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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11/21 00:52:25
Name endogeneity
Subject 한국의 97년 외환위기


 


0. 서론



 


사실 IMF 위기가 대충 어떤 식으로 터졌는지에 관하여는 이런 저런 사실들이 꽤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의 의의는 사실 '간단 명료한 정리'에 있다고 하면 맞습니다.
원래는 일본 장기불황하고 같이 쓸 생각이었는데 그 결과 상상을 초월하게 글이 길어져서 IMF 위기에 대한 내용으로 줄입니다.


 


1. 사태 진행의 요약




한국의 IMF 위기는 대략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a) 96년의 경상수지 악화
(b-1) 재벌의 주력부문 수익성 악화
(b-2) 재벌의 신규 사업부문에서의 부채위기
(c) 소위 동아시아 금융위기


사실 이렇게 정리했을 때 분명해지는 건, (a)와 (b) 사이의 인과는 상당하지만, (c)는 또 그와는 별개의 사태라는 겁니다.


그리고 (a)와 (b)야말로 소위 박정희 잔재, 혹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결부된 사안이고
그에 비해 (c)는 오히려 자본시장 자유화, 그리고 아마도 금융시장 불안정성 같은 주제들과 더 연관이 많은 사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엔, 97년 위기에 결정적이었던 것은 결국 후자였습니다.


무엇보다 그 요소야말로 1967년이나 1981년이 아닌, 1997년에 외환위기가 발생한 것을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글은 기본적으로 IMF 위기에 관한 외인론자의 시각을 취합니다.


 


그럼에도 재벌 부실화로 귀결된 국내 위기의 추이를 살펴보는 건 분명히 의미가 있습니다.




2. 96년의 경상수지 악화





(출처: 한국 금융연구원 통계)


 



사실 위 표에서 드러나는 사실은 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적자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관점에서 봐도 96년의 경상수지 적자폭은 좀 심한 면이 있죠.
이 강력한 마이너스 충격이야말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에 악영향을 주며 위기로 가는 시발탄이 된 건 분명합니다.

적어도 96년 시점엔 일본의 95년 엔화가치 대폭절하가 이러한 경상수지 적자 악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그러나 사실 95년의 엔화가치가 90년대 전체에 대비하여 그렇게 낮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사실 이 그래프를 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많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95년에 진정 문제였던 건 '지나친 엔화가치 하락'이기보단 '지나치게 큰 엔화가치 변동성'이었다는 점입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당시 엔화가치의 상승과 하락 모두가 달러/엔 사이의 포트폴리오 투자를 위한 국제 자본의 이동으로 설명됩니다.


암튼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당시 상황에서 '엔화가치 절하 -> 경상수지 악화'라는 구도가 단순하게 성립한다고 믿기는 어렵습니다.



결국은 환율 요인과 함께, 어느 정도는 우리 산업의 수출경쟁력 자체의 약화가 경상수지 악화의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폴 크루그먼이 지적한 대로 한국의 경제성장 자체가 'stalinist growth'였던 데 기인하는 지도 생각해볼 거리입니다.


이 문제는 주로 '성장 회계' 연구와 관련이 깊은데, 결과는 생각보다 모호합니다.


 


 


3. 재벌 부실화



 


재벌의 주력부문 수익성 악화에 관해선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1995년에 메릴린치는 이듬해 삼성전자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보고서 한장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5111000099124001&editNo=15&printCount=1&publishDate=1995-11-10&officeId=00009&pageNo=24&printNo=9266&publishType=00010 ( 매일경제, '메릴린치 반도체 공급과잉 진단에 전문가 이견', 1995.11.10 기사)



 


