살펴보면 - 물론 소설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나 여기서는 애정에 한해서 보겠습니다. - 주인공 양과와 그의 스승인 소용녀가 당대의 시대적 상황을 거스르고 사랑을 이루어내는 것이라 요약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소용녀가 다른 남자에게 겁간을 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작중에서 소용녀는 그 남자를 양과로 여겼기에 이후 양과의 태도를 자신과 사랑을 나누고 모르는 척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스스로 실망하고 양과로부터 떠나게 되는데요. 소설 내적으로는 사제의 관계에서 연인으로 넘어가는, 그리고 앞으로 계속될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김용은 이를 위해 19금 섹스코드를 사용합니다. 아마도 더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하지만, 소재의 특성상 많은 사람의 호불호가 갈리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대목을 소개한 이유는 처음 신조협려를 접했을 때 제 나이가 많이 어려서 위와 같은 코드를 감지하지 못한 채 양과의 입장에서 작품을 감상했기 때문입니다. 위 장면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몰라 많이 답답해했지만, 그러한 비밀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그런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인해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던 감정이 더 강하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순수하게 여겼었던 사랑 이야기의 진실을 깨닫고 신조협려에 대해 재평가를 하게 된 것은 먼 훗날의 일입니다. 물론 많은 경험이 있었겠지만 그중에서도 큰 영향을 주었던 건 와노사(?)의 색협지와 일본의 성인 문물입니다. 전자는 무협에서의 섹스코드를, 후자는 이러한 코드가 어떤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죠. 어쨌든 그렇게 어른이 된 저는 기억 속에 어린 저에게 돌아오지 않을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 봅니다. 너는 진실로 그것을 순수하게 바라보았느냐고.


3. 섹스코드의 제재


- 논란이 된 야겜의 관리인에 대해

이번 삭게 논란에서 초점은 일본의 한 야겜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물론 저도 이 게임을 그리 자세히는 알지 못하나 - 패러렐 월드에서 비슷하게 생긴 관리인 아저씨가 여럿 존재하는데 이를 구분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그에 의거해서 쓰면 - 댓글에서 나온 내용과 달리 조금은 생각할 부분도 있다고 보여 간단하게 적어 볼까 합니다. 우선 기본적인 게임 내용은 3일 동안 어떤 세상에서 가장 변태스러운 한 관리인 아저씨가 학생들에게 아주아주 나쁜 짓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다만, 계속해서 며칠 전으로 시계가 돌아가는 루프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한 학생을 통해 플레이어가 관리인과 동일인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여 관리인에게 저항하는 루트에 들어서기까지 반복됩니다. 이후 변태 관리인은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고, 플레이어는 게임의 내용이 현실이 아닌 가상임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게임 속에서 그를 구원해 준 학생과는 다시는 소통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하며, 차원을 넘어 그녀와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게임은 그 막을 내립니다. 

다음은 네이버 지식백과에 실려 있는 <구운몽(九雲夢) - 조선시대 사대부의 꿈과 욕망> 중 '양소유, 그 화려한 삶의 비밀' 단락입니다.

""
(상략) 

이 대목은 소설의 마지막 회에 나오는 부분이다. 양소유는 자신의 삶을 마치 진시황, 한나라의 무제, 당나라의 현종에 비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국 역사에서 대단히 화려한 삶을 살았던 존재이다. 그만큼 양소유는 무궁한 복을 누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중국의 황제들 역시 죽어서 사라졌다. 비록 이름은 남았지만 현실에서 누렸던 부귀영화는 모두 허망한 것임을 양소유는 깨닫는다. 그리고 꿈을 깬 후 양소유에서 성진으로 돌아온다.

