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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3/14 22:52:22
Name Eternity
Subject '완성된 성인 남자'에 대한 공포
'완성된 성인 남자'에 대한 공포



[LEE : 그런데 이제 사십대가 되셨으니, 감독님도 아저씨 나이 아니신가요?(웃음)
BONG : 저는 제가 아직도 어리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반면에 일을 할 때는 제가 그런 능숙한 아저씨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답답하기도 해요. 속으로는 불안에 떨면서도 겉으로는 센 척하면서 일종의 역할 놀이를 하는 거라고 할까요. 하다못해 친척들을 명절에 오랜만에 만날 때도 그렇잖아요? 상투적인 대사들을 남발하면서 괜히 능숙한 척 위장도 하고 말이죠.(웃음)
···(중략)···
BONG : 사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는 ‘한국 성인 남자’ 자체에 대한 공포심이 있거든요. 어쩔 수 없이 따라간 룸살롱에서 쭈뼛거리다가 여종업원들에게 존댓말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경멸하는 식의 사람들이죠. 저도 성인 남자인데 그런 ‘완성된 성인 남자’들 사이에 들어가서 엮이거나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 무척이나 두려워요. 소위 ‘완성된 성인남자’에 대한 공포라고 할까요.]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中)





대한민국에서 '완성된 성인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봉준호 편'에서 봉감독이 얘기한 '완성된 성인 남자론'에 많은 공감을 느꼈다. 그가 얘기하는 이른바 '완성남(完性男)'이란 결국 이 사회의 주류에 편입되기 위해 강요되는 덕목, 그들에게 내면화된 태도와 가치관의 집합체일 것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어린아이의 천진난만성과 유치찬란함이 거세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완성된 성인의 에티튜드. 진지함, 이성적, 능숙함, 뻔뻔함, 고상함, 당당함, 이중적, 고압적 등. 우리 사회의 주류에 편입된 '완성남'들에게 내면화된 모습은 이러한 것들이 아닌가 싶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완성된 성인 남자들에게 천진난만함이나 솔직함, 철없음이나 앙탈, 울음 등의 어린아이의 모습은 용인될 수 없는 태도이자, 지양해야하는 덕목인 것이다.

그리고 수시로 반복되는 이러한 '완성남 역할극'에 대한 강요가 때로는 나를 지치고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좀 엉뚱한 얘기지만, (마치 이별을 고하는 연인에게 낙엽을 끼얹으며 화를 내고 막말을 하는 상상을 하며 실제로는 조용히 수동적으로 보내주는 [아는 여자]의 정재영처럼) 직장에서 상사들과 자못 엄숙한 얼굴로 진지한 회의를 하면서도 가끔은, 나도 모르게 회의장에서 돌발 행동을 하며 장난치는 엉뚱한 내 모습을 상상하며 혼자 웃음을 참고 표정 관리를 하곤 한다. 또 거래처 업체 사람들과 시급한 업무 현안에 대해 자못 심각한 얼굴로 협의를 하면서도 가끔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에 뜬금없이 속으로 미묘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냥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인척 하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직장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는 듯한 느낌에 말이다.





완성남 권하는 사회


이와 더불어 사실 내게 이러한 완성남에 대한 공포나 혐오가 극대화되는 순간은 술자리이다. 소주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내게, "술은 원래 마실수록 느는 거"라며 강권하는 학교 선배나 "오늘 2차 술자리는 진짜 원하는 사람만 남으라"며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서는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째려보는 직장상사의 불편한 얼굴. 술자리에서의 주류 편입을 반강제로 강요하며 이렇듯 '술 권하듯' 완성남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나는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때때론 속으론 어찌할 바를 몰라 울상이 된다. 솔직히 그럴 땐 어딘가 조용한 곳에 가서 혼자 시원하게 펑펑 울고 싶기도 하다. 물론 그 정도 상황에 정말로 눈에서 눈물이 솟는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마음이 씁쓸하고 외롭다는 얘기다.