이 기사는 당시 메릴린치 보고서가 왜 틀렸으며 삼성전자의 내년도 실적이 왜 괜찮을 것인지에 대한 장구한 설명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대충 이런 분위기 속에서 95년 연말에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더 상승했습니다. 사실 메릴린치의 보고서의 타당성, 그리고 반대론자들의 지적의 적실성은 단순히 주가나 재무제표상 이익으로만 판단될 것은 아니고, 실제 반도체 산업의 맥락에 입각하여야 판단될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암튼 이듬해 실제로 벌어진 일은 다음과 같군요.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6121700209110003&editNo=45&printCount=1&publishDate=1996-12-17&officeId=00020&pageNo=10&printNo=23398&publishType=00010 (동아일보, '삼성전자 주가 작년의 4분의 1', 1996.12.17 기사)



 


대충 이런 정황을 거치며 재벌 그룹들의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96년 말이 되자 심지어 재벌 도산사태로 이어집니다.


당시 재벌들이 벌이던 소위 '문어발 식 확장'의 실상에 관하여 이러한 기록들이 있습니다.



 


"결국 한보 철강은 (1997년) 1월 21일 5조 7000억 원의 부채와 함께 부도를 선언했는데, 2월 기준 한보철강의 자산은 약 5조, 부채가 6조 6000억 원에 이러 대략 1조 6000억 원 가량의 손실이 금융기관에 전가되었다. 자기자본 비율도 낮고 수익성도 의문스런 코렉스 공법을 채택한 한보철강에 제일, 조흥, 외환 등 기라성 같은 은행들이 거액을 대출해줬다가 낭패를 보았다." (강만수,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중)



" 당시 기아가 부도에 직면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기아 특수강의 무리한 차입금 동원, 그리고 기산(건설회사)의 부실한 재정, 궁극적으로는 주력 업종인 자동차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건설, 금융, 정보통신 분야까지 마구잡이로 사업을 확장한 재벌 놀음이 문제였다. 결정적으로 기산, 기아특수강, 아시아자동차 등 계열 기업에 3조 7000억 원에 이르는 빚보증을 선 것이 자금난의 원인이 되었다."(이규성, "한국의 외환위기" 중)


이러한 차입경영에 종금사를 경유하여 외국 자본이 투입되고, 정부가 그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주면서 훗날 IMF 구제금융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단기 외채 누적의 기본 골조가 완성된 것입니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지급보증을 해주면서 기업이 사적으로 부담해야 할 리스크를 공적 리스크로 만든 것이 소위 '박정희식 경제개발의 폐단'이라면 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청산조치 및 금융시장 투명화를 위한 개혁조치가 대체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해외 투자자 및 언론의 한국에 대한 시각이 냉담해지기 시작합니다.(주로 재경부 출신 관료들은 IMF 위기 원인에 관하여 이 논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4. 동아시아 금융위기



 


사실 위에서 경상수지 악화니 재벌 부실화니 말은 많았지만,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등 중요한 거시지표에 파국적인 효과가 미친 건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 때까지의 위기는 단순한 침체 수준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정확히는 97년 말 원화가치의 폭발적 하락이 야기한 인플레이션 및 파격적인 경상수지 흑자, 그리고 IMF가 요구한 금융 긴축으로 인한 대규모 기업도산이 야기한 실업률 앙등은 모두 1998년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런 관점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거시경제적 위기는 1998년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걸 IMF의 다소 편협한 정책조언이 야기했다는 의미에서 'IMF 위기'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한국 금융연구원 통계)

 

97년 7월 바트화 폭락 사태를 계기로 서방 자본이 동아시아를 대거 탈출하기 시작하는데, 그 영향은 10월에 이르러서야 우리나라에 미칩니다.(태국 -> 인도네시아 -> 홍콩 -> 우리나라 순으로 위기가 왔습니다.) 


위 자료상에 비정상적일 정도의 달러대비 원화가치 하락이 97년 가을에 시현되고 있음이 보입니다.

사실 환율의 저런 움직임은 이 사태가 어느 정도는 자본시장의 비합리적인 행태를 반영하는 것임을 암시합니다.