흔히 『구운몽』은 꿈의 구조를 활용한 액자소설(額子小說)이라고 한다. 김만중은 양소유의 삶을 꿈의 부분에 성진의 생각을 각몽(覺夢) 부분에 배치해 놓았다. 그래서 잠재된 욕망은 꿈과 대응되고, 현실의 인식은 각몽과 대응된다. 이 구성을 통해서 김만중은 원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무한한 욕망만을 추구하는 것이 바른 삶이 아니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만중이 『구운몽』을 통해 진정으로 추구하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필자는 아직도 의문이다. 성진의 인식이었을까 아니면 양소유의 삶이었을까? 이 문제를 두고두고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 바로 『구운몽』이며, 이것이 또 다른 매력이다.
""

위에서 필자는 마지막으로 구운몽이 진정으로 추구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구운몽 식의 액자 소설에서 내부 이야기는 외부 이야기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이 소설의 주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도 마찬가지로 의문입니다. 그 야겜이 진정으로 추구했던 것은 관리인의 삶이었는지 아니면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는 플레이어의 인식이었는지 말이죠. 물론 정황상 그 게임을 즐기는 대다수가 별 생각 없이 성적 코드를 추구하지 않았을까 짐작하지만 그럼에도 야겜 속의 관리인에게서 다른 내용 - 예를 들면 성욕의 허망함을 나타내는 상징 - 을 바라볼 여지는 존재합니다. 즉, 문제의 야겜에서 반드시 성적코드를 봐야 할 당위는 없는 것이죠. 


- 야겜에서 19금 코드를 분리하는 것은 가능한가

기본적으로 야겜의 범주가 패륜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을 모든 야겜 혹은 파생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그 예로 피지알 유게에서 오프닝곡이나 '클라나드는 인생입니다?'로 정평이 나 있는 key사의 게임을 생각할 수 있는데요. 먼저 鳥の詩로 널리 알려진 Air는 원작이 야겜이며, CLANNAD는 그 팬디스크가 야겜의 형태로 출시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회사에 만든 카논이란 게임은 처음에는 야겜이었으나 나중에 그러한 요소를 제거하여 전연령판으로 나온 바 있습니다. 

(엔하위키 참조, http://mirror.enha.kr/wiki/Key%28%EA%B2%8C%EC%9E%84%ED%9A%8C%EC%82%AC%29 http://mirror.enha.kr/wiki/CLANNAD http://mirror.enha.kr/wiki/Kanon http://mirror.enha.kr/wiki/AIR%28%EA%B2%8C%EC%9E%84%29)

종합해보면 어떤 야겜의 소재는 성인 코드와 연관이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그 코드는 소재에서 분리될 수 있으며 그것을 확정하는 것은 야겜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운영진의 발언은 그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지알에 올라오는 소재가 야겜 그 자체는 아니기에 그 근원과는 별개로 성인 코드를 전혀 담지 않고 스스로 기능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ttps://www.pgr21.com/?b=23&n=767&c=3379


- 섹스코드에 관한 제재의 룰(rule)은 명확한가

위에서 야겜에 대해 구구절절이 변명을 늘어놓았으나 운영진의 대처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조치는 기존에 피지알이 지니고 있었던 기조와 상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통해 피지알 특유의 기조를 형성하게 하는 룰이 명료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금지 대상이 야겜처럼 직관적으로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는 경우에 큰 문제가 발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래서 논의 대상을 야겜에 한정하지 말고 조금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소재는 어떠한가요.

(1) 아이돌의 섹시 댄스 (혹은 민효린 탱크탑 사진)
(2)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에 섹스코드가 함유된 경우 (은교, 본드걸과의 베드신을 내포하고 있는 007, 기타 예술 영화들 등)
(3) 응응씬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4) 질문게시판에서의 성 관련 질문들 
등등

간단하게 몇 가지 예만 들었지만 이 외에도 일상에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큰 문제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컨텐츠에서 섹스코드는 종종 발견됩니다. 극단적인 예로는 타워펠리스가 남자의 성기를 연상케 한다는 주장이 떠오르네요. 그래서 만약 운영진이 섹스코드에 대한 합리적인 금지를 위해 구별에 필요한 룰을 만들기 시작하면 이는 굉장히 복잡한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통해 굳이 제재 원칙을 명확하게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어떤 컨텐츠에서 섹스코드가 담겨있다는 근거를 객관적으로 찾기>보다는 <섹스코드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룰을 만드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미리 유저에게 당부하고 주관적으로 작성자의 의도와 댓글의 흐름을 통해 피지알과 맞지 않는 '분란의 요소'를 고려>하는 편이 조금 더 실용적이지 않나 합니다.