더불어 '완성된 성인'의로서의 역할극은 또한 소개팅 자리의 남녀에게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소개팅 자리에서의 남녀는 남자(여자)답고 여유로운 성격과 더불어 균형적이고 열린 시각, 그리고 풍부한 사회경험과 결코 얕지 않은 지성을 지닌, 안정적인 남자(여자)가 되어야한다. 하지만 실상 현실에서의 나는 형광등 하나를 갈 때도, 못 하나를 박을 때도 능숙하고 매끄럽기는 커녕 어설픈 실수를 연발하고, 데이트 상대와 함께 볼 영화와 음식을 고르면서 속으로 수십 번을 이랬다저랬다 고민하는 나약하고 소심한 남자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들켜선 곤란하므로 겉으로는 원래부터 이 영화를 볼 계획이었고 이 음식을 먹을 생각이었던 것처럼 능숙하게 예매티켓을 받고, 여유롭게 음식을 주문한다. 사실 이럴 때마다, 대한민국에서 완성된 성인으로서 살아가는 일이 참으로 힘들고 피곤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절친들을 만나, 술자리 때마다 수없이 했던 지난 얘기들을 재탕삼탕, 아니 백탕이백탕하며 그렇게 스트레스를 푸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상 그때만큼은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역할극을 벗어던지고 가장 ‘어린아이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친구사이라고 해서 가면을 쓰지 않을 리 없고,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역할극과 마찬가지로 친구 사이에도 친구라는 또 다른 가면을 쓰고 상대방을 대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차피 평생 벗어던질 수 없는) '가면의 유무'가 아니라, 나의 천진난만성, 내 마음 깊은 곳에 답답하게 갇혀있던 있던 어린아이의 나약하고 철 없는 모습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그것을 편안하게 바라봐주고 받아주는 대상의 존재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좋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상투적이고 정형화된 '약속된 어른들의 대화'를 비틀거나 파괴(?)하는 것을 삶의 아주 작은 낙이자 통쾌함으로 즐긴다. 예를 들어 오랜만에 만난 여자 동기들이 서로 "너무 예뻐졌다"는 둥, "넌 나이를 먹어도 어떻게 더 어려보인다"는 둥 각자의 외모에 대한 가당치도 않은(?) 인사치레를 늘어놓을 때마다 불쑥 끼어들어 "무슨 소리야? 누가 봐도 더 나이들었구만-_-"이라며 눈치 없는 척 장난스레 퉁을 놓는다거나, 누가 봐도 남자아이 같은 못생긴(?) 여자아기를 보며 친척들끼리 "어머~ 예뻐라~'라며 얼굴도 보지 않고 반자동적으로 상투적인 칭찬 세례를 늘어놓을 때에도 불쑥 끼어들어 "흠.. 아무리 봐도 떡두꺼비 장군감인데..-_-"라며 미지근한 물을 끼얹기도 한다. 또 말도 안 되는 억지스러운 지시를 당연하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내리는 직장상사에게 때로는 눈치 없는 척, "아니 실장님,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요-_-?" 라며 철없이 반문하기도 한다. 물론 '관계의 역할극'이 깨지지 않는 가벼운 선에서. 이러한 작은 비틂이 '완성된 성인'을 강요하는 이 사회에 대한 나의 소극적인 저항이자 깨알 같은 유희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노무현이 좋고 이승환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이 사회에서 '완성된 성인 남자'로서 당연시되듯 강요되는 가치들을 당당히 거부할 줄 아는 사람들. 평생 '바보' 혹은 '어린 왕자'로 불리더라도 그 불림을 기꺼이 포용하고 자신의 천진난만한 내면을 세상에 구김살 없이 드러낼 줄 아는 사람들. 세상은 어쩌면 '완성된 성인'이 아니라 이러한 '미완성된 아이'들이 바꾸어나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05-26 15:08)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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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통이밴댕이
15/03/14 23:31
수정 아이콘
완성된 성인남자들의 내부는 대부분 비어있는 것 같아요...철도 없고...
오히려 내면이 강하다 싶은 사람들은 어느정도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완성된 성인남자는 대부분 내면이 결핍 아니면 공허로되어있어서 드러내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나이들어서도 철이 안드는 경우에는 말년이 시덥잖은 것 같은...
조용한폭격
15/03/14 23:56
수정 아이콘
아.
저는 여자인데요.
이런 감정을 저만 느끼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 특히나 영화라는 특정 업계에서 꼭대기에 다다른 봉준호라는 사람도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습니다.
Eternity님이 글에서 제시하신 상황들에도 십분 공감했고요.