저 짧은 기간 동안 원화 가치를 평소보다 저렇게까지 낮춰 잡아야 할 급작스런 요인이 있었다고 한다면 

결국 다른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 밖에는 없기 때문에...

 

(표 출처: 박대근, "한국의 외환위기와 외채", 경제분석, 1999. 박대근은 이 표를 신인석(1998)에서 인용.)

 


 


그럼에도 한국의 외환위기는 여타 동아시아 국가의 외환위기와는 다소 성격이 달랐던 점은 언급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의 외환위기가 상대적으로 전형적인, 통화가치 하락 예상이 만연한 가운데 벌어지는 해외 투자자들의 투매 행태에 기인하는 것이라면(위 엔화가치 절하와 절상, 그 배후에 있는 달러가치의 절하와 절상도 다 비슷합니다.)


 


한국의 경우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상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해외 채권자의 행태에 기인했던 것입니다.


그 점이 위 표에서는 10월에 외환 보유고에 대한 대규모 채권수요가 갑작스레 등장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의 외환위기는 차입규모 자체가 부적합했던 데 기인한 것이 아니라,

단기외채에 대한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는 함의를 가집니다. 





(표 출처: 박대근, 1999)



 


위 자료는 한국의 외환위기가 단기 유동성 위기에 가깝다는 것에 대한 또 하나의 근거인데


cohen의 부도지수라고 하는 위 지수값이 6% 이상이 나온 경우에 차입규모 자체가 과다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보는데,


한국이 외환위기를 코앞에 둔 1997년 10월에조차 3% 미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총외채 대비 외환보유고 비율은 70~80년대에 97년 당시에 비해 훨씬 컸고


그렇기에 1979년 등 몇차례 제법 심각한 외환위기가 발생하곤 했지만, 그 어떤 것도 97년의 그것에 미치진 못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1997년의 위기를 설명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단기적이면서 국제적인 요인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5. 결론


 


 

애초에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우리 시대에 다시 IMF위기나 일본 장기불황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느냐는 글을 봤던 것이므로 

그 문제에 대해 간단히 논평하면, 당시 외환위기를 유발했던 요인 중 몇가지가 확실히 사라졌다는 점부터 말할 수 있습니다.



97년 이후 가장 외환위기에 근접했던 2008년 하반기에조차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단기 외채 규모를 초과했을 정도로,


한국의 외환보유량은 이제 충분합니다.(현실에선 그 보유고에도 불구, 2008년의 외환시장 혼란은 한-미 통화스왑이 있고 나서야 가라앉았음을 기억해둘 필요도 있습니다. 결국 시장 안정을 좌우하는 건 보유고 규모 따위가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기대였습니다.)



오랜 불황으로 기업들의 경영상태가 부실화되기는 하였으나, 97년 이전의 무지막지한 차입경영에 비할 바는 못 되고 

결정적으로 한국의 경상수지는 심지어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추세가 1년 가까이 지속된 현재에조차 흑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2013년의 한국이 97년의 한국과 다르다는 것이 모든 경제위기를 다 피해갈 보증수표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97년 가을에 한국을 덥쳤던 것과 같은 국제 자본시장 급변의 위험이 닥칠 가능성이 여전히 잔존한다는 점에서는, 그때와 지금 사이엔 여전히 공통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2013년의 잠재 리스크 요인을 나열하는 것은 이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일이므로 여기서 줄입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12-13 13:28)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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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21 00:58
수정 아이콘
좀 어렵지만 흥미로운 글이네요. 어릴 때 일이라 정확한 사유를 잘 몰랐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아이유탱구
13/11/21 01:0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roaddogg
13/11/21 01:3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13/11/21 01:3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통계자료의 인용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질문이 생깁니다.

기업들의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높았다는 점. 즉 "투자만능주의"에 대한 광신적 맹신이 가장 큰 이유였다라는 분석이 꽤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군요.