피지알의 기존 룰은 다음 링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https://www.pgr21.com/?b=10&n=101907) 이를 분석해보면 경계에 걸친 섹스코드는 '금지의 대상'보다는 '확연한 섹스코드를 금하기 위해 설정한 제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과가 아닌 과정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삭제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 '당연히 삭제해도 된다'와 동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계 영역의 걸쳐 있는 사안은, 내용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 간의 약속 체계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으므로, 아무래도 서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정리해보면 섹스코드의 제재에 대한 논의는 '소재의 절대성'이나 '운영진의 금지에 대한 재량권'이 아닌 '제한의 정원을 어떻게 같이 가꾸어 나갈 수 있는지'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어떠한 피지알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냐는 것이죠.


4. 심의필의 추억

이번에 토론 내용을 보면서 문득 만화 검열의 대명사였던 심의필이 떠올랐는데요. 간단하게 몇 가지 기억나는 사례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요지는 '어떠한 태도가 문제가 될 수 있을까'입니다.

-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만화 (은밀한 귀환)

대충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화석을 좋아하는 한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한때 제자였던 동료 선생님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하네요. 서로 좋아했던 분위기였는데, 다리에서 자살하려는 학생을 구하려다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워집니다. 마침 지나가던 승려가 이를 발견하여 선생의 영혼을 학생에게 옮겨줍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잠시 좌절하였으나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선생님에게 고백을 시도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무난하게 봤던 만화인데, 우연히도 어느 날 이 만화에 심의필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참 동안 생각을 했지만 다리에서 뛰어내렸던 게 위험했는지 아니면 제자와 선생 간의 사랑이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도저히 짐작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 밖에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혹은 문제가 될만한 내용은 딱히 보이질 않았는데요. 이걸 보면서 아무래도 과도한 심의로 인해 피해 보는 작품이 나오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번 논란에서도 댓글을 훑어보니 이러한 내용을 성토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 교과서엔 없어, 헨

당시에 15세 이상 관람이란 딱지로 틈새 시장을 노렸던 만화로 후에 19세 미만 관람불가로 등급이 변경되었습니다. 내용은 대략 여학생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다뤘던 것으로 기억하고, 섹스코드가 경계영역에 걸쳐있었으며 - 예를 들면 팬티를 보여주는 소위 서비스 컷 - 일부는 그 정도가 심했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운영진의 과도한 제재도 문제가 있겠지만, 반대로 그러한 제재의 빈틈을 노린 것이 아닐까 짐작되는 장난스러운 시도들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표현에 주의하라는 제재를 몇 번 받아서 조금 죄송하긴 하네요. 하여튼 이러한 내용들도 위의 사안과 도매금으로 묶어 따지는 것은 마찬가지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소년탐정 김전일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이 작품에 빨간 딱지가 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요소가 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오페라 극장 살인사건'에서 어떤 여인이 욕조에서 알몸 상태로 살해된 것을 발견하는 장면이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그 당시에는 이러한 살인 장면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었는데요.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추리 소설 장르는 기본적으로 살인코드가 어느 정도 들어 있는데, 추리 장르를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각은 이와는 조금 다른 듯했습니다. 섹스코드야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이러한 살인코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는 쉽게 해결되지 않더군요. 조금 말이 길어졌는데 사실 제가 평소에 고민했던 주제는 이렇습니다. 바로 '무협에서의 살인코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입니다.


