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0/03/12 00:08:34
Name   온리진
Subject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이가 생겼습니다.

제 아이가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고

결혼을 약 2달 남기고는

그리 크진 않지만 집을 구해

함께 살았습니다 *-_-*




당시 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아내는

퇴근하고 돌아온 나에게

말없이 수줍은 표정으로 두 줄이 새겨진 임신 테스트기를 내밀었고

저희는 바로 산부인과로 달려가

임신이 되었음을 확인 했습니다




너무나 좋았습니다

나의 반을 닮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반을 닮았을 새 생명이 우리에게 생겼음이




평소 만화를 좋아하던 저는

절대 굴하지 않으며, 친구를 사랑하고, 언제나 밝으며 꿈까지 원대한대다 싸움까지 잘하라고;

아이에게 루피 라는 태명을 지어주었죠-_-;




" 자기야 딸이면-0-? "

" 딸이면 로빈-_- "

" 로빈은 왜-0-? "

" 똑똑하잖아-_- "





그런대 참 부모맘 이란게 원래 그런 건지


아들이어서 루피라고 태명을 지었는데 애가 막 늘-_-어나면 어쩌지

딸이어서 로빈이라고  태명을 지었는데

혹시 어린 나이에 수-_-배-_-자가 되는건 아닐까?




별 시덥잖은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 여행을 다녀온 후

아내가 3번째 초음파 검사를 하고 온 날



" 자기 돈 많이 벌어야겠다 "

" 왜? "

" 봐바.. "


하며 초음파 검사 사진을 보여주는데

하나가 아닌.. 두 개가 보입니다(한 명, 두 명 이라고 하기엔 좀 뭐한 게 이때는 애들이 그냥 점 이었습니다-_-;)





" 쌍둥이래 ^o^ "





...오 마이 갓 <(-_-)>







         " 무려 둘이나 "      슬램덩크 by 안선생;







친구들에게 자랑질 전화를 해대다가 이 좋은 날 집에만 있을 순 없다며

친구들과 모여 거나한 술자리를 벌였고



" 넌 대단해 한 방에 둘을 쐈어 " ;

" 오늘 부로 너는 진정한 콩라인이야 " ;;;



라는 부럼움섞인 시기의 말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좋았습니다


...저는 쌍둥이 아빠니까요 s(-0-)z






태교 음악 씨디를 사고, 육아 책을 구하고, 쌍둥이 까페에 가입하여 쌍둥이와 관련된 육아정보도 알아보고 하는 둥

바쁘지만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몰랐습니다.

행복이란게 그렇게 갑자기 깨어지는 것인지









아내가 4번째 초음파를 보러 간 날

울며 전화와 빨리 집으로 와달라 했고

저는 후배와의 술자리 약속을 취소하고 급히 집으로 갔습니다.




아내는 저를 보자마자 안기더니 흐느끼며 말했습니다




" 애기 하나가 이상하대 "





의사가 한 말인즉슨

애기 한 명의 목둘레가 정상주수 아이의 목둘레보다 6배 이상 두꺼우니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다음 날 대학병원 산부인과를 찾아가






...아이가 다운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기들 같은 경우 피를 뽑아 기형의 유무를 알아보는 간략적인 기형아 검사보다는

직접 양수를 뽑아 세포를 배양해서 기형 유무를 판단하는 양수검사를 해야 한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주수가 안되어 양수 검사를 못하니

3주 후에 다시 와서 검사를 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저만 따로 불러 얘기 했습니다




" 경험상 이런 경우 70% 이상이 다운증후군 이었습니다. 보호자 깨서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

" 그 마음의 준비라는게 어떤 말씀이시죠? "

" 낙태 입니다 "






...그렇게 사무적인 말투로 살인을 종용하지 마세요








           " 생사의 결정권 같은 건... 의사 따위에겐 없다구요 "      헬로우 블랙잭 by 사이토









나만 왜 따로 불렀냐며 불안해 하는 아내를 위로하고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소식을 들은 양가 어르신들은