만약 그 점이 문제였다면, 현재 금융상황에 대입해 가정해 보았을 때 또 다른 외환위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endogeneity
13/11/21 01:52
수정 아이콘
표와 그래프를 좀 줄여보려고 뺐지만 당시 우리나라가 과잉 설비투자 상태였던건 틀림없습니다.

한편으론 거시지표상 설비투자 비중이 유례없이 높았던 점, 그리고 지적하신 대로 레버리지 비율이 괴악했던 점(우리 기업들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 기업들에 비해서도 도가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외채의 증가 자체도 해외저축 유입에 기반한 투자자금 조달노력이었던 점 등이 근거가 되겠군요.

위에 재벌부실화라고 쓴 장의 서술은, 이러한 지표상 문제들의 다른 모습이랄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기업경영 부실화는 과잉투자의 결과물은 아니어도 유사한 리스크를 야기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 다른 충격요인이 등장했을때 그 부정적 효과를 증폭시키는 이차 요인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더 클것 같습니다.

최근 자주 회자되는 가계부채 문제도 아마 유사할 것이고요.
13/11/21 06:09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1996년 1997년은 YS 막바지 시기인데 YS 시기 자체가 경제 성장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임기말에 좀 과하게 기업들에게 설비투자를 많이 주문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야 GDP 성장률이 많이 올라가니까요.

그래서 아마 1996년 GDP 성장률은 7% 가 넘었을겁니다. 그게 실제로 성장한게 아니라 쥐어 짠거죠.


97년이 제가 20살때라서 기억이 틀릴 수도 있긴 한데 여튼 그렇게 기억합니다.
바닥인생
13/11/21 01:5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데 혹시 블로그 같은 공간에도 글을 남기시나요?
endogeneity
13/11/21 01:57
수정 아이콘
천성이 블로그와 맞지 않아...
13/11/21 01:52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3/11/21 02:2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크루그만의 책을 읽다보면 한국의 IMF 에 대해서 한국의 잘못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일단 IMF 가 온 시점에서 그 피해가 더 커진 것은 확실히 기업 부실이 작용하긴 했겠습니다만....
불곰드랍
13/11/21 03:05
수정 아이콘
결국에는 내인과 외인이 같이 작용을 했다고 보는게 맞을거 같습니다. 다만 방아쇠를 당긴 것은 외인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3/11/21 06:1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작성하는데 오래 걸리셨을 것 같은데 정성스럽게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도 경제 관련해서 이런글 또 올려주시면 더욱 감사드리구요^^
스테비아
13/11/21 06:26
수정 아이콘
결정적인 요인은 경제주체들의 기대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펀드의 펀 자도 모르는 사람들의 돈까지, 영혼까지 끌어모은 2008년의 코스피2000과 펀드 순유출이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지금 상황에서의 코스피2000은 같은 숫자이지만 전혀 다른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탄다 에루
13/11/21 09:3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결국 아무리 논리적으로 끌고 들어가도, 현실을 움직이는건 사람이니까요...
13/11/21 10:15
수정 아이콘
신입사원 때를 벗을무렵에 IMF가 터져서 몇가지 기억나는게 있는데
IMF 터지기전에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으로 알력싸움도 있어 금융권에 대한 통제가 엇갈린 부분도 있고,
종금사들이 해외단기부채로 조달하여 국내재벌기업에 투자하다가 부실화되기도 하고
다른 활로로 당시 잘나가던 동남아시아쪽으로 장기시설투자했다가 아시아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곧바로 국내금융위기를 촉발하는 촉매제역할도 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종금사 수도를 다녀었는데...매일 매일이 지뢰밭이었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나네요..
스카이
13/11/21 11:27
수정 아이콘
a 앞에 OECD 가입 하기 위한 인위적인 원고현상을 넣고 싶네요. 원고가 아니었으면 많은 회사들이 버텼을 겁니다. 경상수지도 그렇게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고요.
endogeneity
13/11/21 13:01
수정 아이콘
그와 관련해서 흥미롭게 생각되는 부분은 90년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추이, 그리고 상대적인 경상수지 적자폭 변동입니다. ( 밑의 얘기는 한국 금융연구원의 통계를 참고했습니다. http://www.kif.re.kr/kif2/stat/stat_page2.aspx )