같은 성인이라도 여자와 남자가 느끼는 역할행동의 종류는 다른 부분이 많지만, 성인으로서의 역할과 실제 자아의 괴리에서 생겨난 갈등이라는 점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에 제시된 상황들로만 본다면 성별을 여자로 바꾸고 몇가지 요소만 조금 바꾸면 여자에게도 충분히 적용될만한 상황이고요. 예를들면, 봉준호 감독이 제시한 '마지못해 따라간 룸살롱에서 여종업원에게 쭈뼛거리며 존댓말 쓰는 나를 경멸하는 종류의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은, '성을 상품화한 업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상품으로 바라볼 수 없는', '놀자고 하는 일에 지나치게 진지하게 여기고 의미부여하는' 나를 경멸하는 종류의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기에, 성별을 여자로 바꿔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입니다. 상황 자체를 룸살롱이 아니라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어른의 것이라 여기는 종류의 유흥문화에 대입해서 봐도 논지를 설명하는 데 무리가 없고요.

저는 성인여성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성인남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이 공포가 완성된 성인여성으로서의 압박에 대한 두려움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Eternity님이나 봉준호 감독, 혹은 완성된 성인으로서의 두려움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성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놀랍습니다.
Eternity
15/03/15 11:33
수정 아이콘
봉감독도 그렇고 가수 이승환씨도 그렇고, 일반인들에 비해 예술가들에게 천진난만성이나 순수함 같은 '어린아이의 모습'이 더 많이 남아있다고 봤을 때 이들이 느끼는 '완성된 성인 남자에 대한 공포'가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즉, 그 업계에서 탑을 찍었든, 아니든 관계없이 말이죠. 봉감독의 경우는 자신은 단지 영화를 만들고, 자신의 상상력을 스크린 속에 펼쳐내고 싶을 뿐인데.. 그러자니 현실에선 수많은 스태프들을 통솔해야 하고, 배우들을 지휘해야 하고, 제작사와 협의해야 하고,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하죠. 자기가 어린아이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꿈을 펼치지 위해, 오히려 어쩔 수 없이 어른의 역할을 어떻게든 해나가야하는 상황에서 오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쉽게 말해, 어른인 척 하기 참 버겁고 힘든 거죠.

