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관련글에 한번 댓글 달았는데 그 댓글의 내용이 일어난게 오늘입니다
왜냐면 다음날이 현충일이었기에 기억합니다
직장 여직원에게 호감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저에게 항상 쌀쌀맞게 대했습니다
저뿐 아니라 남자직원들에게 그렇게 대했습니다
남친이 있어서 그런거였다는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저는 호감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다른 남자 직원들이 호감을 표현했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퇴짜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도도하게 굴고 된장녀처럼 굴기도 했습니다
일이라도 못하면 갈구겠지만 일도 잘하는 에이스였으니 갈굴수가 없던 존재였습니다
그러던 그녀는 퇴사했습니다
이직이라고 하기도 하고 유학이라고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사라지지 아쉬워지는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그랬구나...하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쩝니까 애초에 저한테는 관심이 없던 여자였는데
그래도 축하인사를 건냈고 그 여자 결혼 장소가 전주라고 했습니다
그 무렵부터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 직장 상사가 있었는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역시 전라도였어, 그 놈들은 지들끼리 결혼하니까
이게 뭔가 했는데 당시는 아직 일베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밑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이런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그 사람에게서 가장 놀란건 대한민국 만악의 근원은 전라도다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전라도를 싫어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사람은 그 도가 지나쳤기에 멀리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한나라당을 찍어야지 어떻게 그럴수가 있느냐 하면서 말했습니다
틈만 나면 자기의 부하로 만들려고 애를 썼는데 개인 사정상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그 사람과 볼일은 없어졌습니다
대학시절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하자 저런 부르조아 어쩌고 하던 총학 선배 이후 씁쓸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녀 덕분에 그래도 저런 인간이 일베 혹은 극우로 간다는걸 알았고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을 접할수있었고 거를수있었습니다
퇴사한 후에 들은건 최순실 사건과 촛불 시위때 시위하는 놈들 다 빨간놈들이라고 발언했다가 밑의 사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는거였습니다
몇 년 전 어제
스승님의 농사를 도우러 갔습니다
무엇을 심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하루종일 일을 했습니다
다음날 오전까지 작업을 도와드렸고 스승님은 오후에는 약속이 있으니 먼저 집으로 가라고 해서 저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갔습니다
현충일에는 아들내외가 와서 일을 도울테니 굳이 제가 없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 몇 년 전 오늘
간만에 농사일을 했으니 피곤함에 지하철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러다가 어떻게 잠에서 깼는데 제 앞에 할아버지가 서계셨습니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일어나서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그때 탔던 지하철 칸이 휠체어가 있을수있는 공간이 있는 칸이라서 저는 그곳에 서있으려고 그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거기 서있던건 그때 호감을 가졌던 그녀였습니다
닮은 사람일까?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그녀였습니다
그녀도 저를 알아본게 분명해보였습니다
소심함으로 일단 창가에 기대서 말을 걸까 고민하던 그때
지하철이 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쌀쌀맞게 대했던 그때처럼 지하철에서 내렸고 그렇게 멀어져갔습니다
몇년만에 만난건데 저렇게 쌀쌀맞게라니...
씁쓸했습니다
나는 인사나눌 정도의 동료도 아니었단 말인가...
이 씁쓸함을 달래고 싶은 마음에 국밥이나 먹어야겠다는 마음에 마트에서 즉석 설렁탕을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이걸로 마음을 달래자고 했지만 이때 큰 실수를 했습니다
소금이 잘안나와서 소금통을 쳤다가 그만 소금이 예상보다 많이 쏟아져버린겁니다...
아...안먹을수도 없고...
어쩝니까 사온건 먹어야죠
엄청 짠 설렁탕
밥말아먹으려고 했다가 너무 짜서 밥은 말아먹지 못하고 대충 먹고 버렸습니다
그녀에게 무시당한 것도 씁쓸한데 설렁탕까지 이런 상황이 되어서 더 씁쓸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여기서 마무리되면 좋은데 더 큰 일이 발생했습니다
억...배가 아파...
설마..
화장실로 급하게 뛰었습니다
윽...설사라니...
그렇습니다
너무 짜게먹는 바람에 설사가 시작된거였습니다
한번으로 끝나는 설사라면 다행이지만 설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싸고 화장실에서 나오면 다시 화장실로 가야하고의 반복
하루종일 설사에 시달리는 나의 슬픈 모습
어머니는 이런 저의 사정을 모르고 그렇게 음식 함부로 먹으니 설사하는거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아픈 내 마음에 또 박힌 아픔
설사는 계속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나올것도 없다고 하는 수준이 되어도 배가 아프니 화장실을 안갈수가 없습니다
계속된 설사로 쓰라린 아픔을 느끼는 항문
내 마음의 아픔을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았지만 저의 항문은 저의 아픔을 함께했던겁니다
나올것도 없는데 계속 배가 아파서 정로환을 먹고 배에 찜질기를 대고 있으면서 그날 밤을 보내자 다음날은 좋아졌습니다
일이 슬플려면 이렇게 슬플수있고 안될려면 이렇게 안될수도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했다가 안된 그 씁쓸한 마음이 설사로 증폭되버릴수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똥싸고 생기는 후련한 마음은 없었고 설사가 끝나고도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어쩌면 그녀가 저한테 그때 저런 사람을 걸러야 한다는걸 알게해준거처럼 제 몸에 대해서도 뭔가 알게해주려는 기회였다고 좋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나쁘게 생각해봤자 남는 것도 없으니까요
몇 년 전 오늘 이후에 저는 달라진게 하나있습니다
아무리 기분이 안좋고 정신이 없어도 국밥을 먹을때 소금은 신중하게 천천히 넣기
사정을 알리가 없는 분들은 저에게 답답하게 그러지 말고 소금 팍팍 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같이 밥 먹는 자리에서 설사를 피하기 위해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할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설사모드로 갈수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오해를 받더라도 소금을 조심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저는 여기 회원들이 저를 바라보듯이 그저 똥덩어리에 불과했을겁니다
하수처리를 거쳐서 그 덩어리로 에너지가 되는 똥이 아닌 에너지 처리 조자 안되는 설사똥으로
그래서 그녀에게 무시당했다고 봅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가 했던 그 대사처럼
"따라하세요. 똥.덩.어.리."
그 후로는 음식 잘못먹거나 해서 설사를 하더라도 그때와 같은 아픔 혹은 슬픔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배아프고 항문이 아프기만 합니다
마음 아픈 똥은 이제 싸고 싶지 않습니다
싸고서 후련하다는 똥만 싸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오늘
저와 저의 항문은 아픈 시간을 함께하며 위로는 못해줬지만 공감은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똥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똥 같은 댓글에 기분 상하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2-06 11:0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