아이는 다시 가질 수 있다며, 키우는건 오히려 너희와 아이 모두에게 해로운 일이라며

검사 후의 안 좋은 상황을 걱정하셨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을 안한것도 아닙니다

친구의 형이 다운증후군 이었기에

가까이서 그 상황을 지켜봤던 입장에서 감히 키울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 한 번 먹여주지 못하고

예쁜 옷 한 번 입혀주지 못하고

세상의 신기한 무엇 하나 보여주지 못한 체

이름조차 모르는 타인의 차가운 쇠붙이에

나의 반을 닮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반을 닮은 두 생명을 희생시키는 짓은

절대 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결심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이 아기들은 우리가 키우기로요






양수 검사는 생략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그 검사 비로 더 좋은 것을 해주고픈 욕심에요




이제 다다음주면 우리의 아이들이 나옵니다



원래는 5월 1일이 정상적인 출산 예정일이나

쌍둥이의 경우 38주가 만삭이고

또 저희 같은 경우 한 아이가 정상주수보다 약 한 달 정도 작았기에

엄마의 뱃속 보다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우는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요






참 속도 많이 썩인 녀석들 나오면 맴매 해주려고 합니다

입으로요 *-_-*




우리 둥이들 기다려!!

아빠가 금방 만나러 갈거니까!!!!!!!!!!!


* Noam Chomsk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2-20 09:27)

운영진 입니다. 연결된 2편은 다음 링크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pgr21.com/?b=8&n=21745



목록 삭게로! 광고 비활성화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765 은하수를 찍어봅시다. [89] 기네스북7859 16/06/14 7859
2764 자게는 자랑질 게시판의 줄임말라면서요?(아이고배야) [90] 번취리12820 16/06/11 12820
2763 불편하다는 말 함부로 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54] 루트에리노9030 16/06/11 9030
2762 [기타] [포켓몬GO] 한여름 밤의 꿈. NR15-ALPHA-12로 떠납니다. [23] ComeAgain6844 16/07/13 6844
2761 이별, 그리고 늘 비워둔 자리. [11] 스타슈터3634 16/05/25 3634
2760 우리동네 야구단 - 고양 다이노스 [17] 키스도사3906 16/05/25 3906
2759 지금 갑니다, 당신의 주치의. [58] 자몽쥬스6042 16/05/25 6042
2758 아침 일찍 더 밝은 인간이 된 이유 [28] Jace Beleren10046 16/05/23 10046
2757 "그럴만 했으니까 그랬겠지?" [22] 스타슈터6681 16/05/20 6681
2756 [줄거리 해석] 곡성은 예루살렘인가, 지옥인가 (스포있음) [87] Eternity25252 16/05/14 25252
2755 "아직 늦지 않았다니까요?" [38] 스타슈터12027 16/05/11 12027
2754 한국판 탈리도마이드, 가습기 살균제사건은 어떻게 발견되었는가? [56] 토니토니쵸파9753 16/05/04 9753
2753 [단편] 소실점(消失點) : 인류가 멸망한 순간 [26] 마스터충달3800 16/04/28 3800
2752 [기타]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43] 메모네이드5031 16/06/19 5031
2751 카톡을 오래 했으면 좋겠어 [26] Eternity11079 16/04/23 11079
2750 시빌 워 - 미국 남북전쟁 (끝) [29] 눈시3789 16/04/27 3789
2749 시빌 워 - 미국 남북전쟁 (2) [26] 눈시3621 16/04/26 3621
2748 시빌 워 - 미국 남북전쟁 (1) [33] 눈시5787 16/04/24 5787
2747 나우루 공화국 이야기: 어떤 공동체의 타락과 그 이면 [32] santacroce7454 16/04/22 7454
2746 아버지가 계속 투표하는 이유 [32] Cherish6705 16/04/20 6705
2745 경제성장을 본 적이 없는 젊은이들 이야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108] santacroce10924 16/04/15 10924
2744 고기 잘 굽는 남자 [21] Eternity10479 16/04/10 10479
2743 드라이브나 갈까? [40] 영혼의공원8009 16/04/10 800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