조용한폭격님 말씀처럼 이 글은 남녀를 포괄한 '완성된 성인'에 대한 공포로 확장해도 별 무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예시로 소개팅'남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구요.) 다만 궁금해하시는 '완성된 성인 여성'에 대한 공포는.. 좀 애매하긴 합니다.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공포라고까지 얘기하기는 어려운 게, 기본적으로 완성된 성인 여성보다는 완성된 성인 남성들에게서 느끼는 물리적, 비물리적 위압감이나 압박감이 더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완성된 성인 여성에게 공포나 두려움까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론 그렇습니다. 쉽게 말해, 회식 자리에서도 술을 강권하거나 2차, 3차를 강요하는 상사들도 대부분 남성들이라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그리고 첨언하자면, 사실 이 글을 쓴 의도 가운데는 '완성남에 대한 공포' 못지 않게, 여기에서 파생되는 '상실감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컸어요. 어른들 사이에서 나도 어른인척 가면을 쓰고 능숙한 척 역할극을 하고 있는 이 사회의 수많은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외로움. 결국 상대방에 대한 공포 이전에, 내가 느끼는 각자의 피로도와 외로움이 저에겐 더 큰 관심사이긴 했습니다.
王天君
15/03/15 00:11
수정 아이콘
키덜트가 존중받는 세상은 과연 올것인가? 라는 질문에 저는 와야 한다고 외치며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니까 올 것 같냐고? 라고 비웃음 섞인 질문에는 올지 안 올지 대답하지 못합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강요되는 완성남 상은 여성비하와 물질만능주의가 공공연히 공유되는 순간 가장 크게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이터니티님한테 그 지각의 순간은 좀 얌전(?)하지 않나 싶네요. 더불어, 유년기의 친구들과 만나는 순간은 순수함을 확인하고 재생하는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변해버린 것들과, 잃어버린 것들과, 나만 갖고 있거나 나만 없는 것을 발견하는 고립의 순간이기도 해서 그 씁쓸함이 acquaintance 사이에서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Eternity
15/03/15 11:54
수정 아이콘
저에게 있어 '키덜트가 존중받는 세상은 과연 올것인가?'라는 질문은 조금 다른 차원의 논의 같구요. 전 우선 기본적으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자기 내면의 어린아이에 대해 인식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입장입니다. 키덜트든, 완성남이든.. 누구든지 말이죠. 저에게 '완성남'은,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공허함과 결핍을 지닌 안타까운 존재이기도 한거죠. 그래서 결국 이글은 '키덜트'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숨어있는 어린아이의 존재를 망각한 채 세파와 사회에 휩쓸려 어느 순간 '완성된 성인'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많은 어른들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건 그렇고 유년기 친구들과의 만남이 오히려 고립의 순간으로 다가온다는 말씀은 백번 공감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위로를 받으러 나갔다가 더 큰 쓸쓸함을 안고 집에 오는 버스에 올랐던 기억이 참 많았던 것 같네요.
王天君
15/03/15 13:55
수정 아이콘
음. 키덜트가 완성남이란 개념을 다 포괄하지는 못하겠네요.

쪼끔 느낌이 다르군요. 제가 완성남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란 "경멸"에 더 가까워서. 한숨쉬는 거야 매한가지겠지만요
마스터충달
15/03/15 01:41
수정 아이콘
완성되지 못한 성인 남자는 그저 웁니다 ㅠ,ㅠ
The Seeker
15/05/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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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되지 못한 남자 (2)
VinnyDaddy
15/03/15 02:1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화해온 증거이자 지금은 병폐로 작용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지나칠 정도의 오지랖'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오지랖이 점점 줄어들수록 글에서 표현하셨던 유무형의 압박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人在江湖
15/03/15 11:32
수정 아이콘
오. 좋습니다.
첸 스톰스타우트
15/03/15 12:23
수정 아이콘
저도 언젠가부터 자주 해왔던 생각인데.. 남들에게 보여지는 제모습과 실제 제 모습간의 간극이 매우 크고.. 특히 매번 제 감정과 생각보다는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많이 고려하다보니..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하루하루 켜켜이 쌓여갑니다. 타인을 대할 때의 말과 행동은 밝고 유쾌하지만 실상 그게 다 거짓이다보니 반대로 마음은 점점 닫혀가는 듯 해요. 더군다나 어렸을때부터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살았기 때문에 딱히 친한 친구도 없고.
클레멘티아
15/03/15 12:32
수정 아이콘
매우 동감되네요. 완성되지 않은 혹은 완성되고 싶진 않은 남자한테 요구하는게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완성된 남자는 행복한지.. 요즘 회의감이 많이 들어요.
김솔로
15/03/15 13:1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군요.
15/03/15 22:0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제 자신을 좀 놓아주고 싶네요.
리니시아
15/03/15 23:28
수정 아이콘
이동진 부메랑 인터뷰는 영화좋아하는 저로썬 여러모로 정말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그냥 넘겼던 에피소드인데, 다시 생각해보니 '완성된 성인 남자' 라는 것이 많은 생각을 하게끔하는군요.
이제 몇개월 후면 30 이되는 저는 한국에서의 '완벽한 남성' 으로써 보단
서른이지만 내 맘대로 살 권리가 생긴다는 느낌일까요?
이런 사람 하나쯤 서른 나이에 이썽야지~ 하는 느낌으로 서른이라는 나이를 기대중입니다..