결론적으로 90년대 내내 한국은 원고 상태였는데, 그 정도는 90년대 초반이 훨씬 심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상수지 적자 추이만을 놓고 보면 90년대 초반보다는 96년이 훨씬 더 심각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됩니다.
그렇다면 '원고->경상수지 적자'라는 인과관계가 존재하기는 하더라도, 그 결정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원화가치 변동이 시장요인에 의한 것인지, 정부의 인위적 개입에 의한것인지를 나눠 후자의 비중만을 추린다면, 비중이 좀 더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환율과 경상수지는 인과관계가 일방적이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인과관계 자체가 희박해져버리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 현실에서 둘 사이 관계를 추적하는 건 꽤 복잡한 작업이 됩니다.(대부분의 경제변수들 간 관계가 그렇긴 하지만.)
13/11/21 14:08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내용 잘 봤습니다.
한가지 설명이 안된게 국제자본은 왜 동아시아에서 막대한 자본유출이 일어났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네요.
왜 돈을 뺐을까? 외화유동성에 기인해 위기가 일어났다는 근거로 글이 쓰셨다면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빠진 돈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였을까요. 동아시아에서 돈이 빠져나간건 과정일뿐이고 그 일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또 하나 재밌는건 한국이 비교적 짧은 시간내에 IMF 시기를 벗어났다는건 단기유동성만 확보했다면 처음부터 구제금융 받을 일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애초에 기업의 펀더멘털이 그리 약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반증이기도 할겁니다.
endogeneity
13/11/21 15:24
수정 아이콘
찰스 킨들버거는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90년대 각국의 금융위기를 간단히 고찰하면서

일본&북유럽의 버블 붕괴 -> 이 지역에서 탈출한 자금의 동아시아 유입 -> 동아시아 금융위기 -> 동아시아에서 탈출한 자금의 미국 유입 -> 미국 IT 버블

이런 식으로 사태가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방향이 미국이었는지까지 확실하진 않아도, 당시 동아시아를 탈출한 자금은 미국이나 서유럽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98년, 99년 사이에 일본,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달리 흘러갈 만한 지역에선 다 위기가 번진데 비해, 제 1세계는 안정을 유지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endogeneity
13/11/21 15:28
수정 아이콘
그리고 미국과 유럽 경제가 안정을 유지한 것이 고환율 상황에서 수출 수요가 유지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고, 한편으론 98년 시점에 국제 유가가 안정을 찾는 등 원자재 가격 면에서 부정적인 충격요인이 없었던 점이, 당시 한국이 IMF 위기를 조기 극복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는 유지되었기 때문에 이런 유리한 거시경제적 상황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 글은 IMF가 들어와서 시행한 긴축조치의 타당성 문제, 그리고 실제 IMF 위기로부터 탈출되는 과정에 관해서는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사실 그러한 요인들까지 고려하면

'처음부터 구제금융 받을 일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애초에 기업의 펀더멘털이 그리 약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반증'

이 되는게 맞죠.
사실 이건, 금융위기는 실물 부문의 움직임과 무관한 독자적인 메커니즘에 따라 발생한다는 함의를 내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endogeneity
13/11/21 15:32
수정 아이콘
그러나 애초에 금융 시장이 그런 독자성을 갖는 이유는?

탑픽 님이 '왜 동아시아에서 막대한 자본유출이 일어났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게 되었는지'라고 표현한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금융시장의 균형과 관련된 이론적인 문제와 연관됩니다.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본문보다도 더 긴 글이 필요할 것 같으니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이 문제와 매우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는 잡설로 댓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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