5. 무협을 금(禁)해야 하는가

근래에 재미있게 봤던 화제로 '통행증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삼국지에서 관우가 조조를 떠나 유비에게 돌아가는 과정에서 오관을 돌파하는 대목을 패러디한 유머입니다. (https://www.pgr21.com/?b=10&n=75564) 물론 지금이야 보면서 크게 웃을 수 있지만, 어릴 적에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린 만화 삼국지를 보면서 크게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더 정확히는 관우가 사형장에서 참살당해 목이 날아가는, 그리고 소위 저잣거리에 효시되는 장면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지요. 심지어는 꿈에서도 비슷한 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만약 어린 시절의 제가 지금의 저에게 물음을 던진다면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실은 이와 비슷한 사례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무협에 관심 없는 분이 무협 안에서 살인하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딱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꽤 오랬동안 고민했지만 아직 좋은 답은 얻질 못했네요. (쓰다가 지쳐서) 거두절미하고 결론만 말하면 이렇습니다.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어른은 무협에서 자신만의 동화를 바라본다. 무협 안에 살인코드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고, 경우에 따라 제재를 가해도 불만은 없으나, 어른과 다르게 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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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cernara
13/07/27 21:51
수정 아이콘
저 만화제목이 '은밀한 귀환' 인 것 같습니다. 저는 무려 중학교때 사본책인데 이 글보고 검색을해보니 19금이네요.. 분명히 제가 어렸을땐 19금이아니었던 거같은데말이죠
13/07/31 20:30
수정 아이콘
글을 적을 때 제목이 생각이 안났는데, 은밀한 귀환이 맞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13/07/27 22:46
수정 아이콘
지난 이명박정권과 이번 박근혜정권이 이어져오며 우리사회의 변화 중 하나가 성에 대한 엄숙함이 늘어났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참여정부때만해도 케이블에서 19금방송으로 노출있는 드라마도 많이 제작하고 프로그램도 선정적인 것들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그런걸 찾아보기가 힘들죠.
물론 성을 과도하게 까발려야 한다는건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지금의 풍조가 그렇게 올바르다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매춘과의 전쟁이 유명 윤락가를 없애는대신 주택가에 새로 피어나게 만들었고 성폭력예방이라는 미명하에 성인이 교복입어도 아청법 위반이라는 코메디스러운 법률을 낳았으니까요. 사회의 발전수준에 역행하는 정책은 그만큼 부작용을 낳을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피지알에서도 유저들의 수준에 맞게 기준을 고치는게 어떨까 싶네요. 단순히 슈사쿠 나온다고 19금 이럴게 아니라 맥락안에 슈사쿠의 19금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면 삭제지만 반대로 그저 얼굴의 아저씨스러움이 다라면 굳이 19금 유무를 판단할것 없이 놔둬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피지알 유저들이 그정도 판단할 능력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추신...신조협려에서 소용녀와 윤지평 부분이 ntr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 ntr의 기준에는 못미치는게 아닌가 싶어요. 무엇보다 ntr이 성립되려면 그 장면을 양과가 보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양과는 못보지 않던가요. 읽은지가 오래되서 양과가 나중에 알게되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13/07/31 20:36
수정 아이콘
물론 조금 더 깊게 보면 말씀하신 내용처럼 소위 ntr과는 다르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본문에서 적었듯이 저는 당시에 양과의 시각에서 소설을 바라봤고, 또 기분이 묘하게 더러워지는 것이 비슷하지 않나 싶어서 ntr을 사용했는데요. 만약 용어가 문제라고 하면 겁간 코드라고 바꿔도 큰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페스티
13/08/20 21:19
수정 아이콘
독자들 대부분은 양과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소설을 읽게되므로 ntr로 느끼게 될 수 밖에 없죠.
드라고나
13/07/27 22:50
수정 아이콘
미야자키 하야오와 바람 불다, 혹은 밀덕과 전쟁 이라거나
용대운과 좌백 그리고 2세대 무협 이라거나
야겜의 시대 라거나
미연시의 탄생 이라거나
같은 걸 써제낄 생각만 해대고 있는데 제 구상만 있는 글들과 묘하게 게시판 분위기가 이어지는군요.

전 가상은 가상이고 현실은 현실. 이라고 답합니다. 무기도 좋고 전쟁사도 좋지만 정말 전쟁 벌어지는 건 사양하고 싶고. 다른 사람이 납득 못하고 모순 어쩌고 해도 그게 나란 인간이니 어쩔 수 없죠.
13/07/28 01:0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3/07/28 03:10
수정 아이콘
굿
13/07/28 11:13
수정 아이콘
민주화갖고유머한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아이유 멸치니 병문안같은것은 묵인하죠.
절름발이이리
13/07/28 14:57
수정 아이콘
이 글이 추천이 4개밖에 안되다니.. 이렇게 된이상 키배로 글을 흥행시켜야..
Star Seeker
13/07/28 16:48
수정 아이콘
섬세한 인식을 가지런하게 풀어놓은 좋은 글입니다. 저도 이렇게 쓰고 싶네요.
커피보다홍차
13/07/28 18:2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라 생각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어니닷
13/07/29 07:2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13/07/29 10:5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19금 유머에 대한 사이트의 방향성에 대한 정확한 설명 같습니다.
13/07/31 20:40
수정 아이콘
여러모로 미흡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은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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