전에 영원님께 상담 많이 받았었는데, 그때 상담받았던 사람과 계속 된 만남을 진행중입니다~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
켈로그김
15/03/16 14:18
수정 아이콘
저도 완성남이라는게 될 필요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변화하긴 합니다.

예전에는 누굴 만나도 음담패설 + 오덕토크였는데,
요즘은 어디 종이컵이 싸다.. 냉동식품 세일하는게 완전 행복하다.. 건물주가 미친거같다(;;).. 처가 음식이 맛이 없다..
이런 쪽으로 변하더라고요.
이것도 제 상황에 맞게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면 과정일 수도..

다만, 어설프게 성인 남성 흉내는 내지 않으려고요.
완성남보다는 나랑 노는게 재미있을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만큼은 충만하니..

사족 : 술자리에서 저는 정 반대로 덜 완성된 남자네요..
저는 더 마시고 놀고 싶은데, 다들 그만먹고 집에가자고.. 내일 출근해야 한다고.. "니가 학생이냐" 는 말도 듣고 살지요 흐흐;
WeakandPowerless
15/03/16 23:24
수정 아이콘
너무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역시 평소에 살명서 엄청나게 느끼던 부분들이고해서 참 저에겐 소위 힐링이 되는 글이네요. 제 닉도 사실 노래의 제목이긴 합니다만, 말씀하신대로 '완성남'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마지막 바로 앞 문단에서 말씀하신 예들... 중 일부는 그냥 심통부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크크크 (농담반 진담반입니다 ^^; )
논의를 좀더 심화해보자면 '사회의 성평등 지수에 따라 이런 현상이 좀더 심화 혹은 약한가?'에 대해서 탐구해볼만할것 같네요. 완성남에 대한 공포가 강한 사회일수록 성평등 지수가 낮을 것 같다는 가설을 세워 봅니다.
Eternity
15/03/17 13:44
수정 아이콘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심통(?)에 대해 첨언을 해보자면,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보기에 따라선 심통 혹은, 눈치없는 아저씨의 말투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흐흐
다만 제가 주안점(?)을 둔 부분은, 약속된 어른들의 상투적인 대화에 휩쓸리지 않는 아이들의 정직성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위의 예시와 같은 상투적 칭찬의 상황에서 그 대화를 지켜본 어린아이라면 분명 부모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을 것입니다.
"엄마, 근데 왜 저 누나들은 서로 막 어려보인다 그래? 둘다 나이들었는데?", "엄마, 저 애 딱 봐도 남자같이 생겼는데 왜 이모들은 다들 이쁘다고 그래?"
뭐 이렇게 말이죠. 어른들의 약속된 대화 혹은 관습적이고 상투적인 분위기에 길들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순수함과 정직성이 전 좋더군요.
이러한 사소한 대화에서 그치지 않고 더 확장해보자면,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관행처럼 만연하고 눈 감아주는 사소한 비리나 부정부패들을 용인하는 직장 문화 앞에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도 나아가게 될 수도 있구요. 이러한 상황들 앞에서 매 순간 미완성된 성인으로서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선 나름의 고집과 심통(?) 또한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인지라, 심통이라고 표현해주신 말씀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는 면도 있습니다.
15/05/2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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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입을때면 입기전부터 부담백배입니다..
밖을나서는순간부터 행동거지하나하나 완성된 성인남성,능숙한 사회인처럼 해야할것만 같아서요. 눈치도 많이보고 왠지 초짜(?)처럼보이면 무시할까봐..
아버지는 어떻게 이 무거운걸 40년이 넘도록 입으셨던걸까요?
천무덕
15/05/26 23:56
수정 아이콘
완성된다는게..참.. 뭐랄까요. 많이 힘든 일 같아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성된 성인의 형태로 버티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서 내면을 잠깐만 살펴보면 무지 많이 여리거든요. 강해보일수록, 억세보일수록 약한 모습은 더욱 더 큰것 같기도 하고, 겉 웃음이 많아보이는 사람일수록 내면의 슬픔이 더 큰 경우도 많지요..

