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1/08/01 00:01:04
Name 及時雨
Subject 6년만에 만난 친구랑 축구 본 이야기
0hyk7nM.jpgBKnT27I.jpg


대학 동기를 만났습니다, 무려 6년만에.
저는 2학년을 마치고 조금 늦게 입대했고, 친구는 학군단 소속이라 4년간 대학을 다닌 후 장교로 복무했습니다.
군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보고 연락이 끊겼으니, 마지막으로 얼굴 본 게 까마득하더라고요.
한참을 그대로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작년에 인스타그램에서 친구가 제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면서 다시 연락을 시작했습니다.

이 친구랑 저는 둘 다 축구를 참 좋아했습니다.
친구는 울산 출신이다보니 울산 현대의 팬이었죠.
같이 축구도 하고 축구도 보고 허구한날 축구 얘기나 하는 그런 사이였습니다.
기숙사 살 때는 닭 시켜놓고 프리미어 리그 보고, 자취할 때는 방에 놀러가서 드러누워서 프리메라 리가 보고.

작년에 연락이 닿은 이후, 같이 축구 한번 보자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친구도 수도권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울산 현대가 서울로 원정을 오면 그 경기를 함께 보자고.
하지만 그놈의 코로나 19 때문에, 약속은 해놓고도 차일피일 미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라면 오늘도 상암에서 같이 축구를 볼 예정이었으니까요.

7월초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조치가 있은 후 내심 이번에도 글렀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또 미루고 싶지도 않아서,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친구를 불러냈습니다.
6년만에 봤는데 친구는 그대로였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밥 먹고 나서 친구의 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하나는 K리그, 하나는 올림픽 틀어놓고 2시간 동안 축구를 봤습니다.
두 경기 모두 빈말로도 재밌었다고는 하기 힘들 경기들이었지만, 그래도 그냥 좋았습니다.

참 힘든 시절입니다.
그럴수록 인연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습니다.
다음에는 꼭 친구와 축구장에서 만나고 싶네요.
그때까지 너도 나도 건강하기를.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8-18 10:4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한걸음
21/08/01 00:09
수정 아이콘
저도 1년에 한 번씩 사직구장 가는 대학동기들이 있는데, 요새 롯데가 너무 못함+코로나 때문에 얼굴들 보기가 힘드네요 크크
及時雨
21/08/01 00:52
수정 아이콘
아 마침 저랑 이 친구도 야구는 롯데 쪽에 가까워서 그 마음 이해가 갑니다 크크크
서쪽으로가자
21/08/01 00:16
수정 아이콘
저도 기숙사 살면서 같이 프리미어리그 보던 순간들이 대학생활 가장 즐거웠던 기억들 중 하나입니다 흐흐
이젠 체력이 안되서 밤에 축구를 못 보지만 (…)
及時雨
21/08/01 00:53
수정 아이콘
그때가 참 좋았죠 흑흑...
오늘 친구한테 작년 초 동기 중 한명이 백혈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조금 더 관심 가지지 못한 미안함과 후회...
21/08/01 09:4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及時雨
21/08/01 15:0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에이치블루
21/08/01 11:48
수정 아이콘
1. 축구 얘기 하신다면서 왜 고기가...추릅
2. 저도 축구팬이라 (성남팬) 어떤 분위기인지 이해가 갑니다. 다만 어제 경기가 정말...
하나는 영대영에 하나는 육대삼 아이고...
좋은 하루 되세요.
及時雨
21/08/01 15:07
수정 아이콘
서울 진짜 너무 못하는데 울산이 거기서 한골도 못 박을 줄이야...
21/08/01 21:08
수정 아이콘
돈 얘기, 일 얘기 안 하는 친구가 있다는 거 자체가 복이라고 하더군요.
及時雨
23/08/18 11:56
수정 아이콘
이게 추천게시판에 올 줄은 몰랐는데!
기념으로 근황을 적습니다.
친구랑은 올해 초 마침내 상암에서 축구 경기를 같이 봤습니다.
https://www.pgr21.com/freedom/98007

친구는 형사과로 갔다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 바람에... 지금은 휴직계 내고 고향인 울산으로 내려가서 쉬고 있어요 흑흑.
가끔 출장 가면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 지금도 잘 연락하며 지냅니다.
빨리 건강 찾았으면 좋겠네요.
조율의조유리
23/08/18 13:58
수정 아이콘
크.. 추게의 힘으로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본 글인데 이렇게 근황까지.. 훈훈한 마음 잘 채우고 갑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350 [역사] 나폴레옹 전쟁이 만든 통조림 / 통조림의 역사 [23] Fig.15448 21/09/14 5448
3349 와인을 잘 모르는 분을 위한 코스트코 와인 추천(스압) [89] 짬뽕순두부10722 21/09/11 10722
3348 [콘솔] 리뷰) <토니 호크의 프로 스케이터>가 위대한 게임인 이유 [29] RapidSilver5837 21/09/08 5837
3347 Z플립3의 모래주머니들과 삼성의 선택 [115] Zelazny13966 21/09/08 13966
3346 [역사] 몇명이나 죽었을까 / 복어 식용의 역사 [48] Fig.18726 21/09/07 8726
3345 유럽식 이름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 [53] Farce10721 20/10/09 10721
3344 내 마지막 끼니 [5] bettersuweet5989 21/09/06 5989
3343 이날치에서 그루비룸으로, 새로운 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 [38] 어강됴리11976 21/09/03 11976
3342 만화가 열전(5) 청춘과 사랑의 노래, 들리나요? 응답하라 아다치 미츠루 하편 [84] 라쇼8820 21/09/02 8820
3341 DP, 슬기로운 의사생활 감상기 [23] Secundo8560 21/09/02 8560
3340 집에서 레몬을 키워 보겠습니다. [56] 영혼의공원7405 21/09/02 7405
3339 공식 설정 (Canon)의 역사 [100] Farce7814 21/08/30 7814
3338 타인의 시선에 대한 공포 [20] 원미동사람들6140 21/08/26 6140
3337 대한민국, 최적 내정의 길은? (1) 규모의 경제와 대량 생산 [14] Cookinie6590 21/08/26 6590
3336 독일에서의 두 번째 이직 [40] 타츠야7241 21/08/23 7241
3335 차세대 EUV 공정 경쟁에 담긴 함의 [50] cheme9666 21/08/23 9666
3334 잘지내고 계시죠 [11] 걷자집앞이야9565 21/08/17 9565
3333 [역사] 라면 알고 갈래? / 인스턴트 라면의 역사 [38] Fig.19784 21/08/17 9784
3332 다른 세대는 외계인이 아닐까? [81] 깃털달린뱀13805 21/08/15 13805
3331 LTCM, 아이비리그 박사들의 불유쾌한 실패 [18] 모찌피치모찌피치9794 21/08/15 9794
3330 만화가 열전(4) XYZ 시티헌터와 만나다. 호조 츠카사 [34] 라쇼10056 21/08/15 10056
3329 피지알에 자료를 업로드해보자 총정리판 [56] 손금불산입9923 21/07/22 9923
3328 현재 미국은 무엇을 우려하는가? [106] 아리쑤리랑35613 21/08/13 3561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