철이 든다는 것과 완성된다는 것이 동의어같이 느껴지네요. 전 언제쯤 완성될 수 있을까.. 걱정보다 궁금증이 앞서는 걸 보니 아직은 덜 완성되어있나봅니다. 세상에 좀 더 치여봐야 궁금증보다 걱정이 앞서게 되겠지요. 추게 입성 축하드립니다. 워낙 많은 글이 추게에 오시니 별 느낌이 안드실수도 있겠습니다만(..)
게붕이
15/05/27 17:14
수정 아이콘
가면극에 지친 제게 힐링이 되는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15/05/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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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이 정말 힐링 글이군요. 많은 양의 멘탈 수치가 회복 되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래도 직장에서는 어느 정도 풀어놓고 솔직하게 사는 편인데... (IT 업계이다 보니 가능한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정작 가장 솔직히 질 수 없는 곳이 집, 부모님 앞이더군요. 마찬가지로 부모님도 아들인 저에게는 모든 일을 털어놓을 수 없는 느낌이고요.
당연히 제가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여성 분들은 부모님 앞에서 남자들 보다는 솔직할 수 있지 않나요?
미디어 매체에서 표현되는 나이들어서도 툭탁 툭탁 하면서도 서로 솔직할 수 있는 모녀의 관계가 저는 그렇게 부러울 수 없더군요.
그냥 미디어 매체에서의 과장... 이려나요?
어떤날
15/05/28 12:43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되는 글입니다.

저는 30대 중반을 넘어선 미혼 남자인데.. 미혼이라 더 그런지는 몰라도 아직 제 스스로 '온전한 어른'인가라고 자문을 하면 답을 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각종 인간관계에서 상황에 요구되는 대처를 해야 하고 그게 마치 역할극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뭔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그런 소소한 스트레스가 조금씩 쌓여가는 것 같아요. 이게 꼭 회사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보니 점점 사람들 만나는 것 자체가 피곤하고 혼자 있는 게 좋고 그렇게 되더군요.

가족 말고는 제일 친밀한 관계여야 할 연애 관계에도 그런 게 적용되다 보니 섣불리 연애하기도 꺼려지게 되고.. 내안의 무언가가 계속 안으로 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게 고독인가 싶어요.
리비레스
15/05/29 18:19
수정 아이콘
요즘엔 친척들 사이에만 있어도 이런 게 느껴지는 데...친척동생 보면 애처럼 같이 놀고 싶은 데 이제 그게 힘들더군요. 친척동생은 저의 그런 천진난만함과
"어른답지 못함"을 엄청 좋아하는 데...크크 항상 자기 엄마랑 대화해도 저 언제 오냐고 저랑 노는 게 제일 재밌다고...
그 아이의 눈을 보고 있으면 형은 왜 그렇게 눈치 볼게 많아 하고 묻는 듯 합니다.
하우두유두
15/05/29 21:28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됩니다. 군대갔다오면 어른될줄알았고 30줄가면 어른될줄알았는데 저는 똑같아요.
40넘어서 50 60되도 이럴것같네요 다들 이런고민을 하는거군요
mystery spinner
15/05/30 11:53
수정 아이콘
완성된 성인 여자에 대한 공포...까진 아니더라도 부담은 여자에게도 있는거 같아요.
남성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여자에게도 요구하는 프레임 역시 있거든요.
가끔씩 제 또래지만, 우리 엄마랑 이야기하는 거 같다...이런 느낌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제 사회적 나이를 깨닫곤 하지요.
저도 주변 친구,지인들은 전혀 모르는 사적 영역이 있습니다.
(첨부터 보여주지 않았던건 아닌데, 몇 번의 경험으로 이게 차라리 더 편하다로 턴스아웃 됐네요)
남편은 타인들이 저를 바라보는 평가에 푸하핫-하지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남편과 이런 부분을 맘껏 공유하고 있다는거, 문제는 그래서 둘다 철이 안 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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